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의 건아 >
전쟁이 끝났다. 마침내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
이보다 개 같은 이야기가 또 어디에 있을까. 이겼다? 이기긴 어디에서 이겼다는 말인가. 저지대에서 이겼던가? 지브롤터에서 이겼던가? 오, 러시아에서는 이겼는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그게 무슨 대수던가. 아니 애당초, 왜 내가 러시아까지 가서 싸워야 했었지? 알 수 없군. 왜 우리가 그 빨갱이 놈들의 승리를 위해서 싸워야 했더라. 이 유럽을 조금 더 망쳐보기 위해서? 흠, 그것참 우리 정치가들이 할 법한 생각이군.
윌리, 그놈은 조국을 위해 바쳤으니 후회는 없다고 했지. 속 편한 녀석. 정말이지 그 삶의 태도는 본받고 싶지 않아. 그 머저리 자식은 정강이뼈 하나를 통째로 드러내고서 뭘 그리 자랑스러워 하던지. 그 금박이 장난감을 훈장이랍시고 가지고서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한발 먼저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희희덕거리던 그 녀석의 정신머리는 정말이지 어떻게 되어 먹은 것인지.
순진한 녀석. 아니, 얼간이 같은 녀석. 두 번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또다시 만나게 되면 무심코 그 얼빠진 낯짝에 주먹이라도 한방 쳐날려주고 싶을 테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군그래. 빌어먹을 전쟁이 끝나버렸으니까. 제기랄, 그래. 그 빌어먹을 전쟁이 말이야.
“돌아가면 무엇을 하지?”
군장을 꾸리는 도중 조니 놈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지. 이 개 같은 자식. 왜 하필이면 지금 같은 때에 그런 말을 한 거야. 거봐. 다들 짜증 내잖아. 조니, 넌 옛날부터 눈치라고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얼간이였지. 다들 등을 한 대씩 후려치니 조니, 이 멍청한 놈이 계집애처럼 울부짖더군. 제기랄, 이게 아니었는데.
“편지를 받았어. 제니가 사라졌데. 짐만 놓고서 훨훨 날아가 버린 거야. 난 제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난 이제 어쩌면 좋지?”
이 얼간이 같은 놈아. 우리라고 그걸 알겠냐. 우리는 지금 개 같은 우리 윗대가리들께서 서명하신 종전조약이라는 놈에 따라 하루빨리 이 개 같은 이탈리아 땅에서 꽁무니를 말고 도망쳐야 한다고!
하지만 다들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지. 이런 빌어먹을. 물러터졌어. 나사가 빠진 거지. 다들 하지 말아야 할 때는 그렇게도 거칠게 한마디씩 퍼붓던 덩치들이 계집애처럼 울고 있는 얼간이 한 명 때문에 불알이라도 떨어진 마냥 믿게 다리를 비비 꼬는 꼴이라니. 한심해서 못 봐주겠군.
자, 사나이 나가신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맨체스터의 진짜 사나이의 행차 시다!
“보나 마나 뉴욕으로 떠난 거겠지. 요즘에는 다들 그렇게 하잖아? 그러니까 조니, 이만 그 제니인가 뭔가 하는 년은 잊어두라고. 어차피 그년은 지금쯤 뉴욕에서 새로운 페니언 남자 친구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겠지!”
“당장 사과해! 제니는 그런 걸레 같은 년이 아니야! 제임스, 널 죽여버리겠어!”
“제기랄, 이 머저리들! 짐이나 꾸리고 있으라니까 뭔 소란을 피우고 있는 거냐!”
빌어먹을 꼰대 자식. 먼저 분위기를 망친 건 조니, 그 얼간이었잖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는 거지? 내 신세도 정말이지 처량하군. 저 카레 놈들이 나보다 이 저주받을 반도에서 떠나는 꼴을 지켜보게 될 줄이야. 그리 저 카레 놈들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고 있는 거지? 전쟁에서 이겨서? 아니, 이걸 전쟁에서 이겼다고 해야 하나? 전쟁에서 이긴 건가, 우리가?
“그야 저놈들이야 기뻐 죽겠지. 이제 저놈들은 어서 제집으로 돌아가서 한 자리씩 차지할 궁리 밖에는 안 하고 있을 테니까. 젠장 할, 얼빠진 윗대가리 놈들 같으니라고. 하여간에 급하다고 별 개 같은 약속은 다 해놨어.”
