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475화 (475/530)

475화 결단

어째서 프랑스에서 예상과는 달리 순순히 양보에 나섰는가. 해답은 간단했다. 루이가 대표하는 군부가 정부의 노선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세계 패권을 논할 처지입니까?"

아니, 더욱 엄밀하게 말하자면 반기라고 하기에도 뭐 했다. 루이는 단지 영국 혁명에 개입할 방도를 묻는 벨로네 위시한 내각에 단 한마디를 돌려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루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는 그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졌다. 물론, 그것도 온전히 전해졌다고 하기에는 뭐 했지만 말이다. 내각에는 유럽패권을 더 우선하자는 식으로 해석되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이 무렵 루이는 고뇌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프랑스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 문제 때문이었다.

'저지대를 병합하면 다소라도 이 인구 문제가 해결될 거라 낙관하고 있었더니, 되려 저지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헌병대에 빨려 들어가는 신병이 너무 많아. 정작 전투병과로 돌릴 신병이 부족해.'

서류를 펄럭이며 루이는 골머리를 앓았다. 서류는 1901년 프랑스 대육군의 징병 현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서류가 말하고 있는 건 간단했다. 네덜란드인들은 프랑스의 통치에 순순히 따르려 하고 있지 않으며, 네덜란드인들의 저항으로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지는 몰라도 군사적으로는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100여 년 전과는 다르게 더는 프랑스는 유럽 제일의 인구 대국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때는 그 인구 덕분에 그야말로 전 유럽과 전쟁을 해도 한동안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독일과 러시아에는 확실하게 뒤처지고 있었고 네덜란드도 확실하게 압도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웠다.

다시 말해, 100여 년 전처럼 압도적인 인구를 앞세워 해당 지역의 문화를 동화시키는 전략 그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물며 네덜란드인들이 순순히 프랑스의 통치에 순응했어도 어려웠을 것을, 네덜란드인들은 영국의 배신 이후에도 프랑스에 순응하기는커녕 지하 저항조직을 운영하며 어떻게든 프랑스의 통치에 맞서려고 하고 있었다.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4명씩은 낳아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거야 원."

루이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지대의 군정 사령관으로서, 이는 루이에게 끝도 없는 두통을 불러일으켰다. 네덜란드인들을 국외추방하고 그만큼 프랑스인들이 이주해오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표면상으로는 바타비아 공화국의 자치를 인정하면서 은근히 단계적인 프랑스화 교육을 하고 있는 지금도 썩 주민의 반응이 좋다고 하기 어려운데 강제이주까지 동원하면 진짜로 무력봉기라도 각오해야 할 판국이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강제이주 전략을 펼친다고 해도 확실하게 저지대에서 프랑스계가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는 없다. 황제의 전제독재정이 끝났지만, 수상 벨로네 위시한 내각은 국정을 돌보면서도 은근히 황제와 군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다시 말해, 현 프랑스는 황제-내각-군부라는 삼두정치 체제인 격이었다.

어느 한쪽이 나머지 둘을 찍어누를 수 있거나, 아니면 이들 셋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강제이주와 같은 초강경 정책은 아무래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유화책을 펼치자니 100년, 200년 후에나 합병이 가능할 판국이었다. 그 탓에 소요될 시간과 예산을 고려하면 차라리 합병을 포기하는 게 나은 수준이었다.

"차라리 저지대에 우호적인 동맹국을 수립한 것으로 만족하고, 합병안은 포기하는 게 나은 거 아닌가?"

그리고 실제로도 루이는 이 무렵 합병안에 대하여 회의적인 생각을 지니게 된 지 오래였다. 그야 조국의 영토가 늘어나는 것에 기쁘지 않을 군인이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그 새로운 영토 때문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온건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강경책을 동원하기에는 상황이 허락해주지를 않는다.

