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83화 (383/530)

< 불씨 >

그리하여 마침내 이원철이 월남에서 떠나게 되었을 때, 대한제국이 얻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월남의 해방과 코친차이나의 양도. 이는 후일이라도 뒤집힐 일이 없는 조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동방함대로는 영국 동방함대를 상대로 맞설 수 없다는 것이 누가 봐도 명백한 이상 이대로 프랑스의 소유로 남겨둬 봐야 영국군에 의해 점령당할 게 뻔하다.

그건 당연히 프랑스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일이 아니다. 프랑스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프랑스의 적인 영국에 인도차이나를 제 손으로 바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잃게 될 영토라면, 프랑스로서는 아직은 명목상으로나마 우호국으로 남아있는 한국이 가져가는 게 이롭다.

둘은 프랑스 동방함대의 매입. 이 또한 후일이라도 뒤집힐 여지는 없다. 일단 거래부터가 단발적이고, 위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어차피 영국의 손에 가라앉을 함대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한국의 손에 넘겨 영국 동방함대를 견제하는 게 이롭다.

그리고 셋. 이것은 당장 이익이 될 유형의 성과라기보다는 무형의 성과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불란서인들에게 독립을 약속받았다는 말이십니까?"

"예. 조금 더 힘들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이번 방월 중에 끝낼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어차피 이제 코친차이나를 지킬 능력도 없으면서 뭘 그리도 끌어댔는지.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매달리는 통에 애를 좀 먹었습니다."

월남에서의 마지막 밤.

이원철은 시종처럼 의복을 갖추고서 몰래 처소에 찾아온 완복소에게 그랑디에와의 교섭결과에 대하여 보고하고 있었다. 물론, 온전한 진실을 담은 보고는 아니었다. 과장과 주관이 섞이고 무수한 누락이 더해진 통보에 더욱 가까웠다. 당장 위에 짧은 한마디 안에도 거짓이 둘은 있었다.

첫째로 그랑디에가 끈질기게 매달린 건 사실이나 그가 끈질기게 매달린 점은 한국의 참전 요구였지 월남의 독립 부분이 아니었고, 둘째로 이원철 또한 프랑스가 월남을 간단하게 양보할 거라는 걸 알았다. 당연히 힘들 거라고 예상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원철이 일부러 어렵다고 강조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편이 완복소에게 더욱 큰 부채의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서 완복소를 동정하는 건 사실이라도, 자기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놓칠 만큼 이원철은 어설프지 않았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이원철에게서 협상의 내막을 전해 들은 완복소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그 표정 속에는 이원철의 위업을 향한 경탄도 당연히 있었지만, 그와 정반대되는 실망 또한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원철은 그 실망감의 정체를 빠르게 잡아냈다.

'언제쯤 군을 일으켜야겠느냐고 했었던가.'

이원철은 월남에 처음 왔던 날 완복소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완복소는 그때 이원철에게 한국이 월남의 독립을 지원할 것이라는 언약을 듣자마자 그럼 언제쯤 궐기하면 되겠느냐, 불란서인들의 처분을 맡겨줄 수는 없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소년왕은 한국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에서 무력독립하는 미래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프랑스와 한국의 거래로 월남의 처우가 결정되면서 간단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영웅적인 활약상을 꿈꾸었던 소년왕은, 결국 월남 독립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 셈이다. 이대로 월남이 해방된다고 한들, 월남의 국민은 한국에 감사할지언정 소년왕의 신묘한 시책에 감탄하지는 않을 터다.

'역시 어리군.'

이원철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기분은 이해할 수 있다. 그간 프랑스가 월남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가를 생각하면, 그야 한국에 힘을 빌려 와서라도 모조리 때려 부수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월남에 과연 군대가 있기는 하던가. 그의 아버지 이형 또한 아직 어린 소년이던 적에 몸소 병사들을 이끌고서 청나라와 맞서 싸운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 조선은 어설프게나마 병사들이라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총포로 무장한 의용군이 있었다.

한데, 프랑스인들에 의해 민간에 풀려있던 총기들을 회수당하고 군대의 존재가 부정당한 지금의 월남이 한국의 도움을 받아 무력독립을 이룩한다면 월남을 해방한 군대는 과연 월남군일까, 한국군일까? 당연히 한국군일 수밖에 없고, 그럼 월남은 프랑스를 몰아내고서 한국이라는 새 주인님을 섬기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이걸 한나라의 왕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줄 수 있겠는가. 그저 스스로 깨닫거나 우수한 왕사를 만나길 바라야 했다. 때문에, 이원철은 슬쩍 돌려 말해주었다.

"어이쿠, 내 정신 좀 봐. 이걸 깜빡하고 잊고 있었군요. 이 기회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잘 해주셨습니다."

