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16화 (316/530)

< 인류 최초 >

그리고 당연하게도 갑작스러운 코흐의 결정은 크나큰 혼란과 동요를 일으켰다.

"아니 도대체 왜?"

"폐하께서도 마침내 뜻을 물려주셨지 않는가? 자네를 위하여 우리가 모두 얼마나 목청을 높였는지 모를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어째서···!"

이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국왕이 직접 주도하고, 융커를 위시한 의회에서 허락한 사안을 프로이센 학계의 투쟁을 통해 간신히 구명 받은 것이 이 무렵의 코흐였다.

그들 상당수가 그들의 연구를 후원하던 융커들과 왕실의 지원을 받지 못하여 학계에서 매장당할 각오를 하고서 어떻게든 막으려 했던 것인 만큼, 끝까지 자신들과 함께해주는 듯하던 코흐가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 번복하였을 때의 배신감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황제가 그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서 단숨에 태도를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다음에는 그들의 실망감은 그야말로 극한까지 치달았다.

만일 그가 베를린을 버리고서 한국을 택했다면, 그건 필연적으로 과학적 성과나 더 나은 연구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신의 쾌락과 부귀영화 때문일 거라고 제멋대로 확신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한국의 황제가 무엇을 그대에게 주겠다고 하여 이러는가? 돈인가? 여자인가? 작위인가? 그도 아니면 도대체 왜!"

"그대에게는 진심으로 실망했네, 코흐 박사. 나는 그대가 이것보다는 올곧고, 학자로서 뚜렷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청년이라고 생각했어!"

그들 중 몇몇은 끝까지 코흐의 의견을 존중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알려고 하였으나, 대다수는 그런 코흐에게 실망하여 돌아섰다. 비단 학계만이 아니라 베를린의 시민이나 프로이센 바깥의 독일인들 또한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독일민족의 긍지이자 자부심이었던 코흐가 저런 단지 돈이 조금 많을 뿐 미개하고 뒤처진 나라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돌연 내렸다는 사실 그 자체를 믿기 어려워했다.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기로, 프로이센- 더 나아가 독일과 비교하여 한국과 아시아는 앞서는 구석이라고는 쓸데없이 사람이 많은 것 하나밖에 없는 벽촌이었다.

당연히 많은 시민은 코흐를 말리고자 하였고, 언론사들은 하루가 멀다고 코흐의 심경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을까 기대하며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또 몇몇은 그의 집 앞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이제라도 좋으니 뜻을 바꿀 생각은 없냐며 묻기도 하였다.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가봐야겠소. 가서, 이 내용이 사실인지. 반드시 그 실상을 확인해야만 하오."

그런데도 코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미 그는 아직 실험대상을 두 눈으로 정확하게 확인해보기도 전에 오로지 그가 받았던 논문을 토대로 하여 이 기적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었다.

적어도 실험보고서에 따르자면, 그 살균능력에는 어떠한 의문도 없었다. 푸른곰팡이는 세균의 세포벽을 붕괴시켜 세균들이 그 내장을 통하며 죽게 했으며, 당연히 이러한 효능은 세포벽을 가지지 않은 인간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 한다.

요컨대, 그전까지 존재한 바 없는 전무후무한 인체에 안전하며 오로지 세균들에게만 작용하는 항생제다. 아니, 엄밀하게는 항생제라는 개념 자체가 이 발견을 통하여 처음으로 제시된 수준이다. 이제 막 질병의 원흉이 저 자그마한 세균들이었다고 알게 된 인류에게, 느닷없이 그 세균들은 이렇게 하면 퇴치할 수 있다.-라며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여준 수준이다.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 코흐는 그걸 신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막 세균을 발견하여 만병의 근원이 세균이라고 알게 된 갓난아이와도 같던 인류에게, 그 세균을 퇴치할 방법까지 전해줄 상냥한 존재가 있다면 그는 곧 전지전능한 창조주 이외에 있을 수 없다고 코흐는 믿었다.

