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입으로 두 말하기 >
"우선, 이번에 우리 대한은 중립을 견지하는 게 좋겠군. 그래도 나름 일국의 왕이라는 자가 측근을 통해 친서를 보내어 고개를 넙죽 조아렸는데 이번에는 체면을 살려줘야겠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형의 말에 김옥균은 곧장 고개를 조아렸다. 황제가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응당 당연한 대응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형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에 저들만의 사정으로 회맹의 일체감을 깬 왜국을 주벌하지 않는다면 꼭 후일 두고두고 문제가 될 선례가 남을 터. 이번 기회에 북해도- 아니 저들은 에조라고 부르던가? 아무튼, 저들의 등을 떠밀어 볼 만한 가치는 있겠어."
"하오나, 그리되면 우리 대한이 말을 뒤집은 꼴이 되지는 않을는지요···?"
"한 입으로 두말을 하기가 어렵다면, 두 입으로 두말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형은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이 이야기하였다. 그 말에 몇몇은 눈치채지 못하였지만, 눈치가 빠른 몇몇은 깨닫고서 입을 벌려 아-하는 소리를 냈다. 그 말인즉슨,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일본의 요청대로 중립을 지키겠으나 비공식적인 입장 내지는 다른 나라들의 입을 빌려 에조의 손을 들어주며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제후들의 불신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맹주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제후들을 공격하며 질서를 깨려 한다는 인식은 불식시킬 수 있다. 자신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일부러 빌린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하여 조심스러워한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여기에 앞서나간 것은 눈치 빠른 김가진이었다.
"마침 청국에서 이번에 노국 내전의 후처리를 논하고자 방한하려 한다고 들었나이다. 이때 미리 입을 맞추어 청국이 이날의 일을 먼저 거론하도록 하고, 그들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면 대한은 자연스레 더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한의 중립 선언이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지만 그 경우에는 내 장인어른 되시는 분께 아주의 평화를 깨려 한다는 오명을 떠안게 하여야 하지 않은가. 시위된 도리로서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네."
이형은 사뭇 진지하게 답했지만, 막상 각료들의 반응은 그게 당신이 할 소리냐- 즈음이었다. 요즈음에야 점차 한국 주도의 지역 질서가 공고해지면서 나아진 편이지만, 그간 이형이 장인어른이라는 혁흔을 어떻게 부려 먹었는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각료들은 이형이 무언가 다른 복안을 가지고 있기에 김가진의 안을 돌려보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였다. 이형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하였다.
"이번에 왜국에서 독자노선을 취하면서 가장 성이 났을 자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우리 대한의 시민이 아니겠습니까? 왜국이 아직도 제 버릇을 못 버리고서 황상의 고명하신 뜻을 거스르고자 한다고 여론이 크게 성이 난 줄 아뢰옵니다."
"그 말도 맞겠지. 하지만 우리 시민에게 있어서도 결국 이는 남의 일일 뿐이니, 가장 성이 난 이들은 당연히 식농기구의 각료들이 아니겠는가?"
이형의 말에 각료들은 설마 하는 눈초리로 이형을 바라보았다. 김옥균을 위시한 온건파건, 김가진을 위시한 강경파건 이번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겉면 상이긴 하지만 식량농업기구와 한국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척'하겠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야 물론 내막을 보면 여전히 식량농업기구를 제어하고 있는 건 한국이다. 애당초 한국 혼자서 40%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부담하고 있으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외부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이들은 어쩌면 한국과 식량농업기구 사이에 무언가 불화가 발생하였거나, 한국이 고삐를 놓쳤다는 신호로 받아들일지도 몰랐다.
다시 말하여, 아주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회원국에 대한 내정간섭조차 용인되며 유사시 수천만의 인력과 공사 자재를 동원할 수 있는 초국가적인 국제기구가 그걸 만들어낸 한국의 제어를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인제야 겨우 한국을 주도로 한 새로운 지역 질서가 안정되고 으레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지는 와중, 이런 사태는 음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자들을 어둠 속에서 뛰쳐나오게 할 여지가 있었다.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상판을 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군. 이와 같은 국제기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야 물론··· 마땅히 맹주와 회원국들의 국익이 아닐는지요?"
어렵게 답한 것은 김홍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였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이 국제기구를 이용한 지역 패권 정도. 이 두 가지가 그간 그들이 범 아주 조약기구가 어떻게 운영되고, 또한 유지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현장에서 뛰면서 얻게 된 각료들의 보편적 견해였다.
하지만 이형은 코웃음 치며 답하였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 그러나 그건 국제기구를 운영하는 처지에서 으뜸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야. 국제기구에 속한 회원국들이 각자 골똘히 고민해야 할 일이지. 국제기구를 운영하는 처지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건, 이 국제기구가 중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부분이네.
