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화 영국 혁명
다만, 이 반란은 상당히 충동적인 행동에 가까웠다. 애당초, 육군에서 당초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항명을 통하여 육군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보이고, 이를 통해 처우 개선을 보장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막상 런던, 더욱 정확히는 웨스트민스터를 향해 진군하도록 결정이 나온 다음에도 영국 육군은 방황했다. 내각이 해군을 내세워 그들을 쳐내려 하기 전에 선수를 친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킨다면? 실패한다면 당연히 모두 죽게 되겠지만 만일 성공한다면, 그 끝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군부를 주도로 한 새로운 내각의 편성인가? 아니면 내각을 무력화시키고 국왕에게 모든 전권을 몰아주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크롬웰이 그러했듯이 새로운 잉글랜드 연방의 건국인가?
"웨스트민스터로 진군하라고? 지금 제정신인가? 여왕 폐하께 송곳니를 들이밀자는 건가!"
"나, 나는 못 해!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나는 이 일에서 부디 빼주게. 난 이 일을 감당할 수가 없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판단이 안 서는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고 있자고. 최소한 누가 이긴 것인지는 확실해진 다음에 나서야 괜히 덤터기 쓸 걱정이 없지."
여기에 현실적인 문제로, 모두가 동참한 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우발적인 반란이었으니 미리 주요 인물들을 포섭하거나 하다못해 배제할 시간이 있을 수가 없었다. 동부 사령부 예하 병력이 런던에 진입하는 동안 햄프셔의 남동부 사령부는 여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며 이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외 다른 사령부들은 아예 침묵했다.
그런가 하면 반란에 앞장선 동부 사령부 제7보병여단조차 내부적으로 완전히 통일된 것이 아니었다. 우선 병사들은 자신들이 왜 런던에 가야 하는지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 그들은 런던의 폭동이 격화되어 치안 유지 차원에서 런던으로 가는 줄 알았고, 부사관들은 여왕에게 자신들의 억울함과 처우 개선을 요구할 생각이었으며, 영관급 이상의 장교는 반란이라는 현실 속에서 판단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이들 장교 대부분은 반란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쩌다 보니, 그리고 상부에서 그렇게 명령하니까 그에 따라 반란에 참여하게 된 것에 불과했다. 애당초 병사들이라면 모를까 장교는 대부분 월급이 다소 밀린다고 생활고를 겪게 될 만큼 가난하지도 않았다. 설령 해군이 육군의 반란을 진압해도 대대장이나 그 이상급이라면 모를까, 그 이하로는 처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윗선의 지시를 무시하고서 항명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은 용감하지도 못했다. 이미 상부가 반란을 결정한 차에 괜히 나서봐야 저 혼자 죽거나 유폐되는 결말이 뻔했으니까.
"제기랄, 일단 가자!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일단 런던으로 가보자! 런던에 도착하고 나면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겠지!"
결국, 이들은 자포자기했다. 이 무렵 반란을 주도하게 된 제7보병여단을 지배하고 있던 건 이 손으로 썩어빠진 정치를 혁파하겠다는 혁명의식 같은 게 아니라 될 대로 되라 하는 막무가내였다. 좋게 말해도 나쁘게 말해도 싸울 의욕 같은 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오합지졸 소굴이었던 셈이다. 반란을 명령한 상부를 제외하면 누구 한 사람 싸울 의욕도 없고 애초에 자신들이 싸우게 될 거라는 것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던 오합지졸 말이다.
만일 이들의 런던 행군을 누군가가 막아서던가, 아니면 하다못해 당장 멈추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면 이들은 그대로 와해 되었을 공산이 컸다. 국민의 분노는 폭발하기 직전이었고, 육군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으나 그렇다고 해도 반란이나 혁명을 바라는 여론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주류 여론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이들을 누구 한 사람도 막아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런던으로 진입하려고 한다고? 아, 그 해군육전대 양반들인가 보구먼. 그냥 통과시켜. 여기 명령서도 있으니까 문제없을 거야. 젠장, 빨갱이들 때려잡기도 바쁜 마당에 이게 뭔 난리야."
우선, 런던 사령부는 이들을 내각에서 불러들인 해군육전대 병력이라고 착각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당시 런던 사령부가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까닭이 더욱 컸다. 천하회맹 발족을 앞두고서 이에 반대하는 극우 단체들과 고의로 내각에 망신을 줄 작정으로 날뛰는 극좌 단체들이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런던 경찰들을 물론이고 런던 사령부의 병사들까지 총동원되어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시민단체들에 대한 감시는 나날이 확충되고 있어도, 막상 군부대 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감시가 느슨해지고 있던 것이다. 워낙에 급작스럽게 결정된 반란이었던 만큼, 사전에 쿠데타 논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당시로써는 쿠데타라는 생각을 미처 떠올리지 못한 까닭도 있었다.
그리고 설령 쿠데타라는 걸 알았더라도 과연 이들이 런던 행군을 막을 수 있었을까-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대다수 병력이 시가지에 집중되어 런던 외부에서 런던으로 들어서는 주요 길목에는 사실상 순찰병력 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결국, 이렇게 런던 사령부라는 1차 방어선이 돌파되자, 남은 건 경찰이었다.
