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476화 (476/530)

476화 신사협정

루이의 갑작스러운 퇴역 선언에 조제프를 위시한 군 장성들은 당혹했을지언정, 루이의 정치 참여 그 자체를 말리지는 않았다.

"왜 매번 쉬운 길을 놔두고서 어려운 길을 가려고만 하십니까?"

조제프가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 이렇게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대육군을 대변하여 목소리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고, 루이가 만일 정치에 나선다면 수상을 노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루이에게 섭섭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에 군부 출신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 대부분이 선거를 통해서가 아닌 군사 정변을 통해 집권한 전례가 있기도 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왜 쿠데타가 나쁘다는 말인가? 옛 로마 제국 또한 황제 대다수가 군사 정변을 통해 제위를 획득했는데. 조제프에게 루이의 선택은 그저 눈 딱 감고 일을 저지르기만 하면 끝일 것을 구태여 어려운 길을 간다고 보였던 것이다.

"걱정하지 말게.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길일 테니까."

루이는 그런 조제프에게 환히 웃으면서 답했다. 깨어있을 때는 거의 언제나 입고 다니던 군복 대신에 양장을 입고서 군사 사령부가 아닌 문민정부에 출근해야 하는 건 다소 어색하기는 했으나,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는 자신감도 있었다. 명색이 전쟁영웅이고, 프랑스의 대원수인데 선거에서 지기라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다소 시간은 걸리고 번거롭기는 해도, 혹여나 실패한다면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하는 쿠데타에 비하면 아예 정치에 진출해버리는 것이 훨씬 확실하다는 게 이 무렵 루이의 생각이었다. 거기에, 그에게는 한 가지. 더욱 절실한 이유가 있기도 했다.

'지금 프랑스에는 단 한 사람이라도 많은 청년이 필요하다. 그들을 내전 같은 시시콜콜한 일에 헛되이 소모해버릴 수는 없어.'

루이는 내심 식은땀을 흘렸다. 이 무렵 그가 프랑스 정계에 진출하고자 결심한 것은 아직도 나폴레옹 4세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 급급한 정치인들에게 분노를 느꼈기 때문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프랑스는 세계 통치 같은 걸 노릴 때가 아니었다. 진짜로 북아프리카 식민지인들의 처우를 개선해서 그들을 프랑스 시민으로 인정하든, 전쟁을 최대한 피하고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 자연적인 인구 성장세를 회복하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군인 신분으로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없었다.

결국, 군인의 소임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는 게 일이지, 나라를 이끄는 게 아니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물론, 설령 자신이 물러나게 되더라도 조제프를 위시한 후배들이 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워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고 말이다.

"뒷일은 잘 부탁하네. 또 황제가 자리에 없다고 괜한 소리 하다가 불경죄로 끌려가거나 하지는 말고."

"하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제프의 장난스러운 응대를 받으면서, 루이는 그렇게 군인으로서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물론 그것이 더는 군부와 아무런 연관도 없게 되었다는 건 아니었다. 원수는 종신직이었고, 설령 루이 본인이 퇴역하더라도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는 여전히 프랑스 육군의 원수였다. 물론, 더는 그를 따르는 휘하의 원수부나 직속 부대들을 끌고 다닐 수는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루이 본인도 일단 퇴역을 결심한 이상 그들에게 의존할 생각이 없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그렇게 그의 바람대로 순순히 이루어질지는 또 상황을 봐야 아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루이가 군부에서 나와 정치에 입문하게 되어,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폴레옹 4세였다. 루이가 만나러 간 것은 아니고, 황제가 그를 초대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완숙해져 소년 황제 시절의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던 나폴레옹 4세는, 어딘가 피곤한 얼굴로 루이를 흘끗 노려보며 말했다.

"또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엉뚱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걸세."

"절 겁 주려고 그러십니까?"

"좌우지간 경을 그만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원래 이 정계라는 건 마굴이라서, 힘의 논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투성이니까."

나폴레옹 4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루이를 타이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야심만만한 황제와 오랜 세월 함께해온 루이는 그가 무엇을 경계하고 있는지 단박에 눈치채고서 답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이제 와서 역모를 꾸미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최소한 심각한 이야기를 할 작정이면, 그 전에 무슨 예고라도 주어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 줄 수는 없는 건가? 그런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경이 유일하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자네는 아무리 봐도 정치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말이야."

