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78화 (378/530)

< 기울어버린 추 >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군은 한때 벨기에 왕국이 있었던 저지대 남령을 짓밟았다.

"내 약속하겠다. 제군들은 이 지긋지긋한 저지대 땅에서 2번째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름 아닌 나, 프랑스 제국의 대원수 루이 베르그송이 맹세한다. 그렇기에, 오늘은 제군들에게 명령하겠다. 전군 돌격!"

""""Vive la France! 혁명이여, 영원하여라! 왕정주의자들에게 죽음을!"""

회의가 끝난 다음, 장교들을 소집한 루이는 그들이 듣는 앞에서 1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맹세하였다. 이미 1892년 10월이 되어 크리스마스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약속하기에는 누가 봐도 허풍이었으니, 그 대신 2번째 크리스마스는 없을 것이라 약속하였던 것이다.

장교진의 환희는 곧장 병사들에게 전염되었고, 열광하던 병사들은 곧장 브뤼셀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루이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120만에 달하는 병사들을 브뤼셀에 돌격시켜 억지로 함락시키는 데에 낭비하는 대신, 조 제프에게 20만 명을 나눠주어 도시를 물샐틈없이 포위시킨 다음 나머지 100만을 다시 60만과 40만으로 나누었다.

브뤼셀과 브뤼셀에 갇힌 10만의 주둔군을 내버려 둔 채로, 둘로 나뉜 프랑스군은 진격하였다. 40만은 그대로 북상하여 암스테르담을 위시한 네덜란드 본령의 병사들이 플랑드르 주를 구원할 수 없도록 길목을 봉쇄하였고, 나머지 60만 명은 그대로 서쪽으로 진격하였다.

즉, 덩케르크를 향한 서진을 시작하였다.

"저 개구리 놈들이 도버 해협으로 가고 있다!"

"마,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런던으로 향하는 길을 내주지 마라!"

영란 연합군의 주력이 네덜란드 본령에 집중되어있다고 하나, 그것이 구 벨기에 일대가 텅 비어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덩케르크에는 영국 왕립해군 육전대가 주둔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네덜란드군 소속의 경보병 연대나 향토예비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은 당연하게도 그들의 전력을 다하여 이 60만 대군의 서진을 막으려 했다.

무엇보다 딱히 이들은 고립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육로로는 이미 봉쇄된 지 오래였지만, 제해권은 여전히 영란 연합군의 손에 있었고 이들이 몇 주 정도 버티기만 하면 영국 본토에서 새로 병사들이 건너오건 네덜란드 본령에서 배를 타고서 넘어오건 지원군이 도착할 터였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옥쇄 같은 게 아니라, 지원군이 도착하여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었다. 결사적으로 막되, 반드시 죽을 각오를 할 필요는 없었던 셈이다.

"항복하라!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항복한 놈들은 우리 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는 보병들이 알아서 할 거다! 우리는 진격한다!"

"드라군의 용맹을 보여줘라! 저 무자비한 살육 기계들에 뒤처지지 마라! 우리 아가씨들이야말로 경국지색임을 보여주자!"

"진격! 진격! 진격하라! 어차피 요새선이 아니다! 우리 진격로를 틀어막은 게 아니야! 그럼 무시하고서 일단 무조건 해안가로 달려가라는 명령이시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루이가 선택한 전략은 간단했다. 영란 연합군이 참호를 파건 바리케이드를 세우건 상관하지 않고, 보이는 도시나 마을들을 죄다 기병들로 우회해 버린 다음 뒤따라온 보병들이 얼빠져 있는 후방진지들을 모조리 포위하여 움직임을 봉쇄해 버리는 것이다.

그럼 이제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방어진지를 그대로 우회해 버린 기병들도, 뒤에서 따라온 보병들도 현지의 영란 연합군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많았다. 영란 연합군이라고 기병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이미 오렌지 요새선이 붕괴하여 요새 주둔군이 브뤼셀로 도망친 상태에서 일개 향토예비군에게 프랑스 주력 기병사단에 맞설만한 숙련된 기병들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게 봉쇄가 이어지고, 한참 뒤에서 뒤따라 오던 포병들이 도착하고 나면 모든 게 끝났다. 그 나름대로 게릴라전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60만 대군은 자그마한 플랑드르 주 전역을 샅샅이 뒤지기엔 넘치도록 충분한 전력이었다.

"쏴라. 쏴! 모조리 쓸어버려라! 우군의 항복 권고를 무시한 독종들이다! 보이는 건물이란 건물은 모조리 파괴하여 우군 보병이 돌격하기 편하게 만들어줘라!!"

"전군 착검! 척탄병 연대 앞으로! 저 이빨 빠진 고양이 놈들의 배에 총검을 쑤셔줘라!"

"만세! 만세-! 컥, 끅! 그릇, 스르륵!"

