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군? >
당연하지만, 유럽의 위정자들이 이러한 현상을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멍청한 지식인 놈들 같으니라고."
런던, 귀족원.
그 고귀한 혈통들의 고귀한 자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은 없었다. 그들 모두가 이에 공감하고 있거나, 최소한 표현이 다소 과할지언정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여한 뭇 의원들의 낯빛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런던을 어떻게든 탈환하고 프랑스와 휴전협정이 맺어진 이래로 전선의 전황은 조금씩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으나 그들은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이제 유럽이 그럭저럭 안정되면서 상황이 여유로워지고 나니, 그 존재감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이번 전쟁에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고서 후방에서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는 저 가증스러운 우방국의 존재감이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만국박람회에 우리 유럽 국가들이 대거 불참하였음에도 만국박람회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는 선례가 남았다는 것이오."
누군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에 맞추어 하나둘씩 의원들은 저마다의 감상과 의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 만국박람회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우리 유럽에서 시작된 잔치에 유럽이 빠졌는데 어떻게 그것이 만국박람회라는 말이요? 세간의 말대로 아시아 박람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구먼."
"아시아 박람회라. 그래, 분명 그럴지도 모르지. 그 규모는 거창하고 유치비용도 어마어마하지만, 막상 이번 만국박람회에서 저들이 보여준 기술적 진보나 성취는 보잘것없지 않았소? 문제는 이걸 만국박람회라고 불러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요. 우리 유럽이 전쟁에 세월을 허비하는 동안 아시아에서는 아시아 박람회를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여유롭다는 거지."
"그렇지. 잘 말해주셨구려. 우린 저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제공해주었소. 그 덕택에 저들은 오늘날 마침내 우리 유럽을 배제하고서 박람회를 개최하고, 유럽이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만국박람회라고 자부하는 지경까지 왔소. 아시아인들의 오만은 더는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이오."
"내 말이 그 말이오! 저 한국의 황제가 이번에 무슨 말을 늘어놓았는지 보았소? 꼭 저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지껄인 걸 보란 말이오! 아직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아도, 저 황제는 지금 우리 대영제국마저 제 발아래라고 여기는 것임이 틀림없소!"
"하여간에 저 잘난 줄만 알지 지금 여기까지 성장한 게 누구 덕택인지는 관심도 없으니 원··· 쯧쯧. 옛날 청나라인들도 그랬지만, 저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아시아인들의 고쳐야 마땅할 나쁜 풍습임이 분명하오."
"아무렴, 그렇고말고. 예나 지금이나 이 세상의 중심은 이 유럽이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곳 런던이오. 저들은 그것을 알아야 할 것이오!"
의원들은 한입을 모아 한국에 대해 성토했다. 다만, 이들이 한국에 대해 성토하는 이유는 한국을 증오하거나 깔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계하고 두려워했기에 이러했던 것이다. 이 무렵 정부에 적대적이고 제국주의에도 반대하는 재야학자들이 한국의 성장을 보고서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지만, 이들은 한국의 성장을 보면서 빠르게 황화론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하여, 이는 유럽의 위정자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감정에 가까웠다. 그동안에는 막연하게 유럽 바깥의 나라 중에서는 그나마 나라다운 나라다-정도 즈음이었다면,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하여 한국이 주도하는 범 아주 조약기구를 본격적으로 그들과 경쟁하려 드는 '도전자'로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에서 이러한 감정이 더욱 두드러진 이유는, 그들이 한국에 아시아 식민제국의 해체를 요구받는 등 가장 직접 이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유럽의 위정자들에게, 한국은 크건 작건 간에 위협적이고 눈에 거슬리는 상대일 수밖에는 없었다.
"청나라라. ···허허, 그래. 차라리 청나라처럼 그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는 것만도 벅차서 자리에 눌러앉았다면 좋았을 것을!"
어느 의원은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 무렵 영국 위정자들의 속내를 가장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사실, 만일 한국과 범 아주 조약기구가 지역 패권에 만족하여 주저앉았다면 설령 한국이 진정한 열강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들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제아무리 열강이라고 해봐야 아시아에 국한된 패권에 만족한다면 유럽의 시선으로 보기에 아시아는 그저 매력적인 시장이자 중요한 무역대상국 즈음으로 끝났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아시아의 지역 패권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러시아 내전. 한국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자신들이 단지 아시아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조금도 없으며,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유럽까지 영향력을 투사할 의향마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더는 단순한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없었다. 한국은 더욱 광범위하고, 세계 곳곳까지 미치는 거대한 패권을 구축하려 시도하는 패권도전자였다.
그리고 두 번째이자 그 결정타를 날린 것이 이번 만국박람회. 유럽 여러 나라를 배제한 채로 만국박람회를 개최하여 이를 성사시켰다는 건, 그 자체로서 이제 더는 유럽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하는 선전포고나 다를 바 없었다. 한국은, 아시아는 이제 유럽의 경쟁자였다. 지금껏 유럽의 방관 속에서 계속하여 성장해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눈부시게 성장할 경쟁자인 것이다.