"라파엘이 내게 길을 보여주셨소. 이것이 어찌 주님의 신탁이 아닐 수 있으리오? 나는 가야만 하오. 어쩌면 나는 속고 있을지도 모르오. 어쩌면 이것은 아시아 연구진들의 미흡함 탓에 잘못 계측된 실험적 오류일지도 모르오. 그렇지만 만에 하나, 천에 하나라도 이것이 진실한 발견이라면- 나는 이것이 하늘에서 내게 점지해준 운명이라고 확신하오.

만일, 이 발견이 사실이라면, 우리 인류는 앞으로 1세기 내에 이 지구에 모든 질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오. 내 장담하리다."

그렇기에 코흐는 무수한 반대에 직면하면서까지 그 길을 택했다. 그의 정신은 이미 푸른곰팡이에 매료된 지 오래였다. 그는 이미 이것이 인류사를 뒤바꿀 세기의 발견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오로지 세포벽만을 파괴하는 항생물질을 자연 분비하는 푸른곰팡이. 그 용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병든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든 동물들에게 사용할 수도 있다. 그뿐일까. 만일 대량생산만 가능하다면, 병든 인간이나 동물을 치유하는 걸 넘어 세균들이 득시글거리는 오염된 지역을 소독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당연히 상처를 통하여 침입한 세균들을 죽일 수도 있을 테고, 그렇게 되면 당장에 산욕열 탓에 헛되이 목숨을 잃는 임산부들이나 전쟁터에서 상처가 곪아 죽어가는 병사들도 구할 수 있다. 추출하기만 한다면. 대량생산하는 데만 성공한다면. 그는 장차 수억- 어쩌면 그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

"항생물질이라고? 그 푸른곰팡이에서 말인가? 곰팡이가 우리 인류를 구제할 거라니, 맙소사. 자네, 대낮부터 술이라도 마신 건가? 아니면, 열이라도 있는 건가? 병원에 한번 가보는 건 어떤가?"

"맙소사. 만병통치약이라니. 그게 지금 세균학자라는 작자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자네는 자신을 먼 옛날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 즈음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히포크라테스시여 맙소사! 난 자네를 이런 미신 따위에게 홀릴 멍청이가 되도록 가르친 적이 없어! 당장 내 앞에서 사라지게!"

그러나 이런 코흐의 열정에도, 여전히 그 진가를 알아차리는 인물들은 적었다. 코흐가 직접 한국에서 온 실험결과라며 푸른곰팡이의 살균능력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였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대다수는 우선 아시아의 낙후된 순수과학을 지적했고, 둘째로 질적으로 크게 뒤떨어지는 연구인력을 지적했으며 마지막으로 그런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얼마나 믿을만한 실험결과가 나왔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독일 학계는 코흐의 설득에도 아시아에서 건너온 이 논문에 대하여 '믿을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코흐의 아시아행에도 여전히 의문의 시선을 던졌다. 그나마 '믿을 수 없다.'라고 평한 정도면 양반이고, 아예 '아시아 과학계에서 유의미한 과학적 발견은 나올 수 없다.'라고 까지 평하는 인물들도 많았다.

결국, 코흐는 고립되었다. 이 무렵 세균학계에서 그는 흡사 영구기관을 연구하는 괴짜들을 바라보는 물리학도들의 시선과 똑 닮은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그만큼 항생물질의 발견도, 항생제의 가능성도 허황하게만 느껴지던 것이다.

"도대체 그 한국의 황제라는 작자가 뭐라고 설득했길래···."

"푸른곰팡이라니. 허, 자네까지 그 황제의 기벽에 맞춰줄 생각인 건가? 그만두게. 대관절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수백 수천 개의 멜론을 썩혀 곰팡이를 배양할 뿐인 작업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가?"

"자네는 그런 쓸모없는 연구에 쓰기에는 너무나 귀중한 인재야. 만일 자네가 이렇게 떠나간다면 인류는 장차 커다란 진보를 이룩할 기회를 잃게 되고 말걸세. 부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줄 수 없겠나?"