본격적인 소탕전이 시작되자 경보병 연대는 삽시간에 녹아내렸다. 향토 방위군은 프랑스군의 침략을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무력했다. 한 달이 안 되어 구 벨기에 왕국령에서 영란 연합군에게 남은 건 말라 죽어 가고 있는 브뤼셀의 10만 대군과 덩케르크에 틀어박힌 영국 해군 육전대 밖에는 남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프랑스군이라고 피해가 없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수적으로 20배 이상 우세한 와중에도 사상자의 비율은 고작 해봐야 2배 정도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프랑스군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시간이었고, 시간을 위하여 얼마든지 인명을 소모해도 될 만큼 많은 병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는 이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모든 오명을 뒤집어쓸 각오가 끝난 다음이었다.

"항복하라! 그렇다면 무사히 조국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생면부지의 타국을 위하여 목숨을 낭비하기에는 그대들의 목숨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영예로우신 여왕 폐하와 명예로운 대 브리튼 연합왕국의 이름으로 답하건대, 내 좆이나 빨아라!"

그러나 덩케르크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수적으로는 10배 차이가 넘는 대군을 상대로도, 왕립 해군 육전대는 3차례에 걸친 항복 권유를 모조리 거부하고서 굳건히 버텼다.

그들 또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 덩케르크가 프랑스군에게 넘어간다면, 다음에 싸울 때는 런던에서 해군의 지원조차 없이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다. 영국 왕립해군이라고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고, 도버 해협에는 덩케르크에 틀어박힌해군 육전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만 12척에 달하는 전함들이 모여들었다.

당연히 그 12척의 전함들이 홀몸으로 왔을 리가 없었고, 이 12척의 전함들을 호위하기 위하여 모여든 호위함들까지 덩케르크의 사수를 위하여 투입되니 수평선이 가득 메워졌다.

족히 예순 척에 달하는 군함들이 오로지 덩케르크를 사수하기 위해서 투입된 것이다.

"해군 놈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지?"

안트베르펜에 새로 군영을 꾸렸던 루이는 보고를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예정이 틀어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덩케르크를 지키기 위하여 저만한 군함이 모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덩케르크 쪽이 더욱 확실하긴 하지만, 프랑스에는 칼레도 있고 노르망디도 있다. 그리고 칼레에는 프랑스 해군 육전대가 주둔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아무리 60만에 달하는 대군이 플랑드르 주를 짓밟고서 20만에 달하는 프랑스군이 덩케르크를 포위하여 3만에 달하는 영국군이 갇혔다고 해도 저만한 전력이 모여서는 안 된다. 프랑스 대서양 함대가 월급이나 축내면서 먹고 놀 작정이 아니라면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오게. 도대체 해군은 뭘 하는 건가? 우리 프랑스에 전함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그 잘난 전함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덩게르크에 전함만 12척이 모여든 거냐는 말이야."

이를 의아하게 여긴 루이는 곧장 해군에 항의하기로 했다. 애초에 플랑드르 점령 작전은 육군 단독으로 펼치는 작전이 아니었다. 이후 연계되는 다음 작전이 런던 상륙작전인 만큼, 그 전 단계인 플랑드르 평정 또한 당연히 양군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덩케르크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전까지 해안방어에 집중하겠다.」, 라고···. 빌어먹을 놈들! 그럼 아직도 브레스트에서 일광욕이나 즐기고 있다는 거군!"

루이는 분을 참지 못하고서 원수봉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말이 좋아서 해안방위지, 결국 영국 대서양 함대에 기가 죽어서 싸워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서 항구에 틀어박혔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영국 영해와는 최대한 멀면서도 전장과는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말이다.

이래서야 덩케르크를 함락시키더라도 과연 정말로 해군이 영국 상륙에 협조할지도 불투명했다. 목숨을 내다 버릴 듯 저돌적인 기세로 달려들어도 부족할 판국에, 괜히 한 번 간만 보다가 호되게 당하고서 다시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항구에만 틀어박힐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경우, 전쟁은 2번째 크리스마스는커녕 10번째 크리스마스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었다.

"안 돼. 저 덩케르크에 갇힌 놈들만큼은 어떻게든 여기에서 뼈를 묻게 해야 한다. 덩케르크를 함락시켜도 저 해군 육전대 놈들이 무사히 빠져나가면 완전 항복 따위는 꿈속의 꿈이야···!"

루이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병사들의 숫자에서는 프랑스군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었지만, 대포의 숫자로는 영란 연합군이 우위였다. 이렇다 보니 덩케르크는 O자형으로 포위되지 못하고서 ⊃자 형으로 포위되어 있었다. 해안가를 틀어막자니 바다 위에서 퍼부어지는 포격이 워낙에 거세서 차마 감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바다를 통하여 해군 육전대를 중심으로 한 영란 연합군은 꾸준히 보급과 증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증원이 늘어가면 늘어날수록 함락은 멀어져 갔고, 종전은 더욱 멀어져갔다.

루이는 차마 그 꼴을 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강행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

루이는 결의를 굳혔다. 이미 당장 눈앞에 보이는 희생보다는 전쟁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면서 보이지 않는 희생을 줄이는 것을 우선하겠다고 다짐한 차였다.

언제건 루이를 숙청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나폴레옹 4세에게 그럴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루이는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명성을 확대해야 했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전군 착검! 착검하라! 적들의 피로 밭고랑을 물들일 날이 왔다!"