아하, 그렇군. 고마워 페니. 그래, 저놈들은 이제 돌아가면 새로운 조국의 건국 역군이다, 이건가? 하하, 가소롭군. 우린 돌아가면 여왕 폐하의 자랑스러운 개선장군님이시다! 인도 제국? 자유 인도? 이거 지금 코미디 하는 건가? 저런 미개한 카레 놈들이 독립한다고? 하! 빠르면 올해, 느리면 내년에 다시 합병해달라고 안달복달을 하게 되겠군.
···하아, 제기랄. 그래. 그래서 이제는 저놈들도 제국을 떠난다 이거지? 우리가 전선에 나가 싸우는 동안에 카레가 독립하기로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인도는 제국의 젖줄이라고 그렇게 목이 터지라 외치던 우리의 위대한 좆 대가리들은 어디로 갔지?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는 말이야. 인도를 보내주기로 해? 빌어먹을, 아주 그냥 제국을 팔아넘기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지그래. 인도가 없는 제국이 왜 제국이지?
내가 기관총에 이 한 몸 던지며 나라를 위한 충성인지 뭔지를 다하고 있는 동안에 우리 위대한 좆 대가리들께서는 인도를 팔아치우는 대가로 또 수천만 파운드씩 거하게 챙기셨겠지. 개 같은 새끼들. 속이 다 뒤틀리는 것 같아. 부디 신이 있다면 인도는 제국의 생명줄이라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던 윗대가리들 중 한 명이라도 책임을 다했기를. 더욱 솔직하게 말하자면, 꼭, 반드시,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었기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그것도 좋군. 내가 돌아가서 책임을 다하게 해주면 되겠지. 다행히도 지난 5년간 내가 이 저주받을 땅에서 배운 건 힘 쓰고 몸 써서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기술들뿐이라서, 제 혓바닥 하나 똑바로 간수 못 하는 우리 위대한 좆 대가리들의 귀두를 확실하게 썰어 줄 수 있을 거야.
“만세! 만세! 자유 인도 만세! 인도 독립 만세!”
오, 하느님 맙소사. 저 시커먼 원숭이들의 활짝 웃는 낯짝에 속 시원하게 총검이라도 쑤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불행하게도 내 총검은 이미 반납한 다음이군. 저 개새끼들이 뭐라는 거지? 여왕도 제국도 아닌 인도라니. 자유인도라니. 맙소사. 제발 내가 잘못 들은 것이기를. 이 진화가 덜 된 원숭이 놈들이 거기까지 파렴치하지는 않기를.
이것들은 양심이 있기는 한 건가? 저 짐승 같은 것들이 감사 인사를 표하는 건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엿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우리가 보고 듣는 동안에는 입 다물고 있어 줄 수는 없었나? 오, 위대한 런던의 후레자식들이시여. 당신들이 제발 이 짐승만도 못한 검둥이들의 함성을 들었기를. 은혜도 모르는 짐승 새끼들이 짖는 소리에 함께 전율하였기를.
들었다면 최소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서 세상을 이 꼬락서니로 만든 책임을 다하였기를. 아멘. 비나이다. 꼭 좀 부탁하겠습니다, 주여. 이제부터는 헌금도 꼬박꼬박 낼 테니, 제발. 꼭 꼭 부탁하겠습니다 신이시여.
“으흐흐, 드디어 집으로 간다! 주여, 감사합니다! 사지 멀쩡하게 다시 이 배에 오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집에 가면 가장 먼저 피시 앤드 치프스를 먹고 싶어. 황금빛처럼 샛노란 튀김옷에 감춰진 대구의 설겅설겅하고 촉촉한 식감과 발치를 데워주는 난롯불, 등을 바쳐주는 단단한 흔들의자와 부드러운 담요. 이제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제임스, 이게 뭔지 알아? 이거 사부아에서 루키니 아가씨에게 받은 건데, 제법 영험한 교회에서 만들어준 로사리오라나 봐.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나, 우리 부모님을 있는 힘껏 설득해볼래. 이탈리아 며느리라니 쉽진 않겠지만, 분명 내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 나는 믿어. 그다음, 나는 루키니 아가씨를 우리 둘만의 집에 초대할 거야!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평생 행복하게 맺어지는 거지···. 어때.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맙소사. 이것들은 조금 전 검둥이들이 뭐라고 소리치고 갔는지 듣기는 한 건가? 아니, 들었을 리가 없지. 하여간에 얼빠진 놈들. 온통 제 할 이야기로만 가득 차서는 고막은 장식이 된 지 오래인 모양이지. 하기야, 그럴 만도 하지. 온종일 꽝꽝하는 대포 소리에 귀가 쉴 틈이 없었으니 멀었어도 이상하여질게 없지.
