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왕 >
이 무렵의 월남을 이야기하자면, 그 전에 몇 가지 이야기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 무렵 프랑스의 속국이나 다를 바 없던 월남은, 되려 명목상으로는 프랑스에서 독립을 보장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월남은 본래 1862년 1차 사이공조약이 체결된 이래 남부 6성-그러니까 프랑스령 코친차이나를 할양한 다음 1874년 하노이 침공으로 2차 사이공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그들의 주권을 사실상 앗아간다. 문서상으로야 월남의 독립과 주권을 보장했으나, 일제가 한국에 한국통감부를 설치하였듯이 프랑스도 똑같이 월남을 통치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1885년, 청불전쟁이 프랑스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톈진조약이 체결되어 월남은 자주독립국임을 보장받음으로써 자주국으로서의 월남은 완전소멸한다.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진행했던 것과 똑같은 절차였다. 청나라의 영향력을 월남에서 거세함으로써 온전히 프랑스만의 통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1864년 이형이 즉위하여 역사가 바뀌게 되면서 모든 것은 뒤바뀌었다.
"허, 진짜 극동에 재림한 칭기즈칸이나 뭐 그런 작자인가? 아니면, 저 조선이라는 나라가 무언가를 그동안 숨기고 있던 건가? 설마하니 저런 극동의 소국에 중국과 러시아까지 연달아 무릎 꿇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맙소사. 기어이 저 자그마한 나라가 대륙을 평정해버렸다고? 허, 허허허···. 믿기지 않는군. 이건 노다지야. 설마하니 저런 말도 안 되는 녀석들이랑 손을 잡은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됐다! 이제 남중국이 완전히 열렸어! 더는 저 좁다란 흥강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고! 으하하! ···젠장, 우린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지?"
첫째로 프랑스는 월남을 보다 온건하게 통치했다. 더욱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무렵 프랑스는 월남에 완전히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그러니 엄밀하게는 온건하게 통치했다기보다는 반쯤 버려뒀다는 게 정확했다.
프랑스가 월남을 식민지로 삼고자 했던 이유는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 운남 성과 이어지는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함이었다. 메콩강이 무역로로 부적합하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프랑스는 흥강을 통해 재차 운남에 접근할 정도로, 프랑스는 중국과의 무역에 애가 타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형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이어서 중화제국마저 평정해버리면서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프랑스 상인들은 구태여 흥강을 통해 운남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과 직접 통하는 자유 무역로가 열려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되니 상대적으로 월남은 관심이 덜해질 수밖에 없었다. 통치해봐야 대단한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당초에 월남을 지배하고자 했던 목적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이뤄져 버렸으니 말이다.
나폴레옹 4세가 괜히 코친차이나를 선뜻 한국에 양도하고자 나섰던 것이 아닌 셈이다.
"우리 슬슬 철수해도 괜찮지 않나? 어차피 이대로 있어 봐야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이만 본국으로 돌아가도 좋을 것 같군."
"뭐··· 딱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상인들이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던데? 다른 나라의 항구에 기항하는 것보다야 우리 프랑스의 항구에 기항하는 게 따로 세금 나갈 구석도 적고 말도 통해서 좋다더군."
"거 대단하기도 한 이유로군. 하, 빌어먹을. 이러다가 내 군 생활이 정글에서 끝나는 건 아닌지 몰라."
둘째로, 이렇다 보니 프랑스의 통치는 항구지대에 집중되었으며 투자와 관리도 항구지대에 집중되었다. 이형이 중원을 평정하면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가치는 그저 동아시아에 준비된 프랑스 상인들의 중간기항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던 까닭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서 코친차이나 총독부에서 그 나름대로 돈 벌 구석을 짜내기도 했지만, 본국의 판단은 그럴 시간에 다낭을 위시한 항구지대에 투자를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관료주의적 경직성보다는 효율의 문제였다.
어차피 수익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나왔다. 총독부에서 주민에게 거두어들인 세금은 딱 총독부를 운영할 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그마저도 구멍이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코친차이나 총독부의 수익은 인도양을 지나 중국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대중 무역로에서 나왔고,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은 당연하게도 무역로의 가치증대였다.
그리고 가치증대를 위하여 가장 빠른 방법은 해군력을 증강하여 해적들이 무역로를 침탈할 수 없도록 봉쇄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왕국의 도읍까지 불란서의 군함이 들어와 있다니.'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이원철은 신음을 삼켰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저 멀리 홍강을 유유자적하게 항해하는 프랑스의 호위함대가 눈에 띄었다. 어쩌면, 고의로 눈에 띌 목적을 가지고 그의 눈에 보이는 곳에서 얼씬거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여긴 우리들의 영역이라고 항변하듯이 말이다.
물론 다소 과한 생각인지도 몰랐다. 아직 프랑스와 한국은 우호국이었다. 조만간 동맹조약을 갱신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양국은 우방국이다.
