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 베르그송 >
"푸하하핫!"
조지프는 기어이 황제의 항복선언을 받아내고서 위풍당당하게 원수부로 귀환한 그의 오랜 상관과 잔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간 알음알음 쌓여왔던 불만이나 불안이 한순간에 싹 씻겨져 나가니 하늘을 날아가는 듯하였다.
목단추를 풀고, 탁자에 다리를 올린 채 나발을 불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런 그의 심경을 무엇보다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 황제 놈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거 보셨습니까? 어떻게든 체통을 유지한답시고 그 사람 좋은 웃음 지어가며 각하께 덕담까지 하고 가는데 그 꼴이 정말이지··· 하하하! 분장만 조금 시켜놓으면 내일 당장에라도 서커스에 올라가고도 남겠던데요!"
"조제프, 내가 그 말을 이걸로 다섯 번은 들은 것 같은데···."
"뭐 어떻습니까. 그럴만한 사건이었잖습니까? 그 낯짝은 정말이지 역사에 남을 겁니다. 우리 황제 폐하께서 천성적인 광대의 재능이 있으셨을 줄이야. 정말이지 다재다능하기도 하셔라."
조지프는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은 붉었고, 이따금 트림이 흘러나오기도 하였다. 누가 봐도 만취한 취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 점은 루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탁상을 가득 메운 브랜디 병들이 방바닥까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미 루이와 조제프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참모들은 다들 바닥을 나뒹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루이 또한 대원수라는 직함 덕분에 권주를 피했으니 아직 무사한 것이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들과 같은 꼴이 났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황제의 항복선언은 비단 루이에게뿐만 아니라, 그간 루이를 따라온 원수부의 참모들에게 있어서도 뜻깊은 일이었던 까닭이다.
물론, 여기까지 사태가 커진 데에는 조지프가 한 사람도 도망칠 수 없도록 사전에 옭아맸던 까닭도 있었지만 말이다.
조지프는 또 한 모금 브랜디를 입에 머금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이다음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다음?"
"지금 파리가 난리가 난 거 아시잖습니까? 특히나 공화당 녀석들은 아주 신이 났던데요. 이 기회에 황제를 끌어내리려고 작정을 한 모양인데, 아 글쎄 이때 딱-하고 우리가 파리로 군을 끌고 나타나 공화국을 세우자고 하면 종신통령 자리는 예약해두신 거 아닙니까?"
조지프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조지프라고 해서 딱히 정치에 깊은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자신은 권력과는 연이 없을 거로 생각해온 인물이었으나- 일이 여기까지 커지자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앞으로는 루이의 행동만 남은 것과 다름없었다. 황제는 2번을 거절당한 끝에 끝내는 본인이 직접 파리를 떠나 왈롱까지 와서 고개를 숙이며 이미 자신이 루이를 통제할 수 없음을 보였고, 황제의 철권통치에 억눌려 있었던 갖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황권은 바닥까지 추락하고 있다.
그럼 상식적으로 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당연히 군부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고대 로마의 사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미 프랑스는 혁명 이래로 그렇게 굴러가 왔다. 당장에 제국을 열어젖힌 나폴레옹 대제부터가 그렇게 하지 않았나.
프랑스의 권력은 군부에서 나온다. 이는 부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민중의 지지는 다만 명분을 제공할 뿐, 진정한 권력의 근간은 군부인 것이다. 조지프는 단지 모든 것이 원상 복귀되는 것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루이의 대답은 상당히 떨떠름했다.
"글쎄, 어떨는지."
"에이, 또 괜히 그러신다. 그럼 이대로 저 황제 놈과 화해하시렵니까? 저놈, 보나 마나 여론이 가라앉고 나면 보복하려 들 텐데 말입니다."
"난 이제 앞으로 죽을 때까지 원수부를 떠날 생각이 없으니까, 해볼 수 있다면 해보라지."
루이는 그리 말하고서 브랜디로 가득 찬 잔을 한입 가득히 부어 넣었다. 잔뜩 고양된 모습의 조지프와는 다르게, 루이는 그런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다만 어딘가 먼눈으로 벽을 바라봤을 뿐이다.
그제야 취기가 가신 조지프는 설마 하는 심경으로 되물었다.
"···설마하니 정말로 이대로 끝내실 작정입니까?"
"그럼? 쿠데타라도 일으키기를 바라나?"
"당연히 그래야지요! 이미 너무 멀리 오셨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화해? 물론 좋지요. 그렇게만 되면 좀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저 황제를 보십시오. 저 의심쟁이 황제가 과연 각하께서 다시 잘 지내보자고 손을 내밀어도 과연 그걸 진심으로 믿겠습니까? 그놈은 보나 마나 기회가 오기만 하면 언제건 각하를 보내버리려 들 게 뻔합니다!"
"황제가 나를 믿을 필요는 없네. 내가 알아서 잘 처신하면 되는 문제지."
"그러니까 이건 그런 문제가···! 아오!"
