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의 맹상군 >
그리하여, 다시 시곗바늘을 정 위치로 돌려-1890년.
"그간 격조하여서 송구합니다. 지난 3년간 평안 무탈하셨습니까."
"전하께서 그리 마음을 써주시니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국본께서 이리도 마음 씀씀이가 넓으시니, 참으로 우리 대한국의 앞날이 밝습니다. 허허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이하응은 한국에서 찾아온 그의 손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본래도 미연방 정부의 배려를 받은 덕분에 제법 규모가 있었지만, 이 무렵 이하응의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니라 대성당이라 불러도 될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철근 콘크리트와 벽돌로 쌓은 5층 교회를 어느 누가 대성당으로 불러주겠느냐마는 말이다. 안 그래도 주 정부에서 공사를 지원해줄 테니 하다못해 대리석으로 치장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이하응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장엄한 건축물로 권세를 보이는 것이었지, 그의 자산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부단한 노력은 충분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교회부지만 1,000평을 넘어가고 위로는 47m에 달하는 뾰족한 첨탑을 세운 교회를 보고서 그의 권세를 의심할 이는 누구도 없으리라.
그 증거로서, 이번이 벌써 3차례의 방문이지만 태자 이원철은 이하응의 교회에 내심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이 교회지 돌로 지은 궁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는 이 미주땅의 아시아인들을 다스리는 왕이나 다름없었다.
이하응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이 미주땅에 찾아오시지 않는 동안 혼례를 치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축하합니다, 전하. 혼인생활은 즐거우십니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 팔자에 역마살이라도 낀 것인지, 매일 같이 천하를 유람하고 있으니 세자빈과 함께 지낼 날이 어디 있어야지요. 뜻하지 않게 독수공방을 시켜 그저 부인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세자빈도 애신각라의 공주일진대, 부군의 역마살 즈음은 충분히 감내하지 않겠습니까. 정 부인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이번에 미주에 오신 김에 한가지 선물을 마련해가시는 건 어떠신지요?"
"선물이라. 과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혹, 좋은 오르골을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르골이라. 세자빈께서 서역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모양이시로군요. 알겠습니다. 내 졸개들에게 미리 말을 해두지요."
가벼운 잡담을 나누며, 두 사람을 환히 웃었다. 위선으로 얼룩진 정치적인 미소가 아닌, 순수하게 오랜만에 마주하는 가족을 향한 반가움의 미소였다.
이하응이 억지로라도 한국에 돌아오려고 하였을 적이면 모를까, 미국에 뿌리내려 공고히 자리를 잡은 이상 구태여 서로 얼굴을 붉힐 일도 없었던 것이다.
이하응은 태자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며 물었다.
"이번에는 며칠간 이 캘리포니아에 머무시게 되려는 지요?"
"이번에는 석 달간은 이 미주땅에서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그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의 고관들과 안면을 트고 장차 4년 후에 열릴 만국박람회에 참고될 수 있도록 견문을 쌓고 오시라 하였습니다."
"허, 만국박람회라. 벌써 세월이 그리되었습니까."
이원철의 대답에 이하응은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망나니가 길길이 날뛰며 궁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벌써 즉위 26년 차에 머지않아 30년을 맞이한다고 한다. 정말로 강산이 바뀌어도 3번은 바뀔 시간이 흐르고 있던 것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하응은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야말로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죽을 것 같던 황제였다. 허구한 날 술이나 들이키지를 않나, 노서아와 싸울 적에는 직접 말을 몰고서 돌격한 건 둘째치고서라도 뽕에 손을 댔고, 그런 주제에 황후가 먼저 밀어 넘어뜨리기 전에는 여체에 손 한번 대지 않던 숙맥 같은 망나니가 바로 그 무렵의 황제였다.
그런 황제도, 이제는 서류에 파묻혀 산다고 들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제가 자처한 일 탓에 말이다. 온 나라의 백성이 얼마나 벌고 사는지를 조사하라고 하였던가. 도대체 무슨 작정으로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을 벌였는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 이상으로 통쾌해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듯했다.
이제야 좀 그 시절 이하응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테니 어디 상판이나 한번 보러 가고 싶었다. 지루해 죽겠다는 얼굴로 그 좋아하는 승마도 못하고서 처소에서 서류나 펄럭거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내심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그날로 푸르죽죽 죽어가는 상판 앞에서 말을 타며 약을 올리고 싶었다.
"황상께서 이 늙은이가 없으셔도 우리 대한을 잘 이끌어가고 계신 듯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었지만 말이다. 그것도 이하응 자신의 자업자득 탓이었다. 하지만 이하응은 그리 마음에 두지 않았다. 아시아를 영구히 떠나는 조건으로 이 땅에 정착하여 그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이상, 섭섭해할 일도 아니었다.
