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435화 (435/530)

< 스몰렌스크 조약 >

그리고 이 무렵 정국은 시시각각 원세개의 기대를 배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첫째,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하 러시아와 로마 양국은 전쟁 이전 국경선을 유지할 것을 약조한다. 둘째, 러시아와 로마 양국은 러시아 제국 시절의 관계를 유지한다. 셋째, 러시아와 로마 양국은 양국의 분리주의 폭도세력에 공동대응하도록 한다. 이상 세 가지를 조건으로, 신성로마제국은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 러시아 제국을 계승한 정당한 계승국이자 러시아 유일 정통 정부임을 인정한다."

우선 앞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 있으나, 신성로마제국이 이탈하였다. 이는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동부전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는 형식적으로라도 내전에 개입해 있을 여력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귀족들만이 아니라, 러시아인 모두에게 내전의 승자가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러시아 민주 공화국은 영국과 한국 두 열강이 돕고 있는데, 러시아 제국에는 더 이상 그들을 후원할 열강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다못해 제국군의 기강이 온전하고 전선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제국군의 기강은 내전이 시작된 이래 단 한 차례도 온전했던 적이 없었고 러시아 제국군은 이미 전 전선에 걸쳐 패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즉, 더는 반전의 여지가 없었다. 갑자기 무언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서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나 그들을 후원하는 세력이 증발하기라도 하지 않는 한 러시아 제국에 미래는 없었다. 이는 곧, 러시아인들에게도 내전 이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할 시간이 찾아왔다는 뜻이었다.

"러시아 민주 공화국 만세! 혁명 만세! 무슨 무슨 동지 만세! 아무튼, 만세!"

"어, 어서 오십시오! 안 그래도 오실 때가 되었던 듯하여 미리 눈길을 닦아 놓았습니다! 헤, 헤헤···."

"빌어먹을, 어떻게 하지? 국외로 튈까? 그렇지만 나는 러시아 말 말고는 할 줄 모른다고! ···그, 그렇지. 저 빨갱이 놈들도 사람 새끼니까 적어도 뇌물 정도는 받겠지. 얼마나 줘야 성이 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대한 많은 뇌물로 구워삶아 보는 수밖에···!"

가장 먼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러시아의 지역유지들이었다. 이들은 대다수 러시아인보다 시국에 밝았을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이 혁명이 성공할 시 가장 먼저 목숨과 재산을 위협받을 처지에 놓여있었던 만큼, 그 누구보다 필사적이고 신속하게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이들에게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절망적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서 끝까지 제국과 차르에 충성을 다하며 맞서 싸우는 것이었고, 하나는 국외로 도주하는 것이었으며, 마지막 하나는 뇌물을 준비하여 혁명군을 구워삶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선택의 선호도는 순서대로 결사 항전이 가장 낮았고, 뇌물로 구워삶는 것이 가장 높았다.

이는 당연하게도 뇌물로 구워삶는 것이 가장 성공률도 높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유효했기 때문이다.

"크하하! 그래, 이거지! 이제야 알아 모시는구먼! 그래, 자네 가족들의 편의는 내가 반드시 지켜주겠네. 그 대신에-."

"예, 예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의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비, 비록 이번만큼 준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네. 내 말도 끊어놓고서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그게 아니라 우리 대신에 귀찮은 일들 좀 해달라는 거라네. 이 지역의 일은 이 지역 사람이 가장 잘 알겠지. 안 그런가?"

뇌물전략이 가장 유효했던 이유는 바로 이 당시 적위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이 아주 합종군의 장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혁명이니, 제국이니 하는 이념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상부에서 내린 명령에 따르는 겸사겸사 사욕을 채우는 것이었고, 우랄산맥으로 단절된 아주에서 일선 장교들의 소소한 일탈 행위를 제어할 수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 장교진은 내전으로 휴짓조각이 된 루블화 대신에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을 챙겨 전리품으로 삼는 한편으로, 자신들에게 투항해온 러시아 각 지역의 유지들에게 협력을 받았다. 사실 러시아는 아주 합종군에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다른 나라였던 까닭에 점령지에서의 군정 운영 시 사소한 오해나 시행착오가 연발하던 까닭에, 이러한 현지협력자의 존재는 그야말로 필수적이었다.