조지프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렸다. 루이는 그런 조지프를 흘깃 돌아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서 잔에 다시금 브랜디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분명히 말하겠지만 난 종신통령이 될 생각도, 황제가 될 생각도 없네. 난 총리의 방침을 지지할 거야. 그럼 총리도 황제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나를 지켜주겠지."
"···과연 그렇게 일이 잘 풀리겠습니까?"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때 즈음에 쿠데타를 한 번 고려해보도록 하겠네. 그때에도 내가 새로운 정부의 얼굴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꽉 막히신 겁니까?"
"이유라-."
루이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며칠간 깎지 않은 수염이 꺼칠꺼칠하게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루이는 가만히 조지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난 혼인을 하지 않았네. 식민지군에 복무할 적에 월남에서 연분을 통한 적은 있지만, 글쎄? 과연 우리 국민이 차기 황제로 서자를 인정해 주려는지 모르겠군."
"그거야 양자를 들이면 되는 문제지요. 그게 무슨 대수랍니까?"
"꼭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홀란트. 홀란트 왕국의 국왕은 알다시피 보나파르트 가문이지. 그럼 지금 내가 쿠데타를 일으켜 공화국을 세우건 내가 황제가 되건 간에, 홀란트는 우리 프랑스를 거스르려 들 것이 뻔하지 않겠나? 집권과 동시에 기껏 얻은 영토를 상실하고서 시작되는 신정권이라니, 국민이 정말로 좋아하겠군."
"그럼 구태여 나라를 뒤집을 필요 없이 섭정이 되시거나 재상이 되시면 그만인 일이 아닙니까?"
"그걸 누가 지지하겠나? 질서당은 보나파르트에 충성을 다할 것이고, 자유당이나 공화당은 군부 인사인 나를 거부하겠지. 그렇다고 사제들이 나를 지지할 리도 없고. 여기까지가 나라는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한계점인 거야."
거기까지 말하고서, 루이는 또 한 모금 브랜디로 목을 축였다. 조지프는 뭐라고 반박하지 못하고서 그런 루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론에 말문이 막혔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이 논리가 정론이라고 해서, 황제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조제프의 눈에는 꼭 사자의 송곳니를 부러뜨렸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고서 입안에 머리를 들이미는 꼴처럼 보였다. 송곳니가 빠졌다고 해서 어금니까지 사라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러나 루이는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역사에 정치인이 아니라 군인으로서 기록되고 싶다네. 자네도 이런 내 심경에 공감해준다면 기쁘겠군."
조지프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럼 총리가 더는 군부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 어쩌겠는가? 황제가 언젠가 힘을 되찾게 된다면 어쩌겠는가? 이날을 후회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등등. 마음 같아서는 설교라도 늘어놓고 싶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흘러나온 건 짧은 한마디였다. 취기를 빌리고서도 그 한마디밖에 하지 못한 스스로 한심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조지프가 그간 섬겨온 루이 베르그송이라는 사내였던 것을.
* * *
한성, 경복궁.
"노서아 내전을 돕고 싶다고 하였소?"
"예, 그렇습니다."
이형은 이 무렵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프레더릭 대사였다. 영국의 대사가 궁에 들락거리는 일 그 자체야 뜻밖일 것이 없었으나, 그 제안은 이형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영국이 러시아 민주 공화국을 러시아의 정통 정부로 인정하고서 앞으로 내전에서 한국을 돕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마침 공화국군이 흑해에 다다랐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튀르크와도 이야기되었으니, 폐하께서 허락만 내려주신다면 곧장 튀르크군은 캅카스 일대로, 우리 영국군은 세바스토폴을 거쳐 우크라이나 확보를 돕겠습니다."
"그러니까··· 전후 오극란(烏克蘭)에서 이권을 보장받고 싶다는 말씀이시구려?"
"아니요, 대영제국은 어디까지나 제국의 맹방을 도와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 그들의 정당한 국토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용하기 어렵구려."
이형은 떨떠름하게 답했다.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국이 기어이 오스만 튀르크를 움직였다, 까지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실 영국은 부추긴 것일 뿐, 그간 오스만 튀르크가 내전에 개입하여 캅카스 일대의 무슬림들을 해방하고자 한다는 사실이야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이미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어도 은근히 무기를 지원하면서 후방에서 봉기를 지원하기도 했고 말이다.
영국이 세바스토폴을 노린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영국으로서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언제나 숙원이었다. 이번 기회에 우크라이나를 아예 떼어내어 러시아의 흑해 진출 야욕을 꺾을 수 있다면 영국에는 그보다 기쁜 소식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영국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어디까지나 영국의 맹방을 돕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영국의 외교전통을 떠올리자면 대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언가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이즈음이면 경도 짐의 성정이 어떤지 알 때도 되었지 않았소? 짐은 빙빙 돌리는 걸 싫어하오. 무엇이든지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빠르게 결론 나는 것이 제일이지.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이, 짐의 궁궐에 왔다면 짐의 규칙을 따르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일은 못 들은 거로 하리다."
