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사표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냉정함을 되찾은 프레더릭은 겸연쩍은 얼굴을 하며 답했다.
"폐하께서 이토록 우리 영국과의 친교를 소중히 생각하여 주시니 치천사 미카엘이 제국에 미소 지은 듯합니다. 이 은혜는 필히 역사에 기억되겠지요. 하오나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오나, 우리 대영제국은 강성하며 어떠한 외적의 위협도 대영제국의 말라카 수호를 흔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단호한 대답이었다. 또한, 당연한 이야기였다. 냉전 시대와 같은 진영논리나 동맹국 간의 공동방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였다. 공동방위를 명분으로 타국의 영토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는 곧 점령군과 같이 취급되었으며, 반대로 타국의 군대를 자국령에 수용한 나라들은 스스로 자국의 영토 하나 똑바로 지키지 못하는 얼뜨기로 취급당했다.
그렇기에 프레더릭은 일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이 딱 잘라 잡아뗐다. 물론 이번 국혼으로 본의 아니게 무례를 끼친 것도 사실이고, 한국과의 친교는 앞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필요 불가결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대영제국의 식민영토인 영국령 말라카에 한국군을 받아들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천만다행이구려."
이형은 여기에 반박하거나 뭐라 덧붙이는 대신 히죽 웃었다. 정말로 한국의 도움이 필요가 없냐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지금 영국에서 하나라도 적을 줄이기 위하여 바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형이었다. 한국을 구워삶는 와중에도 태평양 건너에서는 미국을 구워삶고자 안달복달을 내고 있을 영국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아직도 프랑스의 동맹국이었다. 곧 효력이 만기 되어 갱신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프랑스와 영국 간의 전쟁이 난다면 한국은 직접 참전은 아니더라도 국제법상 프랑스의 손을 들어줄 위치에 있었다. 이 경우, 아주 합종군은 얼마든지 무력으로 영국령 말라카를 짓밟을 수도 있었다.
한국 하나만으로는 영국 동방함대를 압도할 수 없겠으나, 프랑스 동방함대와 여러 열국의 함대를 합치면 배수량만을 따져도 족히 2배에 달했던 것이다.
"···폐하. 대영제국은 한국과의 친교를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겉으로는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프레더릭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심 직감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든 한국의 말라카 진출은 용인해야 할 판국이었다. 그것이 침공인가, 아니면 공동방위를 위한 진주인가가 달라질 뿐이다. 그것이 어느 쪽이건 한국은 이미 남방진출의 뜻을 확고히 굳힌 듯했고, 그건 영국에 있어서 결코 희소식이 아니었다.
프레더릭은 힐끗 시선을 돌려 동석한 태자의 눈치를 살폈다. 한국 황제는 통칭 병술 보고서라고 불리는 총체적인 인구, 생활 수준, 최소소득 등을 다루는 전대미문의 행정업무로 국제 외교가에서 침묵한 지 오래되었으나, 그사이 젊은 황태자는 국제 외교가에서 활발히 얼굴을 비추어 왔다. 그리고 그동안의 행적으로 보건대, 태자는 패도적인 부왕과는 달리 유순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프레더릭은 내심 태자가 황제의 야심에 일말의 불안 내지는 불만을 느끼고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태자는 쓴웃음을 지었을 뿐이었다. 프레더릭은 혀가 절로 바싹 마르는 듯했다.
"왕세자 전하께서는 오늘날 한국과 프랑스의 '특별한' 관계에 대하여 익히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 대영제국의 영예로운 의회는 폐하께서 그러한 사소한 정에 휘둘리지 않으시는 패기 넘치고 강인한 분이시다는 걸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껄껄. 과찬이시구려. 그러나 모두 옛일이 아니겠소. 내 젊었을 적이라면 몰라도, 요즈음에는 궁에 틀어박혀 끝도 없이 쌓인 서류 더미만을 뒤적이고 있으니 그저 허벅지에 살이 찌었음을 한탄할 따름이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타고난 천성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법입니다. 폐하께서는 사자의 심장을 지니신 분이시니, 세월은 단지 폐하의 위엄을 더해갈 따름입니다. 폐하께서는 단지 다시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계시는 것뿐이라는 걸 우리 대영제국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형은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웃었다. 퍽 우스웠다. 새삼스럽게 얼마나 영국이 궁하여졌는지를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이토록 이형에게 금칠을 해주었던 때가 지난날 있기는 했던가. 단언컨대 없었다. 되려 은근히 하대하거나 같잖다는 듯이 대우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사자의 심장을 타고났다며, 세월은 단지 위엄을 더해줄 따름이라고 지껄이지 않는가. 영국의 상징이 사자요, 그들이 사랑하는 리처드 1세의 별칭이 사자심왕이었음을 떠올리면 낯부끄럽기까지 한 아첨 공세였다. 그만큼 저들은 어떻게든 이형의 마음을 돌리고자 애쓰고 있었다.
이형은 턱을 쓰다듬으며 되물었다.
"귀국에서는 이번 국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오?"
