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화감 >
그리고 윌리엄 매킨리의 대두는 한국에도 당연히 전해졌다.
"흥선왕 전하께서 대단한 일을 해주셨습니다. 이대로 가면 주전파인 윌리엄 매킨리 주지사가 합중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러고 나면 합중국의 외교정책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되겠지요. 이걸로 절반은 이루어졌습니다."
김옥균은 애써 밝게 웃으며 이형에게 보고하였다. 다만 그 속내까지 기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무언가 조처를 하기도 전에, 이하응이 대활약을 해주면서 이형이 김옥균에게 요구로 하였던 것에 상당수를 이뤄버렸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수고를 던 거겠지만, 김옥균은 자기 일이 줄었다고 기뻐할 인물상이 아니었다. 되려, 자신이 활약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땅을 치며 비통해할 인물상이었다.
'이게 다 아직 부서를 온전히 장악하지 못해서 그렇다.'
김옥균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동석한 카네기를 흘끗 돌아보았다. 역시나 카네기는 김옥균에게 시선 한번 주고 있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눈앞의 이형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형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살갑게 굴었으면서도 말이다.
이는 카네기가 김옥균을 거래 상대로조차 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적어도 카네기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아직 자신이 속한 부서조차 온전히 장악하지 못한 젊은 장관 따위 상대할 가치도 없던 것이다. 김옥균은 새삼스럽게 아직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올해가 지나기 전에는 모조리 무릎 꿇리건, 아니면 무언가 떡고물을 물려주건 하여간에 외교부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이시는군요. 이런 말을 하기에는 다소 주제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 무언가 꺼림칙한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김옥균이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카네기는 슬쩍 이형에게 말을 걸었다. 어투야 공손하였으나, 태도는 친근했다. 그만큼, 피차 오랫동안 봐온 사이였던 것이다. 막 이형이 러시아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을 적에 찾아온 이래로 두고두고 교분을 나누던 사이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카네기가 보기에 이형은 김옥균의 보고에도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되려, 오히려 무언가 불편해하는 기색마저 있었다.
'또 무언가 계시를 받으신 건가?'
이형에게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던 카네기는, 그런 이형의 변화 하나하나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는 했다. 그래서 단번에 이형의 심기를 눈치챈 것이다.
이형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정말이지 경은 속일 수가 없구먼. 하여간에, 장사치라서 그런지 눈치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먼."
"그간 황상께 신세를 진 나날이 얼마인데 이런 것 하나 눈치채지 못하겠습니까? 혹 내키시라면, 제게 들려주실 수 있는지요. 제가 스스로 말씀드리기에도 낯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장사치의 지혜도 가끔 의지해볼 법하니까요."
"좋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한 번 의지해보지."
이형은 껄껄거리며 웃었다가, 이내 얼굴을 딱딱히 굳히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하군."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반응이 너무 즉각적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대답에, 카네기와 김옥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형이 말한 즉각적인 반응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고민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먼저 상념에서 깨어난 것은 김옥균이었다.
"확실히, 흥선왕 전하께서 처음 움직이시고 그다음 윌리엄 매킨리 주지사가 공화당 당론을 휘어잡는 데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빨라. 여론이 여기까지 격화되는데 고작 해봐야 1년도 걸리지 않았어. 만에 하나 미리견이 다른 나라에 무언가 공격이라도 당했다면 이해하겠네만, 지금 미리견을 공격한 나라가 어디 있던가? 구라파는 저들끼리 다투느라 바쁘고, 미주는 미리견에게 짓눌린 판국이야. 이런 와중에 도대체 어째서 여기까지 여론이 금방 격화될 수가 있나?"
이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윌리엄 매켄리가 대두하는 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실제로 앞으로 4년 뒤에 있을 1896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바 있고, 그의 임기 기간 중 최대 업적은 미서전쟁을 일으켜 필리핀과 쿠바를 미국의 식민지화 시킨 것이었다.
거기에 오하이오 주는 그 석유왕 록펠러의 근거지다. 오하이오 주에서 주지사로 당선되었다는 건 결국 록펠러에게서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였고, 오하이오 주지사가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오하이오 주는 석유와 철강업으로 19세기 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곳으로 손꼽히던 곳이었고, 클리블랜드시는 인구 100만을 넘어가는 미국 제일의 산업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매킨리가 대두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딱 한 가지.
바로, 미국인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매킨리가 주장한 외부와의 전쟁을 바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 경에게 묻겠네. 경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 마지막으로 본 미리견은 어땠는가? 그들이 전쟁을 바라고 있었나?"
