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32화 (332/530)

< 망나니 황자 >

대한제국 도읍 한양.

"개 같군."

모두가 잠든 이슥한 밤.

대한제국 제2 황자, 의친왕(義親王) 이강은 방바닥에 주저앉아 차마 존귀한 핏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저속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물론, 황제부터가 이런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대한제국에서는 제 얼굴에 침 뱉기일 테지 만 말이다.

그의 행색은 얼핏 보아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눈 밑에는 깊게 눈그늘이 지어있었으며 평소에는 꽁꽁 싸매고 다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살갗은 온통 채찍 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안에는, 피로 물든 가죽 채찍이 쥐어져 있었다.

비록 장남인 이원철이 그 입지를 확고히 굳혀가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차남으로서 이 대한제국에서 둘째로 보위에 가까운 인물이 어째서 이런 행색을 하고 있는가 하면 대답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명색이 대한의 황자라는 자가 서학에 빠져들어 제 몸을 채찍질하며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간다면 단번에 나라가 발칵 뒤집힐 테니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나지막이 한탄한 이강은 그의 머리맡에 조심스레 올려져 있던 십자가를 노려다 보았다. 듣기로는 프랑스의 장인이 축복받은 은으로 만든 것이라던가 뭐라던가. 처음 베르뇌 추기경에게서 그것을 몰래 선물 받았을 적만 해도 그야말로 날듯이 기뻤었건만, 이제 그는 더는 이 은 십자가에서 어떠한 특별함도 느낄 수 없었다.

그곳에 그의 신은 없었다. 다만 은으로 만든 십자가가 있었을 따름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도해도 소용이 없었을 수밖에.

이강은 십자가를 양손으로 왈칵 쥐어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가,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차마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마음 한쪽에 남은 일말의 신앙 탓이었다.

그것이 퍽 우스웠다. 참으로 스스로 한심했다. 몸이 약하게 태어난 것은 하늘의 뜻이되, 그 약한 몸으로 무엇하나 뜻대로 이루지 못한 것은 스스로 부족함 탓이리라. 이강은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기어이 이날이 오고 말았군."

체념 어린 어조였다. 그토록 이날이 오지 않기를 기도해왔건만, 오고야 말았다. 바로 그의 혼약 상대를 정할 날이 말이다. 난생처음으로 채찍까지 꺼내어 몸을 혹사해가며 이날이 오지 않거나 미루어지기만을 천주께 빌었으나, 결국 오고야 말았다.

분명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가 처한 조건은 크게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그의 아버지는 자비롭게도 그에게 스스로 비를 간택할 권리를 내려주었다. 그의 형인 이원철은 철이 들기도 전에 애신각라 가문과 약혼하였던 걸 생각하면, 그건 분명 특혜라고 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그걸 특혜라고 여기지 않았다. 되려 저주에 가까웠다. 자신의 몸조차 건사하기 어려운 부군과 반평생을 함께할 비를 제 손으로 고르라니. 그의 아내가 될 아낙네는 대관절 무슨 죄를 지었기에 반평생을 봉사해야 한다는 말이던가.

"해몽(海夢), 있는가?"

"예, 전하."

이강의 부름에, 전봉준은 성큼성큼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이강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의 아버지는 그의 형님인 이원철의 놀이 친구로서 전봉준을 그들 형제에게 붙여준 것이었을 텐데, 막상 이원철이 나이를 먹고 나니 국외를 돌아다니면서 이원철과 어울리기보다는 몸이 약해 처소에 틀어박힌 이강을 보살피는 게 주 역할이 되고 말았다.

사실, 어찌 보면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온갖 만남을 가지고 있는 그의 형님과 달리, 궁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는 이강은 그를 제외하면 달리 만날 사람도 드물었으니까.

전봉준은 성큼성큼 다가와, 이강의 손에서 피로 물든 채찍을 빼앗고는 눈을 부라렸다.

"어찌 또다시 옥체를 혹사하셨나이까?"

"그래야 천주께서 내 바람에 귀 기울여주시지 않겠는가?"

"천주께서 전하의 바람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전에 황생께서 전하께 진노하시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과인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그 죄를 뉘우치던 참이요."

이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절로 몸이 휘청거렸다. 안 그래도 그리 건강하지도 않은 몸으로 오밤중에 채찍으로 온몸을 두들겨 댔으니 그야 몸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전봉준이 급히 달려와 몸을 부축했다. 참으로 탄탄한 몸이었다. 키만 커서는 비실비실하는 이강과는 달리, 그 몸은 작아도 그 알맹이는 탄탄했다.

그게 어쩐지 아니꼬워서, 이강은 입술을 비죽거리며 투덜댔다.

"참으로 부럽소. 나도 경과 같이 이처럼 튼실한 몸을 타고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전하, 그러실 때가 아닙니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당장 의원을-."