"예···? 아니요. 저는 감사 받을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시무룩한 대답이었다. 완복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원철은 그 얼굴을 미처 살피지 못했으나, 소년왕이 분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전하께서 제게 아직 월남인들이 독립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셨다면 우리 대한 또한 월남의 독립을 위하여 여기까지 나서지 않았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불란서는 강대한 나라입니다. 그런 강대한 나라와 맞서는 것은 우리 대한이라고 한들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없는 중대사이지요."

새빨간 거짓부렁이었다. 애초에 이원철은 월남과 코친차이나를 당연히 받아낼 수 있는 몫으로 여기고서 월남에 찾아왔다. 그런데도 거짓말을 한 이유는 이렇게 무언가 한 가지쯤은 업적을 만들어줘야 이 소년왕이 만족할 것이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 그렇습니까···?"

완복소는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로 이원철을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그 입꼬리는 길게 늘어져 속에 품은 기대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원철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서 태연하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제 시험을 마지막까지 견뎌주시는 전하의 모습에 그때 비로소 제게도 월남의 분노가 전해졌습니다. 모두 전하께서 제 시험을 통과해주신 덕분입니다."

"흠, 흠흠!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달리 의지할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지요."

완복소는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여전히 어린아이가 어른을 흉내 내는 듯 어색하기 그지없는 몸놀림이었다. 그러나 그런 어설픈 몸놀림이 이원철에게는 한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아이를 가질 때가 되면 아이들이 뭘 해도 귀여워 보인다더니, 딱 그 짝인가.'

이원철은 입꼬리가 느슨해지는 걸 느꼈다. 그건 아직 미숙한 완복소를 향한 애틋함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자신이 이룩한 성과에 대한 도취이기도 했다. 천재는 아닐지 모르나, 명군의 자질을 지닌 머나먼 변경의 제후에게 한국을 향한 호감을 심어놓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당장에 도움이 되는 유형의 성과는 아니었으나, 장기적으로는 두고두고서 이익이 될 성과임이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이원철은 이러한 무형의 호의를 유형의 호의로 바꾸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유학생을 받아 인적교류를 늘리고, 투자를 늘리고, 지켜주면 돼.'

그건 지난 십여 년간 한국이 언제나 해오던 일이었다. 그러니 새삼스러운 이유도, 어려운 이유도 없었다. 월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자를 사용하니 필담도 가능했고, 신식 지식인끼리라면 프랑스어로 얼마든지 회화도 가능했다. 문자가 통하고 말이 통하니 되려 다른 나라들보다 쉬울 공산이 컸다.

"하하하! 그랬습니까? 제가 이 월남에 대해서는 잘 모르다 보니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설령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들 전하께서 그날 보여주신 모습은 대단히 감명 깊은 것이었습니다. 월남에서 떠난 뒤에도, 전하께서 보여주셨던 그 굳건함을 절대잊지 않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명일 떠나신다고 하셨지요."

이원철의 칭찬 세례에 으쓱거리던 완복소는 이내 눈에 띄게 쓸쓸해 했다. 뒤늦게 이원철이 머지않아 떠난다는 걸 기억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원철이 떠나고 나면, 다시 궁정에 홀로 남을 거라는 것도 말이다.

완복소는 한참을 말을 골랐다. 따로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이원철은 쉽게 완복소가 자신을 보내주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예. 명일 또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미리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를 전하고 싶군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그간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그러나 이원철은 완복소가 뭐라 하는지 못 들은 척 단호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일정은 정해져 있었고, 이미 월남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얻은 마당이었다. 월남에 더 머물 이유도 없고, 거짓 희망만큼 잔혹한 일도 없으니, 괜한 기대를 하게 만들기 전에 잘라낸 것이다.

대신에 이원철은 한마디 덧붙였다.

"다음에 만나 뵐 때는 회맹에서가 되겠군요. 그때는 비록 오늘처럼 사적인 이야기는 하기 어렵겠습니다만, 어엿한 군왕이 되시었기를 손꼽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기대하여 주십시오. 그때는 기필코 깜짝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완복소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를 질렀다. 잔뜩 상기된 양 볼이 그의 속마음을 또렷하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예. 이거야 원, 그때는 전하께 추월당하지는 않았을지 걱정되는군요.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보다도 정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방 따라잡히겠습니다. 하하하!"

그런 완복소를 바라보며, 이원철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섬라는 전통적으로 영길리와 불란서 중 어느 쪽도 편들지 않았기에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섬라이니만큼, 우리 대한과 협력은 해도 갑자기 영길리나 불란서를 적대하기는 어렵겠지. 우선 저들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봐야겠지만 최소는 무역협정, 최대는 무역협정과 소극적인 군사협력.

저들이 이보다 더 나아가려 하면 의심하고, 이보다 소극적이라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 되겠군. 어차피, 아바마마께서 당부하신 것도 월남이었지 섬라는 아니었으니까.'