"음··· 저 또한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 본 것은 아니니 제가 본 것만을 가지고서 답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본 것으로는 주전론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하지도 않았습니다. 대강 세계 3위의 해군을 만들어놓고서 항구에 처박아놓고 썩혀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으냐-라는 의견 정도였지요. 당장에 어느 나라와 전쟁을 하겠다는 수준의 여론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렇지. 그리고 매킨리 장관의 주장을 보게. 아무리 봐도 이상해. 아직 우리 대한에서 아시아의 식민지인들을 위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는데, 그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 먼저 미주의 식민지들을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어. 물론, 단순한 우연이거나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무언가 이상하네."
이형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김옥균은 뭐라 답하지 못하고서 신음을 삼켰다. 듣자 하니 이상하기는 했다. 분명 유럽에서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경기가 악화한 것은 사실이고, 프랑스와 영국이라는 두 해군 대국의 대립으로 대서양 무역이 특히나 쇠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불황은 충분히 주전론의 대두를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고작 해봐야 1년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이제 전쟁이 시작된 지 고작 1년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아직 대치하고 있을 뿐,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수년간의 불황으로 더는 내부의 불만을 억누를 수 없다는 듯이 미쳐 날뛰고 있다.
명분은 분명 있다. 아메리카의 식민지들을 해방하겠다는 건 먼로 이래로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이형이 알기로, 얼마 전까지 미정계는 유럽에서의 전쟁에 개입하기보다는 그 중간에서 차익을 취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하응이 슬쩍 등을 떠밀고 매킨리가 날뛰기 시작하자 갑자기 여론이 당장에라도 유럽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할 것처럼 바뀌었다.
"그렇다면 황상께서는 이번 일을 누군가에 의하여 고의로 조성된 여론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역시 모건 그놈인가.'
카네기는 내심 혀를 차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서 이형에게 슬며시 물었다. 이형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마 경이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로군. 맞네. 난 모건 그자가 움직였다고 보고 있네. 어디까지 개입한 지는 몰라도, 적어도 언론들에 돈을 먹여서 여론을 움직인 건 확실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일이지요. 그놈은 대서양 금융가의 제왕입니다. 런던 쪽에다가 사람 한둘쯤은 심어뒀을 테지요. 그리고 그들에게서 분명 무언가 정보를 엿들었을 테고 말입니다. 간사한 작자 같으니라고."
카네기의 설명에 이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네기의 말대로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이형이 기억하는 윌리엄 매킨리는 자유무역 신봉자이자 친기업 인사였고, 그 덕분에 록펠러와 모건, 카네기 세 사람에게 막대한 선거 자금을 지원받아 대선에서 승리한 인물이었다.
만일 모건이 이형의 계획을 영국을 통해 전해 듣고 이하응의 행보를 통하여 확신을 얻었다면, 가장 먼저 정면에 내세울 만한 인물인 셈이다. 마침 제국주의자에, 기독교 원리주의자이기까지 더더욱 거리낄 이유도 없다. 누가 봐도 전쟁을 일으킬만한 인물이고, 강경론을 펼칠만한 인물이다.
"그리 놀라는 기색은 아니군. 이미 어느 정도 예측하였던 모양이구먼."
"못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만한 일을 벌일 수 있는 녀석이라고 해봐야 저 합중국에서도 단 한 사람뿐이지요. 다만 물증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증언을 확보하였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군요."
카네기는 마치 이형의 설명이 빼도 박도 못할 증거라도 되는 양 말하였다. 그리고 카네기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간 이형과 어울려온 경험에 미루어 보아, 이형이 무언가 신기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카네기였기에 이형이 모건이 배후에 있을 거라 설명하자마자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그 여우 같은 작자가 짜놓은 판에 놀아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수를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일단은 보류해두세. 이건 모건이 올라탄 판이지, 판을 짜는 것까지는 내가 한 일이니 말이네. 울화가 치밀긴 하지만, 아직 내가 짜둔 판을 깨트려야 할 정도는 아니야."
"황상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야 따르겠습니다만···."
카네기는 어딘가 찝찝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건은 그의 대표적인 경쟁자였다. 그런 모건이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 속이 부대껴오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형의 말을 거스르지는 않았던 것이, 그가 이형에게 품은 신뢰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김옥균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만일 모건 씨가 매킨리지 주지사를 통해서 합중국의 주전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면, 되려 잘된 일이 아닐는지요? 적어도 모건 씨는 우리 대한의 계획에 배당금을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 대한은 이미 합중국이라는 둘도 없이 든든한 아군을 얻게 된 것이잖습니까?"
김옥균이라고 딱히 모건을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형과 카네기가 모건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눈에 띄게 꺼리는 걸 뻔히 보고서도 이 두 사람이 모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김옥균은 모르지 않았다. 다만, 김옥균은 당장 일어날 전쟁의 승패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로 설령 모건이 개입한 게 확실하다고 해도, 그게 당장 한국에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후일 이 빚을 갚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건이 움직인 덕분에 미국의 여론이 확실하게 호전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형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네."