"되었소. 제 몸의 상태는 제가 가장 잘 아는 법이 아니겠소. 이 정도는 소독약을 바르고서 붕대로 말아두면 충분하오."

"그리 태평하시게 말씀하실 때가···!"

"거 조용히 하라고 하였소. 어마마마께서 듣는다면 어쩌려고 그런단 말이오."

비로소 전봉준은 입을 다물었다. 이강은 그제야 희미하게 웃었다. 전봉준은 반대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께 기대를 거는 선비들이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들 실망하고서 떠나가면 좋겠구려."

그건 이강의 솔직한 진심이기도 했다. 그는 왜 자신이 유림에게 추앙을 받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재라며 그런대로 어렸을 적부터 추앙을 받았고, 허구한 날 크고 작은 병치레로 궁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어렸을 적부터 대부분 시간을 책을 읽는 데에 써왔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고작 이팔청춘인데 그간 읽어온 서책만 다섯 수레라는 소리가 나왔다. 도통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고 하는 유학자다운 면모와는 거리가 먼 황제와 황태자를 보아온 유림에게 이보다 반가운 인물이 있을 턱이 없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해도, 은근히 이강이 다음 황제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이강은 그들의 기대에 그리 보답해주고 싶지를 않았다. 그리고 좋아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태자 전하께서도 기뻐하시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전봉준은 그런 이강의 심기를 잘못 파악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전봉준은 이강이 황태자 이원철을 위하여 일부러 보위에서 멀어지고자 이런 짓을 한다고 생각한 듯했다. 이강은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는 아무래도 그들 형제애를 이강의 자평보다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강은 웃으며 답했다.

"지랄하지 마시오."

더러운 입버릇 하나만큼은, 그의 아버지를 똑 닮은 이강이었다.

그 뒤로는 더는 전봉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봉준은 피로 물든 이강을 씻긴 다음 가볍게 치료하였고, 이강은 조용히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자해하였노라 들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강은 그의 모후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는 신세가 되었다.

몸살 탓에 식은땀으로 온통 몸을 적시고서,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눈앞이 어른거리는 현기증을 억누른 채로 말이다.

"예."

이강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들 형제의 친우이기 이전에, 전봉준은 친위대장이었다. 황실을 지켜야 할 친위대에 속한 군관이, 황자가 주술에 빠져 몸을 혹사하고 있는데 입을 꾹 다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되려, 황제에게 알리지 않은 것만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만일 황제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장에 온갖 쌍소리가 터져 나왔을 테니까.

"누구를 저주하고자 그러했느냐···."

차가운 목소리였다. 놀란 기색은 없었다. 하기야, 이강이 얼핏 읽어보았던 청국의 황실사는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 황자가 괴력난신에 빠진 정도야, 그의 모후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은 사건인지도 몰랐다.

이강은 답했다.

"소자입니다."

"···."

"대한의 천하에 쓸모가 없는 것은 오로지 소자 한 사람뿐이니, 이 천치를 벌하고자 하였나이다."

그것만은 의외의 답인 듯하였다. 황후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서 가만히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이강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황후는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듣지 못한 거로 하겠다."

"예."

"이번 일은 불문에 부치겠다. 하나 두 번은, 두 번은 없으리라. 명심하거라. 황손으로 태어난 이상, 너는 단지 일가를 꾸리는 것만으로 분명히 대한의 천하를 위하고 있느니라."

"여부가 있겠나이까."

이강은 재차 절을 올리고서 자리를 떠났다. 하늘은 언제 나와 같이 파랬다. 잔뜩 먹구름이 낀 그의 속내와는 달리 말이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만일 내게 조금만 더 튼튼한 몸뚱어리가 있었더라면···."

거기까지 말하고서, 이강은 입을 다물었다. 뒷말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래, 만일 몸이 튼튼했더라면 무엇을 했을까. 형과 다투며 보위를 경쟁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상상 이상으로 고집이 셌고, 이 나라의 황제는 형제싸움으로 사실상 그가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나라를 망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의 총애는 온전히 태자에게 향했다. 조금 고생스럽기는 해도, 일부러 자신은 궁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태자에게는 온갖 국제무대에서 얼굴을 비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그렇게 태자가 존재감을 키워갈수록 훗날 황권에 위협이 갈 텐데도, 황제는 자신의 후계자로서 태자의 입지를 공고히 해주기 위하여 여념이 없었다.

