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권 >
이 무렵, 프랑스에서 명목상 서열 제2위는 당연히 황제가 손수 임명한 총리였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군부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던 대원수 루이 베르그송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설령 루이 대원수를 배제하고서 서술한다고 하여도, 서열 제2위 앙리 그 벨로네 총리가 과연 이인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하면- 역시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밖에는 없었다. 의회가 무력화되고 모든 행정기관이 비밀경찰과 국가헌병대를 앞세운 황제의 독재 권력 아래 무릎 꿇은 마당에 의회의 대표인 총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차라리 중앙 국내정보총국 국장이나 파리 경찰정보부 부장이 총리보다 더한 위세를 떨치고 있던 것이 작금의 프랑스였다. 당연히 벨로네로서는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아도 불만이 없을 수가 없었다. 명목상으로는 이인자여야 할 국민이 선출한 총리가 어떠한 힘도 쓰지 못하고서 황제에게 고분고분히 따라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벨로네가 처음부터 이러한 황권의 균열에 기뻐했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군이 황명을 거역했다고?"
"예. 그렇습니다만,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아직 반란군은 홀란트 접경지대의 오이겐 선에서 독일군과 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리 수비군이 준전시 태세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황제 폐하의 결단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한 가지 좋은 조언을 해주겠네. 함부로 저들을 반란군이라고 부르지 말게. 공식적인 석상은 물론이고, 비공식적인 석상에서도! 하물며 후일 참조기록으로 이용될 소지가 큰 공식 문서에서는 더욱더!"
"각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들은 황명을 거역했습니다. 더는 제국과 프랑스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저희 조국 프랑스의 영광스러운 대육군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 미련한 친구야, 바로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지금 누가 이길 줄 알고서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이럴 때는 그저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란 말이야. 내가 자네를 아끼니까 이렇게 일부러 말해주고 있는 거라는 걸 알게나. 어느 쪽이 이길지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그저 숨을 죽이고 있으라고 말이야!"
'역시나 이렇게 되는 건가? 파리의 수호자가 파리 시민의 공포로 돌변하다니. 맙소사, 이제 나는 어쩌면 좋지? 누구를 지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벨로네가 그의 보좌관에게서 처음 군의 항명을 전해 들었을 때, 그의 지난 생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만일 그에게 황제를 향한 일말의 충성심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영국과의 전쟁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지금 같은 정세에 반란을 시도하고 있는 루이를 향한 분노에 벅차올랐겠으나, 이 무렵의 벨로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었다.
따라서 군의 항명을 전해 들은 순간 벨로네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일신의 안위였다. 어느 편을 들어야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이다. 대답은 그 즉시 나왔다.
'대체로 시민 여론은 황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군부의 과반수는 루이 대원수를 지지하고 있다. 루이 대원수가 작정하고서 파리로 들이친다면 곧 전쟁이 시작될 텐데, 황제가 군부를 솎아내는 바람에 그나마 의기 있고 실력 있는 장교들은 대부분 식민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본국에 들어와 있는 장교들은 대원수가 이끌고 있지. 이래서야 싸움이 되지 않을 거야.'
벨로네는 마음속으로 루이의 승리를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그가 바로 곁에서 보아온 파리 수비군의 기강은 그야말로 한심한 것이었다.
물론 전쟁이 파리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네덜란드와 영국 열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풀어지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문제는 황제가 파리 수비군보다 근위대나 국가헌병대를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예를 부정당한 군인의 심리를 추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도 파리 수비에 이렇다 할 의욕을 내보이지 않는 파리 수비군은 루이가 파리로 들이치는 순간 문을 활짝 열고서 대원수의 입성을 환영할 터였다.
"여론이야 아무튼, 원수가 파리를 차지하면 그걸로 모든 게 끝나겠지. 그렇지만··· 제기랄, 내가 황제와 한통속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과연 원수가 날 믿어줄까?"
벨로네에게 곤혹스러웠던 사실은 그의 속내가 어쨌건 간에, 그는 대외적으로 제국의 총리이자 황제의 심복이었다는 점이었다. 비록 그에게 루이와 한국 생활을 함께했다는 공통분모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옛날 일이었다. 그간 황제의 괜한 의심을 피하고자 벨로네가 어느 정도 고의로 루이와 거리를 두었던 걸 떠올리면 루이가 벨로네에게 호의를 품을만한 소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황제의 심복이라고 의심받거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무튼, 일단 형식상으로는 국민의 선출을 받아 황제가 임명한 총리이니 여론이 무서워서라도 직접적인 살해위협은 없겠으나, 폭군의 끄나풀이란 딱지가 전후에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벨로네는 곧장 행동에 들어갔다.
