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46화 (346/530)

< 화약고 >

영국은 조금이라도 제국의 쇠락을 늦추기 위하여 발버둥 쳤다. 프랑스는 정점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준비하였고, 오스트리아는 그들의 통치를 향한 마지막 저항을 짓밟기 위하여 각오를 굳혔다.

그렇다면- 드물게도, 유럽 주류 세력 구도에서 강제로 이탈당한 러시아는 어떠했는가.

"코사크인들이 폐하의 원대하신 계획에 전적으로 따르리라 밝혔나이다. 이로써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건 불평만 늘어놓기 바쁜 벨라루스의 촌부들을 짓밟을 수 있겠지요. 폐하의 신성하신 통치 아래 장차 러시아는 명예로운 전사들의 나라로 다시 거듭날 것이옵니다."

"폐하, 공안질서 수로국(Охрана:오후라나)의 확충은 더할 나위 순조롭사옵니다. 하오나, 제국은 너무나 거대한 나라입니다. 통신기기의 미비로 효율이 저하될 수 있사오니, 삼가 고려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페트로그라드의 학자들이 문맹 퇴치에 앞장서시겠다는 폐하의 현안에 깊은 인상을 받아 자발적으로 폐하의 치세를 칭송하는 시를 지어 올렸나이다. 폐하께서는 참으로 러시아 지성의 샛별과도 같으십니다."

"음, 음. 내 알겠소.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해드리리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어가고 있구려."

페트로그라드의 겨울 궁전에서 때아닌 연회를 즐기며, 알렉산드르 3세는 그의 아첨꾼들에게 추앙을 받았다. 비록 저 아첨꾼들이 그의 귀를 좁게 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알렉산드르 3세는 그들을 가까이했다. 입만 열면 반발을 늘어놓는 이들보다야, 그의 귀에 듣기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이들이 훨씬 나았으니까 말이다.

이 무렵의 러시아 제국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총력전 사상의 선봉장이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알렉산드르 3세는 비록 그를 지지하던 무수한 계몽주의자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도 자유주의적인 인물이 아니었으나, 그는 적어도 자신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유럽 반대편의 프랑스와 스페인이 이미 앞장서서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나폴레옹 4세는 프랑스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기조를 이용하여 프랑스의 번영을 위해서는 국론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명분 아래 아낌없이 소수파에 철권을 휘둘렀고, 스페인의 아마데오 1세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른 에마누엘레 1세는 거기에 더하여 철저하게 군부를 자신의 아군으로 삼기 위하여 갖은 우대정책을 펼치며 그들을 스페인의 수호자라 띄워 주었다.

알렉산드르 3세는 그 두 사람의 치세를 본받아 하나로 합쳤다. 그는 우선 상트페테르부르크란 독일어 이름을 폐하고서 순수 러시아식 이름인 페트로그라드라 수도의 호칭을 고쳤고, 문맹 퇴치라는 대의명분으로 러시아의 지식인들을 현혹한 다음 퇴역 장교들에게 완장을 채워 초등교육이라는 이름의 교련 훈련을 했다.

페르시아에서의 전쟁은 알렉산드르 3세에게 강한 영감을 남겼다. 아무것도 모르고서 단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는 멍청한 농노들보다는, 어쭙잖게 배워 머릿속에 아주 조금의 지식만 들어있는 이들이 더욱 열성적이고 맹렬하게 싸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교훈을 장차 러시아 전역에 적용할 계획을 품고 있었고, 초등교육을 핑계로 한 교련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장차 우리 러시아의 병사들은 러시아 민족을 위하여, 그리고 러시아 민족의 하나뿐인 영도자 차르를 위하여 싸우게 될 것이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 민족이라는 그 자랑스러운 단어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우리 백성이 몇이나 된다는 말이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가 없소. 우리는 우리의 백성에게 러시아 민족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위대하고 훌륭한지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저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지식을 나눠줄 필요가 있소."

"오, 참으로 폐하께서는 러시아의 광휘와 같으십니다! 어찌 그리도 놀라운 혜안을···! 이 무지몽매한 소인배로서는 그저 폐하의 지극하신 지혜에 나날이 놀라게 될 따름입니다."

"하하하! 그렇소? 음, 설령 빈말이더라도 내 기분은 좋구려. 하하하!"

'그래, 바로 이거다. 콘스탄티노플은 끝내 이교도 무슬림들의 손에 불태워졌다. 예루살렘은 어떤가. 아직도 더러운 이교도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가 아닌가. 그러나 우리 민족은 어떠한가. 비록 한차례 타타르인들의 말발굽 아래 짓밟혔어도, 여전히 우리 러시아 민족은 건재하도다! 진정 영원불멸한 것은 민족이며, 그 위에 군림할 나의 신성한 통치다!'

그의 곁에 모여든 아첨꾼들의 아첨을 받으며, 알렉산드르 3세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무렵, 그는 러시아 민족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임을 자처하고는 했다. 그가 젊은 시절부터 곁에 가까이 두었던 청년 장교들로부터의 영향 또한 부정할 수 없었으나, 그 자신이 민족이라는 두 글자에 얼마나 거대한 힘이 실리는지를 페르시아에서 직접 보고 왔기 때문이었다.

