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지대 침공 >
네덜란드 왕국, 브뤼셀.
"승리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네! 승리는 방벽을 뚫고 나아가니 자유가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도다. 전쟁의 나팔이 북쪽 끝부터 남쪽 끝까지 울려 퍼지니, 이제 싸우러 나갈 시간이다!"
"""프랑스의 적들이여, 벌벌 떨어라! 피와 오만에 취한 우라질 왕정주의 원수들이여! 주권자인 국민이 나아가니 압제자들은 무덤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저지대가 스페인 합스부르크의 식민지일 무렵, 한때 저지대 제일의 도시라 불리었던 곳은 지금 궁지에 몰려있었다. 도시를 빙 두른 프랑스군은 매일 같이 노래를 불렀고, 군가를 연주해댔다. 도시 방어군이 아니라 시민의 사기를 뒤흔들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무의미한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 권유를 받아들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부사관들의 선창에 맞추어 출발의 노래(Chant Du depart)를 우렁차게 부르는 병사들의 목소리는 흥겹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를 에워싼 프랑스군 병사들은 브뤼셀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았다. 동쪽을 보아도, 서쪽을 보아도. 어디를 보아도 시야 가득히 남색 군복을 입은 병사들과 참호와 전쟁 병기로 가득했다.
병사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설령 브뤼셀의 시민이 항복을 선언하지 않는다고 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포기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그들이 열차포를 앞세워 저지대의 국경방어선을 허물었을 때처럼 말이다.
장교들이라고 한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무렵 프랑스 제국은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병사들을 징병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120만 대군을 끌어모았고, 고작 해봐야 30만 남짓한 영란 연합군은 4배에 달하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서 계속하여 패퇴하고만 있었다. 누가 봐도, 전쟁은 프랑스의 낙승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되려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은, 장성들이었다.
"네덜란드 왕국에서 둑을 터뜨려 버렸습니다."
프랑스 저지대 침공군 군영.
부관의 보고에, 좌중은 일제히 신음을 흘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예정된 순서였다. 당장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 있었던 혁명전쟁 당시에도 네덜란드 왕국은 바다보다 낮다는 그들의 국토를 수몰시켰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까지 저항하면서도 끝내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왕정이 무너지며 바타비아 공화국이라는 괴뢰국이 세워지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다. 이 무렵 프랑스군을 압박하고 있던 것은 영국군도, 네덜란드군도, 오스트리아와 다투느라 바쁜 프로이센군도 아니었다.
이들의 숙적은 딱 한 가지.
"안 그래도 네덜란드의 길은 비좁습니다. 우군이 120만 군에 달한다고 하지만, 한 번에 진격할 수 있는 병사들은 많아야 40만 안팎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어이 네덜란드 왕국에서 둑을 터뜨리고 말았으니···"
"수적 우세를 살리기 어렵게 되었군."
"그렇습니다. 우군이 수적 우세를 온전히 살릴 수 있는 전장은 아마 안트베르펜, 최악에는 브뤼셀이 될 거라 추정됩니다."
낭랑한 대답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뭐라고 농담이라도 건넸겠지만, 지금만큼은 뭐라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저 다른 장군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지도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하나라도 더 많은 길을 찾아내려 애썼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프랑스군의 규모가 지나치게 거대한 까닭이다. 압도적인 양적 우세와 열차포를 내세워 국경방위선을 돌파한 것까지는 좋았고, 실제로 단기간에 브뤼셀을 포위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이상 진격할 방도가 없었다. 둑이 터져 온통 물바다가 되었으니 적들도 발이 묶였을 거라는 건 다행이지만, 길목이 제한된 만큼 적들의 병력밀집도가 나날이 높아질 거라는 게 문제다.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숫자의 병사들이 필요한데, 길이 제한되면서 이 많은 병사를 한 번에 쏟아붓는 게 아니라 물을 흘려보내듯이 줄지어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럼 그 끝이야 뻔하다. 방어선을 돌파하기는커녕, 그대로 줄지어서 차례대로 죽어 나갈 뿐이다.