"바야흐로 동과 서의 화합이며, 지고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 대국의 만남이 아니겠습니까. 장장 500여 년에 이르는 기나긴 세월 간 단 한 차례도 왕조가 바뀌지 않았으니, 제가 귀국의 역사에 무지함에도 귀국의 선왕 폐하들께서 선하고 현명하시어, 그 얼마나 은혜로운 선정을 베풀어 백성과 제국을 이롭게 하였는지를 알겠습니다.
가히 귀국은 극동에 임한 천년왕국이오, 귀국의 황실은 아시아의 합스부르크라 칭할 대업이라 할 수 있으니, 그와 같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국의 황실과 통혼함이 어찌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감격에 겨워 미처 공주가 폐인이 되는 동안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시구려."
"이는 비극적인 사고였습니다. 이 일의 책임자들에게는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며, 그 처벌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프레더릭은 여기까지 장광설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혀를 씹거나 말을 더듬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골려줄 궁리를 하던 이형도 내심 감탄할 지경이었다. 과연 평범한 인물을 보낸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기야, 굳이 이번 사고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가볍게 대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형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이오? 본국은 귀국과의 국혼을 무르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였고, 짐의 충성스러운 내각이 판단하건대 구주는 전에 없이 위태롭소. 짐은 어디까지나 선의로서 병졸들을 파병하여 귀국의 말라카 통치를 보장해주고자 한 것인데, 귀국에서 이토록 난색을 보이니 대단히 난감하구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우리 영국은 오늘날 프랑스와 적성 관계에 있습니다. 폐하께서 베푸신 크나큰 호의에는 그저 감사드릴 따름이오나, 만에 하나 귀국의 병사들이 말라카에 주둔하게 된다면 귀국과 프랑스의 특별한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설마하니 귀국에서 거기까지 신경 써줄 줄이야. 귀국의 배려에 눈물이 다 나올 듯하구려. 그러나-."
이형은 뜸을 들였다. 무언가 뒷말이 있다는 암시였다. 프레더릭은 침을 삼켰다. 예상되는 발언은 다양했다. 만에 하나, 그것이 프랑스와의 동맹조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면 프레더릭에게는 그보다 희소식이 없었다. 그 경우, 영국은 말라카에서의 통치지분을 일부 한국에 양보하는 대가로 후방에서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형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조금 달랐다.
"우리 말 돌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시다. 그대들이 언제까지 통치할 수 있을 것 같소?"
"···폐하, 그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는 척하지 마시오. 짐은 솔직하지 못한 자들을 싫어하오. 그리고 지금 짐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한 지 오래요. 짐이 아주의 기치를 세우며 아주 만민의 자유와 열국의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선포한 지도 스무 해가 되어가고 있소. 그런데 어찌 구주의 열국은 아직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양 행동하고 있는 거요."
파천황적인 발언이었다. 그건 곧 열강들의 식민통치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이 비록 아시아에 한정된 발언이라고 해도 말이다. 프레더릭은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서 눈을 껌뻑거렸다. 그러나 이내 그 뜻을 눈치채고서 전율했다.
기어이 한국이 그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열강들이 채워둔 족쇄를 집어던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건 결코 가벼운 사태가 아니었다. 프레더릭은 마른 침을 삼켰다. 비린내가 코끝을 맴돌았다. 혈향이었다. 그제야 그는 뒤늦게 자신의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런데도 프레더릭은 애써 담담한 체를 하며 답했다.
"폐하, 진노를 가라앉히십시오. 비문명국을 문명개화의 길로 인도함은 모든 문명국의 의무이자 영광입니다. 어찌 그것이 아시아인들을 핍박하고 그들의 주권을 빼앗기 위함이었겠습니까? 대영제국의 통치 아래 인도는 번영하고 있으며, 아시아 식민지에서는 어디에서나 여왕 폐하의 자비로운 통치를 칭송하고 흠모하는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폐하께서 염려하신 바는 알겠으나-."
"그럼 시험해보아도 좋겠소?"
"···폐하, 이렇게 겁박하신다고 한들 대영제국의 영예로운 신민들은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제국이 그들의 독립을 지원해 보아도 괜찮겠냐는 말이오."
프레더릭은 입을 다물었다. 괜찮을 리가 없다. 그 또한 백인의 의무와 사회진화론을 신봉하는 이 시대의 흔하디흔한 열강의 상류층이었으나, 그렇다고 식민지들의 불만을 모르지도 않았다. 당장에 자유당-노동당 연립정권이 지난 수년간 그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양보를 거듭해 왔던가.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대영제국이 건재하고, 설령 영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봐야 그 끝은 파멸뿐이라는 걸 페르시아가 똑똑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나선다면 어떨까. 그것도, 황인들끼리는 황인들끼리 돕고 살자는 아시아주의를 명분 삼아서 말이다. 식민지인들이 현혹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우습다.
그럼 그 끝은 파멸뿐이다. 엄청난 피가 흐를 것이다. 영국군은 독립을 외치는 식민지인들을 찍어누를 수밖에 없고, 식민지인들은 한국에서 보내온 총기를 들고서 한국에서 보내온 군관들의 훈련을 받으며 그런 영국군과 맞설 것이다.