물론 아직은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직 한국은 대영제국은커녕 프랑스와 독일 등의 여타 유럽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나라였다. 그렇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시무시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아시아 연합군의 합종훈련이 열릴 시기였던가?"
"아니, 올해에는 없을 거라고 했소. 이번 만국박람회의 주제가 평화이니만큼 전쟁을 연상시키는 어떠한 군사적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모양이오."
"평화? 평화라. 허, 그럴 거면 그 징그럽게도 많은 병사부터 줄이고 난 다음에 이야기하라고 하시오. 천만 대군이라니, 나 참. 정말이지 기가 다 차서!"
이들에게 익히 알려진 아주 합종군의 어마어마한 규모는 이러한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고 고착시켜갔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도 되지 않는다며 코웃음을 치던 의원들조차, 이 무렵에 와서는 진지하게 황화론을 고심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더는 황화론은 허풍선이들의 실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당장 코앞까지 다가온 현실적인 위기이자, 가까운 미래 그들에게 들이닥칠 위협이었다.
물론 병사의 많음이 곧 막강한 군사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병사만 많다고 끝이라면 대영제국은 처음부터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 이들 합종군이 러시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열강 간의 전쟁에 투입되어도 아무런 문제 없을 만큼 충분히 정예화되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저 천만 대군 중 러시아 내전에서 보여준 용맹스러운 힘에 따라갈 수 있는, 진정한 정예병이 반의반밖에는 안 된다고 쳐도 250만 명이다. 이 250만 대군을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이 지구 위에 있다면, 바로 러시아와 독일 두 나라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러시아가 지금은 한국인들의 손에 들어갔다.
그나마 영국에서 뒤늦게나마 개입하면서 러시아를 한국이 혼자서 좌지우지할 수는 없도록 하였지만, 이건 유사시에 러시아가 중립을 지키게 하였다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이 아주 합종군의 천만 대군에 맞설 두 대국 중 하나가 유럽 진영에서 이탈한 셈이다. 그리고 연이은 전쟁으로 지친 독일이 과연 러시아 없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대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만이라. 글쎄, 오만이라고 하셨소? 나는 달리 보오. 저들은 이미 우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거했소. 우리가 모두 경험해 보아서 잘 알고 있지 않소? 오늘날의 세상에서 열강 간의 전쟁이란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요. 돈과 인명만 소진하고 얻는 게 없다는 말이오. 그러나 저들은 오늘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전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가 몰락해가는 걸 구경하고만 있었지.
우리는 이미 아주 많은 시간을 저들에게 제공해주었소. 앞으로 전쟁이 끝나고 나면 더욱더 많은 시간을 제공해줘야 하겠지. 그 시간을 아끼고 아껴 저들은 더욱 거대해지고, 막강해지고 있소. 오늘날 저들이 강성해진 것은 저들 자신의 힘임이 틀림없소. 그러나 저들이 열강이 된 것은 우리의 실책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 뒷감당을 할 차례가 오고야 말았소."
"아시아는 단지 시작일 뿐이요. 러시아의 사례를 보면 알지 않소? 앞으로도 한국은 계속하여 팽창할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에게 핍박받는 식민지인들을 돕는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겠지. 우린 설령 프랑스인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한국이 더는 팽창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소."
"암모니아 합성법이라고 했던가? 듣자 하니 우리가 전쟁에 바쁜 틈에 아시아인들은 지금 아시아 전역에서 소비될 화학비료를 대량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들었소. 그럼 우리가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 바쁠 때 저들은 화학비료를 생산하여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더욱 불리겠지. 그리고 언제나 그래 왔듯이 인구는 국력을 판가름하는 가장 우수한 지표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지금 당장 독일과의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고서 아시아의 성장을 견제하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오!"
"그걸로는 불충분하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십자군이요! 우리 기독교 문명을 저 노란 원숭이들에게서 수호할 정의의 십자군 말이오! 십자군과 같은 거대하고, 막강한 서구 세계의 다국적 연합군만이 저 아시아인들의 다리를 확실하게 부숴놓을 수 있소!"
"하, 십자군이라! 그거 좋지. 그러나 그렇다면 그 십자군은 도대체 누가 이끈다는 말이오? 무엇보다 국민에게는 당장 눈앞의 적만 보이지, 지구 반대편에서 아시아인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소. 유권자들이 과연 우리의 숙적들과 손을 잡는 걸 용인하겠소?"
"그렇다면 어쩌라는 말이오? 우리 영국 단독으로는 이미 저들을 견제하기 어렵소. 모두 알지 않소? 온 유럽이 손을 마주 잡고서 저 노랑 원숭이들을 다시 우리에 집어넣으려 나서도 부족할 판국에 같은 기독교 동포들끼리 서로 총포를 겨누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이오!"
"정숙! 정숙하시오! 이를 무시하고서 계속하여 행패를 부린다면 엄숙히 퇴정을 요구하겠소!"