다만 이하응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비록 그가 바랬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나, 오늘날 천하는 바야흐로 전주 이씨의 천하였다. 그걸 알고 있기에, 이하응은 더는 한국에 자신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마냥 즐거웠다.
비록 그의 못난 아들들은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아도 손자만은 뺀 질 나게 얼굴을 비추어주니, 이만하면 성공한 노년생활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이하응의 자평이었다.
"···술만 조금 줄여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그것만은 이 늙은이로서도 도저히 손쓸 도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하응은 포기하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태자도 그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철이 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심심하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하교) 따위로 실록을 빼곡히 채우는 황제였다.
그나마 한창 혈기 넘치던 때와는 달리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는 시늉이라도 하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했다. 실제로, 귀여운 막내 공주들이 달달 볶으니 그 좋아하던 술도 요즈음에는 절반으로 줄인 황제였다. 그 절반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많았지만 말이다.
"가배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차로 하시겠습니까?"
"가배로 부탁하겠습니다. 요근래 우리 상선들의 말라카 해협 통과와 관련하여 영길 =리 인들을 만날 일이 많다 보니, 차는 이제 신물이 나는 듯합니다."
"허허허. 영길리인들 이야, 속된 말로 차로 끼니를 때운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전하께서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한데, 거래를 어떻게 잘 풀렸습니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슬슬 파사국의 정세가 양길리에 유리하게 기울다 보니,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모양입니다. 적잖이 눈치를 주더군요. 동맹이라던 불란서도 요즈음에는 잘 도움을 베풀려 하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무언가 단단히 밉보인 모양입니다."
"다 서역의 소인배들이 그릇이 작아서 그런 것입니다.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미리견에 오신 이상, 마음 편히 머물다 가십시오."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태자의 모습에, 이하응은 빙긋 웃으며 그들의 뒤에 소리 없이 조용히 서 있던 집사에게 은근히 눈치를 주었다. 태자가 마실 커피를 타오라는 암시였다. 누가 봐도 명백히 조선인이 아님에도, 집사는 아무 말 없이 꾸벅 이하응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고서는 자리를 떴다.
그 모습에 적잖이 놀란 듯 태자는 물었다.
"허, 척 보기에 우리 아주땅의 백성은 아닌 듯싶은데···. 우리 조선말을 할 줄 알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허허허,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단지 알아듣기만 할 뿐, 말하거나 읽거나 하는 것은 잘하지 못합니다. 듣고서 눈치로 짐작하는 것이지요."
"그 또한 아주 대단하지 않습니까. 한데, 저자는 가무잡잡하기는 하나 보기에 비중의 토인이 아닌 듯싶은데···. 어느 땅에서 온 인종인지요?"
"이 미주땅에서 줄곧 살아온 미주 원주민이라 하였습니다."
"원주민이라···?"
태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게 있었느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는 이하응에게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간 한국에서는 백성이 미국에 호의적인 인상을 품게 하려고 고의적으로 미국의 개척사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엄밀하게는 논하지 않는다는 가벼운 표현보다는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미국에서 신문이 들어오더라도 원주민들과의 전쟁이나 보호구역 등이 언급된 부분은 수입사의 광고 등을 덧씌우던 것이 이 무렵의 한국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이 또한 지식인들이나 미국에 가족이 있는 이들에게나 해당하였을 뿐 대다수 한국인들은 미대륙 개척사는커녕 미대륙에 원주민이 존재하였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국에 주재하고 있던 미국 공사관의 요청을 받은 한국 내 친미파 세력의 고의적인 공작이었다. 범 아주 조약기구의 이념적 기둥인 대륙주의와 민족자결주의를 논하자면 미국의 치부를 공격할 수밖에 없으니, 그럴 일이 없도록 아예 모른 척 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하응은 이러한 공작활동에 긍정적이었다. 아닌 말로, 한국이 구태여 미주 원주민들의 이권을 보호할 이유는 없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하물며 원주민들은 아시아의 백성조차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이하응은 이러한 공작활동을 일부 돕기도 하였다.
"예. 보호구역을 몰래 탈출하였던 것을, 우리 백성이 발견하여 제게 보내 제가 거두어 기르고 있습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인연이지요."
하지만 그게 이하응이 구태여 저들을 차별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하여 이하응은 담담하게 사실 그대로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고초를 겪어야 했는지 따위를 구태여 논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를 따르는 황인들이 왕이라 부르는 것만 듣고서 이 미리 견의 왕인 줄 착각하고서 인질로 잡으려 달려들었다거나, 오해가 풀린 이후에도 함부로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야기는 말이다.