그럼 하다못해 현상 유지라도 쉬워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틈만 나면 파업을 일으키거나 순찰을 하고 있던 헌병대에게 오물 따위를 던져대는 통에 주둔군은 날마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든 적이 없었고, 잊을만하면 숨겨져 있던 무기가 발각되니 혹 지하에서 은근히 무력봉기가 계획되고 있는 건 아닐까에 대해 의심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러한 루이의 생각에 쐐기를 박아준 것은 이튿날 그를 만나러 온 조지프의 불평이었다.

"그거 들으셨습니까? 이번에 물개들 예산 늘려준다고 저희는 당분간 짜져있으랍니다."

"그거야 들었지. 뭐, 나도 그 결정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지난 전쟁에서 주요 전투함들을 거의 다 소진해 버렸으니, 그야 전력을 복구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우대받아도 어쩔 수 없지."

"쳇, 보나 마나 지난번에 항명했던 걸 두고서 미운털이 박힌 겁니다. 아니, 말이 되는 명령을 했어야 따르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린 게 누구인데 그거 가지고 아직 꽁해져 있어서는···!"

조지프는 투덜거리며 담배 연기를 뻑뻑 내뱉었다. 루이는 차마 동조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하고서 쓴웃음만 지을 따름이었다. 육군에 대한 은근한 소외와 해군에 대한 은근한 편애가 지난번 대육군의 항명 때문일 거라는 조지프의 추리가 딱히 틀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황제나 내각에 있어서는 언제 또 칼을 거꾸로 쥘지 모르는 육군의 폭주가 두려울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니 육군이 함부로 불평하지 못하는 선 안에서는 은근히 육군의 힘을 깎아내려 노력하고 있던 것이다. 그걸 루이라고 모르는 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이 불만으로 똘똘 뭉친 대육군을 이끌고서 쿠데타를 꾀할 생각도 없던 루이로서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그때 한번 크게 터뜨려볼 걸 흐지부지된 게 아직도 후회스럽나?"

"예! ···가 아니라, 흠흠. 후회스러울 것까지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하는 짓들이 하나같이 좀스러우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이지요. 그보다-."

그리 말하면서 조지프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한눈에 보아도 웅장한 전함이 그려져 있는 서류였다. 조지프가 던지듯 건넨 서류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든 루이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 이런 전함이 취향이었나? 뭐, 나도 그런 사소한 취향을 두고서 하나하나 문제 삼을 생각은 없네만, 만일 그랬다면 해군을 지망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무슨 소리십니까. 그거, 이번에 물개 놈들이 새로 건조하겠다는 전함입니다. 듣자 하니 한국에서 이번에 만들고 있는 걸 보고서 상당히 열 받은 것 같던데, 그래서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 것보다 더 거창한 걸 만들어 보려는 모양입니다."

"뭐야, 그런 거였나? ···으음, 지금 내가 해군 쪽 배수량 단위에는 눈이 어두워서 그런데, 2만 톤이면 어느 정도나 되는 거지?"

"한국에서 만들고 있던 것도 한 1만 6천 톤인가 8천 톤인가 그랬으니까 그보다는 확실히 크고, 지난번에 해군 놈들이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전함과 비교하면 한 2배쯤 되겠군요."

"···굉장히 비싸겠군."

"그야 당연한 말씀을."

그게 무슨 대수냐고 말하는 듯한 조지프의 대답에 루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기술 장교가 아닌 그로서는 그만한 전함을 만드는데 들어갈 기술적 난항이라던가, 상징성이라던가 하는 것보다는 가격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는 없었다. 아닌 말로, 철근 콘크리트와 모래 등으로 200미터 길이의 참호선을 만든다고 쳐도 들어가는 수고와 물자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하물며 그걸 통째로 쇠로, 그것도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것마저 가능하도록 동력기관을 더한다면 어떨까. 일단 그만한 쇳덩이이니 기관차보다는 더 거대하고 강력한 동력원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그걸 운용하는 데 필요한 석탄과 인력도 확 늘어난다. 만드는데 들어가는 예산도 예산이지만, 유지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언제나 한정되어있는 만큼, 그렇게 해군 쪽에서 어마어마한 예산을 끌어갈수록 육군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은 나날이 곤궁해질 수밖에는 없다.