이는 노동적위대 내부에서 「저 외국인들이 우리의 혁명적 순수성을 타락시키고 있다」라는 불평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큰 문제는 되지 못했다. 이들 또한 투항해온 지역유지들에게 뇌물을 받으면서 형식적인 전향 절차를 받은 다음 협지협력자로 이용하는 경우가 흔하고 또 흔했기 때문이다.

"회개합니다! 내 죄를 회개합니다! 단 한 차례도 노동하지 않았고, 단 한 차례도 고통받는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눈물 흘려본 적 없는! 내 비루한 자신의 추악함을 회개합니다! 이 '나'라고 하는 개새끼의 끔찍한 이기심을 경멸합니다!"

"그렇소, 바로 그 자세요. 동무! 더욱 자아비판 하도록 하시오. 더욱 회개하고, 더욱 경멸하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동무의 의식 저편에 깔린 부르주아적 타성이 모두 산산이 부서진 다음에, 그때에야말로 동무는 진정한 사회주의 조국 건설을 위한 열정 넘치는 일꾼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동지!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 진정으로 우리의 위대한 사회주의 조국에 비하면 그간의 제 끔찍한 이기주의가 얼마나 경멸받아 마땅하였으며 비판받아 마땅했는지를 오늘에서야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이 무렵 노농적위대는 혁명 이전 기득권 세력을 총살하기보다는, 그들을 살려두고서 자아비판과 전향서를 써둔 다음 뇌물을 두둑이 챙기는 방법을 선호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서 아주 합종군의 부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혁명의 순수성이 변질하였음을 한탄했으나, 이는 하잘것없는 변명에 불과했다.

흔히 말하는 노농적위대의 구심점인 열성적인 혁명가들은 언제나 극소수에 불과했고, 노농적위대의 절대다수는 배운 것 없고 사회에 불만 많은 부랑자와 평생을 힘쓰면서 살아온 육체노동자들, 사회 부적응자들과 군사정부 해체 이후 재흡수된 직업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 진정으로 새로운 조국을 위하여 전위적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건 극소수의 혁명가 하나뿐이었다.

부랑자들과 사회 부적응자들은 그저 그들의 손에 거들먹거리던 기득권이 파멸하고 그들이 자신들에게 굽실거리는 꼴을 구경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육체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싸우고 있었으며, 직업군인들은 그저 그것이 그들이 늘 해오던 일이었기에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 중 누구도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금은보화를 거부할 만큼 드높은 이념적, 도덕적 순수성을 가진 바 없었다.

지역유지들이 기대했던 대로 노동적위대 또한 결국 사리사욕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이에 분노한 혁명가들이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이유로 이들을 처벌하거나 지역유지들을 총살하려 해도, 지휘권을 가진 건 그들이 아니라 원세개를 위시한 아주합종군이었다. 자연히, 노농적위대는 그 이름과는 정반대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사회주의적 이상을 배신해갔다.

금품을 받고, 유희 거리를 받고, 정복욕을 채우면서. 역설적으로, 노농적위대는 러시아 민주 공화국 내에서 가장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충실한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휴우, 혁명이라느니 뭐라느니 지껄일 때는 정말이지 눈앞이 아찔했지만···. 이놈들도 결국 사람 새끼였구먼. 쯧. 하여간 번쩍거리는 금덩어리에 눈길 한 번 돌리지 못했으면서 사회주의 조국은 얼어 죽을. 뭐, 아무튼 나에게야 잘 된 거지. 이제 나는 살았다. 정말이지 십년감수 했어!"

