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
국혼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던 나라들이 각각 그들의 방침을 정했을 무렵.
"아이고. 이놈도 이제 늙었구먼. 아주 걷네, 걸어."
이형은 쓴웃음을 지으며 바둑이의 갈기를 거칠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이 무렵 그의 애마 바둑이의 등 위에 올라타 장차 경복궁이 세워질 터를 거닐고 있었다. 경복궁을 재건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그 터를 이 눈에 새겨두고 싶다-라는 것이 명분.
실제로는, 요즈음 국민보험과 최저소득 등과 관련하여 매일 같이 쏟아지는 서류의 산에서 잠시 멀어져 잠시나마 쉴 시간이 필요했던 까닭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소 철이 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승마는 그의 각별한 취미생활이었다.
푸르륵.
이형의 말을 알아들은 듯, 바둑이는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신은 아직도 펄펄하다는 것이다. 말의 나이로는 28살, 사람의 나이로는 일흔에 달하는 노구에 걸맞지 않은 격렬한 발길질이었다.
물론, 그 또한 예년만은 못하여 금세 다시 정자세를 취했지만 말이다. 자신은 여전히 달릴 수 있으나, 이형이 멋대로 손 속을 봐주고 있는 것뿐이라고 항변하고 싶었던지도 몰랐다.
"어이쿠, 이놈이."
이형은 피식 웃으며 그 뒷머리를 쥐어박았다. 물론 사람의 딱밤이라고 해봐야, 말처럼 커다란 포유류에게는 간지럽지도 않은 충격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바둑이는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푸르르하고 울었다. 오래간만에 본 바둑이는 잔뜩 심통이 난 듯했다. 그간 서류에 파묻혀 사느라 한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불평일터였다.
이형은 바둑이의 미간을 집게손가락 끝으로 쿡쿡 찔러댔다.
"이 우라질 놈이 고 잠깐 안 보였다고 갓난아이처럼 투덜거리기는. 내 들었다. 고 잠깐 사이에 암말을 셋이나 배를 불렸다고? 하여간에 이놈이 누굴 닮았는지 색을 밝혀서는. 네 주인 어르신 되시는 이 놈께서도 첩을 들이지 않았거늘 사람 나이로는 일흔이 다 되었다는 종마 놈이 삼천궁녀라도 노리고 있는 게냐?"
휙.
이번에 바둑이는 푸르륵, 하고 울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고개를 홱 돌리며 딴청을 피웠을 뿐이다. 이형은 그 꼴이 우스워 헛웃음을 지었다. 하여간에 사람과 오래 지내면 짐승도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더니, 과연 그랬다. 영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형은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네 열댓 번째 아들놈이 제법 튼실하더구나."
푸르륵.
"그래, 그래. 알고 있다. 내 어찌 너를 버릴까. 그 아이는 내 맏이 놈에게 주려고 하느니라. 그 아이도 나를 닮아 활달하니, 말 하나쯤은 금세 길들일 것이다. 뭐, 누굴 닮았는지 성격이 퍽 지랄 맞은 게 골탕은 좀 먹을 것 같더라 만은."
이형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묘한 광경이었다. 사람 말도 할 줄 모르는 미물에 대고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형은 그것이 단지 혼잣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바둑이의 말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분명 바둑이라면 알아들을 것이라 여기고서 말이다.
푸르륵.
바둑이는 다만 언제 나와 같이 울었다. 과연 알겠다는 뜻으로 한 건지, 아니면 그냥 시기적절하게 울었을 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형은 전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형은 웃으며 바둑이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왜 그리도 동서를 막론하고서 용장들이 그토록 말에 빠져들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참으로 말이란 자그마한 고양이나 개와는 또 다른, 사람보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생물이었다. 사람 말을 이해하고,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언제라도 그 널따란 등을 빌려주는, 단순한 가축을 넘어선 삶의 동반자라고 이형은 진심으로 믿었다.