그렇다면, 저들은 그저 황태자의 내방을 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자국의 우방국인 한국과, 자국의 보호국인 월남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 또한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라는 걸 이원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그간 오래도록 뵙고 싶었습니다."
그런 와중, 이원철의 상념을 깬 것은 월남국왕 완복소의 한마디였다. 이원철과 함께 나란히 궁궐을 거니는 완복소는 서구식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잘라 가르마를 타고, 이따금 속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모던보이 그 자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원철에게는 가장 큰 위화감으로 남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월남국왕 완복소는, 고작 해봐야 열두 살짜리 사내아이였다.
'이런 자그마한 아이가 얼마나 홀로 외로웠을까.'
이원철은 내심 동정심을 품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한국에서 온 특사를 상대로 애써 어른스러운 티를 내려고 하는 것이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점도 안쓰러움을 더해주었다. 이 무렵, 소위 고귀한 피들이 자신들의 위엄을 뽐내고자 할 때 차려입는 의복은 정장이 아니라 군복이었다. 당장에 이형 또한 언제나 대한제국 육군 대원수복을 차려입고서 다니지 않던가.
그런데 이 자그마한 소년은 정장을 차려입고서 이원철을 마중 나왔다. 이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왕으로서 위엄을 갖추지 못하였을 가능성.
또 다른 한 가지는.
'군이 충성을 바칠 대상이 국왕이 아니라 별도의 다른 세력일 가능성.'
이원철은 흘끗 궁궐을 둘러보았다. 궁궐 곳곳에는 위병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쥐고 있는 것은 프랑스의 그라스 소총이었고, 차려입고 있는 군복은 어두운 남색의 프랑스 육군 제복이었다.
그들이 어디에 속해있는지,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는지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
이원철은 애써 어두운 기색을 숨기고서 완복소의 환영 인사를 받아주었다.
"진즉 한 번쯤은 방문하여야 했을 텐데, 미처 경황이 없었습니다. 기다리게 하여 죄송스럽습니다."
"아닙니다. 상국의 태자께서 몸소 이런 변경까지 귀한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으니 이건 모두 제 책임입니다. 죄를 추구하신다고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
"하하, 너무 상국이라 치켜세워주셔도 곤란할 따름입니다. 언제부터 양국이 그런 삭막한 관계였습니까? 제가 듣자 하니, 오랜 세월 월남에서는 황제국이라 자칭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어찌 자꾸만 말을 높이려 하십니까? 아직 아바마마께서 정정하시니, 지금은 되려 제가 말씀을 높여 드려야 하지 않을는지요."
이원철은 느물느물하게 웃으면서 완복소의 경칭을 정정시켰다. 완복소가 먼저 한국을 상국으로 섬기겠다고 나서니, 아직 양국은 어떠한 관계도 아니라고 일부러 선을 그은 것이다. 당연히 월남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월남에 오래 머무른 것도 아닌데도, 이원철은 월남의 실정을 충분할 정도로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한국은 그러한 월남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실제로 도울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무상으로 지원해줄 수는 없다. 국가는 무료봉사단체가 아니다.
완복소를 향한 인간적인 동정심과는 별개로, 이원철은 완복소의 절박함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한 한 많은 약속을 끌어낼 작정이었다.
"···놀리는 것이라면 그쯤 해주십시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삭막했다. 아무래도, 이원철의 발언을 모욕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었다. 애초에, 한국과 월남이 대등한 황제국이라고 하기에는 하늘과 땅 수준의 차이가 있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들 그걸 겉으로 내보이는 건 별개다. 애초에 궁한 것은 한국이 아닌 월남이다. 설령 이원철의 반응이 모욕적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억지로라도 웃어넘기며 이원철의 비위에 맞춰줘야만 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실언이었습니다."
'아직 어리군.'
이원철은 순순히 고개를 숙여 사죄하면서도, 이원철은 완복소의 평가를 한층 더 낮췄다.
그 이후로도 대화는 한참을 이어졌다. 통역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프랑스어로 이루어졌다. 두 나라에 프랑스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한국이 프랑스의 우방으로서 남았지만, 월남은 끝내 보호국으로 전락했다는 것만이 달랐다.
"기회만 온다면, 이 부족한 몸이 몸소 한성까지 찾아가 황상을 뵙는 한이 있다고 해도 말이지요."
"하하하··· 농담이 심하십니다. 일국의 군주가 타국의 도읍을 방문하다니. 그것은 망국의 예법이 아닙니까. 이번 일은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완복소의 발언에 이원철은 가볍게 웃었다. 물론 진심으로 이 어린 소년왕이 농담을 하는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농담으로 치부하고서 넘어가야 했다.