다만 이러한 노농적위대의 부패는 결과적으로 내전이 원만하게 종결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투항한다고 해도 죽는 것이 아니라 전향서를 쓰고 뇌물을 바치면 그만이라면, 이미 패색이 짙은 시점에서 투항을 선택하지 않을 충성스러운 차르의 신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제아무리 사회지배층이 그들의 백성에게 충성을 주입하려 강요해도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충성이 아니라 목숨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러시아 제국의 파멸에 대한 한탄과 역적 공화주의 폭도들을 향한 경멸적 발언을 쏟아내던 사람이 다음 날이면 새로운 혁명 조국을 향한 찬사와 새로운 러시아를 향한 기대를 늘어놓는 경우는 이 무렵 러시아 어디에서나 보이던 일상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내면까지 변하였건 변하지 않았건 간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여갔다.

전선은 소강세에 직접적인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러시아 민주 공화국은 빠르게 그들의 해방구를 늘려갔다. 구태여 노농적위대가 찾아갈 필요 없이,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노농적위대를 구성하여 새로운 사회주의 조국의 품에 안겼다. 물론 그들이 진정으로 사회주의를 추종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점은 그 어느 조직보다도 차르를 향한 충성으로 충만하며 역도들을 향한 응당한 분노와 죽음을 각오한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어야 할 러시아 제국군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제국은 아직 지지 않았다! 우리 러시아가 정당한 신앙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 러시아군이 하느님의 올바른 분노를 대변하고 있는 한! 하느님께서는 우리 러시아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시련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이 시련을 넘어설 것이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러시아 제국은 살아남을 것이다!"

"빌어먹을, 다 틀렸어. 제국은 이제 끝장이야. 인제 어쩌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몰래 부대를 빠져나와서 집으로 돌아가 버릴까? 아, 사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화국 만세! 병사들이여, 저 반동주의 귀족들을 쏴 죽여라! 저들은 정면에서 날아온 우리 혁명 동지들의 총포탄이 아니라 그들의 뒤에서 날아온 우리 병사들의 울분이 담긴 총포탄에 맞아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것이다!"

패배를 자각한 군대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그야 물론 장차 조국이 어떻게 될지에 대하여 걱정하는 애국지사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이들이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은 당연히 그들 자신의 안위였다. 그 누가 자청해서 포로가 되기를 원할까? 제아무리 병영 생활이 끔찍해도, 포로가 되면 그보다 끔찍한 생활이 기다릴 게 분명했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제국군은 크게 세 갈래로 갈라졌다. 하나는 결사 항전이었고, 둘째는 무장탈영, 셋째는 전향이었다. 그리고 이 중 선호도는 무장탈영이 가장 높았으며 결사 항전이 가장 낮았다. 하다못해 귀족들로 구성된 장교진조차 각자 자기 살 궁리에 바쁜 와중에 뒤통수에 총부리가 겨눠진 것이 아니라면 자발적으로 결사 항전을 택하는 병사들은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조국을 위하여 이 한목숨 던지겠다고 나서는 병사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들은 전쟁에 지쳐있었고, 같은 러시아인끼리 총부리를 겨누고서 죽고 죽여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크게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선택은 탈영이었다. 혹여나 탈영 중 순찰대를 만나면 죽을 각오를 하고서 맞서야 하니 지급된 소총을 챙겨 들고서 말이다.

"제기랄, 여기는 또 어디야. 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지나가는 사람한테 여기가 어디 즈음인지 물어볼까···? 아니지. 바보도 그것보다는 나은 방법을 찾겠다. 누가 봐도 탈영병이나 낙오병으로 보이는 녀석이 사람들 앞에 나섰다가는··· 가만. 내가 왜 겁내고 있는 거지? 나한테는 총이 있잖아. 여차하면 이 총으로 어떻게든 해보면 되는 거 아냐? 나 진짜 바보인가?