개가 사람의 가장 좋은 친구라면, 말은 사람의 가장 좋은 동반자가 아니었을까. 이형은 그런 감상에 젖었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감상에 젖어들었음을 깨닫고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간 여러모로 말에게 의존할 일이 많기는 했으나-설마하니, 말에게 빠져들어 버릴 줄이야.
화석연료에서 새어나온 매연과 그 폭발적인 동력에 의존하여 살아가던 21세기의 현대인답지 않은 감성이었다.
"내가 이런 감상에 빠져들 줄은 몰랐는데···."
푸르륵.
이형의 혼잣말에 반응하여 바둑이는 또 한 번 울부짖었다. 마치 코웃음을 치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그 조소에 울컥하다가도, 이형은 이내 껄껄거리며 웃었다. 이 또한 정겨운 일이라고 말이다.
이형은 잠시 시선을 돌려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고 있는 한양의 검은 공장 매연들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아름답던 푸른 하늘도, 요즈음에 들어서는 거무칙칙한 날이 날로 늘어나고 있었다. 런던의 그것과는 비교될 바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아 스모그가 찾아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머지않아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온 전쟁병기들이 말들을 전장의 뒤로 밀어낼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것이 불만스러워 이형은 입을 비죽 내밀었다.
"흥. 기계 따위가 이 말들의 총명함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 어딜 고철덩이들 따위가 기병의 성역을 침범하려ㄱ―."
이형은 말을 다 끝내지 않고서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다분히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 자신 또한 제 입에서 나온 발언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미래를 알고 있는 21세기의 미래인에게서 나올 발언인가? 이형은 자신의 변화가 놀랍기만 했다. 새삼스럽게, 자신이 이 시대에서 너무나 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는 실감이 들었다.
푸르륵.
바둑이는 이형의 심정변화를 눈치챈 듯 흘끗흘끗 그를 돌아보며 작게 울었다.
"···어미 뱃속부터 말과 함께 태어났다는 놈들이랑 오래 지내다 보니, 머릿속까지 양치기 놈들에게 물들었나."
이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바둑이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니, 어쩌면 변화라고 할 것도 없는지도 몰랐다. 물론 오랑캐 칸이라고 자칭한 거야 사실이라지만, 그렇다고 만주의 칸을 자칭하기 전에는 멀쩡했던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초원의 백성을 품에 안기 전부터 술 좋아하고 말 타는 거 좋아하고 총질하기 좋아하던 건 다를 것도 없었다.
유목민족들과 지내면서 물들었다기보다, 처음부터 말과 함께 어미 뱃속에서 태어났어야 할 팔자가 괜히 엉뚱한 시대의 엉뚱한 뱃속에서 태어난 지도 몰랐다.
"흠, 그럼 네놈은 이 어르신의 잃어버린 동생인지도 모르겠구나."
푸르륵.
이형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잘 들리지도 않을 자그마한 혼잣말이었으나, 바둑이는 어떻게 알아들은 것인지 찰떡같이 눌으며 이형에게 동조해주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분 좋게 바둑이의 갈기를 손질해줄 무렵,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태자가 있었다.
"며늘아기는 어찌 두고서 네 혼자만 왔더냐?"
이형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태자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그를 찾아온 것이, 그의 짧은 휴식을 깰 만한 일이 터졌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에 오르지 않은 태자는 이형을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크게 노하실 소식이 있고, 크게 기뻐하실 소식이 있나이다."
"그럼 좋지 않은 소식부터 들으마. 그래, 무슨 일이더냐?"
"불란서에서 이번에도 코친차이나의 통치권 이양을 거부하였나이다."
이형은 왈칵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 무렵 코친차이나와 월남 일대는 한불동맹의 체결 이후로 명목상 한국에 양도 되었으나, 당시에 한국의 해군력이 미약하였던 까닭에 영향력이 닿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소속만 한국령으로 바뀌었을 뿐 계속하여 프랑스의 식민총독부가 그 일대를 다스려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대적인 해군 증강 이래로 한국은 미국에서 매각한 구형 전함들을 흡수하며 여전히 미약하기는 하나 최소한 영해와 대륙 연안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을 갖추었다. 요컨대, 이제 더는 프랑스의 대리통치에 의존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하여 요즈음 한국에서는 꾸준히 프랑스에 통치권 이양을 요청해왔고, 이를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변명을 대며 계속하여 미뤄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또 한 번 프랑스에서 통치권 이양을 뒤로 미뤘다는 것이었다.
