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40화 (340/530)

< 거함거포 >

"그간 평안 무탈하셨나이까, 황상."

찰스 파슨스는 그야말로 날듯이 달려와 해군 조병창을 찾은 이형을 맞이하였다. 영국의 기술고문으로서 한국에 파견되었던 그는, 이 무렵 이미 한국 시민권을 얻어 한국 땅에 정착한 지 오래였다. 기술고문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고서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당장 그를 곁에서 필요로 해주던 이형에게서 더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형은 기꺼이 한국에 정착하여 시민권을 얻은 찰스 파슨스에게 해군 조병창의 개발국장직을 맡겼고, 이러한 이형의 신임은 그의 환대와 더불어 이 무렵 그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찰스는 이 당시 한국인 여성과 혼인하여 아이를 얻기도 하여, 이형에게 있어서 특히나 각별한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이형은 히죽 웃으며 물었다.

"실험은 좀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늦어도 이듬해 중엽에는 첫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관의 출력은 만족스러우나 아직 장기간 항해에는 부적합한지라, 조금 더 개량해 보아야 할 듯싶나이다."

"그거라면 내 얼마든지 시간을 줄 테니까 너무 심려하지 마시오. 지금 경이 가고자 하는 길은 아직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해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경지요. 시행착오를 겪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소?"

'장기간 항해에는 부적합···하다는 건 쉽게 망가질 위험이 있다는 건가? 영국이나 독일에서 증기터빈을 만들었을 때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을 텐데··· 흠, 그럼 결국 우리가 제조한 강철들이 아직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겠군.'

이형은 겉으로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혀를 찼다. 이것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직 발명되지 못하였거나 발명되었더라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숨은 보석들을 꺼내올 수는 있어도, 제철처럼 누가 봐도 보석인 것을 슬쩍 훔쳐 올 수는 없던 것이다.

한국과의 기술교류에 적극적인 프로이센이더라도 제철과 같은 산업의 쌀이라 할 수 있는 기술들은 잘 가르치지 않으려 했고, 카네기 또한 한국에 질 좋은 강철을 꾸준히 공급하고 제철소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선뜻 가르쳐주어도 정말 질 좋은 강철을 만들어내는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한국 시장이 중요해도 제 장사밑천을 모두 가져다 바칠 수는 없던 것이다.

결국, 이는 앞으로 한국이 진정한 산업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스스로 힘으로 보충해 나가야 할 부분이었다. 지금은 우선 자력으로 강철을 양껏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리 생각하며, 이형은 이어서 물었다.

"그 외에는 뭔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소?"

"없습니다. 모두 황상께서 그간 마음을 써주신 덕분입니다. 이 하해와도 같은 황은에 항상 감읍할 따름이나이다."

그리 말하며 찰스는 이형에게 넙죽 엎드려 보였다. 코흐는 연구를 위하여 찾아왔던 것이고, 때때로 학회참여를 핑계로 자리를 비우기도 하던 반면, 이 무렵 찰스는 한국에 정착한 이래로 한국을 떠날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코흐가 한국에 찾아온 건 흥미 때문이었지만, 찰스가 한국에 찾아온 건 현실이 궁핍했기 때문이었고, 그것이 두 사람의 차이를 만들었다.

가장 힘들던 시기에 가장 필요하던 도움을 준 이형을 은인처럼 섬기던 것이다. 이형에게 엎드리는 찰스에게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감사와 경외가 담겨 있었다.

"어허. 어찌 그 모든 것이 짐의 덕이겠소? 믿음을 준 것은 짐이되, 그에 보답해 보인 것은 경이 힘 써준 덕분이 아니겠소. 다만 앞으로도 짐과 우리 대한을 위하여 힘을 써주기를 바랄 따름이라오."

"대 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이형이 껄껄거리며 웃자, 찰스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만세를 외쳐댔다. 이형으로서는 참으로 만족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을 위대한 기술자가 미처 빛을 보기도 전에 영입하여 한국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게 하였으니, 일부러 따로 기억해두었던 보람이 있었다.

