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64화 (364/530)

< 발화 >

하지만 요시노부는 그렇다고 대답을 망설일 만큼 우유부단한 인물도 아니었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요시노부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형이 어째서 그런 같잖은 송사리 하나에 집착하는지 요시노부는 몰랐다. 그리고 사실, 알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황제가 명하였다. 그거라면 죽일 이유로 충분하지 않던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카타모리에게 슬쩍 일러주면 어련히 처리될 일이었다. 사실, 구태여 이런 자리에 은밀히 부를 것도 없이 서신으로 슬쩍 일러주기만 했더라도 요시노부는 기꺼이 따랐을 터였다.

'어쩌면 본보기를 보이려 하는지도 모르지. 혹은, 아주 제국(諸國)이 이런 사사로운 사안에서조차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하는지도 모르고.'

잠시 이형이 일부러 이런 지시를 내린 이유를 고민하던 요시노부의 결론은 이러했다. 그 손문이라는 자가 뭔가 대단한 배경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척살 명령 그 자체에 무언가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에는 제법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 손문이라는 사내 한 사람을 처리하여 아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역도들이 함부로 경거망동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인가.

'지록위마의 고사를 참고해야겠어.'

달리 말하면, 눈 가리고 아웅이다. 누가 봐도 일본국에서 살해한 것이지만, 감히 누구도 그 사실을 지적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그래야지만 역도들이 치를 떨면서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순교자를 만들 걱정도 없었다. 비참한 죽음 대신에, 추잡한 죽음을 내리면 충분했다. 그 어떤 역도도 추잡하게 죽은 자를 그들의 상징으로 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중원에서는 아직도 아편 중독자들이 득시글거린다고 하였던가.'

"음, 기대하고 있으리다."

이형은 흡족하게 웃었다. 엎드려 절을 하고 있으면서도, 요시노부는 이형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가 훤히 보이는듯하였다.

그 웃음이야말로 자신이 정답을 골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요시노부는 믿었다.

* * *

한편, 그 무렵 지구 반대편-프로이센 왕국, 베를린.

"끔찍하도다."

프리드리히 3세는 손을 덜덜 떨었다.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한지도 벌써 해를 넘어가고 있었음에도, 그의 굳센 눈동자에 가득히 담긴 총명함은 쇠할 줄을 몰랐다.

그러나 오늘 그는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러시아에서 내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지난 수년간 러시아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으되, 또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비극이었다.

"이제 곧 이 나라가 전란에 휩쓸리게 될 텐데. 이 못난 놈은 병상에 누워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

프리드리히 3세는 깊이 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알아듣기 어려운, 갈라지고 메마른 목소리였다. 그야 당연했다. 그의 목에는 작은 숨구멍이 나 있었다. 후두암 수술의 흔적이었다. 목에 구멍을 뚫어놓고서 입이나 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성대만으로 소리를 내는 꼴이었으니, 그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목에 구멍을 내면서까지 연장하였던 생명의 불꽃도 이제는 꺼져가고 있었다. 3년 전에 이루어졌던 후두암 절제 수술은 얼핏 성공적인 듯 보였다. 적어도, 암 종양을 확실하게 도려내는 데에는 성공했었다.

프리드리히 3세에게 있어서 불행이었던 사실은 그렇게 잘라낸 종양이 사실 이미 전이된 지 오래였다는 것이었다. 암세포는 상상 이상으로 끈질겼고, 늙은 왕은 죽음을 직면하고 있었다. 그는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침전에 찾아온 그의 재상을 바라보았다.

"러시아는 어찌 될 것 같던가. 가까운 시일 내에 떨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던가···?"

"···지금 이대로 가면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제국의회에서 참전이 결의되었나이다. 카이저는, 이미 결의를 굳힌 모양입니다."

수상, 레오 폰 카프리비는 고개를 푹 숙이며 죽어가는 왕에게 비관적인 소식을 전해주었다. 신성로마제국이 러시아의 동맹국으로서 러시아 내전에 개입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었다. 그건 지금 당장에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격이었다.

이탈리아와 북독일의 제후국들과 대치하면서도 동시에 후방에서 시작된 러시아 내전에 개입한 것이다. 러시아 내전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드러내 놓고서 틈을 보일 리가 없다.

프리드리히 3세는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 카이저에게는 병상에 누운 환자 따위는 가소롭기만 하였겠지."

입맛이 썼다. 새삼스럽게, 그 격차가 날로 벌어져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나마 아시아와의 무역으로 필사적으로 뒤쫓아가고 있으나, 발칸반도를 장악하고서 지중해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혀 버린 제국의 폭발적인 국력 상승에는 따라갈 도리가 없었다.