러시아가 이기건 영국이 이기건 단지 누가 그들을 지배하는가만이 달라질 뿐인데도, 단지 페르시아 민족을 위한다는 선전만으로 그들의 피붙이와 맹렬하게 싸우던 것이다.

코웃음조차 아쉬울 범부의 어리석음이나, 그 범부의 어리석음은 곧 유용한 충직함이기도 하다는 걸 알렉산드르는 알았다.

"페르시아에서 끝내 우리의 나약하고 쓸모없던 페르시아 동맹군이 항복하고 만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너무 심려할 것 없소. 짐은 테헤란에서 영국인들에게 러시아는 영국의 탐욕과 오만에 맞서 싸우리라는 걸 분명히 보여주었고, 짐은 영국의 오만하기 그지없던 장군들이 공포에 그 눈동자를 떠는 것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그 겁쟁이들은 다시는 우리 러시아를 적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오.

"여부가 있겠나이까. 오만한 브리튼인들이 승리하였다고 하나 페르시아인들에게 무엇을 내주겠습니까. 저들은 단지 빼앗을 줄만 아는 금수의 무리와 다를 바 없으니, 금세 다시금 민심을 잃고 말 것이옵니다."

"소신이 듣기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그들의 오랜 적대행위를 잠시 멈추기로 하였노라고 하옵니다. 그 두 나라의 목표는 반드시 영국이 될 터이니, 폐하께서 너른 아량으로 승리를 양보하신 것은 단지 최종적인 승리를 위한 기만 전략이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하나이다."

"하하하! 이거야 원, 경들은 어떻게 속일 도리가 없구려! 바로 그렇소. 영국인들은 이제 그토록 많은 피를 흘리고서도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서 다시 내쫓길 것이 분명하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그는 애써 페르시아에서의 패전을 대수롭지 않은 양 포장하고서 넘어가려 애썼다. 그가 분명 황태자였으며, 제위를 계승할 정당한 자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페르시아 전쟁에서의 패전은 의심할 여지 없는 그의 약점이었다.

그나마 영국 또한 독일과 프랑스가 급하여 앞으로 두 번 다시 페르시아에 손을 대지 말라는 으름장과 영국군의 페르시아 상시주둔 인정과 약간의 보상금만을 받아가며 패배보다는 외교에 가까운 조건만으로 마무리되었으나, 그래도 패배는 패배였다. 군사적 패배에도 자신의 외교적 역량으로 그 악영향을 최소화하였다-정도가 알렉산드르 3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전이었다.

"우리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통하여 영국인들이 얼마나 탐욕스럽고 못 믿을 자들인지를 톡톡히 보여주었소. 무슬림들은 이 이상 영국의 통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오. 영국인들은 우리 독일 친구들과 프랑스에 맞서기에 앞서 제 발밑을 한 번 더 살피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알렉산드르의 곁에 모여든 이들은 그 또한 옳다고 하였으나, 그 실상은 당연하게도 단순한 희망 사항이었다. 그야 물론 영국이 페르시아 전쟁에서 페르시아인들을 고기 방패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 오만함과 탐욕스러움을 한껏 과시하였음은 사실이었으나, 그럼 러시아라고 다르던가.

당장에 알렉산드르 3세부터가 부왕의 건강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가능한 한 러시아 원정군을 아끼면서 페르시아인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던가. 영국인들은 그나마 후장식 소총을 영국인 병사들에게만 돌리더라도 전장식 소총 정도는 페르시아인들에게 꼬박꼬박 제대로 쥐여주었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은 페르시아인들에게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법한 나무창을 깎아주었다.

그 푸대접을 똑똑히 기억할 페르시아인들이 설령 프랑스와 독일의 승전으로 영국이 흔들린다고 다시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리라 기대하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다. 물론 알렉산드르 3세 또한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하여 적당히 과장한 것뿐이었다.

"폐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나이다."

촌극을 끝낸 것은 겨울 궁전에 돌아온 미하일이었다. 미하일은 연회에 어울리지 않게도 예복 차림은커녕 당장에라도 전장에 나설 것 같은 전투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3세는 미하일의 무례를 지적하려 하였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꿈꾸던 중앙아시아 총독은커녕 알렉산드르 3세의 즉위 이래로 줄곧 수도에 붙잡혀 있던 비운의 원수였다. 비록 그가 필요해서라고 하나 그의 충신을 위하여 필요할 응당한 보상조차 내주지 못한 걸 떠올리면, 이 정도의 무례는 무시해줄 수 있었다.

"오, 미샤! 어쩐지 자리가 어딘가 휑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오. 그래, 경이 내 곁에 없었구려! 내 초대에도 응하지 않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오?"

"폐하,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페트로그라드의 민심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 같잖은 먹물쟁이들과 만족할 줄 모르는 유대 돼지 놈들은 언제나 말썽이지. 그게 무슨 대수라는 말이요? 자, 너무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 같이합시다."