황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폴레옹 4세로서는 이제 정치를 하겠다는 인물이 아무리 그동안 오래도록 알고 지내던 상대이고, 또 서로 어떤 인물상인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지만 역모 같은 터무니 없는 단어를 그것도 그 역모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목이 날아갈 황제 본인을 상대로 입에 담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루이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었지만 말이다. 하여간, 나폴레옹 4세는 팔짱을 낀 채로 의자에 앉아 루이를 빤히 노려보다가 한마디 툭 하고 내뱉었다.

"그래서, 무엇이 그리도 답답해서 그러는 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라면 아마 시치미를 떼는 게 아니라 진짜로 모르는 거겠지. 그럼 풀어서 설명해주겠네. 나는 자네를 잘 알아. 자네가 나를 잘 아는 만큼이나 나도 자네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야. 자네는 우수한 장군이고, 전형적인 군인이야. 괜히 필요 이상으로 재물을 탐하지도, 권력이나 세력을 모으지도 않고 주어진 일에 충실한 군인 말이야. 참으로 조용하고, 참으로 충직하지.

물론, 그것도 상관이 자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을 때 말이네만."

"과찬이십니다."

"지금 비꼬는 건가? 하여간에, 그런 자네가 일부러 군에서 나와 정치에까지 뛰어들겠다고 나서는 건 무언가 불만이 있다는 거지. 그것도 아주 큰 불만이 말이야. 그 불만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자네가 직접 그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선 거고. 내 말이 틀렸나?"

"···아뇨, 정확하십니다."

루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솔직히 놀라웠다. 그간 얼굴을 보고 지낸 지 수년이 지났으니 조금은 루이에 대한 기억이 흐려질 법도 했지만, 여전히 황제는 그가 어떤 인물상이고 어떤 행동 원리를 지니고 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루이는 새삼스럽게 그가 단지 혈통만으로 지난 30여 년간 프랑스에 군림해온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불과 몇 년 전에 항명 사태를 일으키며 황제를 곤란하게 만들고 제정이 붕괴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을 고작 몇 년 만에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10년, 20년이 지났다고 해도 과연 잊을 수 있었을지 의문인 충격적인 기억이었다.

루이의 긍정이 담긴 대답에 나폴레옹 4세는 딱히 자랑스러워하거나 으스대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그럼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하게. 내가 해결해주겠네. 어떤 못된 역도 놈 탓에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자네가 한마디 더 해 주면 어지간한 건 내 선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정도의 힘은 있어. 자, 말해보게. 저지대를 놓아주자는 게 자네의 뜻인가? 그걸 위해서 정치에 나서고자 하는 건가?"

"곡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지대 독립은 단지 수단 중 하나일 뿐,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이상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뒤에 덧붙였던 인구 문제 때문에 정치에 나서고자 한다는 건데. 흐으음···."

나폴레옹 4세는 눈살을 찌푸렸다. 루이는 한눈에 이건 황제조차도 어떻게 해결해주기 어려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또, 황제가 이 문제를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황제는 턱을 괸 채 골똘히 생각하다가 루이를 가만히 노려다 보며 말했다.

"···국민이 바라는 건 이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국민이 우리 조국의 인구가 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인기를 끌기 어려운 정책들이라는 이야기야. 이미 출산장려정책이라면 당연히 실시하고 있네. 자연적인 인구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 그럼 결국 식민지에서 끌어오거나 전쟁을 피하거나 두 가지밖에는 없는데···. 두 가지 다 지금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군."

"예, 어떤 분께서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서 국력 소모는 생각도 하지 않으신 채 툭하면 패권주의를 추진하신 덕분이지요."

"경은 늘 한마디가 많아. 뒤에 몇 마디를 빼고서 「예」라고만 대답해도 충분하지 않았나?"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세상이 제가 뒤의 한마디도 꼭 덧붙여야지만 변하려고 하더군요."

루이의 독설에 나폴레옹 4세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쯧 하고 한 번 혀를 찼을 뿐. 그는 가만히 루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어디까지 올라가 볼 작정인가?"

"글쎄요. 기왕에 생각지도 않던 길에 접어들게 되었으니, 일단 힘이 닿는 한 가장 높은 곳까지를 목표해 보려고 합니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 높은 곳이 총리라고 믿지."

"그야 물론이지요. 어쩌면, 거짓말입니다."

루이는 그러고서 입을 다물었다. 나폴레옹 4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만히 루이를 노려 다 보다가 말했다.

"···신사협정을 제안하겠네."