지금이라면 그 프랑스조차 제국의 적은 아니리라. 설령 프랑스가 이탈리아와 북독일을 도왔다고 한들, 과연 신성로마제국을 상대로 얼마나 승산이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지금도 러시아 내전에 개입하면서도 여전히 이탈리아와 북독일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지 않은가.

침상에 찾아온 그의 세자, 빌헬름이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다.

"아바마마, 지금이야말로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입니다! 저 오스트리아 놈들이 등을 보여줄 날이 또 언제 오겠습니까? 지금 당장 병사들을 모아 저 건방진 오스트리아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만 합니다!"

젊은 세자의 눈동자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지금 공격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프리드리히 3세는 그런 세자의 무모함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야 물론 그간 왕국의 모든 인사가 입만 열면 복수와 독립을 외쳤고, 해볼 만한 상대라며 몇 번이고 강조해왔으니 그들과 어울리던 세자도 자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겠지만. 장차 보위를 물려받아야 할 세자가 내부선전에 속아서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프리드리히 3세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말했다.

"···그건 아니 될 말이다. 먼저 공격하는 이들이 더욱 불리한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제국보다 약소한 우리가 어찌 그 많은 인명 피해를 감수한다는 말이더냐."

"하오나, 아바마마! 단지 언제까지 저들이 쳐들어오기만을 기다려서야 어찌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나이까? 날이 갈수록 제국은 더욱 강성해지고 있으니, 전쟁을 미루면 미룰수록 더욱 불리해질 따름일 것입니다. 이래서야 어찌···!"

빌헬름은 프리드리히 3세를 향하여 무릎을 꿇으며 간절하게 빌었다. 그것이 무모한 요구임을 알면서도, 프리드리히 3세는 이번만큼은 차마 뭐라 세자에게 면박을 주지 못했다. 프리드리히 3세의 말은 분명 옳았지만, 빌헬름의 말 또한 틀린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모두가 다가올 전쟁은 참호를 얼마나 더욱 단단하게 만드느냐, 또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를 뚫을 것인가를 겨루는 전쟁이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참호전이란, 기본적으로 국력이 따라와 주지 못하면 흉내 낼 수도 없다. 그야말로, 패배한다면 나라가 망할 각오를 하고서 손에 쥔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작금의 프로이센에, 그런 사치스러운 전쟁에서 수비자도 아니고 공격자로서 승리할 방법이란 요원하기만 했다. 그러나 빌헬름의 말대로,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 아래에서 개전할 기회도 앞으로 없을 것이다.

러시아 내전이 얼마나 길게 끌게 될지야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내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국력의 반 가까이 동쪽으로 돌려야 한다. 다시 말해, 프로이센이 상대해야 할 국력이 절반이 된 것이다. 이러한 기회가, 언제 또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네 말은 잘 알겠다. 그러나···."

그런데도 프리드리히 3세는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서 망설였다. 그건 암세포 탓에 기력이 다했기 때문도 있겠으나 그 이상으로 전쟁이 망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 절반의 국력이 상대라도 이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던 것이다.

프로이센의 경제야 지난 대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였으되, 여전히 인구는 더디게만 회복되고 있었다. 그건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도, 적령기 남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도, 프로이센을 등지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던 까닭이었다.

신성로마제국은 독일 민족이 주가 된 다문화 다인종 제국이었고, 독일 통일을 이룩한 이후에도 절반 가까이 있는 인구가 헝가리 등의 이민족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리 긍정적인 일이 아니었다. 주류 민족인 독일인의 비율이 간신히 과반수를 채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제국이 언제건 내부분열을 일으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신성로마제국은 독일계 제후국에서 적극 이민을 받아왔다. 아니, 엄밀하게는 이민이라고 하기도 뭣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나라이니만큼, 그냥 거주지 이전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리라. 이런 와중 남독일과 보헤미아 일대의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무수한 독일 청년들을 흡수하는 데 결정적 이바지를 하였다.

다시 말하여, 제국은 절반의 국력으로도 프로이센보다 배 이상 많은 병사를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참호전에서 병력의 숫자는 곧 참호를 돌파하고 지킬 힘임을 생각했을 때, 이는 절망적인 전력 차이를 의미했다.

"···우리의 신의 깊은 동맹, 이탈리아는 어찌 되었는가? 아직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결국, 한참을 망설이던 프리드리히 3세는 레오 수상에게 슬쩍 말을 돌렸다. 그는 이탈리아가 이번 전쟁에 소극적일 거라 판단했다. 그야, 지난 몇 년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접경지대에서 이루어진 십수 차례의 교전 중 이탈리아군이 우세를 점한 전투는 단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은 이탈리아군의 기습적인 국경침범시도는 이를 사전에 파악한 제국군에 의하여 실패로 돌아갔고, 이따금 이탈리아군의 기습이 성공을 거두어도 양적 우세를 내세운 제국군에게 밀려나 꼬리를 말고는 했다. 그런 만큼, 프리드리히 3세는 이탈리아가 이번 전쟁에서 소극적이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그러한 이탈리아의 소극적인 모습이 빌헬름의 의지를 조금이나마 꺾어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오늘 새벽, 이탈리아 왕국에서 참전을 요청해 왔나이다."

