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의 불행이 불우함 >
때문에, 김옥균의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내 한 가지만 부탁하리다. 당장 이 섬에서 나가주시오. 태평양은 우리 대한과 합중국의 담당이고, 우리 양국은 태평양을 전쟁의 전화에 휩쓸리게 할 생각이 추호도 없소. 그러니 당장 하와이에서 떠나시오!"
"외람되오나, 각하. 그 일은 릴리우오칼라니 여왕 폐하께서 결정하실 바이지 귀국에서 참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상관없소. 나는 조금 전 여왕 폐하를 알현하고 오는 길이고, 여왕 폐하께서는 머지않아 결단을 내리실 것이오. 연합왕국이 만일 하와이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그대들은 이 섬에서 떠나야만 할 것이오."
김옥균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의 언행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일국의 여왕이 고작 해봐야 일개 장관과 한번 만난 것만으로 결정을 뒤집을 거라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이 이 시대 열강의 외교였다. 힘없는 나라는 힘 있는 나라에 따라야 했고, 이러한 힘의 외교는 국제기구의 결정이라는 위선조차 없이 포악스럽게 휘둘러졌다. 그리고 이는 아주 조약기구라는 안전장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주 바깥의 한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김옥균과 마주한 토마스라는 이름의 해군 대령은 김옥균의 협박에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서 입술을 깨물었다. 21세기라면 패권주의라는 딱지를 받았을 포악한 외교가, 19세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열강의 권리였던 것이다. 설령 세계 1위의 열강이라는 영국이라고 해도 뭐라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당한 권리 말이다.
"애당초 이해가 가지를 않는구려. 귀함을 이미 조사해봤소. 대영제국령 해협식민지에서 오셨더구려? 대관절 무슨 연유로 남태평양까지 오셨소?"
"그건··· 군사기밀사항입니다.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소. 순순히 대답해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 그럼 이것도 묻겠소. 다른 함선들은 어디 갔소? 연합왕국에서 언제부터 1등 장갑순양함(First Class Armoured Cruiser)을 호위함 한 척 없이 운용하였느냐는 말이오."
김옥균은 삐딱하게 팔짱을 꼈다. 그의 태도는 영락없이 범죄자를 심문하는 형사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토마스 제독과 그가 인솔해온 영국군 장교들은 일제히 얼굴을 붉혔으나, 차마 김옥균에 맞서 뭐라 항의하지는 못했다. 김옥균의 뒤편으로 하와이군이라는 이름의 미 해병대와 대한제국 해군육전대가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21세기라면 그리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행동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19세기 말이었다. 그러니 김옥균은 당당할 수 있었다. 하와이 왕국에서라면, 미국의 이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대한제국은 그 어떤 포악스러운 행위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하와이는 미국과 한국 양국에 의해 독립을 보장받으며 한미 양국의 공동이권 지대라 인정을 받은 지 오래였다. 이에 토를 달고자 한다면 힘으로 한미 양국을 밀어내거나 협상장에 올려야 했고, 지금의 영국은 어느 쪽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것도 묻겠소. 어뢰는 도대체 무슨 어뢰를 맞았다는 것이오? 설마하니 우리 대한이나 합중국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아닐 거라 믿겠소. 그럼 이 태평양에서 프랑스 함대와 교전하기라도 했다는 말이오?"
"···."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거요? 뭐, 알겠소. 그것도 그대들의 권리겠지. 그렇지만 침묵이 꼭 그대들에게 좋게 작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시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귀하들의 신분은 의심스럽기 그지없소. 이 하와이섬에 오기 전에 미리 귀국에 문의를 해보았소. 도대체 어쩐 연유로 중립지대인 태평양에 함선들을 파견하였는지 말이오.
그런데 귀국의 외무성에서는 그런 사실은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면서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구려?"
김옥균은 슬쩍 토마스를 떠보았다. 그리고 김옥균의 말을 전해 듣기가 무섭게, 토마스는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반응은 김옥균이 예상했던 바와는 조금 달랐다.