"···알겠습니다. 그럼 솔직하게 말하지요."
이형에게 또 하나 의외였던 점은 이형이 한 번 부추겼다는 이유만으로 프레더릭이 순순히 저자세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평소처럼 말을 길게 늘어트리거나,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서 이형이 요구한 것만으로 속내를 내보이겠다고 한 것이다.
'보나 마나 거짓부렁이겠지만, 어디 들어나 볼까.'
그런데도 여전히 이형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프레더릭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할 가능성 보다, 적당한 거짓부렁을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를 섞어서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레더릭은 짧게 답했다.
"있는 그대로, 가능한 한 짧게 설명해 드리자면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형은 직감적으로 이것이 적당한 거짓부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영국에게 프랑스를 견제하는 일이야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니까. 프랑스가 영국을 골탕 먹이는 데에 이유가 필요하지 않듯이, 영국이 프랑스를 고꾸라트리는데에도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흐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소?"
"현 전시내각은 이번 대전이 최종적으로 프랑스의 대두와 신성로마제국의 몰락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 내렸습니다. 아마 최소로 잡아도 프로테스탄트가 주류가 되는 북독일 일대는 제국에서 떨어져 나가게 될 테지요. 그 반면 네덜란드를 합병한 프랑스는 장차 유럽의 패권을 주도하며 더욱 의욕적으로 대양으로 진출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서아를 지원하여 불란서가 구라파 바깥으로 눈을 돌릴 수 없도록 시선을 잡아두고 싶다는 말이로구려. 그래,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소. 잘 알겠소만-."
이형은 가만히 프레더릭을 바라보며 툭 한마디 던졌다.
"우리 입으로 설명하기도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놈들은 빨갱이라오."
"잘 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끝장내겠다고 저들 입으로 지껄이고 있지. 내전이 끝나고 나면, 그놈들은 기꺼이 구주 곳곳에 끄나풀들을 풀어 유럽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요."
"···서역 자본주의의 맹아가 그런 놈들을 후원해도 되는 거요?"
이형은 어처구니가 없어 되물었다. 무언가 안전장치를 장착해둘 것이라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거나 하는 입에 바른말을 지껄일 줄 알았더니,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담담하게 답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프레더릭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답했다.
"현 전시내각은 자유당과 노동당의 연립내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 대영제국의 이름으로 그들을 후원하는 것이 꺼려진다면, 노동당의 간판을 빌리면 아무런 문제 없겠군요."
"온 구라파를 사회주의 소굴로 만들 작정이오?"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본국에는 파업과 시위로 프랑스의 대서양 진출을 늦춰줄 수만 있다면야 기꺼이 사탄의 발바닥에라도 입을 맞출 의향이 있습니다."
이형은 프레더릭이 프랑스를 콕 집어서 설명하기는 했지만, 영국이 꼭 프랑스만을 표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오히려, 영국의 표적은 유럽 대륙 전체일 가능성이 컸다. 러시아 민주 공화국을 도울 경우,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 온 유럽의 아나키스트들과 사회주의자들을 지원해 전후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 거라는 걸 알고서 오히려 그걸 부추기려 하는 것이다.
온 유럽이 쑥대밭이 되어도 영국만은 그 태풍 속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할 계획이었다. 섬나라라는 이점 덕분에 국경감시가 수월하고, 노동당을 전시내각에 끌어들이는 강수를 두어가면서 국내의 사회주의 세력을 길들여 놓았으니 자신들은 안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것이리라.
'이 섬나라 놈들, 병술 보고서로 내가 뭘 하려는지 눈치챘군. 하여간에 잔머리 하나는 오질 나게 잘 돌아가는 놈들이라니까.'
이형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원래 이런 계략은 영국의 주특기였다. 분열시켜서 지배하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사실 아무리 영국이라도 고의로 유럽에 붉은 폭풍을 불러오고 싶지는 않았겠으나, 런던이 한 번 프랑스군의 손에 넘어가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나니 더는 수단을 가리지 않게 된 것이라고 이형은 추측했다.
그리고 사실 꼭 그것이 아니라도 영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동기는 분명히 있었다. 가장 직접적인 건 신성로마제국이 몰락하고 나면 유럽에서 프랑스에 맞설만한 육군 대국은 러시아뿐이라는 것일 테고, 내전으로 피폐해진 러시아를 도움으로써 전후 러시아의 경제를 장악하려는 계획도 분명히 있으리라.
'이놈들이 끼어들면 일이 손쉬워지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이놈들이 지분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더는 모든 걸 내 뜻대로 끌고 갈 수는 없을 거라는 점인데···.'
이형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각각의 장단점은 누가 봐도 뚜렷했다. 영국을 끌어들이면 영국의 몫을 떼어줘야 할 터였고, 그렇다고 영국을 배제하면 때에 따라서는 영국이 방해 공작을 펼칠 소지가 있었다. 그럼 아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