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74화 (374/530)

< 윌리엄 매킨리 >

윌리엄 매킨리의 발언은 미국 정계에 크나큰 파동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이 동맹을 찾고 있다는 것은 곧 한국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과 같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동맹국이었던 프랑스와 정반대에 있던 영국에 먼저 손을 내민 것도 그랬다.

이건 단순히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악화하였음을 의미하지 않았다. 애초에 프랑스와 한국의 관계가 악화한 것이야 코친차이나의 통치권 양도 문제로 이미 비밀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 경우 당연히 한국과 손을 잡아 프랑스에 맞서야 할 영국이 국혼 이후로 한국과 이렇다 할 협력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매킨리의 발언에 대한 미국 정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어림도 없는 소리! 동맹을 애걸하고 있는 영국이 한국에서 내민 기회를 스스로 뿌리쳤다? 주지사께서는 진정으로 그게 앞뒤가 맞는 이야기가 생각하는 겁니까!"

"옳소, 옳소! 애초에 이치에 맞지를 않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예전 같지만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구태여 프랑스와 전쟁을 하려 하겠습니까? 그리고 만일 진정 프랑스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 뭣 하러 영국을 뿌리치고서 우리 합중국에 손을 내민다는 말입니까!"

"매킨리 주지사의 주장은 단지 전쟁이 임박하였다는 공포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한 위장 공작에 불과합니다! 우선 어째서 한국이 프랑스와 전쟁을 하겠으며,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어째서 영국이 한국과 손을 잡기를 망설일 것이고, 국혼을 치룬지 고작 해봐야 1년여밖에는 되지 않은 양국이 사이가 틀어졌다는 증거는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하나는 부정. 이는 당연하게도 매킨리의 반대당 파인 민주당 측에서 제기되었다. 그리고 사실 보편적으로는 이쪽이 이치에 맞는 말처럼 보였다. 설령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하더라도, 영국과 프랑스의 앙숙 관계는 대중적으로 알려졌었다. 영국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프랑스가 가장 싫어할 일이고, 반대로 프랑스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영국이 가장 싫어할 일이다.

만일 정말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다면, 당연히 영국은 프랑스가 가장 싫어할 짓을 해야 옳다. 그리고 가장 싫어할 일은 당연하게도 한국과의 동맹이다. 그런데 영국은 다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국혼 이후로 한국과 아시아에 대하여 말을 아끼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신뢰의 표현인지, 아니면 이미 수면 아래에서 모든 합의가 끝난 다음이라 계략을 실행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가 분간이 되지를 않는다는 점이었다. 평소 영국이 보인 행적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는 영국의 행적을 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행적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그간 한국은 아시아주의를 제창해왔고, 이를 통해 지금의 범아시아 조약기구라는 거대한 국제기구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황실의 큰 어른인 프린스 흥선은 태평양에서 유럽 세력을 몰아내고자 하고 있지요. 이게 단순한 우연이겠습니까?"

"한국의 외교적 기조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아시아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자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지요. 단지 그 목적이 자국의 방위인지, 경제적 이익인지, 아니면 독자세력의 구축인지로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는 높이 도약하기 위한 계단들과도 같지요.

한국은 주변의 우호국들을 통하여 자국이 직접 공격당할 여지를 없앴으며, 아시아 각국을 끌어들여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였고,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여 명실상부한 열강으로 인정받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럼 그다음 계단은 무엇이겠습니까?"

"한국이 프랑스, 영국과 갈등을 빚는 것을 당연한 일입니다. 모두 우리 미국을 봅시다. 이제 우리 모두 위대한 엉클 샘이 아메리카 대륙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우리는 더욱 높은 경지로 나아가려 하고 있고, 우리의 위에는 이제 유럽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한국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저들은 유럽에 맞선 반역을 계획하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매킨리의 소속당이기도 한 공화당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이었다. 민주당이 영국의 반응에 주목했다면, 공화당은 한국이 그간 보여온 외교적 행보에 주목했다. 공화당은 한국을 번데기를 깨고 날아오르려 하는 나비에 비유했다.

범아시아 조약기구는 부드러운 속살을 감추기 위한 단단한 껍질이었고, 미국의 투자와 태평양 무역은 영양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날개가 돋아난 나비는 이제 껍데기를 깨고서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이는 세상을 향한 반역과도 같은 일이고, 반역을 준비하고 있는 건 이미 날고 있던 미국 또한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직접 미국이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으나, 한국과 미국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유사한 부분을 찾아내어 친밀함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사실상 한국과의 동맹을 주장하는 것과 같았다.

민주당이 아직 무엇하나 분명하지 않다면서 신중론을 주장했다면, 공화당은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면서 주장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노랑이 놈들이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야?"

"빌어먹을 노란 원숭이 새끼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더 늦기 전에 이 미국 땅에서 저 원숭이들을 몰아내야 해! 이대로 가면 이 나라는 저 원숭이들의 손에 떨어지고 말 거야!"