"이 우라질 놈들이 계륵이랍시고 내 먹기에는 별거 없어도 남 주기에는 아깝다 이건가!"
이형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아프리카에 집중하겠다면서 팔아치우려 할 때는 언제고, 또 이제 와서 아깝다고 계속 붙들고 있으려 하고 있으니 눈꼴이 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변소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른 법이라고, 당장에 하루빨리 아프리카를 정복하여 지분을 확보 해야 했던 시절과 더는 식민지를 확장할 구석이 없어진 지금은 분명히 달랐던 것이다.
그전에야 아시아에서의 식민영토를 상실해도 그만큼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식민영토를 정복해서 벌충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코친차이나의 통치권을 한국에 이양하게 되면 그걸로 끝. 그 어디에서도 벌충할 수가 없다. 이형이라고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그렇다고 한들 당하는 처지에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그 식민지 매각은 공짜가 아니었고, 한국은 그간 의도적으로 프랑스와 무기규격을 통일하거나 프랑스 무역상들에게 입항우선권을 주는 등 많은 혜택을 베풀어 왔다. 그렇게 단꿀을 빨아왔으면서 이제와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 이형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당장에 대사 놈을 불러와라! 내 직접 그 우라질 놈을 족쳐서라도, 아니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서 월남을 해방하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이 지난 동맹조약을 준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겠다!"
"아바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이강, 그 아이의 혼례가 머지않았나이다. 이처럼 경사스러운 날을 앞두고서, 혹여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그 아이의 장래에 화가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끄으응···!"
태자의 만류에 이형은 겨우 분기를 억누를 수 있었다. 이번이 벌써 3번째 연기였다.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피한다지만, 이제 또 한 번 통치권 이양을 요구할 날이 온다면 그때는 4번째 요구가 될 터였다. 그리고 이형은 직감적으로 그때에도 프랑스가 통치권 이양을 뒤로 미루려 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형은 어금니를 있는 힘껏 깨물며 나지막이 뇌까렸다.
"···네가 조만간 시암에 다녀와야겠다."
"아바마마께서 그리 하교를 내리실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태자는 꾸벅 이형에게 고개를 숙였다. 태자의 얼굴은 환희에 물들어 있었다. 이형의 지시는 곧 한국에서 고의적으로 손을 뻗치지 않았던 인도차이나 반도에 마침내 손을 뻗을 날이 왔다는 것을 의미했던 까닭이다.
그간 한국은 아시아주의를 천명하면서도, 고의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손을 뻗지 않았다. 범 아주 조약기구를 통해 한반도, 만주, 일본, 중원, 몽골 등을 조율하는 데만도 바빴을뿐더러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동남아시아에 손을 뻗고 있는 나라들과 갈등을 빚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들과 경쟁하기에는 아무래도 해군력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크나큰 결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족쇄가 풀린 것이다. 미국에서 사들인 함정들로 충분한 해군력을 갖추었고, 네덜란드에 양해를 구했으며, 영국과 국혼을 맺게 된 마당에 망설일 이유는 프랑스와의 동맹 딱 하나뿐이었다. 평화적으로 코친차이나를 양도받아 동남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야, 구태여 피를 볼 이유까지는 없던 것이다.
"하여간에 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우라질 짐승 놈들은 몽둥이로 후들겨 패지 않으면 사람 무서운 줄을 몰라주니 원. "
푸르륵.
이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둑이 또한 그에 동감하듯 작게 울었다. 이형은 태자 이원철의 부축을 받아 말에서 내려와 솔로 갈기를 빗겨주며 바둑이의 총명함을 칭찬해주었다.