실제로 중립적으로 운영될 필요야 없지. 그래서도 안 되고. 그걸 세운 것이 누구고 그것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을 댄 게 누구인데 감히 우리의 의사를 거스르고서 멋대로 날뛴다는 말인가? 그러나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중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지. 그래야지 군소리가 적지 않겠나?"
이형이 참고하는 건 유엔과 그 유엔의 하부기관으로서 운영되고 있는 21세기의 각종 국제기구였다. 그야 물론 조금이라도 국제정치에 식견을 지니고 있다면 이들이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이 패권을 유지하는 부속품이고, 꼭두각시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떤 나라건 해당 분야에서 자국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해당 분야를 전담하는 유엔의 하부기관이다.
어째서 그런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 실체야 어쨌건 간에, 겉으로는- 그리고 원칙적으로 그들은 중립적으로 유지되고 또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을 가진 자들의 애완견이라고 야유하면서 막상 자신에게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경찰인 이유와 같다. 그 실체야 어쨌건 경찰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최소한 원칙적으로 매사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하니까.
국제기구도 그와 같다. 강대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되, 그들과 동일시되면 안 된다. 그 실체야 어쨌건 간에, 원칙적으로는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조금 사정이 나아진 편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세간에는 회맹이건 부속기관이건 모두 우리 대한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잦더군. 그래서야 곤란하지. 앞으로 더욱 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고, 부속기관들도 더욱 늘어날 텐데 그 모든 것들이 우리 대한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되어서야 세간에서 우리 대한이 아주의 공동번영을 핑계로 내정간섭을 일삼는다고 야유할 거 아닌가?
하여, 짐은 이번 기회에 이 둘을 분리하고자 하네. 대하는 대한이고, 기구는 기구. 대부분은 이들 기구가 대한의 뜻에 순종하지만, 언제나 뜻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는 보여줘야 세간에서 이들 기구가 아주 각지에서 무슨 사고를 치건 간에 우리 대한에 비난의 화살을 던져오지 않겠지."
이형이 이상의 발언에서 암시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간의 인식에서 대한과 범 아주 조약기구를 분리하겠다는 선언이었고, 하나는 앞으로 식량농업기구를 선례로 삼아 하부기관들을 더욱 늘려갈 것이라는 암시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것이 황제의 뜻이었으니 다들 이렇다 할 반박은 할 생각도 못 하고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후자에는 일견 불안함이 남아 김옥균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인즉슨, 식농기구와 같은 초법적인 권한을 쥔 기구를 더욱 늘리겠다는 말씀이신지요?"
그 무시무시한 발상에 각료들은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그건 이들에게 있어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어지간한 나라 하나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식량농업기구와 같은 국제기구가 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된다면 한국도 성치 않을 터였다. 최악에는, 한국이 범 아주 조약기구를 휘두르는 게 아니라 범 아주 조약기구가 한국을 휘두르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형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이 답하였다.
"그럴 리가 있나? 식농기구를 쪼개서 늘리자는 말이네. 그동안에는 농업이 곧 산업이요, 아주 백성이라면 응당 논 갈고 밭 갈고 살았으니 식농기구에서 모두 전담했으나 이제부터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는 분야별로 쪼개서 나누어야지. 못해도 금융, 공업, 농업, 광업, 교통이 5가지는 확실하게 쪼개두고 싶군."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제야 각료들은 마치 짠 듯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날로 거대해져 가는 식량농업기구의 위용은 이들 한국의 각료들에게조차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맹주인 한국조차 이러했으니, 다른 나라의 각료들은 말할 것도 없음이라.
일본에서 식량농업기구의 개입을 거부했던 이유에는 이런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각료 중에는 내심 그들의 결단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잖아 있었다. 그렇다고 일본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럼 결론이 나왔으니 슬슬 시작하지. 식농기구에 몰래 연통을 넣어두게. 앞으로의 일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려면 합이 잘 맞아야 할 테니까."
"여부가 있겠나이까, 황상."
그 말에 모든 각료는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들 모두가 결정권자가 아니라 조언자일 뿐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한국 정부의 뜻과 범 아주 조약기구의 뜻이 일치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황제의 뜻이 한국 정부의 뜻과 일치하지 않을 수는 없던 것이다.