좋아, 길을 물어보러 가자. 순순히 답해주면 좋고, 순순히 답해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총을 보여주면 되겠지. 하는 김에 겸사겸사 먹을 것을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고향으로 가는 길인데 음식을 좀 받았으면 한다고 하는데 설마 그것까지 싫다고 하겠어?"

당연히 무장탈영의 급증은 치안 약화로 이어졌다. 애당초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맨몸에 총 하나 들고서 부대를 이탈한 탈영병이 바리바리 챙겨온 식량과 식수가 떨어졌을 때 이를 보충할 가장 쉬운 방법은 약탈일 수밖에 없었다. 탈영병에게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절한 거래가 가능할 값나가는 금품이 있을 리도 없지 않던가.

결과적으로 후방은 수천, 수만 명의 무장강도 소굴로 전락했다. 일부는 단독행동을 선호했으나, 이들은 대부분은 같은 신세의 무장탈영병들과 무리를 지어서 다녔다. 당연히 이렇게 규모가 거대한 무장탈영병 집단일수록 약탈도 더욱 과격하고 규모도 커졌다. 씨감자까지 모조리 서리해가는 정도야 양반이었고, 마을을 습격하고 다니는 도적단은 평균, 학살과 약탈을 즐기는 인간말종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 더욱 빠르게, 더욱 많은 지역을 확보하고 러시아 제국이 협상 와중 이렇다 할 대전투 한번 없었음에도 빠르게 힘을 잃어간 가장 큰 이유였다. 러시아 공화국을 싫어하는 이들도, 결과적으로 이들 무장탈영병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그들을 끌어들이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당장 자신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하던 것이다.

실제로 이 무렵 전선이 소강 중인 와중, 아주 합종군과 노농적위대의 주된 임무는 이렇게 나날이 불어나는 해방구들을 통제하고 무장탈영병들을 소탕하는 일이었다. 반항하면 본보기를 보이고, 순순히 투항하면 무장을 해제시킨 다음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죄질이 악질적이면 단죄하는 식으로 말이다.

"마침내 바르샤바가 우리 것이다! 대 폴란드 공화국 만세! 자유 폴란드 만세!"

"친애하는 형제들이여,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우리 폴란드인들은 고작 바르샤바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리 폴란드 민족은 더욱 위대한, 더욱 강대한 새로운 조국을 건국하기 위하여 투쟁할 것을 맹세한다!"

"러시아 제국은 더는 우리 핀란드를 이끌어나갈 자격도, 여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핀란드 민족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오로지 스스로 무장하는 길뿐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 제국으로부터의 독립과 단절, 그리고 투쟁을 선언하는 바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러한 러시아 제국군의 붕괴는 러시아 제국군의 통치를 받고 있었던 소수 민족의 이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미 민중혁명으로 현지 정부를 뒤집어엎어 버린 다음 자국 정부를 수립하여 건군에 나선 폴란드는 그중 대표 격이었고, 핀란드는 현지 지방정부에서 아예 독립을 선언해버리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발트 지역도 결코 조용하지는 않았다. 폴란드나 핀란드처럼 이미 떨어져 나간 수준은 아니었으나, 각지에서는 산발적인 봉기와 파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독립 움직임이 더욱 격화될수록, 하루라도 빨리 내전을 끝내고서 이들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대들의 죄질을 생각했을 때는 그대들 모두 총살해야 마땅하나- 우리는 그대들과 다르오. 그대들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대들에게 자비를 베풀기로 하였소. 선택지를 드리리다. 새로운 사회주의 조국을 위하여 근면히 노동하며 평범한 프롤레타리아 1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여 답해주길 바라오."

그리하여 1894년 6월 17일, 스몰렌스크에서 양국 대표단이 종전조약에 서명하면서 러시아 내전은 끝을 알렸다. 러시아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러시아 민주 공화국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교섭이 남아 있었다.

바로 전후 한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이었다.

< 스몰렌스크 조약 > 끝

ⓒ 리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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