그렇지만 오, 제발 부탁이니까 너희 그 빌어먹을 by Jingo 합창에 날 끼워주지는 말아줄래. 난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 제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고상한 엘리트-고졸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엘리트지 아마?-로서 지금은 조금 더 사색에 잠기고 싶거든. 난 내가 가라앉는 배에서 표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서 미치겠단 말이야.
하지만 이 멍청한 놈들은 날 내버려 두지를 않는군. 빌어먹을 자식들. 불쌍한 녀석들. 내 가엾은 형제들이여! 제기랄, 눈물이 다 나는구먼 그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그래, 그런 거라면 차라리 좋겠지. 차라리 이게 꿈이기를.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고, 난 내일 눈을 뜨면 그 저주받을 구령에 맞추어 기관총 진지에 몸을 던져야 하는 것이기를.
난 아직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런 꼴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날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고, 내 청춘의 황금 같던 5년간이 완전히 헛 쓴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왜 이렇게 되었지? 이게 아니었을 텐데. 난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내 조국, 내 사랑하는 제국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일렁이는 파도를 보면서 몇 번이나 이 몸을 던지고 싶었는지. 비록 전쟁은 끝났더라도 이 개도 안 먹을 건빵쪼가리로 기도가 막혀서 죽는다면, 그래도 유니언 잭은 내 관 위로 드리워질까. 오, 제발 그러지는 않기를. 조국이여. 나의 사랑하는 조국이여. 날 용서하지 말아 주시오. 그대를 실망하게 한 이 패잔병들을 용서하지 말아 주시오. 부디 바라건대 당신의 그 눈물을 이런 한심한 작자들을 위하여 흘리지 말아 주시오.
“대영제국 만세! 승리 만세! 여왕 폐하여, 장수하소서!”
오, 제발. 제발. 이러지는 않았으면 했는데. 빌어먹을 런던의 좆대가리 놈들. 너희는 또다시 나를 실망 시켰어! 이 후레자식들아. 밤 중에 이불에 대충 흘린 새하얀 오줌의 결과물들아! 너희는 또다시 우리를 속이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우린 속지 않으리라. 아니, 난 속지 않을 거야! 나의 청춘이 너희의 거짓을 고발하리라!
이해가 되지를 않아. 왜 다들 기뻐하고 있는 거지? 종전이라고 기뻐하는 저 골이 텅 빈 얼간이들을 보라고.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그저 만세 소리 밖에는 나오지 않는 모양이지. 아니면 승전이라고 하니까 진짜로 이긴 기분이라도 드는 건가?
우리의 왕세자 대공께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저 멀리에서 사람 좋은 미소나 짓고 계시군. 우리의 과부 여왕님께서는-오, 그래 그렇겠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수밖에. 하, 정말이지 굉장하군, 굉장해. 국왕이 참여하지 않는 승전 행진이라니. 아주 새롭고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아.
“전역을 축하하네, 젊은 친구! 자네 같은 젊은이들의 애국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또 이 나라가 이렇게 무사히 한해를 날 수 있었던 거야. 자네의 그 헌신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대에, 조국에 가장 필요했던 도움이었네. 그럼 잘 가게!”
이보시오, 잘빠진 양반. 난 전역할 생각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보다, 왜 내가 전역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군. 팔다리도 멀쩡해, 나이도 그럭저럭 젊고, 조금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나 나름대로 이 나라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도 충실하게 쌓아왔다고 자부하는데 말이지.
아니,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러니 말할 필요도 없겠지. 보나 마나 예산이 없는 거겠지. 이제 전쟁도 끝났으니 더는 이 고약한 꼬락내를 풍기는 군인들 따위에게는 1파운드도 아깝다는 거겠지. 잘 빠진 양반, 그러니까 옷이나 잘 챙겨 입으쇼. 이 나라의 군무원이라는 양반이 천을 덧대어 입는다니 웃음도 나오지 않는구만.
자, 그러면 이제 다시 또 혼자가 되었구먼. 부양할 사람도 없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개 같은 소리지. 제기랄. 눈물이 다 나는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대로 사라지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용기가 부족하겠지.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병신이야.
그렇지만 살아야지. 죽을 수도 없으니 살아야지. 자, 그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학력? 어중간하지. 사지? 멀쩡하지. 자, 그럼 대답이 나왔군. 고향에 돌아온 김에 몸이나 쓰러 가보실까?
“정말로 미안하지만, 제임스, 자리가 없어. 나도 네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잘 알아. 네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어떤 기분으로 저놈들과 싸우다 왔는지도 잘 안다고. 그렇지만 정말로 자리가 없다는 말이야. 알지? 여기 있는 녀석들도 다 가족이 있다는 말이야.”
