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양강댐 >
하지만 그랜트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건 말건, 그건 이형이 고려해줘야 할 사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소. 투자하시겠소, 마시겠소?"
막 나가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이형은 뒷짐을 지고서 다소 고압적으로 말했다. 영락없는 외교적 결례였으나, 이형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장 아주연구기금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과제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서 모두 말해준 것 자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판에 미국을 끌어들이고 말겠다는 각오로 한 말이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이 모든 사업은 미국의 협력이 없으면 빛을 보기 어렵다. 단순 개발-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암모니아 합성과 푸른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추출하여 대량양산하려면 어떻게든 미국의 협력이 있어야 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하나는 아시아에 전기가 부족하다는 것. 이제야 하나씩 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있는 판국에, 암모니아 합성을 위하여 대량의 전기를 소모하는 것도 연구에 전기를 마음껏 쓰기도 어렵다. 하다못해 연구소에서 사용할 소형 발전기라도 준비하려면, 일단 미국에서 그걸 팔아줘야 가능하다.
두 번째로 생산시설이 없다. 이제 막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철판을 찍어내고 있는 한국에 설령 암모니아 합성과 페니실린 두 가지 모두 성공하더라도 그걸 대량양산할 설비가 없다. 결국 미국의 생산설비를 빌리거나, 아니면 판매지분을 내주는 대신 미국의 투자를 받아 아시아에 생산시설을 세울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인재가 부족하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아직 박사는커녕 석사들이 영국 기술고문의 조언을 받아가며 실험을 설계하는 게 오늘날의 아시아였다. 요컨대 나라에서 무언가를 개발하라고 시켜도,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실험을 설계하지도 못하고 외국의 박사들로부터 실험을 설계 받거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했는데 네가 손을 안 잡아주면 앞으로 우리랑 거래할 생각은 없다고 생각해도 좋겠지. 안 그러냐? 자, 난 내 패 전부 다 깠다. 얼른 덤벼, 이놈아.'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사실, 그랜트의 대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 시대의 인물이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투자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 연구과제들인지는 몰라도, 그걸 아시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황제가 일단 닥치고 해보라고 밀어붙이는 판국이라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물론 그대로 무익한 돈 낭비로 끝날 확률이 더 높아 보이지만, 그 무익한 연금술조차 하다못해 화학실험에 사용되는 갖은 기구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기술개발이란, 일단 돈이 들어가면 예상보다 별거 아니든 예상보다 굉장하든 간에 무언가 성과가 나오기는 하는 법이었다.
그랜트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 음···."
"다른 건 몰라도 이 물류 규격화는 꽤 유용할 것이오. 그렇지 않소? 더욱 편리하고, 더욱 빠르고, 더욱 안전한 물류 운송이 시작될 거요. 아마 돈벌이에 목이 마른 귀국의 사업가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오만? 장차 거래가 늘어난다면, 각자 사용하는 규격이 중구난방인 것보다야 하나로 통일된 것이 낫지 않겠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어차피 만드는 건 우리 일이요. 계산하는 건 우리 아시아의 수학자들이 할 것이고, 현장에 도입하는 건 우리 아시아의 경제관료들이 할 일이며, 처음 시험적으로 운용하며 그 불이익을 떠안으면서 차차 개선해나갈 것도 우리 아주의 사업가들이 될 것이오. 그대들 미국은 그저 돈을 대고, 나중에 모든 결실이 완성되고 나면 그걸 홀랑 집어먹으면 그만이라는 거요.
어떻소, 이제 조금 구미가 당기지 않소?"
그랜트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챈 이형은 살살 혓바닥을 놀려 그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페니실린과 암모니아 합성법이 들어가는 돈에 비하여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면, 물류규격의 통일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렇기에, 이형은 그랜트를 설득하고자 재차 물류규격의 통일을 골랐다.
