< 선구자 >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던 그랜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단히 개성적인··· 연구로군요."
"···흠. 칭찬으로 듣겠소."
물론 칭찬일 리는 없다. 되받아친 이형도 그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실용적이다. 인상 깊다. 훌륭하다. 혁신적이다. 그 무수한 칭찬 세례를 내버려 두고서 개성적이다, 라는 건 결국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도저히 투자할 가치가 보이지를 않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우선 암모니아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것. 이건 그나마 낫다. 질소를 인공적으로 고정해서 비료를 대량양산한다는 발상이야 이미 이 무렵의 서역에서도 흔하다. 다만, 그것이 과연 명백한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성과가 나올 만큼 녹록한 연구인가 하면 당연히 아니다.
이형 자신도 앞으로 적어도 20년은 필요할 거라 발언했으나, 그랜트를 비롯한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20년은커녕 30년이나 50년간 투자해도 성과를 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하다못해 10년 정도라면 모를까, 30년이나 50년 이상 투자해도 성과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연구에 투자할만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몇몇 괴짜의 흥미를 끌 수는 있어도, 절대다수는 투자하게 되더라도 수익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에서 상행하기 위해 버리는 돈, 또는 황제에 바치는 뇌물이라는 인식으로 적당히 잊어버릴 것이다.
그런가 하면 푸른곰팡이는 어떤가.
"그··· 혹시 아시아에는 곰팡이가 서린 음식을 귀중히 여기는 문화가 있습니까?"
그랜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떠한 편견도, 혐오도 품지 않고자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 그러나 그 질문이야말로 절대다수의 서역인들이 품게 될 인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항생물질을 추출해 항생제를 생산한다. 이형이 덧붙인 해석만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푸른곰팡이에서, 라는 전제조건이 모든 설득력을 분쇄하고 있다. 비록 학계에서는 파스퇴르에 의하여 자연발생설이 부정되었더라도, 여전히 절대다수의 시민들은 미생물들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연 발생한다고 믿는 와중에 푸른 곰팡이에 항생물질이 있다고 들어도, 대부분은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응할 터였다.
아니, 차라리 대중들은 비웃는 거로 끝나겠지만 학계에서는 오히려 더 심각하다. 점차 세균과 바이러스야말로 질병이 발발하는 원인이라는 감염설이 퍼져나가고 있는 와중에 푸른곰팡이에서 추출한 항생물질로 병을 치료하겠다고 한다면 감염설을 신봉하는 세균학자들은 환자들을 죽일 일이 있느냐고 기겁할 거다.
아직 곰팡이와 세균, 바이러스 간의 명확한 구분이 없는 와중에 곰팡이에게서 추출한 물질이라고 듣는다면, 대개는 환자를 죽이거나 병을 악화시킬 독성물질이라고 인식하기 십상이다.
"그럴 리가 없지 않소."
"아··· 과연. 역시 그렇겠지요. 죄송합니다. 괜히 넘겨짚었군요."
이형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이에 그랜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선선히 고개를 숙여 사죄하였다. 그랜트로서는 가능한 한 아시아인들에 어떠한 편견도 가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혹시 아시아인들에게는 그런 특수한 문화가 있는 건 아닐까-하고 유추한 것이었지만, 그러한 질문도 무지의 소산이었다.
물론 곰팡이가 서린 음식이 아니라 발효가 된 음식이라고 표현하면 아주 완벽히 틀리지는 않기도 했다. 다만 이형은 따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구태여 서구인들이 아시아에 품는 게 좋지 않은 편견 하나를 추가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랜트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그건 한국의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연구인 것이로군요? 제 생각 이상으로, 한국의 연구환경은 개개인의 연구적 독창성이 존중되는 자유로운 환경인 모양입니다."
이 또한 가능한 한 좋게 해석해주려는 평가. 다만 단지 이형이 듣기 좋아하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는 미합중국의 전임 대통령이자 외교특사였고, 그의 조국 미합중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었다. 그리고 자유민주공화국의 주권은 시민에게 있다.
그러니까, 그는 반드시 어떻게든 시민들이 듣고서 이해하고 이해할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시민들에게 아시아인들의 변태적인 연구를 돕기 위하여 미합중국 시민들의 혈세와 사업가들의 투자금을 시궁창에 버리고 왔다는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
그러나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랜트의 마지막 희망 사항마저 분쇄해버렸다.
"내가 연구하라고 했소."
"···그렇군요."
떨떠름한 대답. 떨떠름한 얼굴. 그 두 가지만으로 그랜트의 생각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랜트는 이 연구를 황제가 품고 있는 다소 독특한(?) 취향에 따른 악취미적인 연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무렵의 인물들이라면 대개 그런 인식을 품을 수밖에는 없었다. 곰팡이를 향한 인식과 사람을 구할 의약품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연관성이 없었으니까.
도저히 항생제와 곰팡이 사이에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되려 어떻게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낸 거냐고 되묻고 싶은 심정. 당연히 이 연구에 의미라고는 보이지 않고, 투자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그야말로 돈을 시궁창에 버리라고 강요하는 듯한 연구과제들.
