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70화 (370/530)

< 천하유람 >

당연하게도 서태후가 죽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이형에게 전해졌다.

“우화등선했다, 라.”

경성, 서울역.

이형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봐도 내 손으로 죽였소-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보고였다. 그러나 이형이 웃었던 것은 김가진의 보고방식이라던가 서태후를 죽였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한번 죽었다가 환생한 대표적인 오컬트의 산물이 아니던가. 정말로 서태후가 도술을 수련한 끝에 우화등선했다고 한들 마냥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부정할 수 없는 게 이형의 현실이었다.

그 사실이 우스워서 웃었던 것이다.

“태후를 마중하고자 김 장관을 보냈던 것이 실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형이 화가 났다는 징조로 받아들였는지, 태자 이원철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의 아버지가 진정 화가 났을 때는 우선 웃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형은 손을 휘휘 저으며 그런 태자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아니, 됐다. 어차피 살아봤자 이 나라와 이 천하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을 마녀였느니라.”

“하오나 그와 같은 일을 아바마마께 이렇다 할 교시 하나 없이 처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을는지요. 이와 같은 중대사를 아바마마께 인가조차 받지 않고서 저지르다니, 제 재주를 과신하고 있음이 분명하옵니다.”

“과신하고 있겠지. 그래서 돌아온다면 혼쭐을 내줄 작정이다. 하지만 그 녀석이 과격할지언정 믿는 구석도 없이 일을 저지를 만큼 멍청하지는 않아. 보나 마나 네 외조부가 뭔가 손을 쓴 거겠지. 언젠가 손이 닿거든 반드시 숨통을 끊어주겠다고 벼르고 있었으니까.”

이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원철에게는 이형이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이 보였다. 혼쭐을 내줄 작정이라고 하지만, 보나 마나 꾸짖는 것이 고작이지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 원인을 이원철은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이 나라의 모든 것이 통제 아래에 있다고 여기신다. 그러나···.’

그건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을 이끌어온 한 나라의 정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역적 김좌근과 그 패거리가 숙청된 이래로 대한은 이형과 이하응 부자의 독재권력 아래에 놓였고, 이하응마저 밀려나고 난 다음에는 오로지 이형만이 남아 나라를 이끌어왔다.

개화를 진행하면서도,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하다못해 황권이 줄어들고 의회가 힘을 지니는 것마저 이형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의회가 스스로 힘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이형이 내려준 것이다. 그 사실은 의회가 무언가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이형의 눈치를 보게 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범 아주 조약기구는 어떠한가. 회맹에서 제후들이 의견을 제기한다고 해봐야 그건 어디까지나 이형에게 따로 추진해야 할 의제가 없을 경우의 이야기지, 막상 이형이 무언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으면은 반강제적으로 모든 제후가 그에 대해서만 논의해왔다.

이미 그렇게 수십 년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원철은 깨닫고 있었다.

‘···이 나라는 너무나 비대해졌다. 이 나라가 언제까지고 극동의 소국일 뿐이었다면 아바마마께서 노쇠하실 때까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었지만, 이제 이 나라는 명실상부한 열강이고 세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축이다. 제아무리 아바마마시라고 한들, 모든 걸 알고서 제어할 수는 없어.’

이원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 또한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국외에서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서부터였다. 한국에 머물 적만 해도, 황제가 나라의 중대사를 모두 결정하고 의회와 그 조정 휘하의 관료들이 황제의 뜻을 현실로 바꾸는 한국의 체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다.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보기에, 현 체제는 어떠한 문제도 없어 보이던 것이다.

그러나 국외를 돌아다니면서 이원철은 분명히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형이 마치 한국이라는 나라를 제 몸을 다루듯이 다루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이토록 자신만만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제 몸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일도 김가진의 독단이 명명백백함에도 사태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걸 내가 지적해도 되는 건가? 부자이기 이전에, 나는 태자이다. 아바마마께서 하시는 일에 함부로 훈수를 두었다가는 보위를 노린다고 의심받을지도 몰라. 그리고 아바마마께서도 아직 정정하시다. 그 증거로서, 적어도 아직 이 나라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이원철은 끝말을 삼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말을 안 하지도 않았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아바마마께서는 이 나라의 지존이십니다. 그 어떤 사소하고 잡스러운 일이라도, 그것이 아바마마께서 의도하신 일이 아니라면 꼭 바로 잡아야만 할 것입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김가진의 독단을 가벼이 여기지 마소서.”

“흠···.”

이원철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형 또한 눈을 가늘게 뜨고서 태자의 말을 경청했다. 태자가 월남으로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부탁이었다. 적어도 몇 달 간은 만날 수 없을 텐데, 그런 태자가 작별인사 삼아서 건네는 말을 가볍게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형은 가만히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답하였다.

“그래, 그렇게 하마. 당분간 근신을 시키건, 그놈의 수족을 하나 자르건 간에 단호히 벌을 주겠다. 그러니 너무 심려하지 말고 무사히 다녀오너라.”

