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세무민 >
"더는 못 해 먹겠습니다."
사단 지휘부에 막 발을 디딘 홍범도는 관등 성명이 끝나자마자 대뜸 그렇게 말했다. 어색한 서울말이었다. 애초에 서울말이라는 걸 러시아에 와서 처음 배웠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단장, 원세개는 잠시 말없이 그런 홍범도를 뚱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깊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돌아가게."
"장군께서도 이미 보셨잖습니까? 이 마우재 놈들은 도통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까 궁리하고 있을 뿐인 겁쟁이들입니다. 우리 사단이 아무리 분발해봐야 저놈들이 이길 생각이 없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전쟁터에 나가서 죽지 않고 사지 멀쩡히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야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처음에는 구국의 영웅이 되어보겠답시고 날뛰던 신병들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다들 그런 식이지. 그걸 우리가 탓해봐야 무슨 수로 고치겠나? 그게 사람의 본성인 것을."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 장군께서도 아시잖습니까. 거 총검은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번쩍번쩍하는 쇠붙이 보면 겁먹고 오줌 지리는 거야 다들 그러지요. 고조 쓰나이가 천둥소리에 오줌을 지리는 게 어디 있습네까?"
말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는지, 홍범도는 서북방언을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부대원들 앞에서야 아무렇지도 않은 체했지만, 그도 내심 러시아군의 현저히 낮은 사기에 불만이 결코 적지 않았다.
지금껏 15보병사단은 모스크바의 지휘에 따라 움직여왔다. 물론 부당한 명령에는 분명히 항의해왔으나, 최소한 전선을 주도하는 건 모스크바 군사정권에 있다며 명을 따랐다.
그래서 현실은? 15사단은 번번이 최후미에 서야만 했다. 안전한 곳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군이 붕괴하여 철수하는 와중에 최후미에서 우군의 무사 후퇴를 위해 이 한 몸 던져야 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게 모스크바 군사정권에서 15사단을 곤란하게 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그런 거였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방법이라도 있다. 그러나 이건 그게 아니다. 글자 그대로, 러시아 병사들은 싸워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저들이 싸울 의미를 찾기 전까지는 이러한 양상은 계속하여 반복되리라.
"거 그러니까 내가 말할 때 예의를 갖추라고 했을 텐-."
원세개는 그런 홍범도를 꾸짖으려다 말았다. 일개 소령이 현 15보병 사단장이자 차후 러시아 원정군이 증원될 경우 전선 사령관으로 우뚝 설 예정인 자신에게 함부로 입을 놀린다는 게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으나, 홍범도는 다름 아닌 황제가 장차 크게 될 거라 언급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이미 시위군 내에 한 사람 더 있었다. 친위대장 전봉준이 바로 그 인물이다. 출세에 목마른 원새개로서는 함부로 대할 수가 없던 것이다. 그래서 애초 일개 소위 후보생 나부랭이였던 홍범도를 아무리 그간 눈부신 활약을 보여왔다지만 2년여 사이에 일약 소령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게 아닌가.
뒤를 봐준 은혜도 모르고서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게 아니꼽고 서러워도, 지금은 어떻게든 참아야만 할 때였다.
"···험. 물론 그 건에 대해서는 나 또한 해결방안을 검토해 보고 있던 참이었네."
'빌어먹을. 이래서야 내가 장군인지 저 새파란 애송이가 장군인지 모르겠구먼. 황상이 한마디 하지만 않았더라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촌놈인데···.'
원세개는 내심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양 거들먹거렸다. 아무튼, 이 자리에서 계급상 상전은 원세개였다. 어차피 계급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상대도 아니라면, 적당히 상관이자 인생 선배로서 여유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원세개는 미심쩍어하는 눈초리의 홍범도를 슬쩍 흘겨보고서는 설명을 이어갔다.
