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423화 (423/530)

< 항명 >

그리고 동방에서 반 천년 만에 몽골의 침공이 재현되고 있을 무렵.

"홀란트조차 간당간당한 와중에 라인란트까지 확보하라, 라."

홀란트 왕국, 루르몬트.

신성로마제국과의 접경지대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 주체는 신성로마제국 접경지대에 집결한 프랑스 대육군과 전쟁부였고, 그 주제는 당연하게도 이제는 눈앞까지 다가온 라인란트 침공전이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간 축적되어 있던 황제를 향한 육군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야 물론 홀란트를 통해 오이겐 선을 우회하면 독일 서부는 간단하게 우리 군의 군홧발 아래에 놓이겠으나···."

"라인강 서역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면을 제하고서 단순 규모만 따져도 1.3배는 더 늘려야 할 텐데, 아시다시피 우군에는 이를 지탱할 지휘 인력이 턱없이 부족 합니다. 이대로 가면 우군은 유럽 제일의 오합지졸 집단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 이곳은 프랑스 대원수 루이 베르그송의 막사이자, 현 대육군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루이 프랑스 대원수의 말을 패탱 대령이 받았다. 루이는 말없이 신음을 흘렸다. 현 프랑스군과 전쟁부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건 신성로마제국과의 전쟁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건 황권 강화를 위한 군부대숙청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이 시작되면서 무턱대고 규모만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프랑스군 그 자체였다. 황제의 숙청으로 고위 장성진이 씨가 마르면서 기존 장교진이 가벼운 전공을 세운 것만으로 전례 없는 승진을 이룬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텅 비어가는 위관진을 메우고자 생도들을 있는 대로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까막눈 생도들을 보좌해줄 경험 많은 부사관들은 저지대 침공과 영국 침공에 녹아내렸다. 그나마 저지대 침공에서 소모된 부사관들은 부상이 다소 심해도 퇴역을 미루도록 강제하면서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지만, 영국 침공에 소모된 부사관들은 그대로 스코틀랜드로 끌려갔으니 되찾을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일선 장교들의 질은 턱없이 하락했는데 이를 보좌해줄 부사관들의 질도 덩달아 하락하고 여유를 가지고서 훈련과 군사교육으로 이를 조금씩 회복해야 할 시기에 황제는 또 다른 전쟁을 요구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 군이 황제가 요구하는 규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나?"

"적어도 앞으로 2년은 필요합니다. 아무리 생도들의 졸업을 앞당긴다고 하여도 2년간의 군사교육은 반드시 이수해야만 추후라도 재교육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금년도부터 그랑제콜에 요청하여 생도 정원을 1.2배씩 늘리도록 하였으니, 2년 뒤면 그런대로 일선 장교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황제가 요구한 시간제한은?"

"···금월 중에, 지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루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군비증강 그 자체야 군인으로서는 기쁘다. 군비증강은 장차 군부의 목소리가 커지게 될 것을 의미했으니까. 안 그래도 위에서 꼬장꼬장하게 버티던 선배님들을 황제가 싹쓸이해주면서 출셋길이 활짝 열린 마당에 군비증강으로 장군이 더욱 불어난다면 모든 군인의 꿈인 별 달아보기가 훨씬 쉬워진다.

문제는 예산을 그렇게 넉넉하게 주는 것도 아니면서 일단 무턱대고 라인란트 정복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황제야 프랑스군이 라인란트로 쳐들어가면 라인란트의 시민이 해방자 프랑스군을 기쁜 마음으로 반길 거로 생각하는지 몰라도, 루이를 위시한 프랑스 대육군은 홀란트 때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 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라인란트에는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이라는 알기 쉬운 뒷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저들끼리 다투기 바쁜 두 앙숙이더라도 프랑스가 라인강 서역을 뚝 떼어가려고 하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다. 최악에는 전쟁을 급히 마무리 짓고서 프랑스의 침공에 맞서고자 할 것이고, 최선의 상황을 가정해도 라인란트의 독일 민족주의자 봉기를 후방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가지 확인하겠지만, 우리 지금 베이컨들과 공식적으로 종전한 것 맞나?"

"머지않았다고 듣기야 했습니다만, 적어도 아직은 아니지요."

"그럼 우린 지금 베이컨 놈들의 상륙을 경계하기 위해서 병력을 툭 떼어놓은 채로 라인란트로 진공해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독일인들과 싸워야 한다는 거군."

루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런던을 일시적으로나마 점령했던 마당에 영국의 위협이야 그리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현 상황만 보면 황제가 그리도 본받고자 하는 옛 나폴레옹 대제가 막 즉위하였을 시기의 프랑스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해군이야 없는 거나 다름없었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그때와는 다르게 적어도 이탈리아와 프로이센은 지금 당장은 적이 아니다. 하물며 신성로마제국이나 러시아도 그렇다. 지금 당장은, 이미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영국 이외에 프랑스의 적은 없다. 루이로서는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대로 종전을 요구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 프랑스가 라인란트를 점령한다면 어떨까. 일단 프로이센과 신성로마제국은 확실하게 불구대천의 적으로 돌아설 것이고, 불가침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니 동맹 스페인이 불안에 떨 것이다. 최악에는 반불동맹이 부활할 것이고, 그럼 3차대전은 프랑스에 맞선 전 유럽의 전쟁이 될 것이다.