"인구 문제는 황제 폐하께서도 어떻게 해보기 곤란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네.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강인한 프랑스를 외칠걸세. 그럼 자네가 그 반대편에서 현실을 보자고 외쳐주면 되지. 그렇게 서로 부딪히다가, 어떨 때는 내가 더는 버티지 못하는 척 물러나 주고 어떨 때는 자네가 물러나 주고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거야. 이걸로 나는 제위를 위협받을 걱정을 덜게 되고, 자네는 황제의 호적수로서 이름을 떨치게 되겠지.

또, 프랑스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위대하고 강인한 프랑스를 추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내실을 다질 수 있게 되고 말이야.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자부하네만."

"그 정도는 폐하께서 정책을 고치기만 하셔도 충분히 이 미련한 놈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이루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까?"

"경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군. 아버지께서도 그러했고, 대제께서도 그러했듯이 나는 강인한 지도자로 국민에게 기억되어야 하네. 그리고 그동안 보여준 모습도 있지. 이제 와서 내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모두 내가 나약해졌다고 비웃을 거야. 꼭 그게 아니더라도 그 강인한 모습 때문에 나를 지지하던 이들이 모두 내게서 등을 돌리겠지.

이제 나는 이 강인함에서 스스로 내려올 수도 없어. 이제 죽을 때까지 이 길을 걷는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자네를 일부러 불렀던 것이고."

나폴레옹 4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종일관 피로해 보였다. 루이는 그의 눈가가 어딘가 그늘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루이는 슬쩍 물었다.

"요즘 무언가 피로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피로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안부 인사를 듣게 되니 속이 뒤틀리는 것 같군그래."

"오, 이런. 실례했습니다."

루이는 놀라 손사래를 쳤다. 그 반면, 루이의 대답을 비꼬는 것으로 생각한 나폴레옹 4세는 눈살을 찌푸렸다. 속이 뒤틀리는 것 같다는 표현은 그에게 단순한 비유 같은 게 아니었다.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나폴레옹 4세는 루이가 두려웠다. 자신에게 적의를 품은, 군부의 충성과 존경을 받는 전쟁영웅 대원수가 너무도 두려웠던 것이다.

물론 나폴레옹 4세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 반대쪽 당파에는 그야말로 정열적인 저주와 원망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요즈음 공산주의자들이나 파시스트들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져 가고 있었다.

'이놈이 그냥 내가 미워서 괜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제위를 내놓으라고 은근히 협박하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를 않는다는 말이야.'

나폴레옹 4세는 루이가 두려웠다. 설령 루이가 그런 생각이 없다고 해도, 그를 추종하는 추종자 한 명이 일을 터뜨리고 난 다음 루이를 추대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나폴레옹 대제가 어떻게 제위에 올랐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거기에 나이를 먹으면서 기력이 쇠하니 예전 같은 정력적이고 야심만만한 행보도 썩 내키지 않았다. 젊었을 적에는 당연히 황제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하고, 오로지 황제만이 국민의 뜻을 대변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현하려 했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그러한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귀찮아진 것이다.

젊을 때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인생 전부를 사용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지만,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고 나니 인생 전부를 사용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만두고 내려오겠다고 한다면 그는 둘째치고 그 가족들의 안위까지 위험했다. 그러니, 이제 그의 일생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루이와 이만 타협하고서 마음 편히 지내고자 한 것이다.

"으음···."

루이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이게 말이 좋아서 신사협정이지, 이걸 거부하는 순간 피와 살이 튀기는 전면전이 될 것이라는 간접적 선전포고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던 까닭이다. 그가 원수일 적이야 설령 나폴레옹 4세가 어떤 공세를 펼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이제 루이는 될 수 있는 대로 군부의 힘에 의지하지 않으려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제 그는 정치에 입문해야 하는 처지였고, 정계는 나폴레옹 4세가 휘어잡고 있는 적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폴레옹 4세의 신사협정 제안을 거부하고서 싸움을 거는 건 썩 현명한 판단은 아닌 듯 보였다.

'황제도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달라진 듯 보이고, 한 번쯤 다시 속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루이는 턱을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폴레옹 4세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마치 제위를 노리고 있는 듯 응수하긴 했지만, 그가 정치에 나서고자 생각한 건 애당초 권력이나 부귀영화 탓이 아니었다. 만일 나폴레옹 4세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구태여 그가 나폴레옹 4세와 헐뜯고 다툴 이유까지는 없었다.

물론, 약속한 그대로 이루어지면 말이다.

"좋습니다. 협력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네."

나폴레옹 4세는 그제야 희미하게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았고, 적과 동침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이 두 사람 중, 이 신사협정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리라고 낙관하는 인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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