"모두 정숙하시오. 반란이니, 항명이니, 그런 흉흉한 말은 조금 삼가도록 합시다. 혹여나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기라도 하거든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하겠습니까? 아직 영국과의 전쟁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시국이 시국이라지만 경솔한 언행으로 국민의 사기를 떨어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격한 어휘보다는 【사소한 불협화음】 정도의 어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루이 대원수는 모든 책임을 지고서 대원수직을 포기하겠다 선언하였습니다. 우리 프랑스의 헌법은 시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요. 군인 또한 우리 프랑스의 국민인 만큼, 시위할 정도의 자유 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어렵게 접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루이가 퇴역을 선언한 그 날 벨로네는 거의 유일하게 군부의 선택을 우회적으로 지지했다. 직접 항명을 두고서 구국의 결단이라느니 대원수 만세라느니 하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으나, 항명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을 어떻게든 희석하고 루이를 옹호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이제 와서 양보하면 개죽음이라는 걸 대원수가 모를 리가 없어. 무조건 직진이다. 직진뿐이야! 이번 퇴역 선언도 더욱 높은 곳까지 도약하기 위해 잠시 무릎을 꿇는 것뿐이겠지. 다가올 시대는 대원수의 것이다!'
벨로네는 이 무렵까지도 루이의 퇴역 선언을 정치적 쇼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파리에 진군하기에 앞서 명분을 쌓는 것이라 여긴 것이다. 자신이 내전이 끝난 다음에도 권력의 중심에 남아있을 수 있는 막차를 탄 것이라고 벨로네는 확신했다.
그리고 설령 루이가 정말로 군문에서 물러날 작정이라도 활로는 있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황제에게 따로 명령을 구하지 않고서 총리가 이번 일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실패한다면 황제에게 내쳐지겠지만, 성공한다면 장차 황권에 맞서 총리권을 사수할 포석을 다질 수 있다.
이런 속내야 아무튼, 대외적인 명분이야 사기를 위해서였으나 의원들이 이러한 언행이 실질적으로는 은근히 군부의 손을 들어준 것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특히나 벨로네가 속한 질서당의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황실의 푸들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이들이 황실을 맹목적으로 편드는 대신 유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이질적인 사태였다.
"총리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지금은 아직 전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연히 수선을 떨면서 국민을 동요시킬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대원수는 양보하였고, 이제 위기는 지나갔습니다. 모두 너무 당황하신 것 같습니다. 모두 커피라도 한잔하시고 다시 시작하지요."
"저는 루이 대원수를 사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애국심과 정의심으로 불타오르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진정한 프랑스의 군인입니다. 아마도 대원수도 전쟁이 한창인 지금 조국을 혼란에 빠트릴 생각은 없을 테지요. 이번 사건은 그저 군부의 불만을 표출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여 다소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 끝난 일입니다. 군은 불만을 표출했고, 그 대가로 대원수는 퇴역을 선언했습니다. 이거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군을 공연히 자극해봐야 좋을 것 하나 없다는 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이 공감하는 바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군은 이미 화해의 손길을 건넸습니다. 이제 다시 손을 마주 잡고서 다시금 우리의 위대한 조국이 하나가 되었음을 축복하도록 합시다."
더욱이 이날 여당은 총리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간 충실하게 황제의 끄나풀 노릇을 해온 벨로네의 모습을 보고서 이것이 황제의 뜻이라고 지레짐작해 버린 것이었다. 이들은 벨로네의 태도를 보고서 처음부터 이번 일이 나폴레옹 4세와 루이가 짜고서 일을 저지른 것이거나, 이미 비밀리에 무언가 협상이 진행된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그러한 판단 말고도, 이들이 이번 일이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었던 점도 컸다. 군의 항명은 어떤 시대, 어떤 나라에서나 알기 쉬운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고 군이 항명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은 반석에 오른 줄 알았던 제국이 휘청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제국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을 황실의 푸들에게 그보다 끔찍한 소식이 어디 있을까. 질서당은 벨로네 총리와 입을 맞추어 이만 사건을 대강 마무리 짓고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 양 넘어가려 했다.
"아니, 그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이건 항명입니다! 국민의 사기를 걱정한다는 핑계로 반역을 용인하였다는 전례가 남는 것보다 위험한 것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파리로 진군하지 않았다고 반역자가 애국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죄를 단호히 추궁해야 마땅합니다!"
"당장 저자를 파리로 끌고 와야만 합니다! 저 반역자는 국민의 지엄한 심판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듣고 있자니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군! 당신들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국민이 선출한 의원이란 말이오? 그런 의원들이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에 더욱 열심이라니. 너희가 앙시엥 레짐의 망령들과 다를 게 뭐냐, 이 구더기들아!"
그러자 되려 격분하는 모습은 보인 것은 공화당, 자유당, 사회당, 가톨릭당을 비롯한 야당들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딱히 루이에게 악감정이 있거나 특별히 군부의 행태에 분노하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 야당에 있어서 군의 항명은 그 자체로 기회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황제의 독재가 군의 이반이라는 알기 쉬운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야당들은 관제 야당에서 탈피하고 싶어서라도 그 약점을 후벼 파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황제의 독재가 끝이 나면서 입헌군주정이 재건되건, 공화정이 수립되건 할 테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루이의 원수 퇴역은 군이 이제 어떤 행보를 보이건 간에, 당장은 파리로 진공할 생각이 없음을 공표한 격이었다. 그럼 이제 야당 세력은 안심하고서 황제를 공격할 수 있었다. 이들의 목표는 어떻게든 황제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것이었고, 당연히 이번 사건이 군과 황제의 완만한 타협으로 끝나는 건 절대 바라지 않았다.