이하응은 그의 사업 탓에 한 사람이라도 많은 주먹패가 필요했고, 원주민-고야슬레는 숨을 장소가 필요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였기에 부리고 부림을 당하고 있는 것일 뿐, 그 이상의 관계도 그 이하의 관계도 아니었다.
태자는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몸종이라는 말씀이시군요. "
"보다 정확히는, 호위무사입니다. 이전에도 호위무사로 쓰고자 대여섯은 거두었었는데, 이제는 모두 죽고서 저놈만 남았지요. 참으로 충직한 이들이었습니다."
이하응은 구태여 그들이 미연방 정부에 추격을 받고 있었던 수배범들이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저 고야슬레라는 원주민이 미리견인들에게는 제로니모라 불리는 전사였고, 그의 부족 원들이 이하응의 교회에 망명 중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사실, 이하응의 교회가 계속하여 거대해지는 건 이런 이유도 있었다. 숨어야만 하는 식객들이 수십 명씩 얹혀살다 보니, 1,000평이 넘는 교회부지로도 부족하던 것이다. 그나마 아주인들과 피가 섞여 외모가 황인종과 홍인종의 중간 즈음이 된 이들은 교회 바깥에 나가도 황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 있으면 문제 될게 없었으니, 순수 홍인종은 어떻게 해도 눈에 띄었다.
그러니 백인 기술자가 끼어들 대리석은 피하고서 황인들만으로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한 철근 콘크리트와 벽돌을 고집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모두 자신을 미주의 맹상군이라 자부하던 이하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호위무사라니···아직도 검계들을 부리고 계신 겁니까?"
태자는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황제의 친부라는 인물이 사병이나 다를 바 없는 검계들을 부리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데 그야 달가울 리가 없었다. 요근래 황궁에 틀어박혀 서류를 붙들고 씨름하는 황제를 대신하여 어려서부터 각국을 돌아다니며 특사로 활동하고 있던 황태자에게는 괜히 이하응의 '사업'이 외교적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내심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하응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태자가 망나니 황제 밑에서 자란 것 치고서는 바르게 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망나니 황제라면 개중에서 누가 제일 강하느냐, 한번 싸움을 붙여보는 건 어떻겠냐 따위나 물었을 텐데, 태자는 그래도 검계를 부리는 것 자체를 문제시 삼으니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이래야 비로소 우리 대조선국의 국본이 아니겠는가.'
그저 상식적일 뿐이겠지만, 이하응은 미약한 감동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황실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는 듯했다.
혹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 멀리 북녘땅에서 말과 함께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은 황제가 살아있는 이상 완전히 돌아오기는 아직 요원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허허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사업도 어언 15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선이 어디에 있는지 즈음은 이제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혹 이 늙은이의 행실이 대한의 앞날을 가로막지는 않을까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말씀은 이 미주의 경관들과 다투신 적도 계시다는 것입니까?"
태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하응은 답하지 않고서 다만 빙긋이 웃었을 따름이었다. 그야 없을 리가 없다. 황인들을 얕보고서 함부로 패싸움을 건다거나,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봉급을 떼간다든가, 사기를 친다든가 하였을 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무력이었다.
자고로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고 칼보다도 총이 흔한 땅이었다. 하여 검계라는 호칭이 부적절하다며 총계라 고치자는 의견도 소수나마 있었다. 대부분은 우스갯소리였지만 말이다.
이하응이 계속 침묵을 지키자, 태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직접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 침묵은 사실상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태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혹, 조금 전 원주민과 관련된 일이셨습니까?"
"물론 그랬지요."
"···어떤 일이었습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저 보안관이 제 교회를 찾아왔고,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지요. 그것뿐입니다."
"정말로 그렇습니까?"
못 믿겠다는 반응이었다.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봤을 때, 이하응과 그를 따르는 검계들이 보안관을 그냥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다는 건 말이 되지를 않았다.
이하응은 히죽 웃었다. 장난기가 용솟음치는 듯하였다. 비록 황제는 이제 만날 수 없게 되었으니 골탕먹일 수 없지만, 이 태자는 제법 놀릴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이하응은 잠시 어디까지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이 늙은이도 이제 일흔이 되었는데 무슨 힘이 있어서 한창 팔팔한 보안관을 해하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단지 말귀가 어두우신지 몇 번을 말씀을 드려도 잘 듣지 못하시는 듯싶어, 제 졸개들을 시켜 보안관 나리께서 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실 수 있도록 도왔을 따름이지요.
목 아래를 흙에 파묻고 나니 비로소 이 늙은이를 올려다보시며 제 말에 귀 기울여 주시더군요. 그 이후로 교회에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으니,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신 듯하여 참으로 다행입니다."
"···."
태자는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이하응을 쳐다보았다.
그 낯짝이 꼭 한창때의 황제를 바라보던 저와 똑 닮아, 이하응은 한참을 껄껄거리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