완복소와 직접 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 월남의 실권자는 코친차이나 총독 그랑디에 제독이다. 책임을 질 수도 없는 발언을 내뱉는 어린아이의 치기에 어울려줄 의리는 없었다.
"이미 망한 나라의 군주가 망국의 예법을 취하는 것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되려, 분수에 맞는 일이라고 해야지요. 우리 백성은 이미 저 색목인들의 발밑을 설설 기면서 살아가는데 말입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사뭇 냉소적이었다. 동시에 날카로운 통찰이기도 했다. 적어도, 이 소년은 자신이 새장 속에 갇힌 신세라는 걸 스스로 냉철하게 읽어냈다. 자신이 다스릴 왕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실책은 단 한 가지.
그걸 자신이 손을 벌려야 하는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내보였다는 거다.
"···흠."
이원철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웠다. 완복소의 성정은 잘 알았다. 그 나름대로 재능이 있는 자라는 것도 알겠다. 백성에 대한 애정도 확실하게 있다.
다만, 어리다. 너무나 어리다. 제왕 교육 그 자체를 받지 못한 건 아닐까에 대해 의심스럽다. 사실, 그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어차피 실제로 월남을 통치할 일도 없는 꼭두각시 왕에게, 제왕 교육 따위는 사치다.
'불란서 녀석들은 무슨 작정으로 월남국왕과 직접 만날 수 있게 해준 거지?'
그러다 보니 의아해졌다. 프랑스라고 완복소의 성정을 모르지는 않을 터였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계속 지켜봐 왔으니 이원철보다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옳다고 이원철은 생각했다. 그런 프랑스가, 이원철과 만나는 순간 제 속내를 드러낼 걸 모르지도 않을 텐데 이토록 순순히 길을 열어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설마하니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제 자신들은 슬슬 월남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지를 않았던 것이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월남은 불란서에서 독립과 주권을 보장하고 있노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말씀은 마치 불란서에서 약속을 어겼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양국의 우호 관계에 손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대단히 염려스럽습니다."
"독립? 주권? 저들이 말입니까? 저들은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지 못해 안달이 난 족속들이란 말입니다!"
"물론 다소의 주권을 제한당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문명개화의 혜택이 전해지지 못한 여느 나라나 마찬가지지요. 문명개화는 모든 문명국의 신성한 의무입니다. 대한 또한 오늘날 문명국으로서 아주 교포들을 개화시키기 위하여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지요."
완복소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귀까지 붉게 물든 것이, 당장에라도 펄쩍펄쩍 제자리에서 뛰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완복소는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이원철에게 삿대질해댔다.
"어디서 그따위 헛소리를···! 그래, 귀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익히 들었소! 그렇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저 색목인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겪어보지 못한 그대들은 절대로 모를 거요!"
"대한은 불란서의 맹방입니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지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상반된 정보라면 대한으로서는 불란서의 것을 더욱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여주십시오."
완복소는 이를 갈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이 뻔히 보였지만,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는 않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이원철을 노려 다 보면서, 당장에라도 분해서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할 뿐.
'조금 심했나.'
이원철은 내심 혀를 찼다. 한번 외교관으로서의 모습으로 돌아가니, 상대가 어린아이라는 사실도 잊고서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말았다. 그 또한 아직 연륜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만큼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이대로 상대가 교섭 의지를 포기하고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라도 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었을 터였다.
"···무엇을 원하시오."
'호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완복소는 걸물이었다. 거칠게 눈을 비비며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던 눈물을 닦아내고서는, 완복소는 되려 저자세를 취했다. 어휘선택은 되려 이원철을 높이고 있었던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편하게 하대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정반대였다.
글자 그대로 항복.
어디 좋을 대로 해보라고 백기를 들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원철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흔들어보기로 했다.
"글쎄요.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딱히 없습니다."
"지금 누굴 놀리시오?"
"아니, 정말입니다. 그리고 설령 제가 이 자리에서 부탁한다고 해봤자,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도 의문이군요."
"실효가 있게 만들기 위해서 귀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잖소!"
원복소는 고함을 질렀다. 고작 해봐야 12살짜리 소년 왕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한이 맺힌 외침이었다.
그러나 이원철은 여전히 차분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폐하께서 바라시는 일이 실권을 되찾는 일이라면, 귀국을 도와 드릴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달콤한 아첨은 제 특기가 아닌지라, 다소 모독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이 나라를 통치할 수 있으십니까? 대한의 지침에 따라 이 나라를 이끌어가기 전에, 왕위를 지키실 수는 있으십니까?
너무 앞서가고 계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와달라고 부탁하신다면 그야 물론 아주의 맹주로서 대한은 당연히 월남을 돕겠지만, 실권을 되찾으시는 건 폐하의 과업이지 우리 대한의 과업이 아닙니다."
완복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서 얼굴을 붉혔다.
< 소년왕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