"사람은 돈만으로는 살 수 없다! 올바른 신앙과 신념이 없다면 아무리 돈을 벌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정부는 저 추악한 아시아 불교도들이 이 나라를 빼앗기 전에 황인들의 음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항할 필요가 있다!"

의회가 둘로 나뉨에 따라, 여론도 둘로 갈라졌다. 민주당 지지층들은 황화론을 떠올렸다. 그리 한국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태평양 무역 때문에라도 말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 당원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이 한국에 대한 경계와 반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공화당에서 한국의 저의를 해석할 때 반역이라는 어구를 끼워 넣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미국 내 황화론자들 사이에서 이 반역이라는 단어가 합중국을 전복하려는 반란음모를 뜻한다는 음모론이 퍼진 것이다.

이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원리주의 기독교 목사들의 과격한 언동이었다. 이들은 아시아 내 기독교 세력을 애써 무시하거나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했고,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인종주의를 정당화시키는 데에 악용하였다.

전쟁위기로 인하여 촉발된 해상보험료 인상과 그 여파로 위축된 대서양 무역은 이러한 과격한 언동과 여론을 더욱 부추겨, 경제불황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어갔다.

"그래, 언제까지고 우리가 유럽 놈들이 설치는 꼴을 보면서 살아야 하느냐? 세금으로 바가지를 씌워가면서 해군을 만들어놨으면, 이제 써야지! 군대는 전쟁에 쓰라고 있는 거지 수집하고서 자랑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고!"

"저 시건방진 유럽 놈들을 아메리카 대륙에서 몰아내자! 아메리카는 자유인들의 땅이다! 유럽의 폭군들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해!!"

"저 무식한 딕시 놈들은 정말로 배울 줄은 모르는구먼! 하다못해 지난 전쟁에서 그럴듯한 교훈 하나 얻지 못한 건가? 이거야 원 궁둥짝을 한 번 더 걷어차 줘야겠는걸!"

그렇다고 공화당 측 지지자들의 여론이 온화했던 것도 아니었다. 민주당 측 지지자들이 황화론과 인종주의에 기반을 둔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면 공화당 측 지지자들은 그런 민주당 측 지지자들이 설치고 다니는 꼴 그 자체를 고까워했다. 한 번 내전을 일으키고, 이미 패한바 있는 남부인들이 조금 편해지니까 또다시 설치고 다닌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황화론을 들먹이며 미국 내의 황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여전히 산재하고 있는 유럽 열강들의 식민영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미 미국은 충분히 강성해졌는데, 아직도 먼로 독트린 무렵에 주창하였던 아메리카 자결주의 하나 똑바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저는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하나! 쿠바 혁명을 도와 쿠바의 자유인들이 스페인 폭군을 몰아낼 수 있도록 도울 것!

하나! 전정하신 주와 그분께서 내리신 복음의 이름 아래, 우리 합중국이 이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할 정당한 권리를 부여받았음을 재차 세상에 선포할 것!

하나! 한국과 동맹하여 다가올 20세기에도 저 광활한 태평양이 여전히 우리 합중국의 호수로 남을 수 있도록 안배할 것! 저는 이 세 가지야말로 우리 합중국이 전능하신 주께 부여받은 우리 합중국의 의무이며, 책임이라고 믿습니다!

주여, 합중국의 자유인들을 보우하소서! 미합중국 만세! 만만세!"

여기에 불을 끼얹은 것은 이 논쟁에 처음 불을 지핀 윌리엄 매킨리였다. 그는 기존 공화당 인사 중에서도 차별화되는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가 철두철미한 원리주의 기독교인이자 제국주의자이며 패권주의자였다는 것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매킨리는 식민지 해방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되려 식민지를 해방한 다음 중장기적으로 그 나라들을 미국의 위성국으로 만들어 사실상의 식민통치를 자행하려는 야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런 그가 식민해방과 한국과 동맹을 주장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유였다.

"우리 합중국은 한때 식민지배에 신음한 피식민 국가들의 대부로서, 이 세상에 식민제국이 근절되는 그 순간까지 자유의 성전을 계속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합중국이 전능하신 주께 부여받은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저 추악한 자들을 보십시오!

신앙의 이름으로 갖은 만행을 자행하며 우리의 주를 불명예스럽게 한 그릇된 자들을 보십시오!

주여! 저들을 용서하지 마소서! 주여, 우리 합중국과 함께하여 주소서! 꿈속에서 제가 보았듯이, 명예로운 합중국의 앞날에 끝 모를 승리와 영광만이 가득하게 하소서!"

매킨리는 주전론자였다. 의회의 주류 여론이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 안전하게 챙길 수 있는 이익들만 취하자는 것이었다면, 매킨리의 주장은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전쟁에 참전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챙길 수 있을 것들만을 챙기는 것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 일생일대의 도박으로 보통이라면 챙길 수 없을 것들까지 모조리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한국과 이하응의 행보는 이러한 매킨리에게 명분을 제공해준 격이었고, 그는 식민해방을 명분으로 유럽과의 전쟁을 주장했다.