"안 그래도 오늘 성 바실리 대성당에서 미하일 대원수를 만나고 온 참이네. 그놈이 공적인 자리에서는 만나기 어려우니까 아침 기도를 핑계로 슬쩍 부르더군."
"교도셨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 난 아무도 안 믿네. 하물며 그 야소라는 놈은 절대로 안 믿어. 그 더러운 종교쟁이 도둑놈들에게 우리 가문이 무슨 꼴을 당한 지 몰라서 그러나?"
원세개는 눈을 부라렸다. 다른 건 참을 수 있어도, 이건 그의 가정과 연관된 문제였다. 야소의 형제를 자칭하던 사이비 천왕과 그 추종자들 탓에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건너와야 했던 원세개에게 이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는 없었다.
이것만큼은 뭐라 변명할 여지도 없었던지라, 홍범도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한데 그 마우재 놈이 뭐라 덥니까?"
"어허, 그렇게 말조심하라고··· 아니지, 아니네. 아무것도 아니야. 험험. 아무튼, 그놈이 쓸만한 병사들은 조금 더 보내줄 수 없느냐고 본국에 부탁해달라더군.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마침 본국에서 추가 파병이 결정 난 줄은 어찌 알고서 그리 딱 맞게 찾아왔는지 원."
원세개는 혀를 찼다. 홍범도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홍범도는, 그래도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물었다.
"···그 마우재 놈은 제정신이랍니까? 우리 병사들이 마우재 땅에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놈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알고 있습네다만."
"당연히 좁아지겠지. 하지만 지금이 어디 그런 체면 따질 때던가? 이건 이번에 서쪽에서 들어온 첩보인데, 보로서 놈들이 기어이 오지리 놈들의 배때기에 칼을 꽂아 넣은 모양이야. 슬슬 오지리 놈들이 힘을 못 쓸 거라는 말이네."
"오지리 놈들이 밀리고 있는 겁네까? 거 좋티요. 당분간 널러지겠군요."
홍범도는 크게 반색했다. 싸울 의지를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러시아군과는 다르게, 오히려 다른 나라의 내전에 끼어든 주제에 의욕을 불태우는 것이 오스트리아 병사들이었다. 이념 탓이라고 홍범도는 알고 있었다. 러시아 군국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선 유럽의 헌병들이라던가. 사정을 모르는 홍범도로서는 고개를 갸웃할만한 일이었다.
하기야, 페트로그라드에서 가장 열심히 싸우는 병사들이 오스트리아군이듯이 모스크바에서 가장 열심히 싸우는 병사들은 한국군이었으니 피차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오스트리아가 러시아 군국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싸운다면, 한국의 명분은 아시아의 평화를 사수하기 위한 예방전쟁이었다.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명분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할까? 잠시 고민하던 홍범도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걸 정하는 건 조정의 역할이었지, 일개 장교가 고민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을 이야기였다. 좌우지간, 지금은 프로이센의 분전으로 오스트리아의 발목이 잡혔다는 것에 주목하면 그만이리라.
"사투리를 쓸 거면 사투리를 쓰고 서울말을 쓸 거면 서울말을 쓰게. 오락가락하니까 나까지 어지럽구먼. 하여튼 간에, 그런 이야기네. 마침 겨울이니 앞으로는 전선도 소강상태일 거고, 노서아군을 대신할 믿을 수 있는 우군도 계속 증원되어갈걸세. 이제 답이 되었나?"
"물론입니다, 장군.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홍범도를 우렁차게 소리를 질러 답하며 경례를 올렸다. 그 눈빛에 미혹은 없었다. 홍범도는 원세개의 대답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아직 젊었고,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홍범도는 원세개에게 무언가 더 추궁할 생각도 않고서 감사 인사를 올린 다음 그대로 뒤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혼자 남은 원세개는 그제야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서 지웠다.