무엇보다 이 물류 규격화만은 지금의 아시아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손을 뻗으면 곧장 손에 닿는 범주의 일이었다. 거기에 민간으로부터의 반응도 좋았다. 암모니아 합성이 유림에게는 뜬구름 잡기이고, 페니실린 발견이 백성들이 먹을 과실을 먹을 것도 아니면서 일부러 썩혀서 장난질하는 일이라면 물류 규격화는 도량형 통일의 연장으로 보였다.
그리고 도량형의 통일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던 것이 이 무렵의 유림이었다. 황제가 영 황제다운 일을 하지 않고서 이상한 데에 내탕금을 허비한다고 한탄하다가, 이제 슬슬 아주 대륙의 도량형을 하나로 통일하겠다고 나서니 비로소 대한의 천하가 바로 서겠구나! 하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서 달려들던 것이다. 유림의 불평도 나랏일을 우려하기에 나오는 것이던 까닭이다.
'뭐, 실제로도 완성되기만 하면 새로운 시대의 도량형 통일이나 다름없기도 하고.'
이형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급적이면 대한일보를 비롯한 관보에서도 물류규격 통일을 내세웠지 암모니아 합성이나 페니실린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는 김에 겸사겸사 미터법을 홍보하는 건 덤이었다.
무엇이든지 우선은 꼭 필요한 것 중에서도 당장에 손에 닿는 것부터,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던 셈이다.
"이 자리에서 확답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돌아가는 대로 의회에 전달하여 차차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어차피 시간은 제법 여유가 있으니.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고 있으리다."
결국, 잠시 고민하던 그랜트의 답변은 긍정적인 유보였다. 이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의회로 넘어가면 어련히 통과될 사안이라 여긴 까닭이다.
다른 무엇보다 아시아는 장차 미국과 두고두고 거래할 거대한 시장이 아니던가? 그랜트가 이형의 일장 연설을 황제의 악취미라 여겼고, 또 의회마저 그런 인식을 공유한다고 한들 미국으로서는 우선 이 황제의 생떼를 들어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아시아 시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이유로 하와이마저 포기한 와중에 그깟 악취미에 어울려주는 게 대수겠는가.
아마 의회에 넘어간다면, 적당히 황제에게 주는 개인적인 뇌물인 셈 치자-라는 결론이 나올 공산이 컸다. 일선 공무원들의 부정축재에 대해서는 한탄해도, 황제나 왕처럼 정말 고귀한 이들의 부정축재에 대해서는 어지간하면 덮고서 넘어가는 시대였으니까.
"비록 조금 빙빙 돌기는 했으나, 그래도 양국이 상호 만족할 합의에 도달한 것 같아 기쁘구려."
이형이 먼저 악수를 하였다. 그간 무수히 주고받았던 악수였지만, 이것만큼은 조금 특별했다. 양국이 서로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그 요구사항이 충분히 수용 가능한 것임을 확인한 다음, 마침내 모두가 만족스러울 합의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악수였으니까.
"저 또한 폐하께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기쁩니다."
그랜트는 빙긋 웃으며 이형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새로운 시대의 한 장을 장식할 장면이었다.
단순한 거래 상대로서가 아닌, 공존과 번영을 약속한 우호국으로서 한미 양국의 관계가 재편되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그 무렵.
"댐, 입니까."
"예. 장차 우리 한국에서는 이 소양강에 철근 콘크리트로 세워진 댐을 세우고자 합니다."
