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 조약 >
이형으로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으나, 아무튼 덕분에 기자들을 불러모을 명분은 확실하게 확보한 격이었다.
"그럼 더 미룰 것도 없지. 내 당장에 기자들을 모아 와 주마. 회임 축하연이라고 하면 괜히 의심 살 일도 없을 것이다. 네가 저 기자 놈들 앞에 서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지. 어디 한번 잘 해보아라."
"하, 하오나!"
"너무 갑작스럽다는 이야기는 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네가 네 형보다 먼저 사고를 쳐준 게 나로서는 더 갑작스러우니까. 뭐, 아비에게도 내숭 떨면서 깨를 쏟은 대가라고 생각하도록 해라."
이형은 낄낄거리며 이강의 등을 두들겼다. 물론, 말이 두들기는 것이지 병약한 몸 때문에라도 그리 강하게 두드리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강은 아무 말도 못 하고서 그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떨굴 따름이었다.
그날로 이형의 행보도 조금 바빠졌다. 무엇보다 두 대국의 전쟁을 중재하려면 그저 마음을 먹었다고 끝이 아니었다.
이형은 가장 먼저 영국 대사를 호출하여 회임 소식을 전하였다.
"세상에, 그것이 사실입니까? 정말로 경사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로군요! 여왕 폐하와 제국을 대신하여 경하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험난한 시기에 이토록 꽃답고 풋풋한 소식이라니, 마치 마음의 안식을 찾는 모든 무고한 이들을 위한 가뭄의 단비와도 같군요.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다행입니다. 공주 전하께서 마침내 안식을 찾으신 듯하여 무엇보다 마음이 놓이는군요."
지난 대국민 사과 이래로 주한 영국 대사로 뿌리내린 프레더릭은 과장되게 기쁜 얼굴을 하면서 말을 길게 끌었다. 그것이 무언가 불리한 일이 있을 때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기 위함이라는 걸 이형은 알았다.
그리고 그 불리한 점이 무엇인지도 말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동양식 왕정 문화를 고려하면 반드시 무언가 선물을 해야 할 텐데, 당장에 전쟁이 한창인 마당에 그리 간단히 한국을 만족하게 할만한 선물을 준비할 수가 없다.
'평소라면 뭐라도 한마디 쏘아붙였겠지만···.'
지금은 쏘아붙이려는 자리도 아니었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형은 과장된 웃음을 떠올리며 프레더릭의 수다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하하하! 말은 고맙소. 나도 요즈음 세상사가 워낙에 흉흉하여 며늘아기가 이 낯선 대한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여간 심려되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한고비 넘긴 것 같아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하구려."
"정말이지 그 말씀대로이십니다. 장차 태어나실 황손을 위해서라도 제가 뭐라도 개인적으로 선물 드리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는지 혹시 여쭐 수 있을는지요? 아시아의 문화에는 그리 밝지 않아서 혹여나 실수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선물이라, 가당찮은 말씀이시오. 어찌 이런 일에 재물을 탐할 수 있겠소. 오히려 마음 같아서는 짐이 되려 묻고 싶구려. 짐이 귀국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겠소?"
우뚝.
프레더릭은 굳기라도 한 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냥 슬쩍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었지만, 대사 개인이 아니라 일부러 국가를 지칭했다면 그건 외교적 언사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이형은 그 틈을 타 곧장 한마디 더 덧붙이며 의혹에 쐐기를 꽂았다.
"그게 아니라면··· 흠, 이건 좀 지나칠지도 모르겠소만. 선물 받고 싶은 것이 있구려."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오늘같이 기쁜 날에 무엇이 그리도 지나치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게 엿들을 기회를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짐은 장차 태어날 갓난아이에게 우리 대한의 선한 벗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소. 하여, 만일 선물 받는다면 그건 우리 시대의 평화였으면 하오. 혹은, 우리 대한이 평화를 선물할 영광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프레더릭은 둔감하지 않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회임은 처음부터 핑계였다는 걸 눈치챘다. 황제가 일부러 프레더릭을 불러낸 진짜 본제는 대한의 선한(?) 벗들, 미국과 영국의 평화를 중재해줄 의사가 있다고 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 한마디야말로 그와 그의 조국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한마디였다.