젠장, 윌리. 설마하니 이렇게 될 줄이야. 네 얼빠진 얼굴에 한 방 먹여주기는 커녕 이렇게 다리를 배배 꼬면서 수줍게 청탁을 넣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걸 설마하니 이렇게 간단하게 거절당할 줄이야!
아니, 알고 있어. 제기랄, 알고 있다고. 그야 당연하겠지. 난 지난 5년 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놈이고, 내가 대륙에서 삽질하고 있다고 광산이나 공장들이 멈춰야 하는 건 아니잖아? 광산도, 공장도, 계속 돌아가야겠지. 누군가는 그 기계들을 계속 돌려야겠지. 그러니까, 5년 만에 돌아온 내가 있을 장소는 어디에도 없는 것도 당연하겠지!
“젠장, 그게 왜 당연한 거야!”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오, 주인. 걱정 말라니까. 아무튼, 돈은 얼마든지 있다고. 으응, 오늘 집시 놈에게 그 개 같은 훈장을 팔고 왔거든. 낄낄, 어쩐지 가슴팍이 허전하지? 아니라고? 그래, 이거 들켰구먼. 내가 가슴팍이 좀 좁긴 하지. 깔깔! 그러니까 이 좋은 나라에서 이만 꺼져보라고 전역증도 내준 거 아니겠어? 그야 기왕 숫자를 채우려면 나보다 키도 훤칠하고 힘도 센 놈들이 낫겠지!
눈물이 나오는구먼. 젠장, 내가 이런 처량한 놈은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한심한 놈도 아니었을 텐데. 빌어먹을,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오, 그래. 기억나는군. 그래, 전쟁에서 졌었지. 전쟁에서 진 패잔병이니까. 당연한 거겠지. 나라 꼴을 보라고. 온통 엉망진창이잖아?
개 같은 훈장을 팔러 으슥한 곳에 들어서니 쥐새끼들이 사람을 덮쳐서 물어뜯고 있는데 누구 하나 쥐를 잡으러 다니지 않더구먼. 알아, 안다고. 나라에 돈이 부족한 거겠지. 그러니까 예산이 끊긴 거겠지. 안 그래? 그런데 이상하다. 왜 난 아직도 런던 사교회가 사라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을까.
개 같은 세상, 쓸모없는 병신, 그리고 엿 같은 좆대가리 새끼들! 그래, 인도는 제법 비싸게 팔렸겠지? 암, 그렇고말고. 누가 뭐래도 제국의 젖줄 아닌가. 비싸게 팔리겠지.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겠지. 하하, 그래서 제국의 생명줄을 팔아서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는지 궁금해 죽겠구먼 그래!
“다들, 오늘 런던에 가기로 했어. 너도 와줄 거지? ···부탁할게. 난 네가 싫지만, 그래도 너도 이번 집회에 함께 해줬으면 해.”
아, 제기랄 조니. 못 보던 사이에 빨갱이들이랑 어울리기 시작한 거냐. 빌어먹을, 저리 꺼져. 내가 쓸모없는 병신이기는 하지만 주인에게 어금니를 박아넣는 애미·애비도 없는 개새끼가 될 생각은 꿈에도 없으니까 말이야. 봐. 네가 네 꼴을 보라고. 그 새빨간 완장은 또 뭐야? 얼간이 조니. 촌뜨기 조니. 순둥이 조니. 네게 그 새빨간 완장은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빨리 그만두고 네 살길을 찾으라고.
제니, 그 개 같은 년은 이만 잊어버리라는 말이야. 너도 알잖아, 세상에 반은 여자라고. 그러니까 어서 너도 새로운 짝을 찾으라니까?
나? 나는 이미 내 새로운 짝을 찾았지. 아하,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었구먼 그래. 네 형수님을 인사시켜준다는 걸 잊고 있었지 뭐야. 자, 인사해. 양귀비야. 저 바다 건너 중국에서 왔지. 낄낄, 어때. 죽여주지? 불평 안 하고, 바람 피울 걱정 없고, 무엇보다 밤에 외로운 생각을 싹 가시게 해준다고. 어때, 너도 한번 안아나 볼래?
뭐? 잠깐, 너 이 새끼. 뭐하는 짓이야. 조니, 당장 멈춰! 너 이 개 같은 자식, 그걸 밟아? 제기랄! 내가 그걸 뭐랑 바꿨는지 알기나 해? 잡히면 절대로 가만히 안 둘 거야!
거기 서라고, 이 양귀비 도둑아!
< 조국의 건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