문제는 불행하게도 이때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인물이 찰스 워렌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침내 군에서 구국의 결단을 내렸구나! 만세! 연합왕국 만세! 여왕 폐하 만만세! 이제 영국은 살았다! 이로써 우리 영국은 다시금 위대해지리라!"
모두 육군 내부에 영국 파시스트 연맹에 이름을 올려둔 당원들이나 잠재적 조력자들이 산재하고 있던 덕분이었다. 육군이 궐기했다는 소리를 들은 찰스 워렌은 무릎을 탁 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곧장 육군의 런던 행군을 보좌할 것을 명령했다. 그들이 가는 골목마다 선동꾼을 보내어 만세삼창을 부르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마치 런던 시민이 육군의 반란을 환영하는 듯 보이게 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공작은 사실 본래 런던의 시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함이었지만, 전혀 엉뚱하게도 이는 반란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크게 동요시켰다.
"""여왕 폐하 만세! 혁명 만세! 대영제국 만만세!"""
"뭐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인파들은 도대체 뭐고?"
"혁명?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런던에 무슨 일이 난 건가?"
병사들은 혁명이라는 소리를 듣고서도 쉽게 자신들이 그 군사혁명의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애당초, 그들은 이때까지도 자신들이 반란에 참여하게 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바람잡이들이 외쳐대는 혁명이라는 단어도 이들을 동요 시켰다. 그들은 파시스트 혁명이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었지만, 이를 듣는 병사들은 공산 혁명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였다면 병사들이 동요할 것까지는 없었다. 요즈음에 공산 혁명을 외치는 극좌 폭력단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만일 여기까지였다면 병사들의 행로에 나타난 이들 또한 그런 극좌세력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말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극좌(?) 폭도들이 병사들을 보고서 당황하거나 적의를 보이기는커녕, 만세를 외치면서 환영하는 의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상상하기란 병사들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 런던은 공격받고 있다. 군부 내에 공산주의자들과 결탁한 배신자들이 런던을 점령한 것이 분명하다! 터무니없는 오해였으나, 이는 병사들에게 대번에 싸워야만 하는 동기를 유발하였다.
"여왕 폐하께서 위험하시다!"
"모두 진격! 빨갱이 놈들의 공격으로부터 제국을 지켜내자!"
상황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부사관들은 혹시 자신들에게도 정보가 계속 왜곡되고 있던 것 아닌가 의심하여 병사들의 여론에 금세 휩쓸리고 말았고, 장교는 이것이 터무니없는 오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자신들이 반란군이라는 사실을 병사들에게 고백할 수도 없었던 만큼 침묵했다. 반란군은 더욱 거침없이 진격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목적지에는 왕궁과 국회의사당이 있었다.
그제야 런던 사령부에서도 뒤늦게 이들이 해군육전대가 아니라 반란군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이를 막아서려 했지만, 이는 반란군의 오해를 더욱 강화했다. 이들은 런던 사령부가 이미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점령되었다고 착각했다. 만일 정말로 런던 사령부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점령되지 않았다면 빨갱이들을 진압하러 온 자신들을 왜 막으려 들겠느냐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이는 핑계에 가까웠다. 이들 모두가 이러한 착각에 휩쓸리기에 이들의 논리는 너무나 빈약했다. 그러나 이것이 착각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이 반란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는 걸 아는 인물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입 밖으로 내려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잔뜩 화가 나 있었고, 화를 분출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가지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향연은, 이러한 분노를 터뜨리기에 더없이 적절한 상황이었다.
"빨갱이들을 때려잡자!"
"와! 여왕 폐하 만세! 연합왕국 만만세!"
결국, 런던 시내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매우 급한 상황은 곧장 내각과 왕실에도 전해졌다. 문제는 그들에게 전해진 정보 또한 왜곡되었던 것이다.
"설마하니, 공산주의자들이 육군에마저 침투해 있었을 줄이야···!"
이들은 반란군의 정체가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착각했다. 이유는 공교롭게도 런던에 진입하는 제7보병여단을 향해 혁명 만세를 외치던 인파들 때문이었다. 반란군이 이들을 보고서 공산주의자들이 런던을 점령했다고 착각했듯이, 이들은 공산주의자들이 런던을 공격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이들에게 문제는, 공산주의자들이 육군에 침투하여 적색 쿠데타를 일으키는 순간까지도 내각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짐작조차 못 했다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할 정보가 현저히 부족했다. 육군이 공산주의자들에게 통째로 넘어간 것인지 일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인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적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니 자연스레 어디까지가 아군인지도 알 수 없었다. 런던을 공격하고 있는 반란군만 진압하면 끝인지, 아니면 지금 반란군과 싸우고 있는 런던 사령부가 최후의 아군인 것인지, 아니면 런던 사령부조차 싸우는 시늉만 하다가 조만간 본색을 드러낼 예정인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침착하게 고민하고만 있을 시간도 없었다. 만일 정말로 공산주의자들이 런던을 장악하게 된다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은 당연히 피의 대학살이었다. 귀족들은 확실하게 목숨을 잃을 것이고, 자본가들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 단순 군사반란이라면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할 시간적 여유라도 있었을 테지만,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라면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나, 나는 구원군을 요청하러 다녀오겠네!"