이형은 직감적으로 크나큰 전쟁이 아시아에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진정 세계대전이라고 부를만한, 크나큰 전쟁이 말이다.
그리고 그 전쟁이 바둑이와 같은 군마들을 위한 마지막 전쟁이 되리라. 그것이 어딘가 씁쓸하여, 이형은 바둑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여주었다.
"네 손자 놈들은 우리 인간 놈들의 전쟁에 끌려가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구나. 속이 시원하더냐?"
이번에는 바둑이도 울지 않았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서는, 이형의 눈을 그 커다란 눈망울로 가만히 들여다볼 뿐.
그거면 충분했다. 눈을 마주친 이형은 기껍게 웃었다.
이형은 바둑이와 이마를 마주 대었다.
"그래, 그래. 멀어지고 싶지 않다고? 그게 그리도 불만이더냐. 이런 우라질 놈이. 손자 놈들 고생하는 꼴이 보고 싶은 것이지."
푸르륵.
"아니, 이놈이! 어딜 감히 용안을 핥다니! 이놈, 이놈! 하여튼···껄껄껄!!"
이형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바둑이는 간지러워하는 이형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계속 그 기다란 혓바닥으로 핥아댔다. 그리도 펄펄 끓어오르던 속이 단숨에 가라앉는 듯하였다. 새삼스럽게, 이형은 자신이 어미 뱃속에서 말과 같이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한번 죽고서 다시 태어난 다음에야 비로소 잃어버린 동생을 만나 저 널따란 대초원을 함께 거닐었던 것이라고 말이다.
이형은 이죽거렸다.
"그래, 너는 어떻더냐. 말 타는 것은 조금 늘었더냐?"
이형은 그대로 이원철을 돌아보지도 않고서 물었다. 이원철을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소자는 자전차가 더 좋습니다, 아바마마."
"에이, 사내자식 놈이 소심해서는. 당장에 승마교관을 붙여줄 테니 올해가 가기 전에 익히거라. 규모로는 세계 으뜸의 기병 대국이라 자부하는 우리 대한의 황태자라는 놈이 약관의 나이에도 말 한 마리 다루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거든 수치로다."
"하오나, 작금의 천하에는 기선과 기차가―."
"듣기 싫다. 더 늦기 전에 조랑말 하나쯤은 길들여 두어라. 무릇 사내대장부가 불알 두 쪽을 달고 이 땅에 태어났으면 한 필의 군마는 능히 길들여야 하지 않겠느냐. 말과 소통할 줄 모르는 놈은 성정이 고약한 놈들뿐이니라 .네놈은 말과 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푸르륵.
이형의 꾸중에 맞추어 바둑이는 또 한 번 울었다. 영락없이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 옆에 시동생이었다. 이원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바둑이를 흘겨보았으나, 바둑이는 다만 푸르르하고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다. 참으로 영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형은 그제야 이원철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손으로는 여전히 솔로 갈기를 빗겨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예, 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네가 조금 전에 좋은 소식과 좋지 않은 소식이 있다고 하지 않았더냐. 좋지 않은 소식은 들었고, 그래서 좋은 소식은 무엇이더냐?"
퉁명스러운 물음이었다. 그것은 은근한 압박이기도 했다. 좋지 않은 소식으로 기분을 잡치게 하였으니, 좋은 소식 또한 그만큼이나 기쁜 소식이어야 한다는 압박 말이다.
그에 위축되어 태자는 윽, 하는 신음을 내었다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서 말했다.
"아바마마께서 찾으시던 니콜라 테슬라···라고 하는 발명가가 이번에 축하사절단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이 우라질 놈이 그것부터 먼저 말했어야지!"
이형은 제자리에서 폴짝 뛰며 소리쳤다. 갑작스럽게 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바둑이는 고통스러운 듯 히힝!하고 비명을 질렀다.
마치 그토록 원하던 장난감을 얻게 된 꼬마아이처럼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모습에, 이원철은 차마 아바마마께서 좋지 않은 소식부터 말하게 시켰노라고 반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