* * *
"일본국은 일국이오, 종전(松前) 번은 일개 주가 아닌가. 이번 사업을 두고서 현 일본국 조정에서는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하도록 의견이 모인 줄 알고 있다. 일국의 결정을 일개 주가 뒤엎는 건 옳지 못하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립을 선언하였다. 더욱 정확히는, 공식 석상에서는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겠노라고 의사를 표했으나 비공식적인 석상에서는 위와 같이 「일개 주가 일국의 결정을 거슬러서야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발표하며 사실상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일부러 외무대신을 보내어 굽힌 거리면서까지 한국을 달래려 했던 일본국은 물론이고, 회맹에 속한 제후들 또한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도록 하였다. 기실, 이 무렵 아주에서 분리주의에 골치를 앓고 있는 건 일본만이 아닌 탓이었다. 나누고자 하면 더 쪼개지 못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대하여 예견된 일이라고 판단하는 예도 많았다. 이런 선례가 남아서 좋아질 게 없었던 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던 까닭이다. 당장에 만주나 몽골, 혹은 만에 하나 조선이 한국 정부와는 또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그건 곧 대한제국의 공중분해를 의미했다. 한국 정부에서 괜히 모험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황을 낙관하던 이들은 이어진 사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신농유업 사업은 어느 한 나라의 독단이 아니라, 회맹에 소집된 여러 제후가 한마음 한뜻으로 입을 모아 결정된 국가 간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국에서는 홀로 국내의 사정을 내세워 제후들의 토의를 헛되게 만들고 있으니, 이러한 선례가 남는다면 장차 아주의 통합에 크나큰 저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정국에서 일개 번이라고 하나 일부라도 일본국에서 조정에서 깬 약속을 이행하려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일본국 조정은 이를 본받아 마땅하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 식농기구에서는 에조치에 한해서만이라도 사업을 계속하여 이어나갈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식량농업기구에서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더군다나 식량농업기구 내에서 여기에 앞장선 것이 부총재이자 일본인이었던 하라 다카시였다는 사실은 일본 국내에도 적잖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필연적으로 아주 전역에 혼란을 불러왔다.
막연하게 식량농업기구를 위시한 범 아주 조약기구의 부속기관들을 한국 정부와 동일시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도대체 어느 쪽이 한국 정부의 진의인지 알 수가 없던 것이다. 애초에 일본을 지지했던 것이 단순한 기만이고 실제로는 에조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건지, 아니면 일본을 지지하는 것이 진심이고 에조를 돕겠다 나선 건 단순한 식농기구의 폭주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상은 한국 정부에서 이를 두고서 유감 성명을 발표하며 일단 가라앉았다. 식량농업기구의 폭주라는 의견이 주된 해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허, 허허···. 거 왜놈치고는 말 한번 똑 부러지게 잘하는구먼. 부디 이번 일로 험한 꼴을 당하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하기야 틀린 말은 아니지. 모두가 군말 없이 따르고 있는데 어찌 왜국만 특별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조금 너무 가기는 했어도, 지금 시국에서 누군가 한 사람 즈음은 해야 했을 말이었어."
"아니, 그거야 물론 그렇지만··· 어찌 회맹에 속한 제후도 아니고, 제후들의 뜻을 구현하는 데에 불과한 일개 기관이 천자의 뜻에도 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조금씩 안정되어가던 아주인들의 세계관에 또 한 번 크나큰 변동을 일으켰다. 그저 막연하게 기존 천조 질서가 형태를 바꾼 정도 즈음으로 생각하던 이들에게 일개 부속기관이 여차하면 황제를 대변하는 한국 조정의 결정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식량농업기구가 한국의 지배적 영향력에 종속되어 있을지언정, 한국 정부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 것이다. 이는 식량농업기구의 내정간섭에 대한 불평을 크게 줄였다. 이들의 주된 명분이 한국이 식량농업기구를 내세워 내정간섭을 일삼는 것이었던 까닭이다.
"다소 지나칠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사업은 아주의 여러 나라가 한데 모여 자의에 따라 합의한 국가 간의 귀중한 약속이었다. 일본국은 이에 따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호응하여 청에서 식량농업기구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사태는 절정에 치달았다. 단지 식량농업기구 내지는 부총재의 폭주가 아니라, 엄연한 제후국 중 하나가 이들을 옹호하고서 일본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 차례 더 한국에 친서를 보내며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으나, 한국의 대답은 중립이었다. 이는 일본이 당초에 요청하였던 바였기도 하였기에, 일본은 더 강하게 나설 수가 없었다. 여기에 일본과 묘한 경쟁 구도가 세워지고 있던 초에서 청에 이어 지지 의사를 표하면서, 이들은 궁지에 몰렸다.
결국, 일련의 사태는 부총재 하라 다카시가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서 사임하고, 일본에서 각 번이 아니라 식량농업기구가 사업을 주도하도록 정책을 바꾼 다음에야 마무리되었다. 사실상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에조의 분리독립 시도는 일단 무마되었으나 이후로도 계속하여 불씨가 남게 되었고, 일련의 사태를 주도한 전임 부총재 하라 다카시는 일본 내 아시아주의자들과 친한파 세력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조정의 잘못된 정책을 고치고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그만큼 도쿠가와 정권의 미움을 산 것은 당연했다.
"이건 기회다! 마침내 조선인들이 좌지우지하던 작금의 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나 이 중화 대륙은 조선과 같은 소국이 끌어가기에는 너무나도 광활하고 거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일본명 에미시의 변, 한국명 북해도 위기는 다른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 한국의 질서가 무너지기를 바라던 한족 민족주의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품게 하기도 하였다.
< 두 입으로 두 말하기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