이형과 그랜트가 범아주 조약기구 본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무렵 한양에 새롭게 개업한 영국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파티장에서는 또 다른 사업이 막 물꼬를 트려고 하고 있었다. 귀빈들을 응대한 건 총리대신 김윤식이었고, 자리에 초대된 귀빈은 카네기와 에디슨, 그리고 프로이센 왕국의 건축감독관 쾨넨.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물론 이 자리에 그들만 모여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접갭파티를 설계하고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운영하고 있는 건 황후였고, 구석구석에서는 이들만큼 커다란 사업은 아니더라도 월가를 비롯한 미국 재계 각지에서 온 교섭가들이 한국의 경제관료들과 앞으로의 사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 미국인 사업가들에게 있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이란 그야말로 어서 와서 돈을 쓸어 담아 달라며 애원하고 있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덕분이었다. 배수관, 전선, 철도, 통신 등 앞으로도 새롭게 도입해야 할 설비는 끝이 없었고, 그들은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공사를 해주는 대신 한국인 노동자들만을 고용하여 그 사업을 완성시켰다.
이를 위해 아예 한국에 따로 자회사를 두어 그들로 하여금 공사를 대신하게 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리고 이 자회사 중에는, 드물게도 본사의 기술만을 쪽 빼내고서 독립하여 한국계 건설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당연히 이럴 경우 모회사의 공격을 한몸에 받게 되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조정과 연줄이 닿아있는 경우가 많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저작권의 존중은 당장의 산업화에 급급했던 이 무렵의 한국에서는 머나먼 이야기였던 까닭이다.
"댐이라. 그거야 폐하께서 의지를 보이신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겠습니다만···."
자리에 모인 세 사람 중 김윤식의 설명을 듣고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네기였다. 그는 에디슨을 못내 내키지 않는 눈초리로 노려다 보았다. 댐공사라면 시멘트와 나의 철근이 활약할 장소일 텐데, 왜 이 특허 도둑이 이 자리에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라는 속뜻이 숨어있는 시선이었다.
그에 에디슨은 히죽 웃으면서 답했다.
"그거야 물론, 이번에 새롭게 세워질 소양강 댐에 수력발전시설을 도입하기 위해서지요."
"수력발전이라···?"
"아니, 이럴 수가. 설마하니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지난해 우리 미합중국 미시간주에서 수력발전실험이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지요. 이제부터는 저 강물이,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는 저 거센 파도와 폭풍마저 우리 인류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활용할 날이 올 것입니다."
에디슨은 신이 나서는 떠들어댔다. 카네기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꼴을 보니 어떻게든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절로 말이 빨라진 에디슨이었다. 이 무렵 카네기의 주요활동지는 아시아와 미 서부였고, 수력발전실험이 이루어진 미시간주는 동북부에 위치한 주였기에 미처 카네기에게까지 실험의 결과가 전달되지 못한 것이었다.
카네기는 뒤늦게 자신이 당했다는 걸 깨닫고서 잔뜩 인상을 지었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라는 걸 깨닫고서 혀를 찼다. 그는 모르고, 에디슨이 아는 부분이 있다면 결국 이 자리에서 더 유리한 건 에디슨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어, 카네기 또한 한마디 쏘아붙였다.
"과연, 그렇군요. 요즈음 로키산맥 동쪽의 일에 대해서는 영 소식이 닿지를 않다 보니 미처 몰랐습니다. 또 하나의 세계 최초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우리 합중국에서 가져가게 되다니, 감개무량한 일이로군요. 그렇다면 이 자리에 에디슨 씨께서 참여하셨다는 건 물론, 그 수력발전 기술은 에디슨 씨께서 발명하신 거겠지요? 역시 훌륭하십니다.
과연 발명왕. 당신이야말로 우리 합중국의 자랑이라고 불릴 법합니다. 허허허!"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그게 만일 자신이 개발한 발명품이었다면, 이미 진즉에 자신이 그걸 발명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또 어떤 천운과 노력이 함께했기에 그러한 영광스러운 승리를 취할 수 있었는지를 나불거리고 있을 에디슨이었다. 그런 에디슨이 자화자찬을 하는 대신 조국 미국의 영광을 이야기했다면, 그건 한마디로 자기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였다는 것.