"겨울에 왔다면 좋았을 것을."
루이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황제가 원하고 있는 것은 압도적인 승리일 터였다. 그래야 자신의 이름이 더욱 드높아지고 국민도 계속해서 황제를 지지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만큼 황제도 겨울에 침공하는 편이 낫다는 걸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겨울이면, 둑을 터뜨려봐야 물이 꽁꽁 얼어붙어 버릴 테니까 말이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루이가 식민지군을 이끌고 나타난 탓이었다. 남을 쉽게 믿지 않는 나폴레옹 4세는 그 순간 당연히 루이가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고 의심했고, 어떻게든 루이를 파리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하여 육군 장관의 침공군 총사령관 천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루이가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그가 부대에 배속되자마자 진공하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루이는 내심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황제의 의심암귀에 진저리를 냈다. 고작 1달만 더 기다렸으면 되었을 것을.
"우선은 군을 나눌 필요가 있을 듯 보입니다."
침묵을 깬 것은 조제프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복무하고 있었던 까닭일까. 살이 가무잡잡하게 탄 상태였다.
"겨울까지 기다려서야 늦습니다. 오렌지 요새선은 그 끝도 없이 늘어진 요새선과 그에 반비례하는 부족한 병력으로 쉽게 돌파할 수 있었지만, 저들에게 시간을 주었다가는 내륙에 새로운 요새선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요새선은 오렌지 요새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짧고, 두터우며, 강력하겠지요."
"틀린 말은 아니군. 저 브뤼셀에 적군이 몇이나 갇혀있다고 했었지?"
"10만가량입니다. 제 제안은 이렇습니다. 1군을 브뤼셀을 이대로 포위하고, 2군은 암스테르담으로 진격합니다. 적과의 전투가 목적이 아니라, 해안가에 모여있는 적 주력을 가두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3군은 이대로 아른험을 관통하여 흐로닝언에 이르는 포위망을 구축합니다.
어차피 오스트리아와 싸우기 바쁜 프로이센이 저지대까지 올 수도 없겠지만, 우군의 포위로 프로이센으로부터 지원군을 바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자각하면 적들의 사기가 급락하겠지요."
"나쁘지 않군."
루이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부족한 인구를 그에 반비례하는 막대한 부로 북독일의 용병들을 고용하면서 메웠던 나라다. 네덜란드인들에게 있어서 북독일이란 영국 다음으로 귀중한 신교 동맹국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침공을 받고 있는데 북독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당연히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다. 인구가 턱없이 부족한 네덜란드는 혼자 힘만으로는 어떻게 해도 프랑스를 이길 수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조제프의 방안을 따르자면 프랑스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는 덧붙였다.
"그러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주적은 네덜란드가 아니다. 우리의 최종목적은 영국을 항복시켜 오랜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지, 네덜란드는 통과지점에 지나지 않아. 따라서 너의 작전계획은 승낙할 수 없다."
"그렇지만 듣지 않으셨습니까? 쓸모없는 물개 놈들, 기세 좋게 크레타까지 쳐들어가더니 대판 깨져서 이제는 아프리카 사수도 간당간당한답니다. 물개 놈들이 초전부터 저 모양인데 섬나라 놈들은 당분간 잊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대신 우리 군이 지브롤터를 포위했지. 그리스 앞바다에서 저들이 승리해봐야, 지브롤터가 닫히는 순간 지중해는 이제 우리 것이다. 한 반년 정도 쫄쫄 굶겨 두면 오도 가도 못 하게 될 거다."
"글쎄요···. 걔들이 굶으면 파스타 놈들이 먹여 살리지 않겠습니까?"
"자국이 쓸 석탄도 부족한 자원 부족국이 대영제국 지중해 함대를 먹여 살린다? 그거야말로 웃기는 소리지. 나의 전략은 이렇다."