김옥균이 예상한 반응은 조국에 배신당했다며 분노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김옥균이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옳았다. 국제사회에 한미가 영국에 협력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하여 하와이에 슬쩍 군함을 밀어 넣어 보았다가, 한미가 격앙하면서 역효과가 나자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 꼬리를 잘라버렸으니 말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긍심이 있는 군인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토마스의 반응은 그와 정반대로, 무언가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들킨 듯한 반응이었다.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시선은 고정되지 못하고서 자꾸만 김옥균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그건 김옥균에게는 의아한 일이었다. 마치 이번 사건 자체가 처음부터 영국 전시 내각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꼬리를 자른 게 아니었나? 가만, 그렇다면···.'
김옥균은 골똘히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말을 멈추었다는 것도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면서도, 김옥균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슬쩍 물었다.
"연합왕국에서는 그대들과의 연관성을 부정했소. HMS 워스파이트는 분명 왕립해군에 속한 1등 장갑 순양함이 맞으나, 해당 1등 장갑 순양함은 아직도 말라카 해협에 있다는 것이 본국의 자체조사 결과이자 연합왕국 외무성의 답변이오. 하와이 왕국은 분명 귀함을 연합왕국의 군함이라 인정했으나-정작 그대들은 어째서 말라카 해협에 있어야 할 귀함이 이곳에 있는지, 그대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소."
"···큭."
"이거 하나만 물읍시다. 국제법상으로 특정 국가의 해군이라 스스로 칭한- 그러나 해당 국가에서는 존재를 부정한 전투함을 뭐라고 규정하는지 아시오?"
"해적, 이지요···."
토마스는 신음을 토했다. 김옥균은 그 대답에 냉소하며 또다시 쏘아붙였다.
"그래, 그렇게 순순히 대답하면 좀 좋소? 하도 입이 무겁길래 벙어리인 줄 알았소. 그렇소. 해적이오. 그럼 이것도 묻겠소. 우리 대한에게 해적을 상대로 한 교전권이 있을 거라 생각하시오, 없을 거라 생각하시오?"
"···주권을 가진 모든 국가는 해적을 상대로 한 교전권을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구려. 그럼 이제 여왕 폐하께서 그대들을 추방하여도 그대들을 순순히 보내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알겠구려. 우리 병사들이 그대들을 포박하고 귀함을 나포하기 전에, 그대들이 아는 대로 모두 털어놓아 주셔야겠소."
김옥균은 눈을 부라렸다. 아직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서는 짚이는 구석이 없었지만, 이미 김옥균은 HMS 워스파이트에 연합왕국의 치부가 숨겨져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하, 장갑 순양함을 들고 다니는 해적이라고? 코흘리개도 비웃을 이야기지. 하와이처럼 주요 항로 한복판에 그런 해적이 숨어 있었다면 이미 태평양 무역은 진즉에 파탄 났다. 이 녀석들은 분명히 왕립해군이다. 하지만 대영제국 외무성은 그 존재를 부정했고, 공식 서류상으로 HMS 워스파이트는 여전히 말라카 해협에서 활동하고 있다.'
구린 냄새가 풀풀 풍겼다. 외무성에서 오리발을 내민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모른 건지는 몰라도, HMS 워스파이트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쯤 되니 HMS 워스파이트가 어뢰에 피격당하여 하와이에 정박 중이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생겼다.
무엇보다 그게 아니라면 HMS 워스파이트가 아직 하와이에 정박하고 있는 이유가 설명되지를 않았다. 비밀작전을 수행하던 함선이 한국이 그 존재를 눈치채고 장관이 직접 찾아올 때까지 항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도망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거라고 생각하는 게 옳았다.
동력부가 되었건 선체가 되었건, 무언가 항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하나 이상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만한 선체 손상이 있었다면, 태풍에 휩쓸렸거나 전투를 치렀거나 둘 중 하나였고 말이다.
"제기랄."
토마스 제독은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김옥균은 그제야 미소 지었다. 그것이 항복 의사임을 눈치챈 것이다.
토마스는 그가 인솔해온 장교들에게 흘끗 시선을 주었고, 잠시 망설이던 장교들은 하나둘 양손을 들어 올렸다.