알렉산드르 3세는 껄껄 웃으며 미하일을 거칠게 끌어안아 그 등을 두드렸다. 그는 기분이 좋았고, 그 기분을 구태여 미하일의 듣기 싫은 잔소리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 지긋지긋하던 부왕의 그늘에서도 마침내 벗어나게 되었고, 이제 그가 차르가 되었으니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술술 풀려가고 있었다.

더 무엇을 걱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그는 이미 세상을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 보위에 오른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정무를 보기에 앞서 아직은 조금 더 놀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그러나 미하일의 귓속말은 그런 알렉산드르 3세의 유쾌함을 한순간에 말라 붙이기에 충분했다.

"나의 주군이시여, 교회와 푸른 피들이 당신에게 등을 돌리려 한다는 말입니다."

쨍그랑-.

순간, 알렉산드르 3세는 미하일의 입을 틀어막고자 지독한 위스키를 따르고 있던 술잔을 놓치고 말았다. 이제 봄이 와가는데도 오한이 들었다. 창문은 모두 닫혀있고, 연회가 한창이라 사람의 체온 때문에라도 오히려 후덥지근해야 할 텐데 말이다.

알렉산드르 3세는 슬쩍 미하일을 돌아보았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영락없이 낭패인 기색이었다. 알렉산드르 3세는 아연실색했다.

"흠흠. 아무래도 짐이 조금 취한 것 같소. 잠시 방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부축을 부탁할 수 있겠소?"

"여부가 있겠나이까."

그 와중에 당황하지 않고서 우선 방으로 몸을 피한 것은 그가 사자의 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비록 여우의 교활함은 타고나지 못하였으나, 사자의 심장과도 같은 용감무쌍함은 그를 오랜 세월 동안 지탱해왔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일부러 취한 행세를 하며 미하일과 함께 방에 들어가 문이 닫히고 안에 들어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순간, 알렉산드르 3세는 돌연 태도를 바꾸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짐은 이 나라의 차르요! 이 나라의 정당한 통치자라는 말이오! 그 작자들이 무슨 권리로 지지를 철회하려 한다는 말이오!"

뒷목이 절로 당기는 듯하였다. 그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고작 해봐야 1년도 되지 않았을 텐데, 알렉산드르의 즉위를 막아내지도 못한 저들이 이제 와 또다시 항거하려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무슨 수로?

미하일은 차분하게 답하였다.

"교회에서는 이번 문맹 퇴치 운동이 그들의 교육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노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귀족들은 선제께서 설치하였으나 이번에 폐하였던 두마(=의회)를 재건하라 요청하고 있나이다. 저들은 폐하께서 선제께서 간신히 다시 일으키신 러시아를 재차 쇠락의 길로 이끌지 않을까 우려-."

"헛소리!"

알렉산드르 3세는 격노하여 소리쳤다. 더 이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그의 정책이 저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겠으나, 그가 증오해 마지않는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개혁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쯤이야 그 또한 알고 있다. 현상 유지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슬프게 하고, 개혁은 현재에 만족하는 이들을 분노케 한다. 그러니까, 다소 개혁이 과격하여 주류 귀족사회가 동요하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내심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제와의 비교는 참을 수 없다. 당장에 그가 왜 민족주의에 경도되기 시작했던가. 그의 아버지가 민족주의자들을 멀리하라 꾸짖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죽으면서까지 자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남기지 않았던 아버지. 그의 연인을 러시아에서 내쫓아 얼굴도 모를 외간 남자의 아이를 낳다가 죽게 만들고, 뜻하지 않았던 결혼을 강요하였던 일생일대의 원수.

"더는 듣기 싫소. 내 경고하건대, 두 번 다시는 내 앞에서 그 지옥에 떨어져 마땅할 마귀를 입에 담지 마시오!"

"들으셔야 하옵니다, 폐하. 세르게이 대공께서 은밀히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사옵니다."

"나의 사랑하는 동생 셰로자가 말이오?"

여기에는 알렉산드르 3세도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믿기지도 않았을뿐더러,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사랑하는 동생 세르게이가 황좌에 도전하고자 한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미하일은 사뭇 진지하였다. 미하일은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

"우리의 독일 동맹은 추가채권의 매입을 거부하였습니다. 합스부르크는 러시아가 군국주의적 모험주의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어떠한 금융지원도 없을 거라 단언하였나이다. 이대로는 대군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곧이어 역도들이 페트로그라드에 들이친다면, 방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군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란 말인가? 어찌 그런 일이···!"

"폐하. 변경의 노장들은 변화를 바라지 않습니다."

미하일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렉산드르 3세는 아연실색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3세는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에 미하일은 답했다.

"언제건 옥체를 피하실 준비를 하소서. 옥체를 보전하신다면 능히 이길 수 있는 싸움입니다. 이미 모스크바에 제 사람들을 보내두었나이다. 가능하다면, 당분간 모스크바에 거하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맙소사."

알렉산드르 3세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서 휘청거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듯했다.

천도라니.

무언가가 잘못 풀려가고 있었다.

< 화약고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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