"당신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겁니까? 군을 공연히 자극해서 도대체 좋아질 게 뭡니까.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군이 먼저 양보하였다면, 이제는 우리도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돌려줘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양보라고 하였습니까? 명령에 불복종한 반역자를 상대로 양보라고요? 당신네야말로 지금 제정신입니까! 이런 식으로 전례를 남기는 순간 우리의 위대한 조국은 반역자들 하나 똑바로 벌주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될 것이란 말입니다!"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을 피하고자 당장 눈앞의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겠다니 정말이지 현명하시군요!"
"눈앞의 불을 피하기 급급해서 그 불이 산불로 커질 때까지 방관하는 어리석음보다야 낫지요!"
국회에서는 상하원을 막론하고서 간만에 활발한 논쟁이 이어졌다. 그간 완전히 식물화되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의회가 활력을 되찾은 것이다.
감히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권력을 추구하던 나폴레옹 4세에게 이보다 짜증 나는 소식도 또 없었다.
"벨로네, 이 역도 자식!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
나폴레옹 4세는 노호성을 터뜨렸다. 질서당이야 멋대로 루이가 퇴역하는 것으로 사건이 대강 마무리되도록 총리와 황제 사이에 무언가 이야기가 되어있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아닌 말로 벨로네가 먼저 선수를 침으로써 나폴레옹 4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그의 권력 기반은 의회가 아니라지만, 국민의 황제를 표방하는 그가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황제의 뜻을 대변해줘야 할 여당이 황제와는 상의하지도 않고서 멋대로 일을 얼렁뚱땅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그렇다고 야당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그간 관제 야당 신세였다지만 야당 대다수가 제정 폐지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제정의 우두머리격인 황제가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보다 멍청한 짓은 없었다.
"어디 두고 보자. 이번은 네놈의 뜻대로 되겠지만, 다음에는 다를 거다!"
결국, 나폴레옹 4세는 벨로네가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 4세는 항명죄로 루이를 벌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나폴레옹 4세는 루이의 대원수 퇴역을 반려했다.
우선 영국 침공은 실패가 아니었으므로 실패의 책임을 지고서 퇴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뿐더러, 원수직은 본래 종신직이므로 설령 본인이 퇴역을 희망하더라도 한 번 원수는 영원한 원수라는 것이 이유였다.
나폴레옹 4세로서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대의 양보를 보여준 것이었으나, 루이의 대답은 단호했다.
"영국 침공의 목적은 브리튼 열도에 우호적인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군은 브리튼 열도에 우호적인 정권을 수립하기는커녕 저들의 반불 감정을 더욱 자극하였으므로 우리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리고 설령 그것이 실패가 아니었다고 한들, 내 탓으로 무수한 청년이 조국 프랑스로 돌아올 수 없게 된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나는 그 책임을 통감하여 이만 원수직에 물러나고자 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간단했다. 황제가 다시 원수봉을 돌려주었음에도 그조차 거부했다는 것이다. 루이는 그대로 군복을 벗고서 조지프를 자신의 후임으로 지명한 다음 자신의 영지인 왈롱으로 돌아가 버렸고, 황제는 또 한 번 자신이 군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만천하에- 특히 야당이 보는 앞에서 공표한 꼴이 되었다.
"군이 헌정을 농간하고 있는데 도대체 황제는 무엇을 하는 겁니까? 아! 소박맞고 눈이나 흘기고 있었지요. 이것 참, 잊어버릴 뻔했네요. 폐하의 위대한 성공을 잠시라도 망각하여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조국의 명령에 항명한 반역자 하나 똑바로 벌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정권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런 유약한 정권이 도대체 무슨 수로 그간 전쟁을 이끌어 왔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를 않는군요!"
공화당이 주도하는 프랑스의 야당 연합은 한입으로 황제와 질서당의 무기력함을 맹비난했다. 그동안은 황제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비판하였다면, 이제는 더는 꺼릴 것 없이 황제에게까지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사태가 여기까지 커지자 파리의 시민도 점차 무언가 그들이 알지 못하는 으슥한 곳에서 균열이 일고 있음을 눈치챘다. 더는 언론 통제도 먹히지를 않았다. 이제 시민은 군부의 항명과 황제와의 갈등을 공공연히 알고서 이에 대해 논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황제의 권위도 추락해 갔음은 물론이었다.
"그놈이 기어이 짐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자 작정을 했구나!"
나폴레옹 4세는 한탄했으나,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서건 영국이 이러한 프랑스의 내부 분열을 이용하려 들기 전에 군부와 화해해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프랑스의 황제로서 남을 수 있었다.
하여, 나폴레옹 4세는 재차 왈롱으로 돌아간 루이에게 원수봉을 돌려주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루이는 이를 받을 수 없다며 반송하였다. 결국, 끝내 나폴레옹 4세는 본인이 직접 왈롱까지 행차하여 루이의 손에 직접 원수봉을 건네줘야만 했다.
하늘 같던 황제의 권위가 한순간에 시궁창에 처박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