머릿속으로는 이미 시암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골똘히 고민하면서 말이다.

* * *

이원철이 한창 월남에서 완복소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무렵.

"으음, 굉장히 갑작스럽구려. 잠시라도 좋으니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겠소? 가능하다면, 보름만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주었으면 하구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무례한 요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혹여라도 새어나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입니다. 양해하여주십시오."

"으으으···."

하와이 왕국, 호놀룰루 이올라니 궁전.

김옥균은 하와이 왕국의 여왕 릴리우오칼라니와 접견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그가 아니라 외교부에 속한 외교관 중 한 사람을 보내려 했으나, 결국에는 김옥균이 직접 하와이 왕국을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딱히 믿을만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는 아니었다. 세계대전이라는 특별한 상황은 김옥균에게 많은 이점을 안겨주었다. 대표적인 것은 평소라면 그에게 훼방을 놓았을 명가의 외교관들까지도 지금만큼은 그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는 점이다. 여차하면 한국까지도 세계대전에 휘말려들 판국에도 파벌 다툼이나 하고 있을 만큼 멍청한 이들은 대한제국의 외교부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직접 찾아가야 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여왕 폐하,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무, 무슨 소리요? 그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조금도 짚이는 구석이 없구려."

"폐하, 속이려 하시지 마십시오. 연합왕국의 태평양 함대가 입항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당장 그들에게 하와이를 떠나라 해주십시오. 태평양을 세계대전의 전화에 휘말리게 둘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그가 하와이에 꼭 와야만 했던 이유였다. 하와이에서 영국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영국의 세계대전 수행에 협력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날이 갈수록 미국인 농장주들이 하와이 왕국을 제멋대로 쥐락펴락하려 든다는 이유에서였다지만-김옥균에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사연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고, 원인 없는 결과도 없는 법이다. 중요한 건 하와이가 어째서 영국에 손을 벌렸는가가 아니라, 이유야 어쨌건 지금 정세에서 영국에 손을 벌렸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 그렇지만··· 한국은 영국의 우방이 아니오? 듣자니, 이번에 영국의 공주와 한국의 황자가 맺어졌다고 들었소. 어찌하여 이 일이 그리도 문제가 되는지 도통 모르겠구려."

"여왕 폐하. 그 일은 이번 사안과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물론 대한과 연합왕국의 관계는 전에 없이 친밀합니다. 우방이라고 표현하시어도 완전히 틀렸다고 제가 부정한다면 전 거짓말쟁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연합왕국은 지금 세계대전을 치르는 와중이고 직접 상호방위조약이 맺어져 있던 프랑스와는 달리 연합왕국과 한국은 명문화된 동맹이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은 연합왕국의 전쟁 수행을 도와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으며, 황제 폐하께서는 태평양이 세계대전에 휩쓸리지는 않을까 대단히 우려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우리 한국에 손을 내밀던가, 멋대로 일을 꼬이게 하기는···!'

김옥균은 잔뜩 흥분했으면서도, 겉으로는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을 쏟아냈다. 사실 직접 거친 언행을 보여주기에는 그래도 한나라의 국왕이 상대이니 어떻게든 말을 높여주고 있었지만, 이 무렵 김옥균은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물론 하와이 왕국이 한국에 도와달라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와이 왕국에는 한국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말이다. 애당초 태평양이 한미 양국에 의하여 분할되어있는 상태고, 하와이 왕국은 양국이 공통으로 담당하고 있는 구역인데 미국에서만 일방적으로 하와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리가 만무했다.

문제는 하와이가 그렇게 양국의 징검다리 역할로 남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서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영국을 끌어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괘씸한 건 둘째치고서, 한미 양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태평양까지 세계대전이 확대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대한제국의 외교부 장관이 몸소 무거운 몸을 일으켜야 할 만큼 말이다.

"자정까지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결단이 서시거든, 언제건 저를 호출하여 주십시오. 기억해주십시오. 하와이는 아주의 일부가 아니고, 우리 대한이 귀국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합중국과의 충돌위험 때문이라는 걸 말입니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여기에는 사정이···!"

여왕의 변명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서, 김옥균은 홱 돌아섰다. 어차피 이게 어쩐 일인지에 대한 내막은 다 알고서 찾아왔으니 구태여 뭘 더 들어야 할 필요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 했으니 더 할 이야기도 없었다.

결국, 릴리우오칼라니가 무언가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셈이었다. 다만, 그것이 김옥균이 이 섬에서 해야 할 일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저 태평양 한복판에서 어뢰 공격에 당했다니, 어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 태평양에 프랑스 함대가 숨어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김옥균은 이를 갈았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영국 군함이 하와이에 입항했다면, 그 이유야 하나뿐일 터였다.

한국이 암암리에 영국에 협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려 하고 있다.

적어도 김옥균은 그렇게 믿었다.

< 불씨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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