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화 반항기?
다만, 이러한 판단이 나오게 된 건 이번만큼은 이형의 독단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형은 이 문제에 다소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천하회맹이 설령 만들어지더라도 힘을 가지기는 어렵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실패하고 다음 국제기구를 구상하는 게 낫겠어.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것보다야 한번 실패라도 해보는 게 다들 뭐라도 느끼는 게 있을 테니까."
더욱 정확히는, 「차라리 빨리 실패시켜 버리자」였지만 말이다. 천하회맹 본부가 어느 나라에 자리 잡게 되건 이미 영국이 저렇게 되어버린 이상 전간기 질서 건설로 이어질 수는 없을 테니 구태여 본부를 유치하는 데에 노력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계산도 있었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주장대로 제네바에 자리 잡게 두어도 딱히 나쁠 건 없었다. 아니 기껏 유럽에 자리 잡도록 만들었다가 정작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천하회맹이 이룩한 누더기 질서가 붕괴한다면 그 뒤를 이어 만들어질 국제기구를 아시아에서 유치할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형의 판단이었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은 어윤중을 필두로 한 장관진이었다.
"그러니까, 한 줄로 줄이자면 인도로 망명 온 망명정부의 정통성을 근거로 인도에 천하회맹에 유치하자는 거요?"
"예, 그렇습니다."
"···아예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니구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시국에 일부러 모험할 필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소. 어차피 우리가 반대해봐야 프랑스에서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일인 건데, 우리 대한이 일부러 그래야 할 이유라도 있소?"
어전회의에서 뜻밖에도 반대 의사에 직면한 이형은 내심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윤중은 대표적인 친불파가 아니던가. 애당초, 본인부터가 프랑스 유학생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도에 천하회맹을 주최하자는 주장은 프랑스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제안이었다는 점이다.
당장에 위치부터가 그러했다. 영국은 대서양에 있으니 미국과 프랑스의 정 가운데에 있고, 스위스는 유럽 한복판에 있으니 프랑스에 유리하기는 해도 아무튼 일단 서구권이므로 미국에서도 한 번쯤 고려해봄 직하다. 그러나 인도는? 일단 미국으로서는 전혀 공통분모가 없고, 프랑스는 프랑스대로 자신들의 영향력이 거의 닿지 않는 엉뚱한 곳에 있게 되는 격이다.
'이 녀석들 이제는 우리도 세계를 주도하는 열강이 되었다는 생각에 괜히 헛바람이 든 거 아닌가?'
이형으로서는 이런 의심부터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속된 말로 하자면, 국뽕에 취해서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애당초 인도 유치를 옹호해서 호의를 살 수 있는 나라는 영국 망명정부 하나고, 그 영국 망명정부 하나를 위해서 미국, 프랑스의 경계를 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상책은 아닌 듯 보였다.
물론 그들에게는 여전히 세계 제1위의 함대가 있다. 왕실이 있으니 대영제국의 정통성은 이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대영제국의 유산도 그들에게 중심적으로 분배될 수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들을 옹호하면서 적극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시도 자체가 미국과 프랑스에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과 프랑스가 당분간 서구권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동안 조용히 구석에서 내실을 다질 작정이던 이형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는 없었다.
"우선 경청하리다. 나를 설득해보시오. 설득에 성공한다면, 기꺼이 경들의 계책에 따르겠소."
그렇지만 이형은 그렇다고 이들의 의견을 아예 들은 체도 하지 않고서 넘기지는 않았다. 이것이 객관적으로 현 장관진의 사고관이 얼마나 트여있는지를 확인할 기회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만일 그들이 정말로 이형의 의심대로 국수주의적 사고방식에 흠뻑 취해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라면 당연히 이에 대한 질책이 따라야 할 테고, 심하면 파면도 고려해볼 만했다.
처음 입을 연 것은 이 이야기를 꺼낸 어윤중이 아니라 외부장관 김옥균이었다.
"외부에서는 현 영국 혁명위원회가 아일랜드의 독립을 승인해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안 그래도 정통성도 부족한 놈들인데 영토까지 잃어버린다면 못난 놈이라 손가락질을 당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 있소?"
"지금이야 망명정부를 옹호하고 있으나, 만일 프랑스 제국에서 영국 망명정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게 된다면 프랑스는 혁명정부를 영국의 정통 정부로 인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랑스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영국 열도를 합법적으로 수중에 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계속해보시오."
이때부터 이형은 턱을 괴기 시작했다. 경청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지만, 이형에게는 이렇게 턱을 괴고 삐딱한 자세를 취하는 게 도리어 진지하게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김옥균은 한 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 올리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 경우 프랑스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보장하였던 지난 리옹 회담에서의 결정을 무르거나 흐릿하게 하려 시도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한·미·불 삼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시작부터 깨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프랑스는 영국 본토의 산업력을 기반으로 유럽 대륙을 무릎 꿇릴 기반을 얻습니다. 세계통수와 유럽패권 중 고르라 한다면, 저들은 꼭 후자를 택하겠지요."