"이번에 물개 놈들이 으스대면서 하는 말이 이놈을 한 3척 뽑고 난 다음에는 이놈보다 더 큰 놈도 뽑을 예정이라던데, 이거 또 베르사유 근처에서 포격 훈련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확! 영국 놈들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미리 말해두지만, 만일 자네가 그런 소동을 일으킨다면 나는 기꺼이 프랑스 대육군의 대원수로서 자네를 군사재판에 부칠 거야."

"그냥 하는 말입니다, 그냥 하는 말. 쯧, 진짜로 그럴 생각이었으면 저도 이러고 있겠습니까? 하도 답답하니까 이러는 거지."

탁상에 궐련을 비벼 끄면서, 조지프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물론 해군에서 이런 거창한 건함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내각에서도 군비를 평소보다 더 많이 책정해주긴 하겠지만, 그래 봐야 해군이 거의 다 끌어써서 육군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확 줄어들게 뻔히 보이는데 불평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당장에 프랑스가 외적의 위협에 직면한 건 아니지만, 요즈음 유럽의 정세가 정세이지 않던가? 꼭 프랑스가 직접 전쟁에 휘말리지는 않더라도, 해외파병이나 무력시위 정도의 분쟁상황은 끊이지 않을 게 확실했다. 그런 와중에 예산이 줄어든다면, 당장 월급이 밀리지는 않더라도 육군 쪽에서 계획하고 있던 이런저런 사업들이 죄다 취소되거나 축소되지 않겠는가.

조제프로서는 저 전함 한 척 뽑을 돈이면 신형 대포를 몇백대를 뽑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배알이 꼴렸다. 하지만 루이가 주목한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럼 이 전함을 유지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거지?'

우선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면, 애초에 육군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해군 부사관이나 장교들을 빼고서 일단 저 전함 1척에 못해도 수병이 600명은 탑승할 테니 육군은 그만큼의 징병 대상자를 해군에게 빼앗긴다. 저 전함을 건조하고 유지하려면 또 그만큼의 비전투 기술 인력과 시설이 필요할 테고, 지금껏 없던 거대한 전함을 수용하려면 지금껏 사용하던 낡은 시설들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럼 그 시설들을 새로 만드는데 또 인력을 빼앗길 텐데, 그걸로 끝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함은 뭐 혼자서 다니던가? 전함을 새로 뽑았으면 이제 또 그만큼 전함과 함께 싸워줄 보조 전투함도 새로 뽑아야 한다. 그리고 전함이 저렇게 거대하다면 그 전함을 보조해줄 보조 전투함도 그만큼 크고 강해야 균형이 맞다. 그리고 그 보조 전투함까지 만들고 나면? 이제 저 터무니 없이 거대한 함대를 먹여 살릴 보급함대가 필요하다.

'맙소사.'

루이는 이마를 짚었다. 눈앞이 절로 아득해져 오는 기분이었다. 머리로는 이게 프랑스의 국익에 필요한 일이라는 걸 이해해도, 그걸 위해 해군에게 빼앗길 인력과 예산을 생각하면 뭐라고 한마디 하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해군에게 빼앗기고 헌병대에 빼앗기다 보면 결국 육군에게 가장 절실한 진짜로 전쟁에 나가서 싸울 인력은 어디서 충당한다는 말인가?

프랑스의 인구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언제나 더디게 성장하고 있고, 네덜란드인들까지 징병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프랑스를 위해 충성하기는커녕 기꺼이 탈영해서 지하저항조직에 참여할 것이며, 식민지인들을 징병한다면 식민지인들도 최소 대우 개선, 최악 독립을 요구할 텐데 말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오, 드디어 결심이 서신 겁니까?"

"그래, 결심했다."