그러니 차남인 이강이 몸이 튼튼했다고 한들 태자에게 맞서 제위 다툼을 할 수는 없었을 거다. 이미 황제가 어떻게든 장남에게 제위를 물려주겠다고 마음먹어버린 이상, 유림의 지지를 등에 업는다고 한들 고집을 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가 몸이 튼튼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제독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이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기어이 채찍으로 두들긴 상처가 덧났는지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현기증으로 눈앞이 어른거리는데도, 가만히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해군에 자원하고 싶었다. 태극기를 펄럭거리는 커다란 전함에 올라타,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쌓고 싶었다. 단지 책에서 읽고 삽화를 보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두 눈으로 이 세상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 잘난 형님은 제 팔자에 역마살이 낀 모양이라며 자신의 운명을 버거워했지만, 이강에게는 그 역마살보다 부러운 일이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결혼할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몰랐다. 그가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려면, 반려자는 결국 족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 정반대로, 그는 꼼짝없이 남은 평생을 사랑하지도 않는 아내의 곁에서 그녀에게 의지하며 보내야만 했다.

그에게 있어서 혼인이란, 이상과 정반대에 있는 현실을 직면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하다 하다 이제는 참한 아낙네의 미래를 망쳐야 하는 처지라니."

언제 그렇게 웃었느냐는 듯이, 이강은 다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몸이 휘청거려서 몸을 잘 가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궁인들의 부축을 받은 다음에야 처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처소로 돌아와 잠시만 몸을 쉬게 할 작정으로 자리에 누워 눈을 붙이니, 하늘엔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이강의 머리맡에는 어린 소녀가 앉아있었다. 그의 쌍둥이 여동생 중 막내인, 정명공주였다.

"여긴 어쩐 일이더냐."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그건 부드러운 추방령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에 기죽은 기색도 없이, 정명공주는 답했다.

"아바마마께서 크게 노하셨습니다."

담담한 어조였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말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이강은 제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친위대장도, 모후도, 어떻게든 피하고자 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강이 입을 다물고 있자니, 아직 10살도 안 된 어린 공주는 그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담담히 말했다.

"「대한의 천하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게 한인 모양이니 내 그놈을 바라는 대로 장기말로 써주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도중에 차마 전할 수 없는 상스러운 소리는?"

조막만 한 손가락을 하나둘 접으며 골똘히 생각하던 정명공주는 이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3번, 아니 4번 하셨습니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 이강은 바로 전에 말 사이사이에 어떤 상스러운 소리가 끼어있을지가 훤히 보이는 듯했다. 참으로 신묘한 재주였다. 그들의 괴팍한 황제 밑에서 자라난 자식들은 누구나 자라면서 절로 지니게 된 재주였지만 말이다.

이강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잘 안 되었지만 말이다. 몸에 도통 힘이 들어가지를 않아서, 그는 결국 그의 허리까지도 오지 않는 조막만 한 누이동생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도 고맙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아바마마께서 내게 무엇을 하라 하시더냐. 이대로 돌바닥 위에서 머리를 조아리라고 하시더냐?"

"그랬다면 좋았을 터인데."

"···뭐라?"

"어마마마께서 오늘 온종일 낯빛이 창백하셔서 결국 의원에게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그건 이강을 원망하는 시선이었다. 여기에는 차마 이강도 뭐라 답하지 못하고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 앞에서 자기 자신이 저주스럽다고 말했으니, 듣는 어머니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인 경험이었을까.

아무리 전날 채찍으로 제 몸을 혹사하여 몸도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있었다지만, 차마 모후가 듣는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정명공주는 한참을 이강을 빤히 노려 다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혼례가 정해졌습니다."

"내가 말이더냐, 아니면 네가···?"

"글쎄요. 저는 아직 천주께 기도를 드리며 채찍으로 제 몸을 혹사한 적은 없는지라."

결국 이강의 혼례가 정해졌다는 것이었다. 이강은 읔, 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그의 누이동생은 오늘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사실, 비단 누이동생뿐만이 아니라 온 황궁이 발칵 뒤집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유림에서 촉망받던 황자가 몸을 채찍으로 혹사하며 천주에게 기도를 드리다 들켰으니, 절대 가볍게 끝날 리가 없는 대사건이었다.

"그래서, 그 불쌍한 아낙네는 어디 사는 뉘시더냐?"

그런데도 이강은 태연하게 물었다. 어릴 적부터 유약한 몸 탓에 무엇하나 뜻대로 풀리는 일 없이 자라난 까닭에, 날 때부터 오만불손했던 천성까지 더하여 비비 꼬인 성정을 지니게 된 까닭이었다.

되려 이번 기회에 멋대로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선비들이 멋대로 실망하여 떠나갈 테니 홀가분하기까지 했다.

정명공주는 그런 이강을 잠시 흘겨보다가, 담담하게 답했다.

"빅토리아 멜리타 공주입니다."

"그래, 빅토리아···. 뭐라?"

"대영국 제2 황자 앨프리드 어니스트 앨버트 대공의 차녀 되시는 빅토리아 멜리타 공주십니다."

"···."

이강은 침묵했다. 덩달아 정명공주도 침묵했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다가, 이강은 한마디 씹어 뱉었다.

"우라질."

왜일까.

호동왕자가 삼도천 너머에서 손짓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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