그의 지인들과 제자들은 한입을 모아 그의 정신상태를 걱정했으며, 코흐가 지나치게 연구에 몰두한 끝에 미쳐버린 건 아닐까에 대해 의심했다.

그나마 프랑스 학계의 저명한 세균학자였던 파스퇴르가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굉장할 것이다」라며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준 것이 이 무렵 코흐가 받을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호의적인 반응일 지경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포기하거나 꺾였을 수도 모르겠으나, 코흐는 더더욱 오기를 부렸다.

"좋소. 그렇다면 나는 가겠소. 여기에서 이렇게 그대들과 입씨름하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내가 직접 가서 이 두 눈으로 확인하리다! 그리하여 내 증명하겠소. 나는 결코 사기꾼도,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은 멍청이도 아니라는 걸 말이오! 두고 보시오. 모두 후회하게 되리다!"

그리하여, 코흐는 그를 따라온 조수 한 사람만을 데리고서 베를린 국립 위생원에마저 사표를 낸 채로 한국으로 떠났다. 그를 끝까지 만류하던 아내와 자식들마저 베를린에 남겨두고서 말이다.

이를 두고서 유럽인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다. 혹은,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학자가 지녀야 할 양심을 내다 판 학계의 수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멸과 비난이 찬양과 탄성으로 바뀌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코흐가 처음 한국으로 오게 된 날.

"코흐 박사!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진정으로 영광이오. 내 그대가 우리 한국에 방한한다고 들었을 때는 너무나 놀라 온종일 잠을 잘 수가 없었소!"

코흐는 그를 만나기 위하여 부두까지 마중을 나온 한국의 황제와 만나 악수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황제는 어찌나 기뻤는지 체통이라고는 저 구석 한쪽에 내다 버린 채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하지만 이 무렵까지만 해도 코흐는 한국의 황제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 푸른곰팡이 연구가 황제가 명하여 시작된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곰팡이를 기르는 걸 좋아하는 황제의 기벽 탓이라는 소문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야말로 더더욱 영광입니다. 로베르트 코흐 박사라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간 한국에서 머무르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때까지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반평생을 연구실에서 살아온 탓에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하여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모쪼록, 어여쁘게 봐주시기를."

그렇기에 코흐는 이번 연구가 황제의 기벽에 시달리던 아시아의 학자들이 우연한 계기로 발견한 세기의 발견일 거라고 여겼고,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려 했다.

황제는 그저 연구에 방해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첫 만남에서 부서져야만 했다.

"그런 말 마시오. 내 그대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는 하시오? 연구자들은 아직 미숙하기만 하고, 기술고문단은 맡은 바 일은 똑바로 하나 열의를 보여주지를 않으니 원···. 내 그대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과연 10년 안에 쥐에게나 투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소."

"저기, 투여···라고 하심은?"

"물론 페니실린- 아 그렇군. 아직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가. 그,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항생물질 말이오. 짐은 임시로 그것을 페니실린이라고 부르고 있소. 원한다면, 내 기꺼이 그대에게 이름을 지을 권한을 양도하리다."

우선 이것이 첫 번째 충격이었다. 푸른곰팡이를 기르는 변태적인 기벽이 있다는 소문이 돌던 황제는,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항생물질에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름까지 붙여가면서까지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것이다.

이는 이번 발견이 단지 아시아 연구진들의 우연한 발견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했다. 아니, 설령 우연한 발견이 맞더라도 최소한 이 우연한 발견의 의미를 황제가 알아채고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황제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하여 무수한 재화를 푸른곰팡이에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황제는, 이 연구에 어떠한 가치를 발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치를 발견했기에, 국익을 위하여 푸른곰팡이를 연구하는 데에 투자한다는 결단을 내렸던 것이고 말이다.

"황송하오나, 아직 소인은 이번 연구에 어떠한 성취도 보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감히 이름을 짓는다면, 아시아의 학자들이 크게 비탄하지는 않을는지요."