“물론입니다. 아바마마께서 소자의 청을 들어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원철은 활짝 웃었다. 누가 봐도 다소 과할 정도로 기뻐하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이형은 그것이 감정을 숨기기 어려울 정도로 기뻐서가 아니라는 걸 눈치 챘다. 철이 들 무렵부터 외교 판에서 일해 온 그의 장남이다. 고작 이런 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나에게 무언가 일깨워 주려 하는 모양인데.’

이형은 그것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했다. 딱히 짚이는 구석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이 김가진과 연관된 일이라고 생각하니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기는 했다. 어쩌면, 이형이 그의 측근이라고 할 만한 이들에게 너무 무르다는 걸 지적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그건 분명 사실인지도 몰랐다. 당장에 이하응 또한 몇 번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끝내 살려서는 미국으로 보내주었고, 한성근 또한 일국의 부왕으로 삼았다. 박규수 또한 오랜 세월 그의 오른팔로 일해 온 끝에 부와 명성과 권세 모든 것을 얻은 채로 자리에 서 물러났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형은 새삼 쓴웃음이 나왔다.

‘이거야 원, 녀석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구먼. 내가 살아있을 때야 소위 공신이라고 하는 놈들이라고 해봐야 내가 하는 말에는 껌뻑 죽으니 상관없지만, 저놈이 보위에 오르게 된다면야···.’

사사건건 이형과 비교하고 트집을 잡을 텐데 그야 걱정이 안 될 리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음 대에 보위를 이어받을 태자이니 말이다. 이대로 공신들이나 총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계속 내버려두었다가는 이원철이 뜻을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더 늦기 전에 관리를 시작하기는 해야겠군. 내 사람들에게 몽둥이 휘두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지.’

“그래. 몸조심하거라. 월남에 가거든 보나 마나 불란서 놈들이 뭐라 트집을 잡을 테지. 뭐라 하건 화내지 말고 차분히 응수해라. 설령 언젠가는 결탁을 봐야 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명분을 줄 필요야 있겠느냐.”

“마음속 깊이 명심해두겠습니다. 그럼 아바마마, 불초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옹냐. 다녀오너라.”

이형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에게 읍을 올리고서 열차에 오르는 태자의 모습이 그보다 듬직할 수가 없었다. 이형은 열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태자를 배웅하였다. 저 멀리에서 백성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태자의 순방을 구경하려 나온 백성들이었다.

함성소리는 열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비보다 먼저 천하유람이라니. 운수 좋은 녀석.”

우렁찬 기적 소리를 내며 열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제야 이형은 뒤돌아섰다. 이번 태자의 월남 순방은 단순한 순방이 아니었다. 김가진의 정주 방문과 더불어서 경성에서 월남까지 육로로 이어져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엄밀하게는 월남까지 직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열차를 타고서 장(壯)국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월남까지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일부러 뱃길이 아니라 육로인 이유는, 설령 바다가 봉쇄된다고 한들 월남까지는 언제건 손이 닿는다는 걸 프랑스에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지금이야 고작 해봐야 태자와 그 수행원 몇 백 명 정도가 가는 것으로 끝나지만,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십수만 명의 병사들이 열차를 타고서 월남 국경까지 단번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월남과 코친차이나에 주둔 중인 프랑스군이 다 합해봐야 10개 연대가 채 되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 될 터였다.

그뿐일까? 이 대륙종단철도는 한국만이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주조약기구에 속한 제후들까지 연달아 병사들을 파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태자의 월남순방에 더해진 천하유람은 이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정주를 통해서 천하 구석구석까지 제국의 손과 발이 닿음을 보여줌으로써, 전시에 합종군이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걸로 그 개구리 놈들이 양보해주면 좋으련만.”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에는 영국과 협력해 프랑스와 그 동맹국 스페인을 아시아에서 몰아낸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영국이 계속 대답을 주지 않고서 답을 질질 끌고 있으니 이야기가 좀 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한국이라도 영국과 프랑스 양국을 동시에 적으로 돌려서야 답이 없다. 아예 두 나라의 전쟁이 격화되어 한국을 미처 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영국과 프랑스를 동시에 적으로 돌린다면, 설령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형은 가능한 한 이번 태자의 순방으로 프랑스가 한국과의 일전이 어렵고, 한국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깨닫게 되기를 바랐다. 더욱 정확히는, 프랑스의 독재자 나폴레옹 4세가 말이다. 그렇게 프랑스도 제 발로 물러나고, 영국도 제 발로 물러나는 게 최선의 결말이 될 터였다.

물론,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루이도 프랑스에 도착했겠군.”

이형은 불현듯 루이를 떠올렸다. 벌써 그가 한국을 떠난 지도 석 달이 되었으니, 항행이 순조로웠다면 지금쯤 지중해이거나 마르세유에 정박하고도 남았을 터였다.