"예?"
"경이 생각하기에 이 나라 대한이 세계를 상대로 하여 내세울 만한 가치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뚱딴지같은 대답이었다. 김옥균은 답하지 못하고서 눈알을 굴렸고, 이는 카네기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형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감도 짚이지 않았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김옥균이 내놓은 답변은 무난하고, 누구나 답할만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아시아주의···가 아닐는지요?"
"그래, 바로 맞혔군. 그럼 이를 다른 대륙까지 확대한다면 결국 이는 무엇이 되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무엇입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네. 당연히 대륙자결주의야. 더 넓히자면 세계주의가 되겠지만 거기까지 넓힐 생각은 없고. 그리고 이 대륙자결주의의 적용 범위를 조금 더 낮추자면 민족자결주의가 될 테고, 이 민족자결주의는 결국 반제국주의- 요컨대 식민지 해방론이 되는걸세."
그제야 김옥균은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이형의 말뜻을 깨달은 것이다. 덩달아 표정이 딱딱해진 카네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야 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군요."
"그런 셈이지. 영길리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반응을 기다린 다음에 움직이려고 하다가 선수를 빼앗겼어. 우라질 도둑놈 같으니라고. 하다 하다 이제는 남의 머릿속에 있는 걸 훔쳐 가고 있으니, 쯧."
이형은 작게 혀를 찼다. 그러나 카네기는 이형의 태도가 묘하다는 걸 눈치챘다. 낭패인 듯 혀를 차고 있지만, 막상 정작 낭패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던 것이다.
'미리 따로 생각해두신 바가 또 있는 건가? 그도 아니면···?'
"뭐, 그렇다고 이쪽에서 할 일이 바뀌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네."
이형은 그리 말하며 카네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심코 눈이 마주친 카네기가 딱딱히 얼어붙자, 이형은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재계인사 회유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지금 모건이 날뛰고 있는 걸 보면 대강 알 것 같기도 하네만."
"대단히 순조롭습니다. 로키산맥 서쪽으로는 모두 포섭시켰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모두 프린스 흥선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지요. 다만, 로키산맥 동쪽으로는··· 솔직히 반반입니다. 순순히 따를 사람은 따르고, 따르지 않는 작자들은 끄떡도 하지 않더군요.
그렇게 제 제안을 쳐냈으면서도 또 움직일 때는 저희와 함께 움직이는 게 어딘가 꺼림칙했습니다만··· 오늘 황상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모르는 구석에서 무언가 모건 놈이랑 작당이 있었던 것이겠지요."
카네기의 설명에 이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건의 개입을 눈치챈 순간부터, 카네기가 회유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건 뻔한 일이었다. 양측에서 동원할 수 있는 부의 양은 엇비슷한 수준이니만큼, 결국 양측의 인맥을 겨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형은 카네기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록펠러는 어떤가? 그 매킨리라는 녀석은 록펠러 녀석이 밀어주는 차기 대권 주자가 아닌가. 그 녀석도 지금쯤 무언가 움직임을 보일 거라 생각했네만."
"흠··· 그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째서 그렇지? 그 또한 미리견의 3대 재벌 중 하나잖는가."
이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아는 록펠러는 카네기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탐욕스러운 인물이었고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록펠러가 두 거물이 부딪히는데 조용하다니 이해가 가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카네기는 잠자코 이형을 위하여 설명을 덧붙였다.
"그것이 설명하자면 조금 복잡합니다만··· 우선 모건과 제가 겨루게 된 것도 모건이 먼저 태평양에 손을 뻗치려 했기에 다퉜던 것이지, 제 본업은 철강업을 위시한 제조업이고 모건은 금융업이니 서로 충돌할 부분이 많지 않지요. 록펠러는 더합니다.
록펠러 녀석의 정유 사업은 여러모로 제 사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고 모건 놈과 록펠러 녀석이 다퉈야 할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록펠러 녀석은 저희 둘이 다투는 걸 중재하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천하 삼분지계라는 거구만.'
이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지 대강 이해가 갔다. 태평양을 기반으로 한 카네기와 대서양을 기반으로 한 모건이 다투는 가운데 록펠러는 중립으로서 취할 수 있는 이익을 가져가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형에게는 중립을 지키고 있는 록펠러를 움직이게 할 패가 이미 수중에 쥐어져 있었다.
'마침 잘됐군. 가진이 녀석 머리에 김도 좀 빼줄 겸, 흑룡강 근처에서 석유나 찾아오라고 해야겠어.'
이형은 남몰래 입꼬리를 뒤틀었다.
< 위화감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