그랜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다른 연구과제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돌려 말해서, 도저히 그따위 연구과제에 미합중국의 돈을 낭비할 수는 없겠다는 답변이다. 차라리 뇌물을 바치라고 하면 뇌물을 바치지, 이건 뭐 뇌물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변태적인 연구다. 그간 그랜트가 이형에게 품었던 호의적인 인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만큼 그랜트는 자신이 푸른곰팡이를 연구하라고 시켰다는 이형의 발언에 어처구니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푸른곰팡이, 썩은 내, 더러운 진물, 누군가가 함부로 입에 대었다가는 그 즉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끔찍한 음식 폐기물.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그랜트의 머릿속으로는 그 정도의 인식 밖에는 들지 않던 것이다.
이형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있기는 한데···."
"과연, 역시 더 있었군요! 그게 무엇입니까?"
"컨테이너··· 아니지. 수송 용기, 라는 표현해야 하겠구려. 아무튼, 이 화물을 실어나를 수송 용기들을 규격화하고자 하오만."
"수송 용기를 규격화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나마 정상적인 연구과제가 나왔다. 과학이라기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과제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이거라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랜트는 밝게 웃었다.
이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대도 알다시피 오늘날의 화물들은 대개 사람이 손에서 손으로 나르오. 그렇지 않소?"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기계를 써야지만 옮길 수 있는 화물도 있고, 가축이나 사람이 직접 옮겨야 할 비교적 자그마한 화물들도 있지요. 무엇보다 화물선이란 본래 아무렇게나 짐을 실어나르는 선원들 때문에라도 난잡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화물들을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옮기고자 한다면, 그야 사람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지요."
그랜트의 경험에 따른 발언이었다. 그는 전장에 나가 병사들을 이끌던 장군이었고, 그 때문에 소위 보급물자라고 하는 것이 어떤 몰골로 운송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물자를 직사각형으로 일제히 통일해도, 그게 네모 번듯하게 오는 경우는 드물다. 오는 도중에 흐트러지는 정도라면 양반이고, 애초에 설렁설렁 아무렇게나 비스듬하게 세워서 오는 경우도 많다. 그랜트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언제나 매일 같이 성실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형의 생각은 달랐다.
"전혀 어쩔 수 없지 않소. 이는 현장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요."
이형은 단언했다. 이 또한 경험에 따른 발언이었다. 그는 전생에 육체노동자로서 일하며 생업을 일궈왔고, 그 일 중에는 필연적으로 상하차를 위시한 짐 나르기 또한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알았다. 인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이지 하려고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크기도 형태도 각각 다른 수십 수백 개의 택배 상자를 차곡차곡 네모반듯하게 쌓아 올려 제아무리 차량이 흔들거려도 상자가 꼼짝달싹도 못 하게 만드는 것쯤, 현장에서 노하우만 쌓인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그건 순전히 현장의 기술력만으로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우선 전제조건으로서 택배 상자들의 규격이 일원화되어있기에,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쌓더라도 쌓다 보면 노하우가 생겨 컨테이너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거다.
구태여 비유하자면, 그 작업은 레고 장난감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 부품이 수 kg에서 십수 kg을 넘나드는 레고들일 뿐. 레고가 그러하듯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다 보면 빈공간 없이 빼곡하게 채워지도록 설계되었기에 현장에서 빈틈없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기중기가 있지 않소. 어째서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실어날라야만 한단 말이오? 너무나 비효율적이지 않소. 화물들을 실어나르는 것도 마찬가지요. 어떤 건 둥글고, 어떤 건 네모나고, 어떤 건 뾰족하지. 그러니까 하나하나 다른 방식으로 옮기느라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게 아니겠소?
내 생각은 이렇소. 모두 하나로 통일해 버립시다. 기다란 직육면체 모양의 목재 수송 용기에 동그랗건 네모나건 세모나건 집어넣어 모두 네모나게 만드는 거요. 그렇게 네모난 상자에 집어넣고 나면, 한층 더 커다란 직육면체 모양의 철제 수송 용기에 담아 배 위에 올리는 거지.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할 거요. 첫째로 목재 수송 용기는 각기 다른 화물을 담을 수 있도록 그 규격이 각각 따로 준비되어야 할 것이며, 둘째로 철제 수송 용기 또한 배의 크기에 맞추어 규격이 따로 준비되어야 할 것이나, 셋째로 이들의 모든 크기는 서로 꼭 맞아떨어져 화물을 실어나르는 동안 설계 시에 의도적으로 집어넣지 않는 한 남는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오.
그렇게 각각의 용기가 통일된 규격을 갖추고 나면, 이제 수송 용기들을 실어나를 상선들과 차량들 또한 그 규격에 맞추어 설계되어야만 할 것이오. 하여, 아주의 모든 화물은 조금의 낭비도 없이 효율적으로 육로와 철로, 해로를 통해 곳곳까지 전달되게 될 것이외다."
"과연 굉장하십니다, 폐하."