'이 황제를 알고 지내게 된 이래로 황제의 막돼먹은 요구가 이렇게 반가운 건 또 처음 있는 일이군.'
프레더릭은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황제가 말을 빙빙 돌리는 시점에서 무언가 생각지도 못한 요구가 튀어나올 거라고 짐작했으나, 뜻밖에도 이번에 황제의 입에서 나온 건 바라마지 않던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곧장 알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프레더릭은 방긋 웃으며 다만 한마디 되돌려주었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고맙다며 승낙하는 말로 해석될 수도, 혹은 은근히 말을 돌리며 거부하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일이 잘 풀린다면 전자가 될 것이고, 일이 잘 풀리지 못한다면 후자가 될 터였다.
그건 이형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형은 프레더릭과 간단한 담소를 나눈 다음, 이번에는 곧장 미국 공사를 호출하였다.
"불쾌해하지 않고 경청하여 주었으면 좋겠소. 짐은 우리 대한의 선한 벗들이 피 흘리며 다투고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고 싶지 않소. 이미 영길리에는 내 따로 말을 전해두었소. 혹 귀국이 마음이 동한다면, 대한은 언제건 대한의 선한 벗들을 위하여 화해를 주선해줄 의향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오."
영국 대사와는 달리 이형은 미국 공사와의 접견에서는 곧장 목적을 전달하였다. 딱히 영국과 미국을 국력 차이로 차별했다기보다는, 대사와 공사라는 지위 차이 때문이었다. 대사라면 이형의 제안에 어떤 식으로건 즉석에서 회답을 돌려줄 권한이 있었으나, 공사는 알겠습니다-하고 본국에 전하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말이다.
"관대하신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는 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인지라, 우선은 본국에 귀국의 의사를 전하고 의향을 알아본 다음에 다시 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게 절차에 맞겠지. 그리하도록 하시오. 내 얼마든지 기다려 드리리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모호하기는 했어도 그 자리에서 회답을 돌려준 프레더릭과는 다르게 본국의 의향을 알아보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여 이를 수긍했다.
'이걸로 일단 정부 차원에서는 다 전한 거고.'
그다음 절차는 여론을 모으는 일이었다. 이형은 그 즉시 회임을 축하하는 축하연을 열 것이라 발표하였다. 회임한 인물부터가 영국인 황자비에 장차 태어날 아기는 현 황제의 첫 황손이라는 상징성이 차고 넘치던 만큼, 당장에 국내에서뿐 아니라 외신기자들의 관심도 일제히 황실로 향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간 자주 얼굴을 내비친 황제나 황태자와는 다르게 2황자는 그 병약한 몸 탓에 자주 언론에 노출되지 않던 베일에 둘러싸인 인물이었다. 그런 병약한 인물이 첫 황손을 생산해냈다고 하니 음습한 관심이 쏠리지 않는 것도 무리였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간 두문불출하였던 사유를 여쭐 수 있을는지요?"
"거 보면 알잖소? 내 장담하건대 허수아비가 양장 걸치고서 사람 말하는 건 여기 모인 사람들 다 처음 볼 거요. 조심하시오. 이 허수아비 놈이 언제 또 꼴깍꼴깍 숨이 넘어갈지는 허수어미도 모르니까."
"몸이 약하시다고 흔히들 알려졌었습니다만, 보아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군요?"
"아, 뭐. 허약하지. 오늘만 해도 무슨 무덤에서 기어 나온 것 같은 상판대기를 하고 있잖소. 그런데 교합이라는 게 꼭 사내새끼가 용 쓰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소."
"아직 형님께는 자식이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새끼 가지고서 그러기 있소? 그리고 그거야 그 양반이 방랑벽이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요? 다들 무슨 생각하는지야 알겠고, 서역은 우리와 예의범절이 다른 것도 알겠는데. 거 제발 그러지 좀 맙시다."