논쟁은 계속하여 격화되어갔다. 그러나 격화되어갈 뿐, 조금도 진정되지는 않았다. 그동안에는 당장 한국보다는 눈앞의 프랑스나 독일, 미국 등이 더 급급했으니 눈치채지 못했으나 막상 미국과 화해하고, 프랑스와 협상을 거의 마무리 짓고서 보니 극동의 한국이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너무나 거대해져 있었다. 정말로 이제 한국과 맞서려면 진지하게 십자군이라도 결성해야 할 판국이었다.
문제는, 한국이 여기까지 성장하도록 내버려 둔 건 다름 아닌 그들이었다는 점이었다. 당장에 공주를 한국에 시집 보내서라도 어떻게든 한국의 환심을 사려 했던 건 그들이 아니었던가? 한국을 견제하는 것보다는 당장 프랑스의 대서양 진출 시도와 독일의 지중해 진출 시도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건 바로 귀족원 그들 자신이었다. 그러니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건 바보짓이었다.
어차피 그들 모두가 공범인데 누가 더 잘못하고 덜 잘못하고 하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결국 이 자리에 없는 사람- 한국에 모든 책임과 부정적인 감정을 떠넘기는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미 늦었소. 솔직히 우리 모두 알지 않소? 장차 자라나서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젊은 지식인들이 대책 없이 저 아시아인들의 선량함을 칭송하는 걸 보란 말이오. 우린 이미 정신적으로 저들에게 지고서 시작한 거요. 저들의 가장 큰 무기는 인구도, 경제력도, 군사력도, 영토도 아니요. 저들의 가장 큰 무기는 명분이오. 이념이란 말이오.
우리는 이미 정신적으로 저들에게 패배했소. 우리가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먼저 아프리카 식민지마저 해방하고서 식민지로부터 떳떳해져야 할 것이오. 그리고 그 식민지들은 겉으로는 우리를 칭송해도 뒤에서는 그들이 독립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 한국을 찬양하겠지. 한국은 한국대로 그들을 찬양하는 옛 식민지들과 기꺼이 손을 잡을 테고. 그럼 끝이오.
자주 독립국 간의 평화로운 협력을 막을 방법이 어디 있겠소? 공존과 번영. 참으로 허울 좋은 이야기지. 그러나 그 허울 위에 한국인들은 무형의 제국을 이룰 것이오.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제국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제국을 이룰 거라는 말이오."
"입 닥치시오! 어디서 그따위 패배주의에 절은 망발을! 우리는 아직 패한 적 없소! 해가 지지 않는 우리 대영제국은 불멸이라는 말이오!"
"그저 불멸이라고 믿고 싶은 것뿐인 건 아니오? 지금 이대로는 백전백패요. 무언가 결정적이고 확실한 전환점이 있어 이 판을 깨지 못한다면 우린 패할 수밖에 없소. 왜인지 아시오? 우린 침략자 집단이고, 저들은 피해자 연합이기 때문이라오. 그 외의 쓸데없는 부연설명들은 모두 떼어놓고서 이것만 놓고서 이야기해 봅시다.
도대체 어느 쪽이 선한 쪽인 것 같소? 침략자와 피해자. 이들 두 세력 중 어느 쪽이 조금이라도 더 정당해 보이느냐는 말이오. 자, 부디 마음에서 나온 대답을 들려주시오. 그래서,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오?"
"지금 당장 그 입 다물라고 했소!"
"정숙! 정수-욱!"
아예 자포자기하고서 전부 다 쓸모없는 짓이라는 이야기까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이날의 회의는 기어이 파국에 치달았다. 더는 토의해봐야 무의미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이날의 회의를 경청하였던, 혹은 후에 전해 들었던 전시내각의 장관들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는 없는 결말이었다. 결국, 회의가 도중에 파국을 맞았다는 건 회의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선뜻 적절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건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합스부르크는 명백하게 열세에 몰렸다. 의심할 여지 없이, 저들은 전쟁에서 패배하는 과정에 있다. 프랑스는 해군 전력이 고갈되어 한동안 우리 영국에 맞설 수 없을 것이고, 미국은 아직 대서양 패권에 도전하기에는 그들이 한 수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으니 당분간은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부터 확고히 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문제는, 이제 한국이다.
한국을 성공적으로 견제한다고 한들, 아시아의 성장세를 견제할 수 없다면 그건 우리의 대전략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아시아는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견제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와 같은 열강이 둘은 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결국 전 유럽이 힘을 합쳐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 모든 나라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는 게 정말 가능한가?
진정 십자군이라도 재건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한국을 견제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견제하자면 영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그렇다고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자니 그것도 썩 마땅치가 않았다. 도저히, 하나의 목표 아래 온 유럽이 하나가 된다는 전개를 머릿속에 그릴 수가 없던 것이다.
결국,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전혀 엉뚱하게도 프로이센 왕국의 빌헬름 2세였다.
그리고 전 유럽에 걸쳐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황화론자였다.
< 십자군? > 끝
ⓒ 리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