직감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형이 그의 측근들을 너무 감싸는 것이 문제라면, 지금껏 보여준 나폴레옹 4세의 문제점은 자신의 측근들조차 신용하지 않고서 마구 숙청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야 루이가 군부에 남아있는 것이 군부를 견제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지만, 이미 한차례 숙군을 끝낸 지금은 어떨까.

“칼을 뽑아야 산다는 걸 그놈이 알아야 할 텐데.”

이형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가, 이내 표정을 고쳤다. 승강장 바깥에서 기자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에서 한창 전쟁이 무르익은 가운데, 지금껏 한국에서 프랑스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고의적으로 손대지 않고 있던 월남에 태자를 보냈다. 이를 통해 국교를 맺겠다고 나섰으니, 그야 기자들이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형은 몸을 가다듬고서, 성큼성큼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정면을 향해 걸어갔다. 오만불손하고, 자신만만하고, 정력적인 모습으로 기자들의 앞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설령 어떤 상황에서라도 뻔뻔스럽게 웃는 것이야말로, 그의 왕도였던 까닭이다.

***

프랑스 제국, 마르세유.

대영제국의 리버풀이나 런던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이 무렵의 마르세유는 분명 세계 유수의 거대 무역항이었다. 모두 아프리카 식민지로부터의 무역수입 덕분이었다. 만일 아프리카 식민지인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빼앗아 가는 것이 어떻게 무역으로 얻은 수입이라고 하겠느냐고 단번에 기함하겠으나-어쩌겠는가.

물론 뒤통수에 총구를 겨눠진 채로 터무니없이 형편없는 가격에 물건을 팔았더라도, 아무튼 간에 판 것은 판 것이다. 프랑스에서 만들어낸 물건을 제외하면 어떠한 물건도 살 수 없었다고 해도 물건을 산 것은 산 것이다.

적어도, 이 시대의 열강과 비열강 간에 무역이란 그러한 것이었으며 이를 통하여 유럽이 감히 그 어떤 대륙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한 것이 사실이지 않던가. 마르세유 또한 그렇게 부를 쌓아올린 무수한 도시 중 하나였고, 덕분에 마르세유에는 언제나 화물들과 상선들, 상인들과 선원들로 북적거리고는 했다.

“···이 도시가 이렇게 스산할 수도 있었나?”

그 탓에 마르세유에 막 돌아온 루이는 단번에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는 이를 두고서 스산하다고 표현했으나, 이것이 도시가 텅 비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되려,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리고 있었다. 항구를 가득 메운 군함들과 암울한 얼굴을 하는 병사들로 말이다. 처음에는 이형의 경고를 떠올려 혹 황제가 자신을 사로잡기 위해서 병사들을 동원한 것이 아닐까에 대해 의심한 루이였지만, 그런 의심은 이내 말끔히 가셨다.

다름이 아니라, 병사들이 너무나 많았다. 못해도 10만, 어쩌면 그 이상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개중에는 본국의 프랑스인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알제리인들이나 아프리카인들마저 뒤섞여 있었다. 아니, 사실 그들이 훨씬 더 많았다.

“저만한 숫자의 유색인종들이 도시에 들어오면 시민들이 싫어할 텐데···?”

루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이 본인이야 한국에서 머물러온 시간이 있고, 일제에서 총독으로 지내면서 이것저것 깨달은 것이 있다 보니 딱히 인종적 편견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시민이 얼마나 유색인종들을 멸시하고 멀리하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그만한 명성과 부를 쌓았던 뒤마조차 마지막 순간까지도 검둥이로서 생을 마치지 않았던가. 그나마 흑백 혼혈이 그만한 부와 명성을 축적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다른 식민열강들에 비교하여 프랑스 제국의 상대적인 관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루이는 믿었다.

그런데 하물며 총을 든 유색인종들이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배가 완전히 저항할 때까지 가만히 도시를 둘러보며 루이는 생각에 잠겼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왜 식민지인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 있는 거지?”

“바, 반란이 일어난 건가! 아, 아니 그렇지만 그럴 리가! 저 검둥이들이 무슨 수로···!”

“가, 각하! 각하께서는 무언가 알고 계시는 것이 있습니까?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저희로서는 도통···!”

혼란에 빠진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일행은 루이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가 황제의 총신이며, 동시에 프랑스 제국의 원수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라면 무언가 하나쯤은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거라 여기고서 그에게 매달린 것이다.

“나도 모르겠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폐하께서는 내게 이번 일을 사전에 경고해주시지 않았어.”

하지만 루이는 그들이 기대한 대답을 돌려줄 수 없었다. 그 또한 이게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가능성 정도는 헤아릴 수 있었다.

하나, 식민지 군과 지중해 함대의 주도로 쿠데타나 군사반란이 일어났을 가능성.

둘, 황제의 명령으로 프랑스령 아프리카에 징병령이 선포되었을 가능성.

어느 쪽이건,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있었다.

‘알제 총독으로서 내 권위와 지위는 이 순간 이미 무시당했다는 것.’

루이는, 턱에 절로 힘이 들어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천하유람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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