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강호걸 >
침묵하던 이형의 첫마디는 바로 이러했다.
"이번에는 누굴 죽여보려고 그러나?"
이형의 반응이 퉁명스러웠던 이유는 간단했다. 만일 그가 알고 있던 김구, 한국 임시정부의 핵심인사인 낡은 정치인이자 방첩국장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김창암은 사적제재를 실현한 앳된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하다못해 출세 가도를 걷고 있던 대학생이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소년원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미성년자에게 내무부 장관이 황제를 직접 찾아와 옥에서 빼달라고 꼬드길 가치가 있을까. 툭 까놓고 말해서 없다. 이미 단독범이라는 결론이 나왔으니 사법 거래의 여지도 없고, 장관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명가의 자제인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전과가 있다. 시민이야 정의가 구현되었다고 좋게 봐주는 경우도 많고, 오히려 이 의거를 벌하는 사법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극단론까지 펼치는 이들도 있으나 이미 한차례 사적제재를 벌인 인물이 내무부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적인 지위를 맡긴다면 정부에서 사적제재를 옹호하고 있다고 오해를 사기 쉽다.
지금 그런 김창암에게 이용할 여지가 있다면, 툭 까놓고 말해서 공개적으로는 어떠한 지위도 가지지 못한 비공식 정부 요원 즈음이다. 이미 한창 창창해야 할 나이에 사람을 죽여 버려 놓은 인생이니 하다못해 나라를 위해서 쓰라는 논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형에게 그 이상의 가치는 생각나지 않았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내무부에서 어찌 삿된 이유로 사람을 해할 수 있으리오리까?"
"그럼 주먹 좀 쓰라고 부르려는 모양이구먼. 그래, 기골이 장대하고 키는 벌쭉하게 크니 힘쓰는 것 하나는 잘하겠지. 청년돌격대라도 만들려고 그러나?"
김가진은 내숭을 떨었지만, 이형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고서 답하였다. 실제로, 경찰 조직이 아니라 청년돌격대를 세운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김창암보다 적합한 인물이 없었다. 우선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유명인사고, 실제로 사람을 죽여본 적도 있으니 제아무리 한창때의 청년들이 권위를 무시하고 날뛴다고 해도 김창암 앞에서만큼은 조용할 것이다.
그러나 김가진은 쓴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내심 입맛을 다시는 것이 그 안도 생각은 해본 듯했으나, 그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형은 뭐라 더 추궁하려다가 말고서, 가만히 김가진을 들여다보았다. 어디 직접 말해보라는 것이다.
김가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이 아니라, 당분간 시위에 돌릴 병력도 아쉬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시위라···?"
"예. 적어도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는 만국박람회의 완전한 준비와 진행을 위해서라도 내부의 모든 인원을 총동원하여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인데, 그러자면 보잘것없다고 하나 구명 시위에 동원될 병력도 아쉽습니다. 하여, 이번 기회에 저들이 바라는 대로 김창암, 그 청년을 풀어주십사-하여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으음."
그리 말하며 김가진은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이형도 섣불리 답하지 못하고서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이유라면 앞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제법 진지하게 고민해볼 여지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무렵 김창암은 본인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코 부정을 넘겨버리지 않는 의분에 찬 젊은 사대부로서 유림에 추앙을 받고 있었다.
민씨 일가가 그 추잡한 가정사로 더럽혀 놓은 양반 두 글자를 다름 아닌 양반가의 자제가 몸소 나서서 단죄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 오명을 씻었다는 것이다. 시장 자유주의의 도입으로 경제적으로 크게 몰락하며 내세울 것이라고는 자존심 밖에는 남지 않은 양반가 대부분에 이보다 알기 쉬운 구심점은 없었다.
양반가의 젊은 자제일수록 보수적 영웅주의에 호도되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김창암은 그야말로 현실에 나타난 양반 자제들의 영웅 그 자체였다.
'그야 한 놈이라도 아쉬운 건 알겠고, 왜 풀어줘야 하는지도 알겠는데, 이거 괜히 얼빠진 놈들 키워주는 거 아닐까 모르겠구먼.'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이형의 근심은 이들이 최익현을 위시한 전통적인 유림이나 서학을 익혀 마음가짐이 완전히 서구화한 신진 지식인, 온고지신과 점진적인 개혁을 외치는 신진 유림층과는 또 다른 세력이라는 점에서 근거했다. 앞에서 언급된 세 개의 세력은 모두 경제적으로 여유롭거나, 하다못해 안정된 사회적 지위라도 보장되어 있었으나 이 네 번째 양반층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자유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몰락한, 가난한 양반 집안에서 자라난 이들은 병술 보고서의 혜택을 보게 된 극빈층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들 자신만 별개의 계층이라고 주장할 뿐, 실제로 병술 보고서와 같은 정부 보고서에서는 이들을 극빈층으로 분류했다. 배운 것 없고, 직업도 변변치 못하고, 소득도 형편없는 사회 최하류 층이라고 말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들이 극빈층에 속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라에서 그들의 가난을 구제해주겠다고 병술 보고서를 위시한 복지를 약속했어도 필요 없다며 악을 쓰고서 반대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설령 이런 처지에도 자신들은 양반이고, 양반에게 그런 동정은 필요 없다며 꿋꿋이 맞서고 나섰던 것이다.