태자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슬쩍 해군 조병창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탄성을 질렀다.

"소자가 마지막으로 이 조병창을 둘러보았던 것이 불과 1년이 되지 않았을 터인데, 참으로 못 알아보게 달라졌습니다."

"그래, 네 눈에도 그리 보이더냐? 이 모든 것이 노급 전함을 만들기 위함이니라. 어찌 준비하는 데 부족함이 있을 수 있겠느냐?"

"노급 전함 말씀입니까?"

이형의 설명에 태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함이라는 호칭에서 우선 주력함이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으나, 노급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태자는 도통 알 수 없었다. 그게 기존의 전함과는 무엇이 다른지도 말이다.

이형인 히죽 웃으며 태자의 시야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사람보다도 길다고 사람 머리보다도 몇 배는 두꺼운 포신을 지닌 집채만 한 회전식 주포가 있었다.

"저런 장난감이라면 흔히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냐?"

"예. 소자가 미리견에 방문하였을 적에 미리견 해군이 선보였던 관함식 중에 딱 저만한 주포를 싣고 있던 포함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럼 저놈은 어떻더냐?"

이형은 뒤이어서 태자의 시야를 오른편으로 유도하였다. 그곳에는 이제 막 조립한 것인지 페인트가 태양 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을 내는 또 하나의 주포가 있었다. 포신의 길이도, 회전식 포탑이라는 것도 모두 같았으나 이 주포는 기존의 것과는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단순히 2개의 포신이 나란히 놓여있는 걸 넘어서, 각각의 포신이 위와 아래로 겨누어져 동시에 2개의 과녁을 겨누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포탑을 지키기 위하여 두꺼운 강철 장갑이 둘려 있었던 것 또한 덤이었다.

하지만 태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굉장히 거대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태자는 중얼거렸다. 어떠한 미사여구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소견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안 그래도 사람을 눕혀놓은 것보다도 길쭉한 포신을 두 개나 늘어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포탑을 지킬 두꺼운 강철 장갑판을 달아놓고서 이 포탑을 회전시키기 위한 설계까지 더하니, 그 크기는 가히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었다.

집채만 하다는 것이 이제는 비유가 아니었다. 글자 그대로, 초가집 한두 채는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거대함이었다. 저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살아도 될 것 같았다. 과연 저걸 배 위에 올려놓는다면 제아무리 강철 배라도 버틸 수 있을지가 의뭉스러울 따름이었다.

이형은 그러한 태자의 반응에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래, 어마어마하지. 이만한 놈을 못 해도 네다섯 개는 만들어서 싸움배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니라."

"예, 예?"

태자는 혹시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여 무심코 되물었다. 그만큼 이형의 설명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살아도 될 것 같은 커다란 포탑을 어떻게 네다섯 개나 배 위에 올려놓는다는 말인가? 태자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야 물론 저만한 포탑을 네다섯 개씩 달아놓는다면 그 위용은 굉장할 것이다. 또한, 단 한 번에 포격만으로 그 어떤 전함이라도 너끈히 가라앉힐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저만한 포탑을 무슨 수로 네다섯 개씩 배 위에 올린다는 말인가?

어지간한 초계함이라면 단 1문을 장비하는 것만으로 배가 기울어버릴 것만 같은 저 거대한 포탑을 말이다. 태자는 조심스럽게 이형에게 물었다.

"그, 이만한 크기의 포탑을 싸움배에 여럿 싫게 된다면 배가 버틸 수 있을는지요?"

"그래, 지금의 전함들이라면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고작 해봐야 6천, 8천이 고작인 조막만 한 놈들로 무슨 수로 저런 거포를 지탱하겠느냐? 못 해도 만 6천, 2만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2, 2만···."

태자로서는 입이 절로 벌어지는 듯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숫자였다. 또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그야 물론 꿈이야 크게 꿀수록 좋고, 호랑이를 그리려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는 법이라지만 이건 너무 멀리 간 것이 아닐까.