"""Vive la France!Vive la Revolución!"""

프랑스군은 죽음을 향하여 돌격하였다.

몇이나 되는 전우가 죽건 상관하지 않고서, 오로지 덩케르크를 함락시키기 위하여.

* * *

월남국, 통킹(東京)

"기어이 시작되었구나."

이원철은 신문을 읽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아버지, 이형은 신문을 읽으면서 끝없이 아시아 너머의 바깥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는 했고, 이원철은 그러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천하를 유람하는 중에도 끝없이 유럽과 미국의 신문사들이 발간한 신문들을 읽어왔다.

당연히 당일 신문은 아니었고, 몇 주에서 길게는 1달 넘게 늦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아무래도 열차를 타고 천하를 유람하면서 끝없이 이동하다 보니, 관료들이 바로바로 태자에게 당일 자 신문을 가져다 바치려 해도 도중에 지연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노고에는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원철이었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가 하는 사소하고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덩케르크 함락! 런던까지 앞으로 40km!』"

"『추격 따위 어림도 없다! 프랑스의 추격을 유유히 따돌린 우리의 영웅들!』"

위는 프랑스의 신문사인 피가로에서 뽑아낸 헤드라인이었고, 아래는 영국의 신문사인 더 타임스에서 뽑아낸 헤드라인이었다. 모두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헤드라인과 내용이었다.

피가로는 덩케르크가 함락됨으로써 이제 런던이 프랑스군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기사의 세부내용도 나룻배만 띄워도 넘을 수 있는 게 도버 해협이고, 저 비좁은 도버 해협을 건널 수만 있다면 곧장 런던을 함락하여, 영국의 국회의원들과 여왕을 포로로 잡고서 항복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대단히 낙관적인 논조였다.

한편 더 타임스는 해군 육전대가 얼마나 용맹하게 싸웠으며, 척퇴하면서도 상당수의 병사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자신들의 군사적 성공을 강조했다. 기사의 세부내용도 왕립해군이 도버 해협을 지키고 있는 동안 아무런 군사적 가치도 없는 덩케르크에서 프랑스군을 5만 명 넘게 죽게 했으니 프랑스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도망쳐 나온 해군 육전대의 승리라고 되어있었다.

피가로는 왕립해군의 존재와 함락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숨겼고, 더 타임스는 덩케르크의 군사적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덩케르크 전투는 패전이 아닌 승리라고 왜곡했다. 제각각 자신들의 조국에 유리한 정보만 적어놓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원철은 두 신문사에서 발간한 신문을 모두 취했다. 편향된 정보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이거 정말로 불란서가 영길리를 정벌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리고 둘 모두의 정보를 취합한 결론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영란 연합군은 플랑드르 주에서 내쫓겼고, 보급이 끊긴 브뤼셀은 당장에라도 무너지기 직전이며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서 덩케르크를 함락시킨 프랑스군은 이제 도버 해협을 건너 대영제국의 심장부에 말뚝을 박아넣으려 하고 있다.

그뿐일까. 지브롤터가 기어이 스페인군에 의하여 함락되고 말았다. 영국 대서양 함대와 지중해 함대가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꺾고서 지브롤터를 구원하고자 나섰으나, 결국 전쟁을 끝내는 건 깃발을 꽂는 보병의 역할이었고 영국에는 결정적으로 지상군이 부족했다. 왕립해군의 결사적인 저지조차, 희생을 도외시하고서 몰려든 스페인군에게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포르투갈은 본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더불어 산지투성이라는 방어 이점을 최대한 살려 그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전황은 누가 봐도 프랑스의 압도적 우세였다. 이탈리아군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으나 단지 그뿐. 영국을 지원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고, 북독일군은 오스트리아를 마구 몰아붙이고 있었으나 보헤미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러시아는 어떤가. 러시아는 완전히 세계대전 번외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마디로, 지금 당장은 전체적인 전황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서 저들끼리 물고 늘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전황은 페트로그라드 정권의 우위였다. 오스트리아의 막대한 군사적 지원 덕분이었다. 사실상, 오스트리아는 3면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북독일 방면을 제외한 모든 전선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던 것이다.

"불란서와 동맹을 갱신하는 게 낫지 않을까."

따라서, 이원철의 판단은 지극히 당연했다. 누가 봐도, 전쟁은 프랑스와 그 협력자인 오스트리아의 우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신문에 나와 있는 정보들이 2주가량 늦은 정보임을 고려하면, 이미 지금쯤 영국은 항복을 선언했는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바다를 건너서 런던에 상륙하는 순간 제아무리 대영제국이라도 항복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아무리 불리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게 이기면 더욱 많은 걸 얻을 수 있다지만, 이렇게 추가 확 기울어서야 함께 망하자는 것밖에는 더 되겠는가.

그러나 지금 그건 그의 책무가 아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이렇게 뵙게 되기만을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상국에서 변방에 관심을 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월남 국왕, 완복소(阮福昭:응우옌 푹 찌에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기울어버린 추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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