이제는 제아무리 잘나가는 기업가도 족보를 돈 주고 사지 않는, 반상의 차별이 사라진 시대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과 같은 몰락한, 한때 사회의 핵심계층이었던 이들의 사상적 종착점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
폭력을 동반한 삐뚤어진 국수주의와 수구반동에 가까운 보수주의 말이다.
"그렇게 대응하기 힘든가?"
"예. 시민의 여론도 저들에게 호의적이다 보니 섣불리 강경하게 진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온건하게 진압하자니··· 아시지 않습니까? 그 친구들이 얼마나 거친지. 당연히 나라에서 저들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기저에 깔고서 덤벼들다 보니, 그 치들보다야 차라리 철강노조시위가 온건합니다."
"언제부터 양반이 문반도 무반도 아닌 양상군자들 소굴이 되었는지 참, 쯧."
이형은 혀를 찼다. 실제로 이들은 잊힐 만하면 김창암이 갇혀있는 소년원 앞에서 구명 시위를 벌이고는 했다. 물론 구명 시위만 벌이는 것은 아니었고, 민자영이 갇혀있는 여성 교도소 앞에서 「네가 사람됨 도리로서 부끄러운 줄 알거든 이 이상 양반 사대부의 이름에 먹칠할 생각일랑 말고 빨리 은장도로 네 목을 찔러 자결하거라!」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입이 험하다- 정도로 끝이겠지만, 문제는 권위를 향한 학습상 순종이나 자괴감 때문이라도 경찰들이 나서면 한발 물러서는 여타 시위대와는 다르게 이들은 자신들이 양반층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경찰들이 나서도 무시하고서 끌려갈 때 끌려가더라도 할 일은 다 하고서 끌려가는 경우가 흔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요즈음 한국에서는 흔히들 이들과 같은 과격 시위를 주도하는 양반 자제들을 두고서 이렇게 부르고는 하였다.
비강호걸(粃糠豪傑).
곧 쭉정이와 겨처럼 하잘것없는 호걸들이라는 뜻이었다.
"그래, 무슨 일인지야 이제 나도 확실히 알겠네만··· 이러다가 일이 더 커지는 건 아닌가? 괜히 그 시위대 녀석들에게 알기 쉬운 상징을 주어서 시위를 무마시켜보려다가 일을 더 키우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구먼."
"괜찮습니다. 저희 내부에서 조사한 바로는, 그 김창암이라는 친구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저를 추종한다는 사실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믿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야. 어때, 책임질 수 있겠나?"
이형은 김가진을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솔직히, 이형으로서는 마음 같아서는 그냥 눈 딱 감고서 김가진을 믿고 김창암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자리가 바로 황제라는 자리가 아니겠는가. 이형으로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비강호걸들이라 속되게 불리는 극우세력이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되었음에 기뻐하며 더욱 활개를 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어떻게 해석하려고 하여도 이들 극우세력의 승리로 비추어지기 쉬웠다. 김창암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이들은 그간 김창암의 구명을 탄원하고 있었으나 그간 정부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나긴 투쟁 끝에 이들의 구명 요구가 받아들여져 마침내 김창암이 다시금 세상 바깥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승리에 도취하여 이들이 거들먹거리는 건 그야말로 필연적이라 할 수밖에는 없었다.
"예, 제가 만에 하나라도 일이 그릇되거든 소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서 사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가진의 대답은 사뭇 단호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이형으로서도 기이할 지경이었다. 아마 그만큼 자신의 실력과 김창암에 대하여 조사하여준 자신의 부하들에게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이형 그 자신 또한 스스로는 방향을 정하기만 할 뿐, 실무에는 실무진을 전적으로 신뢰해오지 않았던가.
결국, 이번에도 이형의 대답은 하나였다.
"좋소. 그렇다면 어디 좋을 대로 가져가 써 보도록 하시오. 법무부에는 짐이 따로 연통을 넣으리다. 부디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도록 권고하리다."
"여부가 있겠나이까, 황상."
김가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형은 김가진을 믿었다. 김가진은 그의 부하들이 가져온 보고서를 믿었다. 나름의 계획은 있었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두었다. 무엇하나 잘못될 여지는 없었다. 고작 해봐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기나긴 앳된 청년 하나 풀어주는 것뿐이 아니던가?
분명히 아무 일도 없을 터였다.
* * *
"이 우라질 놈의 얼음 땅덩어리에도 여름이 오기는 오는구먼그래."
러시아, 모스크바.