"···."
오한이 들었다. 프레더릭은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분노와 아찔한 파멸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맛보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한국의 주요거래국인 미국까지 한 손 거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 또한 식민지가 없으니 한국의 손을 도와 식민지인들의 독립을 도와도 문제가 될 게 없다. 되려 자신들 또한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다며 신생 독립국들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 경우 미국과 한국은 유럽 식민열강들 전부와 다퉈야 하겠으나, 문제는 한국과 미국을 꺾을 수는 있어도 그 뒤에 한국과 미국이 풀어놓은 무기들로 무장한 민병대들을 상대로 식민지들을 재굴복시키는 게 과연 가능하겠냐는 점이었다. 특히 인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여차하면 인도에서 세계대전이라도 치러야 할 판국이다.
굴복시킬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제아무리 많은 피와 재화를 동원해도 한 번 통제를 벗어난 인도를 재굴복시키는 건 무리다. 그럼 한국과 미국은 전쟁에서 패하더라도 식민지들을 해방해 우군으로 삼는다는 대전략에서는 완승한다. 수백, 수천만의 피 위에서 유럽 열강들은 파멸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그 경우 우리 대영제국은 귀국의 야망을 저지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날개를 잃고서 귀국과 함께 추락할 수는 있을 것 같군요."
그렇기에 프레더릭은 이를 악물면서 답했다. 그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설령 그런 극단적인 수로 승리를 거두더라도, 왕좌에 오르는 건 한국이 아닐 거라는 경고였다. 미국이 되었건, 비슷하게 식민지와는 인연이 없는 독일이 되었건 말이다.
그러자 이형은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물론 짐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구주의 열국 중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더구려. 짐이라고 어찌 피를 보기를 원하겠소? 만일 짐이 진정 귀국과 적대하기를 바랐다면, 어찌 국혼을 핑계로 귀국의 공주를 이곳까지 불렀겠느냐는 말이오."
"무엇을 원하십니까."
"짐은 그대들 구주의 열강이 아주 열국들의 독립을 약속해주기를 바라오. 백 년 후건, 내일 당장이건 상관없소. 하여간, 저들에게 독립을 돌려주기를 기대하오. 문명국의 의무란 비문명국에 문명을 전해주는 것이잖소? 그럼 의무를 마치는 대로 불청객은 떠나주어야 옳지 않겠소. 아니면, 저들을 진정으로 구주 열국의 신민으로 받아들이던가 말이오."
느긋한 언사였으나, 그 내용은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할만한 것이 못 되었다. 결국, 따로 시간제한을 주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아시아에서 꺼져주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프레더릭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보나 마나, 황제는 식민지인들을 진정한 시민으로 대우할 일은 하늘이 다시 열리지 않는 한 없으리라는 걸 알고서 저런 말을 지껄이는 것일 터였다.
이형은 태자를 흘겨보았다. 태자는 놀랍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자 또한 이형의 입에서 이런 극단적인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다. 적어도, 그가 아는 아버지는 아시아 식민 열국의 독립 따위에 마음을 써줄 만큼 선량한 인물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형 또한 아시아 식민지인들을 위하는 선의로 이런 발언을 퍼붓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도 아니면, 우리 군이 자유로이 말라카에 진주할 수 있도록 허락하던가 말이오."
이형이 대수롭지 않은 듯 덧붙인 말에 프레더릭은 마지막 평정심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 결국, 한국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국운을 제물로 바쳐 아시아 전역에서 독립을 외치는 아시아주의 민병대들과 싸워보겠는가의 양자택일을 제시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도망칠 구석을 순순히 내줬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 싸울 의사는 없다는 의미 또한 되었다. 정말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이었다면, 도망칠 구멍을 내주는 대신 더욱 궁지로 내몰았을 테니 말이다.
"···후우!"
프레더릭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어떻게든 냉정함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런데도 프레더릭은 여전히 심장이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쿵쾅쿵쾅 뛰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분노와 동요는 대단한 것이었다.
프레더릭은 그렇게 두어 차례는 더 심호흡하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수용하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하셨던 흉흉한 발언들은 못들은 걸로 해두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무슨 헛소리요? 짐은 그런 말은 한마디도 덧붙이지 않았소만."
이형은 뭔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하느냐는 얼굴로 프레더릭을 빤히 바라보았다. 심호흡한 보람도 없이, 프레더릭의 얼굴을 시뻘겋게 질렸다가 다시 새파랗게 질렸다.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며 덧붙였다.
"기억하시오. 우리는 천년 후에라도 이 아주에 붙어 있을 테지만, 그대들 구주인들은 언젠가 아주를 떠나게 될 것이오. 그럼 이제부터라도 구질구질하게 버틸 궁리를 하기보다는 언제 어떻게 떠날지에 대하여 고민하는 편이 서로에게 이로울 거라 생각하지 않소?"
그건 바야흐로 세계를 향한 한국의 출사표였다.
< 출사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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