그런데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까. 그 수법이야 뻔한 것이다. 미국의 자랑, 위대한 지성 발명왕 에디슨, 혹은 악덕 사업가 특허 도둑 에디슨. 언론에서 나불거리는 대로 믿고 마는 대중이라면 모를까, 미국의 재계에 한쪽 발만이라도 걸치고 있다면 그 악명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카네기는, 네가 무슨 수를 썼는지 훤히 알겠다는 듯한 얼굴로 연신 이죽거렸다. 그 또한, 에디슨의 수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수한 미국인 사업가 중 한 사람이었으므로.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조금 과장된 명성일 뿐이지요."
에디슨은 울컥하면서도, 차마 뭐라 더 반박하지는 못하고서 겸손을 떨며 말을 마무리 지었다. 어차피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수력발전 공사였던 만큼, 구태여 그가 이 자리에서 카네기와 감정싸움을 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튼 이 자리의 승리자는 에디슨이었으니까.
속사정이야 어떻건, 겉모양새로만 봐서는 영락없이 먼저 꼬리를 만 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을 뿐.
"사실, 꽤 모험적인 공사이기도 합니다. 이 소양강댐 공사에 동원될 철근 콘크리트 공법도, 수력발전 시설도, 어느 쪽도 아직 이런 대규모 댐 공사에 동원될 만큼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기술들입니다. 만일 성공만 한다면, 이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저희 모두 역사에 남게 되겠지요."
"마땅히 공덕비를 세워 그 공을 두고두고 후세에 기려야겠지요. 본디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 가장 으뜸가는 공덕은 바로 치수라 하였습니다. 비록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시지는 못하였으나, 우리 대한의 황제 폐하께서 이번 사업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십시오."
"그야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결코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한편, 한가로이 감정싸움이나 하는 사업가 두 사람과 달린 프로이센 왕국에서 파견된 건축감독관 쾨넨은 한층 비장한 모습이었다. 이번 방미를 전후로 하여 해당 사업의 존재를 듣게 된 두 명과 달리,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 반년 넘게 소양강댐이 세워질 일대를 프로이센에서 함께 파견된 기술자들과 측량하고 다녔으니만큼 상대적으로 그 관심도 책임감도 더 클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절실했던 건, 이 소양강댐 공사야말로 아시아에 프로이센의 기술력을 과시할 둘도 없는 기회였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어떻게든 공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따로 추가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추가로 측량을 시행하기도 하였고, 함께 파견된 건축가들과 이마를 맞대며 벌써 10번 넘게 설계를 갈아엎기도 했다.
에디슨과 카네기에게 있어서 이 소양강댐 공사가 고작 해봐야 돈벌이였다면, 쾨넨에게 있어서 이번 공사는 장차 조국 프로이센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하여 국왕 프리드리히 3세에게 직접 반드시 성공시키라며 언질까지 받아온, 그야말로 목숨 바쳐 성공하게 해야 할 평생의 과업이었다.
"다만, 수력발전시설이야 언제건 교체하면 그만이라지만 아무래도 댐의 내구력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장차 이 소양강댐을 식수원으로 사용하실 거라고 하시니, 어쩌면 댐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서 무너져 내릴지도···."
그리고 그렇기에 쾨넨은 솔직하게 이번 공사의 난점을 털어놓았다. 바로, 그들로서도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형공사였다는 점이었다.
아직 선례가 없다 보니, 이론상으로는 이게 괜찮다고 결론이 나왔더라도 이 엄청난 양의 시멘트와 철근을 퍼부어 완성된 댐이 과연 실제로는 어느 정도 수준의 내구력과 효용성을 가질 것인가-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윤식은 쾨넨에게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폐하께서 따로 제게 언질을 주셨습니다."
"오오, 어떤···?"
"간단합니다.
―영 불안하다면, 공사에 동원할 석회와 철강을 두 배로 더 써도 좋다고 교시하셨습니다."
그 대답에, 다른 누구보다 카네기가 먼저 헤벌쭉 웃었음은 물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