"흠··· 나쁘지 않구려. 그렇지만, 그건 결국 저들이 신의를 저버릴 것이라는 전제로 하는 이야기잖소. 만일 저들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면 어떻겠소?"
"폐하, 잊으셨습니까? 저들은 저 월남의 독립을 두고서도 몇 번이고 말을 바꾸며 질질 끌어온 자들입니다. 어찌 저들의 약속을 신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김옥균의 대답에는 불신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여기에는 이형도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월남 문제로 프랑스가 필요 이상으로 질질 끌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결국, 한불동맹의 유효기한이 거의 끝나고,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한국의 도움이 절실해진 다음에야 겨우 월남을 손에서 놔주지 않았던가. 제아무리 한국 국내에 친불파 인사들이 많아도, 이건 도가 지나친 처사였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약속 하나 똑바로 지키지 못할 만큼 탐욕스러운 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결국 처음부터 한국을 진지한 교섭 상대로 생각한 적 없다는 이야기와 뭐가 다른가? 그러지 않고서야 한국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기 직전이 되어서야 월남을 놓아주는 건 설명이 되지를 않았다. 김옥균을 위시한 외부 입장에서는 프랑스를 신뢰하지 못할 수밖에는 없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우리 대한만이 아니라 미리견도 있지. 아무리 프랑스라도 설마하니 두 열강을 상대로 한 약속을 깨고자 하겠는가?"
"만일 프랑스인들이 저 영국 혁명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우리 대한에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이미 합중국에서 아일랜드의 독립을 지지하게 된 이상 프랑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영국 혁명정부에서 아무리 오래 버텨도 결국 아일랜드는 독립하게 될 것이고, 그 경우 혁명정부는 붕괴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가 영국 왕실이 본국으로 돌아갈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고, 이때를 놓치면 저들은 두 번 다시 연합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겠지요.
그리고 저들이 결국 본국으로 돌아가건, 돌아가지 못하건 우리 대한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저들이 끝내 연합왕국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대한에서는 그들이 가장 힘겨울 적에 그들을 옹호해준 은혜를 들어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제안할 수 있을 것이고, 돌아가지 못하고서 인도에 발이 묶인다면 앞으로도 저들은 우리 대한의 친절한 이웃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대한이 이리도 우방과의 신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세계만방에 알릴 수도 있을 테니, 이 길이야말로 상책인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지도를 봐주십시오."
그제야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어윤중이 나섰다. 그는 세계지도를 꺼내와 이형의 눈앞에 펼쳤다. 그 지도에는 지난번 미국과 타협할 적에 태평양 한가운데에 그었던 길쭉한 세로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이형은 설마 하는 마음에 되물었다.
"분명 그 선이 미드웨이 암초를 기준으로 그어졌으니까··· 호주 대륙도 서쪽, 그러니까 우리 대한의 영역에 있었지. 그걸 근거로 들어서 호주 대륙을 차지하자는 거요?"
"조금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기는 합니다. 그때 선을 그을 적에는 저들도 설마하니 호주 대륙의 처우를 논하게 될 줄은 몰랐을 테니, 이제 와서 우리 대한이 호주 대륙을 아주 차지하겠다고 나선다면 분명 미국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지요. 그렇지만 최소한 우리 대한에서 다소 우세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영길리도 천축에 발이 묶이는 동안에는 우리의 간섭을 무시할 수 없을 테니 호주에서 다소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정도야 따를 수밖에는 없을 테고. 그렇지만, 어떤 양보를 생각하고 있는 거요?"
"듣자니, 호주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이 부족하여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 아주 대륙은 언제나 세계에서 제일 사람이 넘쳐나는 대륙입니다. 일부러 우리 백성을 호주 대륙으로 보내고자 나설 것도 없이, 저들에게 이주에 관련한 제약을 풀도록 하는 조건으로 장차 호주에서 무엇을 수출하건 우리 아주 대륙에서 책임지고서 수입하겠다 나서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장차 호주 대륙을 황인종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거 아니요?"
"황상, 소신은 여전히 경제야말로 천하에 전란이 끊이지를 않는 원흉이라 믿사옵니다. 일손이 는다면 호주 대륙에서는 그간 일손이 부족하여 차마 할 수 없었던 개척들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풍요로운 아주 대륙과의 교역은 주민의 소득수준을 크게 끌어올려 줄 것입니다. 어찌 이것이 호주인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허, 참."