루이가 문득 중얼거린 한마디에 조지프는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었다. 아닌척해도, 내심은 뒤늦게라도 루이가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던 까닭이다. 그러나 루이의 결심은 그가 기대하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가면 저지대는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막상 우리 프랑스 대육군이 약해지고 말아. 차라리 이럴 바에야 바타비아 공화국의 독립을 허락하는 대가로 저지대 방어는 네덜란드 놈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겠어."

"···예? 아니, 뭐. 그게 이치에 맞기는 합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그만한 피와 재화를 쏟아서 겨우 얻은 신영토 아닙니까. 그냥 놔주자고 해봐야 들은 체도 안 할 텐데요."

"그럼 그놈의 세계통치를 포기하든 유럽패권을 포기하든 하라고 해야겠지. 지금 유럽에서 언제 세계대전이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에 육군 규모를 줄일 수도 없고, 저런 거창한 전함 사업에, 저지대 군정에, 세계통치에 이것저것 다 유지하겠다고 욕심부리다 보면 머지않아 이 나라가 결딴날 거다. 지금은 차라리 포기할 건 포기하더라도 챙길 수 있는 것만 챙기고 빠져나와야 해."

"아, 네. 뭐··· 음. 힘내보십시오."

조지프의 떨떠름한 한마디를 뒤로 한 체, 루이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내각에 네덜란드 해방, 혹은 세계통치의 포기를 건의하기 위함이었다. 현지 주민이 군정에 비협조적이라 앞으로 10년 더 지난다고 해도 저지대 지역이 안정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진짜로 큰일이 터지기 전에 이만 저지대를 놓아주던가 아예 저지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달라는 건의였다.

그리고 이는 다름 아닌 현 프랑스 대육군의 실질적인 통수권자의 건의였던 만큼, 사뭇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기왕에 이렇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차라리 둘 다 유예하고서 유럽패권에만 집중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제는 수상이 된 벨로네의 판단은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세계통치도 저지대 군정도 둘 다 포기해버리자는 것이었다. 당장 유럽에서 또 한차례 대전이 터지려는 기미가 보이는 와중에 현실적으로 저지대의 반발을 지금처럼 찍어눌러 봐야 언제까지 유지하겠으며, 인제야 해군을 조금씩 재건하는 판국에 무슨 세계통치냐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나온 결단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세계통치와 저지대 군정은 애초에 시도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었다. 애당초 두 가지 모두 황제가 벌여놓은 일을 차마 명분도 없이 무를 수도 없어 유지하던 것뿐, 루이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준다면 기꺼이 무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다만 이는 벨로네의 판단이었을 뿐, 내각 전체의 뜻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국민이 이를 두고 뭐라고 하겠소? 보나 마나 이게 다 나약한 내각 탓이라고 할 테지. 나는 못 하오. 하려면 혼자서 하시오."

"폐하께서 이미 뜻을 굳히셨는데 어찌 프랑스의 신하 된 도리로 이에 거스를 수 있다는 말이오? 이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충이 아닐까 우려되는구려."

벨로네와 루이의 건의에 대한 내각의 반응은 딱 한 단어로 줄여서 시큰둥하였다. 나폴레옹 4세의 충성파는 말할 것도 없었고, 그게 아니라도 괜히 국론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다 인기를 잃고 실각할까 두려워 그들의 주장이 옳다는 걸 알아도 일부러 모른척했다.

"도대체 이럴 거면 내각이 따로 있을 이유가 뭔가?"

이는 루이에게도 참으로 답답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에게 가장 열불이 나던 사실은 그가 군인이기에, 이 이상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려면 쿠데타라는 형태를 빌릴 수밖에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루이는 이제 와서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이 추태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 꼴이라면, 결국 프랑스는 가랑이가 찢어져 쓰러지든 두 손이 묶인 상태로 외세에 얻어터져서 쓰러지든 할 테니까.

결국, 루이의 선택은 하나였다.

"좋아, 내가 군인이라서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이 원수복 따위 벗어주마! 군인이라서 문제라면, 내가 직접 정치인이 되어서 이래라저래라 목소리를 내는 건 상관없겠지!"

그날로, 루이는 퇴역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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