루이는 지도에 찍찍하고 거침없이 선을 긋기 시작했다. 선을 긋는 와중, 어떤 선에 몇 사단이 배치될 것인가를 하나하나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제프는 이를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다가, 이내 경악했다.
처음에는 브뤼셀, 그다음에는 헨트, 이어서 됭게르크.
그리고―.
"런던···?"
조제프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확실했다. 틀림없었다.
루이 베르그송 프랑스 대원수는, 영국 본토침공을 계획하고 있다···!
"런던이라고?"
"아니, 각하께서 바로 보신 거야. 어차피 암스테르담을 함락시켜봐야 브리튼으로 도망치겠지. 그럴 바에야 일찌감치 브리튼부터 함락시키는 게 나아!"
"그게 정론이긴 하네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아무리 우군이 지난 10년간 해군 증강에 힘 써왔다지만, 저 영국이 순순히 도버해협의 제해권을 내줄리가 없지 않은가!"
"왜 제해권을 차지할 필요가 있나? 필요한 건 딱 하루일세. 우리 병사들이 도버해협을 건널 단 하루만 주어진다면 런던을 함락시키는 것쯤은 어린아이 손목을 비트는 것보다 간단하지. 우군이 비록 해군 전력에서는 크게 뒤처지고 있지만, 하루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아!"
"미쳤어! 이건 미친 짓이야! 해군이 이 미친 짓에 동의할 리가 없네! 고작 하루를 벌기 위해서 대서양 함대를 해저에 처박을 작정인가!"
"아무래도 해군을 잘 모르는 건 그쪽인 것 같군. 대서양 함대가 해저에 처박히면 저들은 멀쩡할 것 같나? 그 왕립해군과 함께 지옥길 길동무를 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남는 장사지!"
조제프의 신음을 시작으로, 좌중은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 그만큼 루이의 계획은 위험했고, 과격했다.
분명 누군가의 지적대로, 프랑스에 필요한 건 단 하루였다. 영국 침공군이 무사히 상륙하기 위한 단 하루 말이다. 사실상 육군 전력 대부분을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 배치한 영국은, 바다와 접하고 있는 런던을 지켜낼 여력이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프랑스 해군이 과연 그 하루를 벌어줄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그 하루를 버는 것이 불가능해서 끝내 나폴레옹 대제는 세인트 헬레나에 갇히지 않았던가. 제아무리 해군을 증강했다지만, 이게 과연 가능할지는 그들 모두 내심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브뤼셀을 조기에 함락시킨다. 가능한 한 순순히 항복해준다면 고맙겠지만, 반항한다면 피를 얼마나 흘리건 상관없다. 우군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동원해 브뤼셀을 조기에 함락시켜 적의 팔 하나를 자른다.
그 뒤에 저들이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는 동안 우군은 안트베르펜을 포위한 다음, 이를 우회하여 헨트를 점령. 연이어 됭게르크를 짓뭉개고 칼레의 해군육전대와 함께 도버해협을 건너- 수도 런던을 직접 타격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이는 계속하여 선을 그어갔다. 한국에서 마르세유로, 마르세유에서 파리로, 다시 파리에서 오렌지 요새선으로, 오렌지 요새선에서 최종적으로 브뤼셀까지. 무리한 여정을 연달아 소화한 까닭인지 또박또박한 어조로 설명을 이어가는 루이의 모습은 너무나 피로해 보였다.
꼭 당장에라도 쓰러져서 잠들 것만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루이에게 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목은 굽고, 머리는 산발에 눈은 반쯤 감겨있었지만, 그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만큼은 전에 없이 살벌하던 것이다.
"설령 해군의 실패로 영국 침공이 불가능해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군의 목표가 본토 상륙이라는 걸 깨달으면 저 섬나라 놈들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네덜란드에서 병력을 빼돌려서 본국에 배치하겠지. 그럼 그만큼 우군이 저지대에서 감당해야 할 전력도 줄어든다.
겨울이 찾아와 운하가 꽁꽁 얼어붙는 순간, 우군은 용맹하게 진격하여 암스테르담에서 왕정주의자들의 마지막 저항을 짓뭉갤 것이다."