이형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윤중의 논리가 그야말로 형태만 바꾼 제국주의 논리였던 까닭이다. 러시아 혁명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배우고 오라 했더니, 제국주의를 배우고서 돌아온 모양이었다. 하기야, 다른 나라의 혁명에 개입하여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자체가 제국주의가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김옥균의 논리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건 신뢰하지 못하는 거고, 결국 지금은 프랑스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뒤통수를 치는 게 더 이익이 될 거라는 이야기 아닌가. 신의를 취사 선택하겠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면 내가 갑자기 이 자리에서 쓰러져도 이 나라를 맡겨볼 만하겠어.'
때문에, 이형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결국, 결론은 기회가 찾아왔으니 놓치지 말라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이형이 한결같이 명분보다는 실리를, 안정보다는 패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형의 통치기 동안, 유교적 명분론에 연연하던 조선이 실리적 외교와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대한제국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새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까닭인지 제 위치를 망각하고 과욕을 부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말이다. 그거야 세대가 지나면서 노하우가 쌓이고 또 쌓이면서 해결될 문제였고, 또 이형의 이러한 우려가 지나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이형이 결단 내리기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이걸 그냥 들어주자니 너무 위험해 보이고, 무시하자니 이 녀석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합치는 일이 앞으로 없을 것 같고. 이를 어쩐다···.'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말로 난제였다. 받아들이자니 프랑스와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거절하자니 이형 사후 찾아오게 될 집단지도체제를 이형 스스로 망치는 꼴이었다. 무엇보다, 서로 의견이 완전히 충돌하는 때도 드물지만 일치하는 경우는 더 드문 김옥균과 어윤중 두 사람이 또 같은 목소리를 낼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형으로서는 함부로 물러날 수도, 그렇다고 자기 뜻을 밀어붙이기에도 모호한 상황에 놓인 셈이었다.
"경들도 여기에 찬성하는 거요?"
이형은 흘끗 한 번 좌중을 둘러보았다. 다른 장관들은 다들 어물쩍어물쩍 눈치를 보기만 할 뿐 선뜻 나서지 않았다. 하기야, 지난 암살미수 사건으로 김가진이 책임을 물어 실각하게 된 이래로 그나마 내각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인물들이 있다면 이들 둘이 대표적이었다. 그 두 명이 입을 모았으니 나머지 장관들로서는 선뜻 나설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애당초, 박규수를 위시한 진짜배기 원로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서 자리를 비운 지금 김옥균, 어윤중을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경험과 경력이 화려한 이들도 드물었다.
'역시 슬슬 가진이 녀석을 다시 불러와야 하나.'
이형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슬슬 다시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지금 당장 다시 불러와야 하는 이유가 지금 막 보인 것 같았다. 물론 곧장 내부 장관직을 다시 맡길 수는 없을 테고, 최대로 잡아도 차관급이 고작이겠지만 말이다.
그때 입을 연 것은 총리인 김홍집이었다.
"두 분이 물러나실 생각이 없는 듯하고, 아무래도 황상께서도 썩 마음이 동하시지 않는 듯하니, 우선 이 일은 의회의 표결에 맡기는 것이 어떨는지요?"
"그러니까, 의회에서 정하는 대로 따라가자는 거요?"
"그렇습니다. 만일 황상께서 마음을 굳히신다면 얼마든지 소신들의 뜻을 꺾으실 수 있으심에도, 그렇지 않고 계신 것은 감히 추측하건대 황상께서도 두 분의 말에도 옳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옵니다. 하오면, 이 나라의 의원들 생각은 어떠한지 알아보고 난 다음 결론을 내리는 건 어떠신지요?"
"그거 명안이구려!"
이형은 무릎을 탁 치고서 소리를 질렀다. 되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방안을 스스로 생각해내지 못한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그만큼, 그동안 의회가 존재감이 없었던 탓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총리 김홍집의 제안으로 이 문제는 결국 의회의 표결로 넘어갔다. 그리고 의회는 결국 김옥균과 어윤중, 두 사람의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기존 정치 원로들이 세상을 뜬 와중에 김옥균과 어윤중, 그리고 김홍집 이 급진개화파 세 사람이 사실상 뜻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이형은 그 기저에 더욱 중요한 심리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 녀석들, 개겨 볼 작정이구먼. 아직 전면에 나서서 아득바득 대들지는 않아도, 내가 양보할 것 같을 때 틈틈이 개겨 두겠다, 이건가?'
이는 의회에서 권력욕을 내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그동안은 황제의 목소리에 눌려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황제가 어디 개겨 보라고 부추기지 않아도 은근히 낌새만 풍기면 황제의 뜻에 반하여 자신들만의 의사를 내보이려 하고 있던 것이다.
"이거 원철이 놈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이형은 은근히 쓴웃음을 지었다. 기뻐하는 듯, 아닌 듯 묘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국은 천하회맹을 인도에 두자고 나서면서 프랑스에 맞서 목소리를 키웠다.
한국에 뜻밖이었던 것은, 예상과는 달리 프랑스에서 시원하게 한국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위스 제네바 안을 포기해 버렸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