"전선이 소강되기는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원세개는 슬쩍 작전지도를 흘겨보았다. 연이은 철퇴와 최후미에서의 지연전으로 15사단은 처음 러시아 땅을 밟았을 때와 비교하면 그 수가 크게 줄어 있었다. 한때 1만 6천에 육박하던 병력은 이제 1만 대를 간신히 채우고 있었고, 기관총 탄약마저 바닥을 보여 노획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었다. 물론 그 노획이 적에게서 노획하는 것인지 아군에게서 노획하는 것인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러시아군이 들고 있어 봐야 내팽개치고서 달아나 적이 가져갈 게 뻔한 물자였다. 오히려 15사단에서 노획하면 최소한 적에게 수백 발은 쏠 수 있으니 낫지 않느냐는 게 기관총 사수들의 변이었다. 그리고 원세개는 딱히 그런 기관총 사수들의 변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반격? 반격이라고? 캅카스까지는 확보해야 맞설 수 있다, 라··· 하! 어디 혼자서 잘 해보라지. 빌어먹을 노서아 놈. 이 꼴을 보고서 잘도 반격 소리가 나오는군."
원세개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홍범도에게는 그저 지원군을 요청했다고만 말했지만, 사실 미하일의 진짜 요구는 지원군이 아니었다. 그의 진짜 요구는 오스트리아군이 주춤하는 사이에 전 전선에 걸쳐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펼치기에 앞서 믿을 수 있는 전력을 확충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미하일에게는 미하일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었다. 아직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반절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고, 언제까지고 시베리아만 바라볼 수도 없는 이상 모스크바 정권도 그들 나름대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스크바와 그 일대에 국한된 형국인 현 상황을 타파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흑해와 접하고 있는 캅카스 지대를 회복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거야 미하일의 사정이고, 당장에 러시아군의 졸전으로 그 뒷감당을 홀로 뒤집어써야 했던 15사단으로서는 불평 한마디가 나오지 않으려야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힘든데 그것도 모자라서는 무모한 반격에 참여하라니 러시아군에서는 15사단을 소모품 즈음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원세개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무리 봐도 원세개가 보기에 이번 반격은 무모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페트로그라드의 병사들은 러시아 정교회의 축복을 받아 종교적 열정이라도 있지, 모스크바 정권은 새로운 러시아를 보여주겠다고 말만 거창하게 하고 있을 뿐 실제로 무언가 보여준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군사교육 정도. 그러나 이 세상에 군사교육 받는다고 좋아할 사람이 어디에 있던가?
"백성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없는데 병사들이 사기충천할 리가 있나. 이래서야 원, 계속 질질 끌어봐야 패전만 늦출 뿐일 텐데."
원세개는 혀를 찼다. 아무리 봐도 현 모스크바 정권에는 희망이 없었다. 명분이 되어줄 차르는 유폐된 지 오래고, 군사정권을 이룩한 미하일은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으로 연전연승을 거두기는커녕 패전 코앞까지 몰린 와중이다. 페트로그라드 정권이 그동안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전통적인 러시아라는 낡은 이상이라도 제시한 데에 반해, 모스크바 정권은 새로운 러시아를 외쳤으나 사람들이 매혹될만한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건 한국에는 더없이 곤란한 일이었다. 한국 혼자 페트로그라드와 피 터지게 싸워서 러시아를 거머쥐어봐야 본전이다. 어쨌건 한국은 전쟁을 주도하는 주도국이 아니라 조력자가 되어야 했고, 전쟁은 모스크바 정권이 자력으로 승리를 거머쥐어야 했다. 그리고 모스크바 정권이 자력으로 승리를 거머쥐려면, 러시아인들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정통성을 회복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참을 고민하던 원세개는 가만히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가만, 그러고 보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저놈들이 말하는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 부자들의 땅을 빼앗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겠다, 혹세무민을 일삼는 교회 놈들은 관아의 철퇴를 받아 마땅하다, 영주를 없애고 이제 지방마다 관료를 파견할 거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
···아니, 그보다 애초에 왜 이 색목인 놈들은 이러지 않은 거지? 종교쟁이들이 혹세무민을 일삼으면 당연히 일단 관아에서 옥에 가두어야 하는 거 아닌가? 도사라는 놈들이 온 천하에 활개 치고 다닌다면 말세잖는가? 이 노서아에서 관아는 도대체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었던 건지."