루이는 그제야 설명을 멈추고서 좌중을 흘끗 돌아보았다. 좌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적 우세 덕분에 취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구태여 네덜란드 본국까지 들어갈 필요도 없이, 한때 벨기에 왕국의 영토였던 플랑드르 주만 무사히 확보하고 나면 곧장 영국 본토침공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해군이 하루를 무사히 벌어준다면 런던은 프랑스 대육군의 손에 떨어질 것이고, 해군이 하루를 벌어주지 못하더라도 네덜란드는 프랑스 대육군의 발아래 짓밟힐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프랑스에 있어서는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한 가지, 의뭉스러운 점은 있었다.
"어떤가. 다들 가만히 있지만 말고 무언가 한마디 소감이라도 들려주었으면 하네만."
"···대단히 저돌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조제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앞에는 각하답지 않으시다-라는 말이 생략되어있었음은 물론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 루이를 곁에서 모셔왔고, 루이의 전담부관 신세에서 벗어난 이후로도 함께 아프리카 식민지 군에 복무하면서 자주 만남을 가져왔다.
그런 만큼 조제프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탓에 공세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들어왔던 그 루이가, 병사들의 생명을 도외시한 대단히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전략을 구상한 것이다.
으레 이전처럼 시간을 조금 더 끌더라도 병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군의 요새는 될 수 있는 대로 공격하기보다는 차분히 말려 죽일 거라 예측하고서 전략을 짜내었던 조제프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유가족들에게는 내가 나중에 따로 사죄하도록 하지. 그러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시간이 없어. 어차피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없다면,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끝나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놈의 전쟁이란, 좌우지간 빠르게 끝내는 게 최선이지요."
그에 대한 루이의 대답은 쉬운 것이었다. 조제프는 이를 으레 군사학적인 고찰로 이해했으나, 루이는 프랑스에 시간이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자신에게 시간이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꾸준히 실적을 내주지 않으면 나폴레옹 4세는 언제건 루이를 숙청하려고 들 터였다.
나폴레옹 4세에게 위험분자로 낙인찍혔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나, 루이는 구태여 이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입 밖으로 내봐야 총사령관으로서의 위엄이 깎일 뿐이라는 걸 잘 알았던 것이다. 120만에 달하는 대군을 위해서라면 그는 여전히 황제의 총애를 받는 양 행세를 해야 했다.
정치와 거리가 있는 조제프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각하, 브뤼셀에서 항복 권고에 답해왔다고 합니다."
그때였다. 군영에 들어선 정보장교는 푸르죽죽한 얼굴로 루이에게 경례를 올렸다.
아무래도 브뤼셀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린 모양이었다. 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무슨 내용일지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군. 그러나 듣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그래, 뭐라고 하던가?"
"그, 그것이···."
그런데도 장교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서 우물쭈물 걸렸다. 누가 봐도 항복 권고는 거부된 것이 확실하고, 이미 좌중도 그것을 눈치채고 있음에도 말이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루이가 눈살을 찌푸리고 난 다음에야, 장교는 눈을 질끈 감고서 모든 걸 포기한 듯 외쳤다.
" 「MERDE!」 ···라고 합니다."
한국말로 풀자면, 「좆 까!」였다.
워털루 전투에서 황제 근위대장 피에르 캉브론이 항복을 요구한 영국군에게 돌려준 말이기도 했다.
당연히, 좌중의 분위기는 전에 없이 험악해졌다. 프랑스 제국군의 멍에와도 같은 워털루 전투에서, 그것도 근위대장이 영국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것이다.
"흠. 그래. 그렇게 나왔단 말이지···."
루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고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돌려주게. 「귀하의 용맹에 경의를 표한다. 건투를 빌겠다. 대영제국 부왕(父王), 루이 베르그송 전함.」"
덧붙여, 빅토리아 여왕은 과부였다.
< 저지대 침공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