이는 지나치게 과격하고 극단적인 주장이었으나, 그렇게 과격하고 극단적인 주장이었기에 황화론에 맞설 수 있었다. 되려 이처럼 과격하고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었으면 금세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잊혔겠지만, 황화론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과격한 주장을 펼치면서 대중의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주류 여론은 둘로 나뉘고 말았다. 황화론과 주전론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는, 안 그래도 한없이 차기 대통령 주자에 가까웠던 매킨리가 미국의 절반이 지지하는 초대형 정치 거물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우리 합중국의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대통령 각하께서 처음으로 주창하신 이래로, 아메리카 대륙의 자결권은 우리 합중국의 절대 변하지 않고, 또 변해서도 안 되었던 외교적 철칙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보십시오. 자유를 요구하는 쿠바의 자유인들은 폭군들에게 짓밟히고 있습니다. 아직도 북방에서는 우리 동포들이 폭군의 통치에 신음하고만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기아나는 각기 다른 세 폭군에게 나누어져 분할통치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인내해왔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대화를 구걸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시하였고, 그들은 짓밟았습니다. 이제 충분합니다! 인내는, 굴욕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이미 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우리의 뜻을 실현할 수 없음을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전쟁! 전쟁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입니다! 그리하여 폭군의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어 강처럼 흐르게 되었을 때, 아메리카는 마침내 폭군들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이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 아메리카 만세!"

"""만세! 만세! 자유 아메리카 만세! 만만세!"""

"""O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

매킨리는 이러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 시민여론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와서는 황화론은 반쯤 잊힐 지경이 되었다. 이 세상에 '전쟁' 두 글자만큼 과격하면서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는 어휘도또 없었다.

마침 1892년은 대선이 예정되어있는 해였고, 매킨리는 자연히 공화당의 유일무이한 대선주자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점찍어지게 되었다.

이런 위치에 오른 매킨리가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기 위하여 선택한 행보는 이미 모두가 예상하였던 일이었다.

매킨리는 으뜸 교회에 찾아가 이하응을 만났다.

* * *

새크라멘토, 으뜸 교회.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전하! 명성이 자자하시더군요. 핍박받는 모든 유색인의 대부시라고 말입니다."

"허허허, 과찬이십니다. 이런 다 죽어가는 늙은이에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다 거추장스러운 허명일 뿐이지요. 이렇게 귀빈께서 몸소 찾아와주셨음에도 대접해 드릴 것이 마땅치 않으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날의 만남은 대단히 가식적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애당초 선거유세를 핑계로 찾아온 것이었기에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매킨리가 찾은 으뜸 교회에는 온통 기자들과 구경꾼들, 그리고 극성 지지자들로 가득했고 이들을 자제시키기 위하여 주 경찰은 물론 검계 조직까지 총동원되었다.

"자유 아메리카 만세!"

"언제나 복 되소서!"

"제발 이쪽을 한 번만 봐주세요!"

"정숙! 정숙! 거 밀지들 말고 가만히 있으십시오!"

하지만 그조차도 부족했다. 으뜸 교회를 둘러싸고서 족히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군집했던 것이다. 이는 사실상 새크라멘토 인구의 10분의 1 가까이 모여든 것으로, 이번 선거유세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지를 바로 보여주고 있었다.

"부끄럽다니요. 언제부터 검소함이 죄악이 되었습니까? 저는 이 검소함이 아늑하기만 하군요. 참으로 따스하고, 아늑한 공간입니다."

"각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야, 이 늙은이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껄껄껄!"

그런데도 두 사람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양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물론, 당연히 기자들과 지지자들이 보고 있음을 다분히 의식한 행동이었다.

"자, 이쪽을 바라봐 주십시오! 사진 한 장만 더 찍겠습니다!"

"제가 좌측에 서기로 하지요. 어떠십니까?"

"좋지요. 각하께서 우측을 양보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때였다. 사진기사가 두 사람의 사진을 찍기 위하여 자세를 잡으라 요청하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섰고, 환히 웃으면서 악수를 주고받았다.

"어디까지 옳고, 어디까지 그릅니까?"

그 틈에, 매킨리는 조용히 물었다. 오직 이하응에게만 들리도록, 아주 자그맣게 말이다.

그가 추측한 한국의 진의가, 어디까지 옳았는가에 관한 재확인이었다. 선거유세를 빙자하여, 자신이 어디까지 옳았는가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앞마당에 도둑이 들락거리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연히, 몽둥이를 들어 내쫓아야지요."

이하응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 또한, 매킨리만이 들을 수 있도록 작게 속삭인 말이었다.

그 대답에, 매킨리가 더욱 환하게 웃었음은 물론이었다.

< 윌리엄 매킨리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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