"···지금 뭐라고 했나?"

그러나 레오로부터의 대답은 그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3세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이라도 자세한 사정을 전해 듣기 위하여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잘은 안 되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해도, 앙상해진 팔은 노쇠하고 가벼워진 몸 하나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결국, 빌헬름이 그를 부축한 다음에야, 프리드리히 3세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프리드리히 3세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이탈리아가···! 허억! 전쟁을 청하여 왔다는 말인가?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원한다고···?"

"예, 폐하."

"어찌 먼저 그 이야기부터··· 후욱! 하지 않은 건가? 이와 같은 안건이라면 당연히 과인에게 가장 먼저···! 허억!"

숨이 가빠왔다. 육체적 피로보다도, 분노 탓이었다. 그와 같은 나라의 중대사를 왕에게 가장 먼저 알리지 않고, 그가 물어볼 때까지 숨기고 있었다는 뜻이었으니 프리드리히 3세로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일 어제처럼 그가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미처 국무를 보지도 못하고서 끙끙 앓고만 있었다면 언제가 되어 그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는 그가 이미 이 나라의 왕으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프리드리히 3세는 죽을힘을 다해 팔을 들어 올려 레오에게 삿대질하려다가, 이내 정신을 잃고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운동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가벼운 움직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그는 쇠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푹 주무십시오. 이제 이 나라는 제가 이끌어 가겠습니다."

쓰러진 부왕을 내려다보며, 빌헬름은 한숨을 내쉬었다. 착잡했다. 이 꼴이 된 다음에도, 부왕은 빌헬름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다. 그의 부왕이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듯이 말이다. 그만큼, 프리드리히 3세에게 자신은 못 미더운 세자였던 것이라고 빌헬름은 이해했다.

저 멀리에서 전담의가 달려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실낱같은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빌헬름은 선선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쓸모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양보였다.

부왕은 이번 해를 넘기지 못할 터였다.

"의회는 뭐라고 하던가?"

"개전 표결이 30분 전 찬성 과반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윤허를 내려주시는 즉시 선전포고문을 제국에 전달할 것이고, 우군이 국경을 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아바마마께서도 그리하시기를 바라고 계심을 방금 확인하지 않았소?"

"···그랬었지요. 이 늙은이가 우둔하게도 폐하께서 내리신 교시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럼 즉시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오는 고개를 숙였다. 빌헬름이 억지를 부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이미 왕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보위를 이어받을 세자는 장성하여 서른을 넘겼다.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야 1시간이 되지를 않는 왕보다야 이미 장성하여 국정을 돌보기 시작한 세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은 적어도 레오와 현 프로이센 내각에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졌다.

하다못해 평시라면 모를까, 지금은 대전이 임박한 와중이 아니던가. 지금 필요한 건 전시내각이었고, 전시내각에 필요한 건 송장이나 다름없는 왕이 아니었다. 왕국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세자를 따라야 할 때였다.

"···이것이 옳은 일일지 잘 모르겠소."

빌헬름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리 지금 정국이 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부왕을 죽은 사람처럼 취급하는 게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옳고 그름이 이제 와서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레오는 엄숙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지 세자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는 그의 진심이었다. 러시아에서 내전이 시작되었고, 오스트리아는 페트로그라드의 새로운 차르로부터 지원요청을 받아 여기에 개입하기로 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이제 프로이센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지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을 것이고, 오스트리아가 혹여나 내전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서 다시 서쪽을 바라보는 날에는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에게 짓밟힐 판국이다.

이 기회에 끝장을 보던가, 하다못해 내전이 길게 이어지면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두 나라를 소모 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내각의 선택은 전자였고, 세자는 이를 존중했다. 그럼, 남은 건 전쟁뿐이었다.

"그래, 그랬었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었지. 이거 부끄럽구려. 깨달음을 주어 고맙소."

"이 미천한 늙은이가 미혹을 더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면 영광일 따름이지요, 폐하."

레오는 고개를 숙였다. 빌헬름은 전율이 척수를 타고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랬다. 이제 그는 프로이센의 왕이었다. 아직 정식으로 왕이 된 것은 아니어도, 이미 내각과 군부의 지지를 얻었으니 그는 왕이었다.

그리고 빌헬름은, 그의 치세가 영광과 승리로 가득하리라는 걸 믿었다.

< 발화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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