만국 공통의 투항 의사를 보인 다음, 깊이 한숨을 내쉰 토마스는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 아무래도 이번에는 주님께서 날 지켜주지 않으실 모양이로군. 좋소. 투항하리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다 말해줄 테니, 손톱은 남겨주시오. 발톱도 마찬가지고."
"의외구려. 조금 더 버텨볼 줄 알았는데."
"하, 고문은 당해보지 않은 놈들이나 버텨보려고 객기를 부리는 거요. 제아무리 용감한 척 만용을 부려봐야 새끼손톱 하나만 뽑아도 다 불겠다고 울고불고 짜는 게 인간이라는 생물이란 말이오."
"꼭 뽑아본 것처럼 말씀하시는구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토마스는 물론이고, 그가 인솔하던 장교들이나 사관 중 누구 하나 답하지 않았다. 김옥균은 기가 차서 허,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거 아무래도 적당히 묻었어야 할 일을 키웠는지도 모르겠어.'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 왔듯이 안 좋은 예감은 옳았다.
걸레짝이 된 함체를 수색하던 중 프랑스 해군의 194mm 포탄이 선미에 수직으로 꽂혀 있는 채로 발견된 것이다.
* * *
토마스 제독과 그 장교들이 순순히 심문에 응한 덕분에, 사건의 내막은 간단히 밝혀졌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저지대에서 루이가 이끄는 프랑스 육군이 보여준 【도버로의 행진】은 프랑스 해군으로 하여금 머지않아 도버 해협에서 치러질 함대 결전을 각오하게 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해군은 객관적으로 영국 해군의 절반밖에는 되지 않았고, 이나마도 대서양에서는 3분의 1까지 추락했다.
"빌어먹을, 말도 쉽게 하는군. 런던에 상륙할 단 하루만이라도 벌어달라니, 그게 말이 쉽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식민지에 배치된 순양함들을 끌어모아 오는 수밖에!"
따라서 프랑스 해군은 개전을 앞두고서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식민지 함대에 비밀회선을 통하여 집결명령을 내렸다. 식민지 방위에 소홀해져도 좋으니, 우선은 대서양에 쓸만한 함선들을 모조리 끌어모으려 한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객관적으로, 영국 대서양 함대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 프랑스 대서양 함대로는 도저히 도버 해협을 뚫을 수가 없었다. 죽음을 각오한 함대 결전이라고 하면 말이야 거창하지만, 상식적으로 최소한의 승률조차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치르는 함대 결전은 그냥 개죽음이 아니던가.
그러나 프랑스 해군에게는 대단히 불운한 사실은, 이들의 비밀회선이 이미 개전하기도 전부터 영국 해군에 의해 감청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본토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싹은 지금 여기서 자른다! 나포는 금지하겠다. 포로도 잡지 마라. 모조리 가라앉혀서 흔적을 지워라! 그게 명령이다!"
영국 해군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프랑스 해군의 집결명령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각 식민지 함대에 명하여 대서양으로 향하는 프랑스 함대를 모조리 가라앉히려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프랑스 해군의 비밀회선을 감청하면서 어떤 함선들이 어떤 항로를 거쳐 대서양으로 향할지를 사전에 파악하고서 그 앞길을 가로막으면 그만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임무를 위하여 특별편성된 1급 장갑 순양함 HMS 워스파이트를 기함으로 한 S3 함대는 그중 하나였다. 이들의 임무는 월남에서 하와이, 파나마를 거쳐 대서양으로 향할 듀프이 드 로므를 기함으로 한 제36 해상 전투단을 격멸하는 것이었고, 막 기습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이들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듯 보였다.
갑작스러운 불운이 찾아오지만 않았더라도, 어느 해역에서나 그랬듯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터였다.
"『HMS 임페리우스(Imperieuse) 탄약고 유폭! 반복한다! HMS 임페리우스 침몰 중!』"
"제기랄! 그게 뭔 개 같은 소리야! 그 딴딴한 할망구가 도대체 왜!"