원세개는 쯧쯧 하고 혀를 찼다.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이 위화감이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가 이상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모스크바 정권은 애초에 이 정도 강수를 두지 않으면 생존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물론 러시아의 사정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너무 급진적이고, 너무 동양 중심적 사고방식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죽는 것보다야 뭐라도 일단 지르고서 그 과격함에 환호할 작자들이라도 확실하게 끌어안고 가는 게 낫지 않던가?
"마침 본국에서 증원을 늘려주겠다고 했으니, 증원이 도착하는 대로 일단 혹세무민을 일삼는 종교쟁이 놈들부터 솎아내자고 해야겠군. 흐흐흐!"
원세개는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태평천국에 옴팡지게 당한 기억이 있던 그에게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교회에 쳐들어가 쑥대밭을 내주는 것보다 즐거운 상상은 없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보다는 러시아 병사들을 등 떠밀어서 일을 처리하겠지만 말이다.
원세개는 그와 같은 발상을 두고서 유럽에서는 계몽주의라고 부른다는 걸 알지 못했다.
* * *
대한제국, 한성.
"···이건 또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이형은 원세개가 필승 안이랍시고 지어 올린 읽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병술 보고서의 막바지 완성작업에, 광주로 향한 프레더릭의 호위에. 손문 암살 뒤처리에, 미국과의 입장조율에, 여전히 날뛰고 있는 국민 여론 진화에, 사고를 거하게 친 이완용과 그 등을 떠민 여흥 민씨에 대한 징벌에···.
하여간에 그가 직접 나서야 할 일만 가득하던 차였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그간 조용했던 원세개마저 본국의 증원을 받는 대로 거하게 사고를 쳐주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형으로서는 기뻐하기보다는, 짜증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이형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을 눈치챈 육군성 장관 신기선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모두 원세개 그자를 제어하지 못한 소신의 잘못입니다. 곧장 그만두라고 이르겠습니다."
"딱히 그만두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예?"
"아무튼, 손 놓고서 멸망할 날만 기다려보느니 뭐라도 해보는 게 낫지. 어차피 실패해서 나라가 망가져도 우리 대한도 아니잖은가? 기왕에 혁명군이랍시고 자칭한 김에 혁명다운 일 좀 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이형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어차피 혁명이 폭주해봐야 망가질 건 한국이 아니라 러시아일 테니 아무래도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건 그의 본심이기도 했다.
애초에 페트로그라드 정권에서 교회와 영지 귀족들을 끌어안고 키예프의 부르주아들이 관전을 택한 시점에서 모스크바 정권이 끌어안아야 할 건 농노들과 급진적인 계몽주의 지식인들뿐이었다. 적이 정통적인 러시아의 가치를 내건 이상, 그 반대편에 서려면 아주 새로운 가치를 내걸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하일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 또한 영지 귀족인 까닭이다. 러시아의 푸른 피가 러시아 정교회를 짓밟고 부의 원천인 토지를 농노들에게 나눠주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을 리가 없던 것이다.
그렇다. 러시아의 푸른 피라면 말이다.
"이번에 병술 보고서 완성되고 나면 슬슬 행정인력 남아돌 텐데, 놀리지 말고 깡그리 노서아로 돌려서 원세개가 하는 일을 돕게 하면 되겠군. 그리고 원세개 놈에게는 기왕에 시작할 거면 토지부터 건드린 다음에 교회를 건드리라고 하게. 일단 토지부터 쥐여줘야 교회를 건드려도 그 무지렁이 농노들이 좋다고 만세를 부를 테니까."
한국의 제일 고귀한 피는, 그 자리에서 러시아의 혁명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 혹세무민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