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폭 >
하지만 동시에 이형은 생각했다.
'아무튼 다칭유전 지대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야 좌우지간 이곳이 지구인 이상, 내 행동으로 세계사가 바뀌었을지언정 지리사가 바뀔 리는 없어. 문제는··· 록펠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거구만.
사실 이쪽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선 미국 재계에서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형이 불을 끼얹은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김옥균이 설명했다시피 그만한 자본을 들여서 만든 대함대를 써보지도 않고서 썩혀두는 건 아깝다는 게 가장 클 것이다.
만일 영국과 프랑스가 단단히 손을 잡고 있다면 세계 3위의 해군력이라고 해봐야 본토 방어용이 고작이었겠지만, 파나마 운하가 열리고 세계 1위, 2위가 서로 살을 깎아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국과 프랑스가 얼마나 소모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이 단독으로 승리를 거머쥘 가능성마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 모건과 카네기 록펠러 세 사람 모두 돈을 벌 수밖에는 없다. 철강과 금융과 석유. 어느 것 하나 전쟁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서로 앙숙 같은 두 기업가가 이번만큼은 손을 잡았고 그간 양측을 조율하는 걸로 만족하던 록펠러마저 매킨리를 내세워 정면에 나섰다.
그렇다. 저들 모두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문제는 딱 하나.
'카네기가 바라보고 있는 건 태평양의 아시아 식민지 시장과 원자재들. 모건이 바라보고 있는 건 대서양의 해운과 금융. 그런데··· 록펠러가 원하는 건 어느 쪽이지?'
후보가 너무 많았다. 아프리카인가, 유럽인가, 중남미인가, 아시아인가, 그도 아니면 전부인가. 일단 매킨리를 내세운 거 보면 무언가 단단히 각오한 건 확실한데, 그 각오로 어디까지를 가져가려 하는지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만일 록펠러가 카네기와 모건을 찍어누르고서 미국 재계 위에 우뚝 서는 것이라면 대경 유전은 충분히 그의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형이 구태여 먼저 손을 내밀 것도 없이, 만주에서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만 들려도 자신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록펠러가 바라는 것이 지금까지와 같이 모건과 카네기 양대 세력의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뿐이라면?
'한 사우디급으로 석유가 터지지 않는 이상에야 꿈쩍도 하지 않겠지.'
이형은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다는 것쯤은 이형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형의 나비효과로 세계사가 바뀐 것이지 지리사가 바뀐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거기에 지하 2km에 달하는 깊이를 생각하면 대경 유전은 분명 한국에는 가뭄을 해갈해주는 고마운 봄비 같은 것이겠지만 석유왕 록펠러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을 터였다.
나름 관심을 보이기는 하겠지만, 몸소 움직이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다.
결국 이형은 카네기에게 슬쩍 되물어보았다.
"이거 하나만 묻지. 경이 생각하기에, 그 록펠러라는 자는 다소 무모한 자인가, 아니면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승리만을 가져가는 자인가?"
"무자비하고 무모한 작자지요. 할 수만 있다면 모건이 되었건 제가 되었건 둘 다 시야에서 치워버리고 싶어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힘을 착각하는 바보도 아닙니다. 애초에 일부러 중립을 자청한 것도 저희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힘이 모자르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저러는 것이고요.
이번에 전면에 치고 나온 걸 보면 본인도 꽤 답답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뭘요. 제가 죽기 전에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카네기는 자신만만하게 껄껄거리며 웃었다. 제아무리 록펠러라고 한들, 자신이 이룩한 강철의 제국을 무너뜨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허세가 아니라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는 걸 이형은 잘 알고 있었다. 이하응이 구축한 으뜸 교회와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는 카네기는 미 서부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손댈 수 없는 독보적 존재였다.
'물론, 이놈이 이렇게 잘난 척하는 것도 이 몸 어르신 덕분이지만.'