이형의 일장 연설에, 그랜트는 짝짝하고 손뼉을 쳐주었다. 물론 얼굴은 웃고 있어도, 눈빛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앞선 곰팡이 운운에 비하면 나아도, 이 또한 황제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변태적인 연구과제 중 하나라고 받아들인 까닭이다.
이형이야 2차 세계대전 당시 랜드리스와 전후 냉전기의 베를린 봉쇄 당시 미국에서 어떻게든 한 번의 출격과 한 번의 항행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급물자를 실어나르고자 피땀을 흘려가며 노력한 끝에 완성된 현대의 물류수송계에서 일선 노동자로 뛰어본 경험이 있으니 그 필요성과 편리성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9세기의 인물인 그랜트의 시선에서 보면 이형의 발언은 편집증적이기까지 한 광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이형이 떠들어봐야, '그야 그렇게 하면 편리하겠지만, 과연 그런 수고를 들이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19세기의 물류수송체계만으로도 국제무역은 충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결국 이 현대 물류수송체계 또한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특수적 상황 속에서 완성되었음을 생각하면, 그랜트는 기술과 혁신은 필요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것에 대한 산증인이나 다름없었다.
"우선은 우리 아주에서 개발하여 도입하기로 하였소. 장차 우리 아주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상선과 차량들은 이러한 수송규격을 기준으로 하여 개발되고 또한 제조될 것이오. 우리 아주에서 아주로 실어나를 화물들이나 그 바깥에 실어나를 화물들도 마찬가지요. 장차 짐은 아주 전역의 물류수송을 하나로 통일하고, 더 나아가 우리 아주가 물류수송의 선구자로서 우뚝 서도록 만들고 싶소."
이형은 그걸로 말을 마무리 지었다. 암모니아의 인공합성이 우선 먼저 연구하기 시작하기는 하겠지만 언제라도 다른 나라들에 빼앗길 위험이 있는 연구과제라면, 페니실린의 개발 및 생산과 물류계의 규격화는 쉬이 한국에서 선점할 수 있는 연구과제였다. 암모니아의 인공합성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이 두 가지는 다른 나라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쉽기도 했다. 물류계의 규격화는 특별히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사칙연산과 그 연산결과를 현장에 도입할 행정력과 예산이 필요한 것이고, 페니실린은 이형이 한 가지 귀중한 단서를 알고 있었다.
'최초의 페니실린은 실험실에서 다른 세균을 배양하려다가 우연히 배양된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되었지만, 페니실린을 대량 양산하는데 필요한 푸른곰팡이는 썩은 멜론에서 발견되었다지.'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참으로 핵심적인 단서가 아닐 수 없었다. 무턱대고 아무런 음식이나 마구 썩혀댈 필요 없이, 멜론을 썩혀 푸른곰팡이를 재배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방법은 간단했다. 초나라에서 대량재배하도록 지시한 멜론 수천 개를 내탕금을 이용해 몽땅 사들여다가 썩혀서 푸른곰팡이를 피게 하면 된다. 그걸로 안된다면 이듬해에는 멜론 수만 개를 재배해다가 또 한 번 내탕금으로 사들여 썩히고 푸른곰팡이를 재배하면 그만.
그리고 사실, 이 무렵 이미 아주의 과학자들은 특출난 항생작용을 가지는 푸른곰팡이를 몇 가지 발견하는 데에 성공한 이후였다. 물론 엄밀히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연구를 돕던 영국인 기술고문들이 발견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막상 그들은 한국과 영국의 우호 관계를 위하여 황제의 악취미를 돕는 정도의 수고라 여겼을 뿐, 그 가치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참으로 고마운 이야기지 뭐야.'
그것이 이형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영국의 기술고문들 덕택에 수만 개의 멜론을 재배하다가 썩히는 희대의 돈 낭비까지 갈 것 없이, 썩힌 멜론은 3천여 개 선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이 3천여 개를 구매하고서 먹는 것도 아니고 썩혀서 푸른곰팡이를 재배했다는 걸 두고서 백성들이 먹을 과실로 무슨 짓이냐며 유림에서 얼마나 성화였는가를 떠올리면, 이형으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덕택에 이형이 멜론 수천 개를 사들이는 걸 보고서 이듬해에 멜론을 재배하면 큰돈을 벌겠다 여기고서 앞다투어 멜론 씨를 사 와서 재배한 초나라의 지주들이 결코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되었지만, 그런 것까지 이형이 신경을 써줄 의리는 없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로 귀중한 지위는 다름 아닌 그 기술과 개념을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발명하고 발견했다는 선구자의 지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우선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장차 백 년은 너끈히 사용될 핵심적인 연구과제들이었다. 단지 암모니아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은 그 필요성에 대하여 눈치채지도, 그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 그렇다면 자신이 만들면 그만이라고, 이형은 확신했다.
아무튼,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과연 위대하신 식견입니다."
물론 그래 봐야 이형의 일장 연설이 그랜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는가 하면- 전혀.
다소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렘이나 병정놀이에 비하면 차라리 건전한 취미일지도 모른다고, 애써 이 악취미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봐 주는 것이 그랜트의 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