원세개는 육포를 질겅거리며 투덜거렸다. 하늘을 푸르렀고, 창 바깥으로 보이는 이제는 익숙해진 모스크바의 정경은 마치 그가 이 땅의 황제가 되기라도 한 듯한 만족스러움마저 이따금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그래 봐야 이 황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권력도 본국의 지원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에 부질없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투덜거리느냐-하면, 날씨가 풀리면서 얼음이 녹아 길이 온통 진창이 되어 진군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선은 반강제적으로 소강세를 맞이하고 있었다. 불과 1달여 전에 신성로마제국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민주공화국과 평화에 협의하고 러시아에서 발을 뺀 것을 떠올리면, 원세개로서는 길이 진창이 된 탓에 전쟁을 단번에 끝낼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격이었다.
제아무리 강인한 아주 합종군이라고 하여도 이런 진창이 된 길을 넘어 행군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보급은 더더욱 어려웠다. 가만히 앉아서 보급품을 축내기조차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요즈음에는 적의 총포탄에 맞아 죽은 군마보다 진창에 허우적거리다 죽은 짐마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어서 빨리 전쟁을 끝내고서 금의환향하고 싶었던 원세개에게는 절대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뭐, 덕분에 저희야 편하게 되었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입씨름이 어떤 식으로 끝날지는 몰라도, 아마 저놈들도 전쟁에서 졌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테니 어떻게든 목숨만이라도 건지게 해달라고 안달복달하고 있겠지요."
"끝장을 내지 못한 거야 아쉽지만, 그렇다고 장군께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셨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까?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신다면 명실상부한 원수가 되시겠지요. 미리 축하합니다, 원 장군!"
"요즘 날이 풀렸다고 다들 기강이 너무 해이해진 건 아닌가 우려스럽긴 합니다만, 아무튼 한 놈이라도 덜 죽고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전 이 러시아의 여름이 반갑습니다."
그런 원세개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참모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로마제국이 발을 뺀 이래로 러시아 제국은 스몰렌스크에서 러시아 민주공화국 대표단과 만나 항복조건을 논하고 있었다. 캅카스 반도가 통째로 러시아 민주공화국의 손에 넘어간 마당에 영국 해병대가 크림반도를 점거하고 우크라이나마저 러시아 민주공화국의 손에 떨어지자 더는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 무렵 종전을 낙관하고 있던 것은 비단 참모들만은 아니었다. 전선의 병사들도 으레 이미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서 풀어진 모습을 흔히 보여주고 있었다. 요 몇 주간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민간인 약탈, 겁간 등을 위시한 군기 위반 사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아주 합종군만이 아니라, 원세개의 지휘를 받는 노농적위대 또한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때마침, 창문 너머로 러시아인 처녀와 팔짱을 끼고서 오붓하게 나란히 걸어가는 한국군 병사가 원세개의 눈에 잡혔다. 과연 저 처녀는 저 병사의 창부일까, 현지처일까, 그도 아니면 진실한 사랑일까. 어느 쪽이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매춘이 되었건 연애행위가 되었건 간에 모두 군법 위반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원세개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 이제 그 어씨 나리는 제국을 홀린 역이기가 되어서 금의환향하게 되겠지. 그렇지만 난 한신이 아니고, 하물며 황망을 무시하고서 일을 키울 만큼 무모하지도 못하고 말이야!"
원세개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제 속내를 너무 훤히 드러낸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스몰렌스크의 종전협상장에 어윤중이 가 있건 말건, 길이 진창이 되어 진격하기 어렵건 말건 이 전쟁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 모든 공과 명예를 독차지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말이다.
어지간하면 원세개의 말에 맞춰주는 모습을 보이던 참모들도, 이번에는 원세개에게 동조하지 않고서 질렸다는 눈치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전부터 공을 탐하는 모습을 보여오기는 했지만, 이제 전쟁이 끝날 거라는데 좋아하지도 못하게 하느냐는 불평의 시선이었다.
원세개는 멋쩍어서 슬쩍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을 해댔다.
"험험험···."
'제기랄, 어떻게 하지?'
원세개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전쟁이 끝난다면 그는 단지 러시아 내전 승리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 끝날 뿐,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하겠으나, 원세개에게는 달랐다. 그는 이번 기회에 더욱 출세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조정의 권위나 절차를 무시하고서 날뛰기에는 지금 그가 이끌고 있는 군대조차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원세개 자신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도 없었다. 하늘 같은 황제가 딱하고 위에서 버티고 있으니 처음부터 그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점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 높은 곳을 추구하기에는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점이 빤히 보이고 있으니 딱히 구미가 당기지를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가능한 한 자신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명예와 공로는 극대화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런 편리하고 철저하게 원세개의 편의에 맞추어진 기회가 그리 흔하게 주어질 리가 없었다.
"하여간에 이놈이고 저놈이고 군기가 빠져서는."
결국, 원세개가 할 수 있는 건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며 투덜거리는 것뿐이었다. 맥락 없이 트집 잡기 좋은 군기를 들먹이면서 말이다.
저 시야 너머에서 팔짱을 낀 한 쌍의 남녀가 인파에 묻혀 사라져가고 있었다.
< 비강호걸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