이형은 잠시 고민했다. 대경 유전을 이용해 록펠러에게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과 이대로 카네기를 더욱 키워줘서 모건을 밀어내는 방법. 어느쪽이 더 나을까 고민해본 것이다.
그리고 답은 금방 나왔다.
'뭘 고민할 게 있나? 둘 다 하면 되는 거지. 실패하건 성공하건 이즈음에서 한번 록펠러 놈에게 떡밥 하나쯤은 물려주는 게 낫고, 카네기 놈은 카네기 놈대로 키워주고. 아무튼, 패는 많으니까.'
"자네 알래스카에도 연줄이 있나?"
"그야 물론입니다. 대서양이야 어쩔 수 없지만, 태평양 방면은 모두 제 것이나 다름없지요. 당연히 닿고말고요."
"그럼 캐나다 자치령 유콘주에도 연줄이 닿고 있나?"
"얘, 뭐··· 일단 닿기는 합니다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거 잘되었군."
이형은 히죽 웃으면서 김옥균을 바라보았다. 김옥균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자니, 이형이 툭 한마디 던졌다.
"조만간 유콘주 클론다이크에서 골드러시가 시작될 거야."
"···예?"
"그뿐이 아니지. 알래스카주의 놈, 페어뱅크스에서도 골드러시가 일어날 거고 캐니코트에서는 구리광산이 발견될 거야. 저기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극해 근방에서 석유도 발견될 건데 그건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고. 하여간에 이 금과 구리만큼은 찾기만 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캐낼 수 있을걸세."
이형의 설명에 카네기와 김옥균은 어리벙벙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알래스카에는 생전 가본 적도 없는 주제에 어느 곳에서는 금이 나오고 어느 곳에서는 구리가 나오고 어느 곳에서는 석유가 나올 거라 지껄이고 있으니 대낮에 술주정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다.
이미 골드러시가 한창인 와중에 알래스카에 금이 묻혀있다는 이야기야 비밀도 아니라지만, 아직 발견되지도 않은 금과 구리, 석유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는 없었다.
"거기 잠시 세계지도를 가져와 줄 수 있나? 될 수 있으면 미주가 크게 나와 있는 지도로, 아니, 그냥 미합중국 전도를 가져와 주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카네기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그의 비서를 호출하여 지도를 가져오게 시켰다. 일전에 대공황을 예측했던 이형이라면, 이번에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런 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던 것이다.
그리고 카네기의 비서가 미합중국 전도를 대령하자, 이형은 손가락 끝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흠, 캐니코트가··· 안 보이는군. 뭐, 알래스카 전도도 아니고 미국 전도를 들고 왔으니 나오지 않을 만도 하지. 뭐, 아무튼 좋아. 이게 아마 세인트일라이어스 산맥쯤에 있었을 거야. 그 근처에 강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니, 호수였나? 아마 이즈음일걸세."
이형은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카네기는 곧장 만년필을 꺼내어 지도 위에 표시해두었다.
"캐나다 자치령 쪽은 아예 지형도 표시가 안 되어 있군. 뭐, 그냥 알래스카 접경지대 근방이라고 생각해두면 편하네. 그 옆으로 강이 흘렀던 것 같은데, 이건 좀 가물가물하는군. 좌우지간 알래스카 접경지대 근방 유콘주라는 것만 기억해두게. 이쪽은 일단 영국령이니 깊이 들어가지도 못하겠지."
"···확실합니까? 분명히 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지요?"
"내가 이제 와 허튼소리를 할거라 생각하나? 아무튼간에."
이형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서 김옥균과 카네기를 둘러보고서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건 내 사견이네만, 구리광산부터 건드리는 게 좋을 거야. 당장 전쟁이 나면 가장 많이 쓸 게 철과 나무 다음으로 구리일 테니까."