"나는 지방 의회들에 지지를 요구하러 다녀오겠네! 반드시 연합왕국을 지켜내자고 말이야!"
"콜록콜록! 갑자기 독감 기운이···."
의회는 와해 되었다. 의원들은 갖은 핑계를 대면서 런던을 탈출하거나, 아니면 시종들의 옷을 훔쳐 평범한 런던 시민인체하며 숨어들었다. 아직 런던 사령부에서 반란군과 교전 중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소리 소문도 없이 런던 시내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공산 반군은 런던 사령부 또한 이번 공산 반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내각은 진압군을 신뢰하지 못했다. 당장 항명에 동참하면서 육군의 처우 개선을 요구한 건 런던 사령부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공산 반군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미 항명이라는 전례가 있는 진압군 또한 신뢰할 수 없는 건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의회가 뿔뿔이 흩어졌다면, 내각은 포츠머스로 후퇴했다. 해군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왕실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았다. 왕실은 내각의 뒤를 쫓았다. 이렇게 런던이 텅 비게 되자, 지킬 상대를 잃어버린 런던 사령부는 힘없이 반란군에게 투항해 버렸다. 그리고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된 병사들은 망연자실하고야 말았다.
"우리가 반란군이었다는 말이야?"
"말도 안 돼! 우린 빨갱이들을 죽인 거야! 빨갱이 놈들로부터 이 연합왕국을 지킨 거라고!"
"여왕 폐하께서 런던을 버리셨다는 말인가? 허, 허허···."
막상 런던을 차지하고서 망연자실한 것은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또한 충동적으로 반란을 일으키면서도, 내심 반란이 실패할 거라 여기고 있던 것이다. 당연히 런던을 차지하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라던가 어떻게 정부를 짤 것인가 같은 건 생각해본 적 없었다. 만에 하나 성공한다면, 여왕을 잘 설득하여 새로 총선을 개최하여 더욱 새롭고 육군에 호의적인 내각을 구성한다-까지가 이들이 구상한 미래계획 전부였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런던을 차지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왕실마저 런던을 포기했다. 여왕이 런던에서 도망쳤으니 당연히 의회 해산이나 총선 같은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직접 영국을 지배하고 통치하기에는 그들에게는 아무런 비전도 없었다. 만일 정말로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이었다면 하다못해 공산 혁명을 완수한다는 목표라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공산주의자는커녕 왕정주의자에 가까웠다.
이렇게 되니 런던은 사실상 텅 빈 꼴이 되었다. 왕실과 내각은 포츠머스로 도망쳤고, 런던을 차지한 반란군에게는 영국을 통치할 계획도 그럴만한 능력도 없었다. 이런 와중 런던은 여전히 극우 극좌 단체들의 폭동이 한창이었고, 사태 초기의 혼란이 가라앉으면서 실질적으로 반란에 가담하고 또한 주동한 건 육군 내에서도 극히 소수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고작 해봐야 1개 여단에 런던을 내주다니!"
뒤늦게 분통이 터져 가슴을 두드려도 소용없었다. 결국, 헛된 정보에 속아 런던을 허무하게 내준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는가? 반란군이 망연자실해 있는 동안, 내각은 해군과 함께 육군 각 부대에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다. 어서 빨리 반란을 진압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육군의 대답은 이러했다.
"우리가 도대체 왜?"
"런던, 런던이 우리 손에 들어왔단 말이지··· 흐흐흐! 그래, 런던이 우리 손에 들어왔어!"
"만세! 마침내 영국이 다시금 우리 군부의 손에 돌아왔다!"
침묵하거나 진압에 동조하고 있던 육군 부대들조차, 막상 고작해야 1개 여단의 손에 런던이 함락되는 걸 보고서는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당초, 이들이라고 지금의 영국이 달가웠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에 아예 침묵하거나 반란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뿐이었다.
거기에 반란군이 런던에 남은 노동당과 영국 파시스트 연맹에 정권을 이양하면서 이제는 시민의 지지도 모이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이들에게 혁명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어차피 지금 이대로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천천히 가라앉는 꼴이 될 바에야, 어떤 형태의 변화라도 좋으니까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보다 격정적이고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한 것이다.
노동당과 영국 파시스트 연맹은 그 대표 격이었다. 이 좌우합작이 오래 계속될 거라 전망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들이 표적으로 삼는 공동의 적이 따로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난동을 부리던 폭도들은 혁명군으로 다시 태어났다.
"브리튼 공화국 만세! 혁명위원회 만세!"
결국, 군사반란은 혁명이 되었다. 분노한 시민의 야유와 오물투척 속에서 왕실과 내각은 포츠머스에서 내쫓겨 에든버러로, 다시 글래스고로 도망쳤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보다 멀리 도망쳤다.
그들은 대양을 건너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