그러나 태자의 그런 감상과는 달리 이형은 평소 이상으로 진지했다. 이형은 이죽거리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그 거대한 전함이 눈에 잡힐듯하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태자로서는 더욱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야심 찬 건 좋지만, 도무지 현실성이 없어 보이던 것이다.

태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대한이 그만한 거함을 건조할 수 있을는지요."

"그야 지금이야 불가능하겠지. 그렇지만 내가 언제 지금 당장 그만한 전함을 만들라고 하였더냐? 빠르다면 10년, 더욱 넉넉하게 잡으면 15년 안에만 완성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뭘, 아무튼 예산은 있느니라. 카네기 녀석에게 강철을 받아오기로 하였고, 듣자 하니 이번에 양키 놈들이 싸움배를 앞으로도 계속 사달라고 기술 이전을 시켜주겠다고 하더구나.

그럼 그걸로 되었다. 너도 아마도 그 무궁화급 수송함이 건조되었다고 들었지 않았더냐?"

"그야 물론 전해 들었사오나···."

태자는 말끝을 흐렸다. 당연히 들었다. 한국 해군 조병창에서 자체적으로 1만 톤급 수송함을 건조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말이다. 이는 그간 세계 조선업계의 단골로서 활동해온 한국이 경쟁자로 우뚝 설 기반이 갖춰졌다는 전조였기에, 세계 조선업계- 특히 미국 측의 아쉬움과 경계가 담긴 신문기사들이 여럿 나온 바 있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수송함을 건조해낸 것과 전함을 건조하는 것은 다르다. 수송함이야 우선 물 위에 떠서 움직일 수 있으면 되지만, 전함은 거기에 더해서 대포를 쏘면서도 적의 포격에 맞고서는 버텨주어야 했다. 요컨대, 같은 크기라도 더욱 두텁고 무거워져도 여전히 바다 위에 떠 있을 부력과 항해에 필요한 추진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그만한 기술이 한국에 있는가-하면 태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세계 제일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영국이라고 한들 저만한 거포를 네다섯 개씩 달고 다니는 거함을 움직일 동력원을 없을 터였다.

"거함을 건조한다고 한들, 그 거함이 항해할 수 있는가는 엄연히 별개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저만한 거포를 여럿 달고 있을 거함이 바다를 항해할 수는-."

"푸하하핫!"

이형은 태자의 우려에 폭소를 터뜨렸다. 태자로서는 그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저 나름대로는 타당한 의문이라고 하여 의문을 제기했더니, 돌연 이형이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형은 끅끅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찰스 파슨스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이보게, 이보게 들었는가! 미안하구먼, 내 참으로 미안하구먼! 내 아무래도 이 아이에게 경이 이 조병창에서 무엇에 그리도 목매달고 있는지에 대하여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던 모양일세! 저 아이의 무례를 용서해주게나!"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얼굴을 붉히고서 재차 고개를 숙이는 찰스에게, 이형은 재차 등을 두드려주며 껄껄거리며 웃었다. 여기까지 말하면, 어지간히 눈치가 있는 이상 알 수 있었다.

태자는 놀란 눈으로 찰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하면, 그자가···?"

"이제야 알아뵈는구나. 그래, 우리 대한 해군의 어버이가 될 귀한 몸이시니라. 장차 이놈이 만들 기관이 우리 싸움배들에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새로운 심장이 되어줄 거야. 이미 속은 채웠으니, 남은 건 이제 멀쩡히 돌아가는지 실험하여 성사시키는 것뿐이니라. 아무리 늦어도 이강, 그놈이 성인식을 치르기 전에는 끝날 것이다."