"그거야 당연하겠지요. 알겠습니다. 우선 돌아가는 대로 이 근방을 탐색해보라고 주문을 넣겠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김 장관, 잠깐 하와이 좀 다녀올 수 있겠나? 아니 뭐, 직접 갈 필요도 없고. 아무튼, 믿을 수 있는 놈 하나 골라서 보내면 되네."
"하와이 말씀이십니까?"
김옥균은 눈을 껌뻑거렸다. 아예 의도적으로 교류 자체를 끊었던 월남과는 다르게, 하와이는 미국과 한국 양국이 공동으로 독립을 보장한 이래로 한국에도 그리 낯선 나라는 아니었다. 애당초, 하와이라는 중개항 없이 태평양 무역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과의 태평양 무역이 중요한 만큼, 하와이 왕국 또한 한국에게 있어서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중요한 나라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하와이 왕국에 다녀오라는 이야기 자체야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하필이면 지금 하와이를 다녀올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되었을 뿐이었다.
'가만 생각해보자. 하와이, 하와이··· 아!'
"···결코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김옥균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미국과 한국 양국의 독립보장으로 잊히기 쉽지만, 하와이 왕국은 동시에 영국과도 절대 멀지 않은 나라였다. 50여 년 전에는 쿡 선장에 의해 샌드위치 제도라는 이름으로 영국령이 될 뻔한 적도 있고, 미국의 후원으로 영국령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그들 국기에 유니언 잭을 새겨놓는 등 여러모로 영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영국의 태평양 영향력과 직결된 위치라는 것이다. 김옥균은 자신에게 하와이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줄이거나 아예 거세하라는 임무가 내려졌다는 걸 뒤늦게 눈치챘다. 만일 이 일이 성사된다면, 유럽 세력은 태평양에서 맨몸으로 내쫓기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래도 이것저것 든 게 많다 보니 말하면 바로바로 알아듣긴 하는군.'
이형은 히죽 웃었다. 이형은 카네기와 김옥균을 번갈아 보며 덧붙였다.
"그럼 다들 할 일은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 해두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평양만큼은 온전히 확보해야 하오. 그다음에 아시아 열국의 독립이 있을 수 있고, 우리 대한과 미리 견의 공존도 있을 수 있지.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기대하리다. 알겠소?"
누구의 말이라고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조용히 이형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들이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표했다.
***
대영제국, 런던.
"이건 대영제국을 향한 끔찍한 모욕이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늑약이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말이오! 우린 당장에 함대를 보내어 저 주제를 모르고서 시건방진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하오!"
"그건 미친 짓이오! 프랑스인들이 이번에야말로 도버 해협을 넘고야 말겠다고 이를 가는 와중에 한국과 전쟁이라니! 런던이 저 야만스러운 프랑크 인들의 군홧발 아래 짓밟혀도 좋다는 말이오!"
"아무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소! 단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프랑스인들보다야 당장 우리 제국을 욕보인 한국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지! 프랑스인들 또한 코친차이나와 관련하여 한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들었소. 그들과 손을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오!"
이 무렵, 영국 의회 정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귀족원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당장에 전쟁은 다가오는데, 공주를 팔면서까지 어떻게든 아군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한국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구석에서 뒤통수를 후려치면서 모든 구상이 꼬이고 말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이 야망을 드러내면서 아시아 방면-보다 정확히는 인도 부왕령-에 적지 않은 병력을 분배할 필요가 발생했다는 사실이었다. 여차하면 부족한 인력을 인도 부왕령에서 징병한 병사들로 메우려 했던 영국군에게 이는 악몽과도 같았다.
이제 인도 부왕령에서 병사들을 징병하는 건 최악의 상황에서 꺼내 들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반드시 꺼내 들어야만 하는 선택지가 되고야 말았다. 여차하면 인도를 침공한 한국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건, 반대로 한국이 함부로 인도를 침범할 수 없도록 충분한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건 말이다.