'구태여 이 이상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

하다못해 나폴레옹 4세가 요구한 것이 라인란트에 괴뢰국을 수립하자는 계획이었다면 루이도 생각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군이 정면에서 나서는 것이 아니라 라인란트에 반제국 봉기를 부추겨 독립시킨 다음 국가로서 인정하여 완충지대로 삼자는 정도의 계획이었다면 프랑스 전쟁부는 기꺼이 황제의 계획에 동참했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의용병이나 군사고문단이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전면 침공은 이야기가 다르지 않던가. 지금은 괜히 전선을 늘리기보다는 전쟁을 마무리 짓고서 새로이 합병한 홀란트 유역의 반프랑스 운동을 근절하는 걸 우선해야 한다는 게 루이의 지론이었다.

"하여간에 전선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주제에 욕심만 많아서는."

"콜록!"

루이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투덜거렸다. 그에 놀라 곳곳에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루이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의 결심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사냥이 끝나가고 있으니 나는 머지않아 솥에 삶아지겠지.'

루이는 문득 다시 토사구팽의 고사를 떠올렸다. 한국의 황제는 솥에 삶아지기 싫다면 주인을 내쫓는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요컨대, 황제를 내쫓고서 루이가 프랑스의 주인이 되라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그것은 사실일 터였다. 실제로 식민지군과 함께 파리로 진군하여 귀국과 동시에 군권을 회수한 이래로 나폴레옹 4세는 루이를 둘도 없는 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아무리 정치에 둔한 루이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이제 길은 두 갈래다. 적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거나.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내가 그 거추장스러운 면류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를 않아.'

루이는 원수봉을 만지작거렸다. 이 원수봉은 신뢰의 증표이자, 그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이었다. 적어도 루이는 그렇게 여겨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랬다. 그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황제가, 독재자가 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군인이었다. 그리고 죽은 다음에도 군인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목숨의 위기가 찾아왔음을 깨달은 다음에도, 이 심지만은 변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루이는, 군인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를 끝마치고자 했다.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

그는 조지프를 흘긋 돌아보며 말했다.

"파리 직통으로 전보를 치려고 하는데, 연결해줄 수 있겠나."

"아니 소관도 이제 장성인데 아직도 부관처럼 부려 먹으려고 하십니까?"

"그래도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자네인 걸 어떻게 하나. 이번 한 번만 마지막으로 부탁하지. 나 대신에 그렇게 해줄 수 있겠나?"

"거 참···."

조지프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결국, 항복하는 흉내를 내며 조지프는 되물었다.

"알겠습니다. 누구에게 뭐라고 치면 되겠습니까?"

"황제에게 「Non!」이라고 보내주게."

"콜록! ···예?"

조지프는 기침하며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제아무리 프랑스 대원수라도, 최고 군통수권자인 황제의 명령에 거역한다는 건 곧 항명이었으니까.

조제프로서는 내심 잘못 들은 것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루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듣지 못했다면 다시 말해주지. 황제에게 「Non!」이라고 보내주게. 대육군은 더 이상의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이야. 만일 그래도 황제가 계속 전쟁을 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직접 와서 내 원수봉을 회수하고서 자기가 직접 지휘해 보라지."

그렇게 툭 쏘아붙이고서는, 루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나섰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막사에 남겨진 참모들은 당황하여 서로 눈치나 살피기 바빴다. 그들 또한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하니 대원수가 황명을 정면으로 거역할 줄은 미처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한 곳으로 옮겨졌다. 조금 전부터 망부석처럼 멍하니 서 있는, 입술을 자근자근 물어뜯고 있는 조지프를 향해서 말이다.

"뭘 봐? 이 씨···!"

조지프는 괜히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한데 몰린 시선도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조지프는 그 사실에 어떠한 해방감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그는 혼자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제기랄, 이렇게 된 거 아예 「Merde」라고 해버려?"

해석하자면, 음경 까라였다.

* * *

조제프도 차마 황제를 상대로 「Merde」라고 보낼 자신은 없던지라 당초에 루이가 요구한 대로 「Non!」이라 보내진 전보는 그날로 파리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항명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 이는 반역이오! 지금 당장 저 반역자를 파면시키고 군권을 회수해야만 하오!"

"그거야 물론 그래야겠지. 그러나 저자가 우리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면? 저 반역자가 우리에게 총을 향한다면 어찌할 거요? 내전이라도 치르자는 거요!"

"빌어먹을,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가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나 우리의 적이 되었다는 걸 시민이 보는 앞에서 공표하자는 거요, 뭐요!"