이형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태자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혼자서 생각해낼 줄 알다니 기특하다는 칭찬이었다. 물론, 등을 두들겨 맞은 태자가 그 뜻을 올바르게 받아들인 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이형은 텅 빈, 거대한 건선거를 검지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장차 저 위에 우리 대한 해군의 상징이 될 거대한 싸움배를 만들 게다. 그 어떤 싸움배보다 크고, 그 어떤 싸움배보다 강한 배를 말이다. 그 배는 또한 우리 대한의 힘이요, 자랑이 되어줄 것이니라. 한 척의 배가 우리 대한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

태자로서는 선뜻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설명이었다. 이형은 이미 마치 두 눈으로 보고 온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태자에게는 그저 막연한 말뿐이었으니 말이다. 얼핏, 공허하게 느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태자의 표정 변화로 그런 속내를 눈치챈 이형은 슬쩍 설명을 덧붙였다.

"미리견에서 관함식을 보았다고 하였지."

"예, 보았사옵니다."

"어떠했느냐? 수척의 전함이 위풍당당하게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광경은 그야말로 바다 위로 산이 움직이는 듯하였을 것이다. 예포 소리는 천둥과 같았을 것이고, 그 고동 소리는 가슴을 뒤흔들었겠지. 검은 매연을 토하는 굴뚝은 불덩이라도 삼킨 듯 보였을 것이고, 햇빛을 받아 빛나는 무쇠 강철은 설령 금강석이라고 한들 꿰뚫을 수 없을 듯 보였겠지.

이 세상에 무적이라는 말이 존재한다면, 바로 저러하리라 생각되었을 것이다. 무적의 전함들이 나란히 항구에 들어서고, 마중 나온 수천의 백성이 성조기를 펄럭이며 이를 환영하는 광경은 제법 그럴싸하지 않았더냐?"

그에 비로소 태자는 이형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바야흐로 강철의 군무였다. 그날 미국의 군함들이 선보인 관함식에서 미국 해군은 그들의 최신형 전함들을 아낌없이 뽐냈고, 태자는 내심 그 위용에 감탄하면서도 속으로는 씁쓸함을 삼켜야만 했다.

온통 중고함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해군과는 도통 인연이 없을 장관이라고 말이다.

"만일 성공한다면, 우리 대한은 그 감동을 단 1척의 전함으로 전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태자는 뒤이어진 이형의 속삭임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그 말대로일 터였다. 미리견의 최신전함조차, 2만 톤을 넘기지는 못하였다. 그건 그야말로 전투를 고려할 필요 없는 대서양 여객선들이나 가능한 선급이었고, 그마저도 극히 일부의 열강들만이 건조해낼 수 있는 산업기술력 과시의 끝이었다.

그런데, 그만한 크기의 전함이라면 어떨까. 산처럼 보이던 신형 전함들도, 그 거함 앞에서는 고작 해봐야 작은 언덕과 같이 보일 것이다. 그럼 더는 고작 한 척의 전함이 아니다. 그 전함 한 척만으로 능히 1개 함대와 맞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전함을 수 척씩 건조하여 보유할 수 있다면? 태자는 심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바야흐로, 힘의 서열이 뒤바뀌는 순간이 되리라.

"배는 클수록 좋고, 대포 또한 클수록 좋도다."

이형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에게는 이미 태극기를 펄럭이고 있는 거함이 보이는 듯하였다. 강철로 만든, 결코 가라앉지 않을 칠흑의 거함이 말이다. 실패할 거란 두려움은 없었다. 재료라면 넘치도록 있고, 예산도 준비되었고, 기술은 보충될 것이며, 시간도 여유가 있었다.

그럼 남는 건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것뿐이다. 다른 나라들이 그 선진성을 꿰뚫어 보기에 앞서, 누구보다 빨리 이 새로운 힘을 손에 쥐기 위해서 말이다.

"혹, 그 싸움배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겠나이까?"

침을 삼키며, 태자는 이형에게 물었다.

"그거라면야 당연히 하나뿐이지 않겠느냐?"

이형은 히죽 웃으며 답했다.

"충무공, 이순신급 전함이라 부르려 한다."

그 이상의 이름 또한 없을 것이며, 그 이외의 이름 또한 없었다.

< 거함거포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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