"그걸 왜 저에게 묻습니까? 신께서 개구리들에게 미소 지으셨나 보지요!"
불운의 시작은 워스파이트의 동형함이자 함대의 둘 뿐이던 장갑 순양함 HMS 임페리우스가 장갑 순양함 듀프이 드 로므와 포격전 중 우연히 석탄 창고를 피격당하면서부터였다. 재수도 없게도 장갑판을 정확히 뚫고 들어간 듀프이 드 로므의 194mm 포탄은 석탄에 불꽃을 튀겼고, 그대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임페리우스의 수병들이 곧장 화재를 진압하려 해수를 퍼 날랐으나, 불운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화재는 보일러에 무리를 주었고,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보일러를 식히기 위해 기관을 꺼버리자 동력을 잃고서 그대로 해류에 몸을 맡긴 채 부유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HMS 임페리우스는 프랑스 해군이 노리기 쉬운 고정표적이 되었고, 이후 몇 발이고 포탄을 두들겨 맞던 임페리우스는 포격전이 시작된 지 10여 분 만에 탄약고가 유폭하면서 폭침당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삼등 항해사가 그전에 불을 피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전투가 끝난 다음 워스파이트에 의하여 구조되었던 까닭에, 탄약고 유폭의 정확한 원인은 불명이 되었다.
프랑스군의 포탄이 탄약고를 때렸던 건지, 아니면 함내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탄약이 자연 발화해 버린 것인지. 어느 쪽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물론 그 원인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임페리우스가 폭침당하면서 양군의 전력이 장갑순양함 1척 및 방호 순양함 3척, 장갑순양함 1척 및 방호 순양함 2척으로 사실상 대등해져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까앙-!
"제기랄! 거 빌어먹게도 딴딴하군!"
방호 순양함 1척이 더 많다는 건 S3 함대에게 이점이 되어주지 못했다. 함급이 하나 낮다는 것은 사용하는 대포도 그만큼 작다는 걸 의미했고, 방호 순양함의 주포는 장갑 순양함의 장갑판을 관통하지 못했다. 어뢰는 그 위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나 불발탄이 잦고 명중률도 형편없어 그리 신뢰할만한 무기체계가 되지 못했고, 결국 양 함대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포격전으로 승부를 보았다.
토마스는 기함 워스파이트가 듀프이 드 로므를 상대하는 동안 3척의 우군 방호 순양함이 2척의 적 방호 순양함을 상대하도록 명했다. 워스파이트의 9.2인치(=233mm) 주포라면 단독으로도 듀프이 드 로므의 194mm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그리고 이는 충분한 효과를 보아, 우군 방호 순양함 1척이 어뢰에 직격당해 그대로 두 조각이 나는 피해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적 방호 순양함 2척 중 1척은 침몰시키고 1척은 자침시켜 듀프이 드 로므를 고립시켰다.
이렇게 1대 3을 만들고 나면 그다음은 쉬웠다. 그들은 듀프이 드 로므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포격을 퍼부었고, 기함 워스파이트가 듀프이 드 로므와의 포격전 중 소파 당하기는 했으나 결국 듀프이 드 로므마저 남태평양 공해에서 수장되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포로는 필요 없다. 여긴 태평양이고, 만에 하나라도 한국 놈들이나 미국 놈 중 하나라도 우리가 여기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본국이 곤란해진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임페리우스와 코스모스는 운 나쁘게도 풍랑에 휩쓸려 수장된 것뿐이다. 알겠나, 제군들?"
그렇게 S3 함대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고, 다시금 싱가포르를 향해 항로를 잡았다. 혹여나 남태평양을 오가는 민간상선들에 목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행은 비밀스럽고 또 신속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들이 이용한 것은 민간상선들이 이용하지 않는 위험하고 기후변화가 격심한 항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S3 함대의 불운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이런 젠―."
철썩!
때아닌 가을 태풍이 일으킨 거대한 해일이 제36 해상 전투단과의 교전으로 걸레짝이 된 S3 함대를 휩쓸어 버렸던 것이다.
< 불의의 불행이 불우함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