"아 글쎄 언제 저들을 포기하자고 했소? 나는 다만 타협하자는 제안을 해보았을 뿐이오. 아직 저들이 파리를 향해 진군해오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소?"

"타협? 국가의 적과 타협이라. 그거 정말이지 멋지군. 우리 제국이 언제부터 그리도 비굴해졌는지 참! 지금 당장 헌병대를 보내어 억지로라도 끌고 옵시다! 당장 내일이라도 그 반역자를 총살해야 합니다!"

"맙소사, 이제 다 끝났어. 역시나 이렇게 되는군. 뭣들하고 있나? 모두 도망칠 준비나 하세. 대원수가 파리를 정복하러 올 거야!"

국회는 크게 넷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원칙적인 주장을 펼치는 이들, 하나는 유화책을 주장하는 이들, 하나는 강경 진압을 주장하는 이들, 하나는 내전의 공포에 휩싸여 공황에 빠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내전의 공포에 휩싸여 공황에 빠진 이들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황제가 의회가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뜻있고 의기 있는 의원들을 대거 숙청한 마당에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가 없었다.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의회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황제의 결단에 기대기로 하였다. 황제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이 모든 난관을 돌파해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이, 이 작자가 기어이 내게 반기를···!"

그러나 당혹스럽기는 나폴레옹 4세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간 그가 군 내에 심어둔 밀정들에게 요구한 것은 루이가 반역을 꾀하는 징조가 보이거든 당장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나폴레옹 4세는 루이가 군사 쿠데타를 계획하여 그의 권력을 찬탈하려 하고 있다 여겼기에, 루이가 파리로 회군하기에 앞서 펼칠 온갖 정치적 공세에 대응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이의 항명은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 루이는 파리로 회군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파리 내부의 협력자들과 내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황제의 라인란트 침공 명령을 거부하였을 뿐이다.

항명 그 자체야 회의에 부친 범위 안의 이야기였지만, 항명하고서도 꼼짝 않고서 있는 건 나폴레옹 4세의 상정 밖이었다. 꼴이 마치 죽일 테면 어서 죽여보라면서 목을 길게 빼는 것 같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왜 군대를 움직이려 하지 않는 건가? 설마, 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나?."

결국, 나폴레옹 4세는 섣불리 대응하지 못하고서 침묵했다. 이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건 군부가 항명을 저질렀다는 걸 시민에게 공표하는 꼴이 되는 까닭이었다. 아예 목적이 분명했다면 곧장 원수봉을 회수하려 들었겠으나, 아직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하여 항명을 저질렀다는 걸 시민에게 공표했다가는 괜히 망신살만 뻗치고 말 수도 있던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손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기질이 이런 곳에서 황제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 집착이 더욱 최악의 결말로 돌아왔다.

"영국 침공 실패의 모든 원인은 제게 있습니다. 이번 실패의 책임을 통감하여, 저는 이만 원수봉을 손에서 내려놓고자 합니다. 다시금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곧 전쟁이 끝날 것이고, 전쟁이 끝나고 나면 포로로 잡힌 장병도, 국가의 부름에 응한 장병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로써 다시금 우리 위대한 조국에게 평화와 번영이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황제가 답하지 않고서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자, 루이가 먼저 프랑스 대원수직을 포기하겠다며 선수를 친 것이다. 루이는 기자들을 불러와 그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3가지를 선언하였다.

첫째는 영국 침공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 이는 그간 프랑스의 선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동안 프랑스의 선전은 런던을 일시적으로나마 점령하여 영국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 데 성공한 프랑스의 대승리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황제의 위대한 군사적 업적 중 하나로서 선전되었기에, 나폴레옹 4세의 낯짝에 먹칠한 격이 되었다.

둘째는 스스로 원수봉을 내려놓았다는 것. 이는 곧 정부가 주도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루이의 뜻대로 끌려다녔다는 뜻이었다. 대육군이 정부의 통제에서 사실상 벗어났음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된 것이다.

셋째는 평화 약속. 다름 아닌 대원수의 입에서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것으로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국민에게 이것이 어떻게 들렸을지야 뻔했다.

"만세! 드디어 전쟁이 끝났다!"

"우리가 이겼다! 이겼어! 으하하! 프랑스 만세! 승리 만세!"

"오, 장. 해적 놈들에게 몹쓸 꼴을 당한 건 아니겠지? 부디 무사해야 할 텐데···."

시민들은 금세 승리와 평화에 도취하였다. 영국 침공 실패 인정이야 떨떠름한 소식이었으나, 아무튼, 홀란트는 여전히 프랑스의 수중에 놓여 있었고 이대로 종전이 이루어진다면 곧 프랑스의 승리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평소라면 검열되었을 소식들도 이번만큼은 먹히지 않았다. 군부가 정면에서 황명을 거스르면서 그간 철통같던 황권에 금이 갔음을 눈치챈 언론들이 검열을 무시하고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며 누구보다 적극 보도 열풍에 몸을 맡기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권위는, 그리 오래지 않아 사방에서 삐걱거리는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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