예정된 일처럼 축하연 당일 모습을 드러낸 이강은 온갖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기자들은- 특히 외신기자들은 어떻게든 이강에게서 한마디라도 더 뽑아내려는 듯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사실 이는 이강 스스로 자처한 것도 있었다.
그냥저냥 무난하게 끝날 수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그야말로 황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구수한 입담을 쏟아내고 있는데, 어디 달려들지 않을 기자가 어디 있을까? 지금, 이 순간 황자가 한 마디 한 마디 쏟아내는 모든 말이 특종감인데 말이다. 그나마 처음에는 자중했던 기자들도 안전요원들이 그리 적극 제자 하지 않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결국, 그날 빅토리아 황자비에게 갈 관심까지 모조리 독차지한 다음에야 이강은 본제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건 이런 자리니까 하는 말인데, 이제 피 흘릴 일은 그만 봤으면 좋겠구려. 서로 쓰는 말도 같다고 알고 있는데, 친정댁이 저리 뒤숭숭하니 나까지 싱숭생숭해서 그러오. 마음 같아서는 내가 화해라도 시켜주고 싶은데, 그게 어디 마음처럼 풀려야지. 아무튼, 이제 그만 평화로웠으면 좋겠구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그 말씀은 영미 양국의 평화를 중재할 의향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십니까?"
"거 그거야 아바마마께서 정하실 일이지, 내가 주제넘게 정할 일은 아니지 않겠소? 하지만 뭐,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은 건 사실이오."
뜬금없는 돌발선언이었다. 황족답지 않은 폭언만 줄곧 늘어놓던 황자가 갑자기 황족다운 말을 한 것이다. 기자들은 그 즉시 현장에 모인 한국 측 인사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황자의 발언이 사전에 조금도 합의된 바 없는 폭탄 발언이라면 당연히 그들도 혼란해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건 다분히 계획된 발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조용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건 이강 한 사람의 의사가 아니라 한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겉으로야 제멋대로에 막 나가는 황자도 거기까지 막 나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마마, 회임을 진심으로 경하드리옵니다! 기쁘구나, 황손이 오시네!」"
"「기자진에게도 거침없는 막말 연발! 황실에 흐르는 망나니의 핏줄?」"
"「평화의 전도사인가, 주제를 모르는 무뢰한인가? 극동으로부터의 깜짝 제의!」"
이튿날 언론의 논조는 국내와 외신으로 크게 갈렸다. 차마 황자를 함부로 다룰 수 없었던 국내 언론은 황손 소식과 황자 부부에게 집중하면서 어떻게든 지난날 이강이 보여준 패악질을 숨기거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려 했고, 외신은 이강이 보여준 기가 막힌 언행들과 막바지에 나왔던 중재제안을 다루는 데에 집중했다.
"푸흡! 이제는 신문에 진짜 별의별 말이 다 나오네."
"이게 진짜로 있는 그대로 옮겨적은 거라고? 우와, 하여간에 대단한 나라야. 아니, 그래도 푸른 피라는 양반이 저래도 되나?"
"이 애송이 말 잘하네. 그런데 평화? 평화라···. 흠, 글쎄. 뭐, 된다면 좋기야 하겠네."
기자들 앞에서 막말을 쏟아낸 망나니 황자의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크나큰 인기를 끌었다. 때마침 온 사방에서 전쟁이 한창이라 웃을 일이 부족해서 평소라면 가볍게 웃어넘길 소소한 사건에도 집중하게 되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한국의 2황자는 그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쉴 새 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일약 유명인이 되었다. 그와 함께 중재제안 또한 널리 알려진 건 덤이었다.
다만 중재제안을 했다는 것이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지기도 했어도 이 망나니라는 인상 탓에 대중들에게는 한국 정부 차원의 진지한 제안이 아니라 가벼운 농담 내지는 이강이 주제넘은 언행을 했다-정도로 넘겨짚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이는 기자들이 일부러 망나니라는 인상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 차원의 합의가 있었던 듯하다-라는 내용을 쏙 빼놓은 탓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민이 가볍게 낄낄거리며 웃는 동안에, 한쪽에서는 영미 정부의 고뇌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그야 물론 이만 화평에 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이상 전쟁을 끌어봐야 더는 얻을 것도 없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와 프로이센 동맹을 도와 유럽 대륙을 어떻게든 안정시켜야 할 때라고 봅니다."