그리고 세포이 반란을 기억하는 세대가 아직 남아 있는 인도인들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건 반란을 종용하는 꼴과도 같다는 걸 영국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웃기는 소리! 지난 100년간 우리 제국과 프랑스 간의 해군 전력이 여기까지 좁혀진 적은 없었소. 저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란 말이오! 저 포악한 황제가 이런 기회를 놓치려 하겠소!"
"그렇다면 어쩌자는 거요? 저들은 우리 대영제국에 아시아 식민지를 포기하라고 요구하였소! 이는 결단코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오! 이런 요구가 한번, 두 번 받아들여지기 시작해서는 머지않아 우리 제국은 붕괴하고 말 것이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저들의 오만함을 꺾어놓아야 하오!"
"머지않아 붕괴, 라. 하, 그런 작자들이 당장에 제국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소? 만일 프랑스인들이 이번에 또다시 저지대를 점령한다면 또 한차례 도버 해협이 불탈 것이고, 이번에야말로 런던이 저들의 손에 떨어질지도 모르오. 우린 한국과 적대할 게 아니라 저들과 프랑스를 이간질해놔야 한다는 말이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프랑스였다. 이미 프랑스군은 네덜란드와의 접경지대에 접근한 지 오래였고, 나폴레옹 4세는 도발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전쟁이 임박하였음을 보였다.
구실은 루이 14세 이래로 언제나와 같은 것이었다. 라인 강 서역, 알프스 산맥 이북, 피레네 산맥 이북은 전능한 조물주가 내려준 프랑스의 자연국경선이고, 지금의 국경선은 영국이 프랑스에 강요한 수치스러운 임시 국경선일 뿐 나폴레옹 대제가 한때 정복하였던 이 영광스러운 고토들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프랑스의 약속된 운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영국은 이러한 프랑스의 야망을 용인할 수 없었다. 프랑스 제국은 이미 접경지대에 100만을 넘는 대군을 소집하여 네덜란드 왕국에 합병과 굴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윽박지르고 있었고, 영국은 네덜란드의 요청을 받아들여 육상군을 진주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인도 부왕령에서 함부로 인력을 뽑아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치는, 누가 봐도 영국의 열세임이 분명했다.
"이럴 때가 아니오! 지금 양키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다들 아시잖소? 저 건방진 양키들이 유럽의 잿더미 위에서 대서양을 취하고자 하고 있소! 어떻게든 저들과 타협하던지, 아니면 온 유럽 대륙이 손잡고 저들과 맞서야 하오!"
"저들은 우리 캐나다 자치령을 노리고 있소! 우리 제국의 제일가는 국외영토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오! 캐나다를 저 양키들에게 내주자는 말이오?"
"그럼 어쩌자는 거요! 한국의 요구대로 인도를 내주겠소? 프랑스의 요구대로 네덜란드를 내주겠소?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요구대로 캐나다를 내주겠소? 이제는 선택해야만 할 때가 왔다는 말이오!"
미국도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인 건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가만히 두 나라가 소모하기만을 기다리려던 미국이, 한국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국이 날뛰어주는 만큼 미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줄어드니만큼 예상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으나, 시기가 최악이었다.
결국 무엇하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오른팔을 자를 것인지 왼팔을 자를 것인지를 고르라는 꼴이었으니 그야 결론이 날 수가 없었다. 목소리는 계속하여 커졌고, 말다툼도 그만큼 격렬해져 갔다.
그리고 의원들의 고함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한누리의 사내들이 다급한 걸음걸이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프, 프랑스군이 네덜란드 국경을 넘었습니다! 루이 베르그송 프랑스 대원수가 이끄는 추정 120만 대군이 현재 브뤼셀을 향하여 진공 중!"
"급보입니다! 프랑스에서 정식 선전포고문이 전달되었습니다!"
"스페인군이 포르투갈을 침공하였습니다! 우방국 포르투칼 왕국으로부터 구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귀족원은, 한순간 세상이 멸망한 것만 같은 암울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 기폭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