"···흐음, 그렇겠군. 우선 그럼 이 이야기는 없던 거로 해둡시다. 그보다 그대에게는 이 페니실린의 추출과 대량양산을 부탁하고 싶소. 이 녀석이 워낙에 배양하는데 번거로워서 말이오. 잘 자라지도 않고 공기를 마시지 못하면 금세 죽어버리니 원···."

이것이 두 번째 충격. 푸른곰팡이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 라면야 이미 진즉 알고 있었다. 한국의 황제가 그에게 보내었던 논문에 이미 충분히 실려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연구일지는 그야말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황명에 따르기 위한 아시아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되어있던 것이라, 코흐 또한 이를 인상 깊게 읽고는 했다.

그리고 이를 황제가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다름 아닌 황제야말로 저 푸른곰팡이를 의도적으로 배양하고자 했던 최초의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푸른곰팡이에 애착이 있다면, 저 정보를 아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놀라운 건- 다름 아닌 코흐 자신이 처음으로 생각해냈으며, 제창하였을 거로 생각하고 있던 항생제라는 개념을 다름 아닌 한국의 황제 또한 알고 있었다는 점. 그건 다시 말해, 황제가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하였던 항생물질의 가능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는 이 푸른곰팡이를 더욱 빠르게, 많이 배양할 방법을 생각해내면 되는 것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소. 그, 뭐라고 했더라? 크리소게눔? 아무튼, 우리 쪽 연구진에서 미리 발견해둔 푸른곰팡이가 있는데, 요 녀석이 그나마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었소. 우선은 이 폐쇄된 통에 산소를 주입하면 대량 배양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알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이미 대량배양에는 성공하셨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어휴, 말도 마시오. 이놈들이 뭘 잘못 알아들었는지 좌우지간 곰팡이만 많이 피게 해본답시고 뭐 똥물을 가져다 붓지를 않나 목욕물을 가득 채워놓지를 않나. 다 틀렸다고 호통을 치니까 그제야 톱밥에 설탕에 엿에 과즙에 하여간 이 아시아 땅에서 구할 수 있는 건 다 가져다가 실험한 끝에 간신히 배양액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가 나오기는 했소.

탱크라면 또 카네기 그 작자에게 부탁하여 어떻게든 미국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걸 공수해왔고 말이오. 하여간에, 지금 푸른곰팡이가 득시글거리는 탱크만 지금 100개 가까이 저-기 과천 땅에 채워놨소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충격은 이것. 그가 한국까지 오는 동안에, 이미 배양하는 데까지는 문제없이 성공했다는 것.

사실, 놀랄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배편이 오가는 데만 1년. 거기에 코흐가 독일 학계와 멱살을 붙들고 싸우느라 질질 끌었던 시간이 있고, 한국에서 코흐를 초빙하기 위하여 논문을 전달하였을 때 이미 한국에서는 인상 깊은 생장 속도를 보인 푸른곰팡이 다섯 종을 특수 분류하여 그것을 이용한 심화적인 실험에 진입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과학과 기술발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나 예산과 후원자의 존재다. 결국 과학자들 또한 자본주의 경제에 종속된 인물들인 이상, 돈이 없으면 생계가 유지되지 않고 적절한 후원자가 없으면 모험적인 연구를 시작할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의 학자들은 이번 연구에 한해서는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 다름 아닌 황제가 몸소 관심을 보여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개중에는 당연하게도 예산과 단순 노동 인력, 연구인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요컨대, 그야말로 대륙 하나의 연구자원을 연구진 하나가 통째로 가져다 쓴다는 사치가 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코흐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런 코흐를 빤히 바라보며, 황제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 페니실린을 추출하여 약제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소. 우린 단지 저걸 배양하기만 했을 뿐, 저걸 어찌 활용할 방법이 없어 마침 곤란해하고 있던 참이라오."

대륙 하나의 연구자원을 모조리 투입할 수 있었다는 것과 그 연구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건 별개였다.

코흐는 기쁘게 황제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는 그리 오래지 않아 인류 최초의 항생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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