"흠, 저는 반대입니다. 분명히 이 이상 전쟁을 끌어봐야 얻을 게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이 먼저 중재를 제안해 왔다고 우리 대영제국이 먼저 제의에 응한다면 다들 화평에 몸이 달아올랐다고 대영제국을 얕잡아볼 것입니다. 설령 화평에 응하더라도 저들이 먼저가 되어야지, 우리가 먼저가 되어서야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계속 저들이 먼저 화평에 응할 때까지 질질 끌어서야 앞으로 몇 개월을 더 전쟁을 지속해야 할지 모릅니다. 거기에 이번 중재를 거절하는 건 빅토리아 전하의 부군을 욕되게 하는 일이고 이는 곧 빅토리아 전하를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더라도 이를 각오하고서 화평을 강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당신이 바로 그 책임을 짊어질 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영국 전시내각의 결론은 한국이 평화협정을 중재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으나, 무조건 미국이 먼저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을 상대로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위신이 대폭 깎인 탓에라도 차마 양보할 수 없던 것이다.
"너무 늦었다고 해야 할지, 너무 이르다고 해야 할지. 허, 참. 하여간에 기어이 한국에서 끼어들고야 말았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역시 거절해야겠지요? 아시아가 대서양의 일에 끼어든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글쎄, 나는 지금이 전쟁을 끝낼 적기라고 본다네. 아무튼, 우리는 캐나다를 거의 해방했고, 그 천하의 대영제국 로열 네이비와도 그럭저럭 대등하게 싸워도 봤네. 그럼 할 만큼은 한 거지. 이제 그만 명예로운 평화에 서명해 보세나."
그런가 하면 미국은 한결 여유로웠다. 가장 큰 이유는 이 무렵 미국에서는 「할 만큼 했다」라는 여론이 널리 퍼져있던 까닭이었다. 영국이 이번 전쟁에서 콧대가 꺾였다면, 미국은 전쟁을 너무 쉽게 보다가 남부 해안가를 고스란히 내주는 등 의외의 한 방을 얻어맞기는 했어도 그 천하의 영국과 그럭저럭 대등하게 싸우면서 위신을 챙긴 것이다.
거기에 영국 전시내각이야 위신과 빅토리아 공주의 체면만 신경 쓰면 되었지만, 미국은 개전 초기부터 어깃장을 놓고 있던 양키 금융가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종전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개국 이래로 정부와 금융계의 정면충돌이 좋게 끝난 적이 없던 미국이었다.
"우리 대영제국은 1894년 총선을 거쳐 캐나다 자치령의 완전한 독립을 약속합니다. 대영제국은 캐나다의 독립을 보장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미합중국은 퀘벡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독립 후 캐나다의 워싱턴 협력기구 가맹을 의무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좋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의무화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군요. 물론 캐나다의 워싱턴 협력기구 가맹에는 동의합니다만, 최종적인 결정은 어디까지나 캐나다인들의 자유의지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미국 측이 먼저 협상에 응함에 따라, 한국의 중재 아래 영미 양국은 탁상에 앉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협의가 끝난 것은 「캐나다와 퀘벡의 즉각적인 독립과 이듬해 총선을 통한 정부 구성, 미군의 캐나다 철수, 캐나다와 퀘벡은 정부 구성 이후 의무적으로 워싱턴 협력기구 가맹 여부를 국민투표로 확인할 것, 배상금은 논하지 않음, 영미 양국은 캐나다와 퀘벡의 독립을 보장할 것, 전쟁 이전 대서양 무역 복원」이었다.
미국 측은 마지막까지 위의 6가지 조항에 더하여 영국의 바하마 군도 철수를 추가하려 했으나, 여기에는 영국이 완강히 버티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1893년 11월 23일, 2차 미영전쟁은 약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전혀 엉뚱하게도, 지구 반대편 한양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