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화 아주의 방패
그렇지만 내심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원철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그거라면 당연히 군축조약을 제의해보는 것이 아닐는지요."
"흠, 어째서 그러한지도 말할 수 있겠느냐?"
"아바마마께 만족스러운 대답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우리 대한에서 해군 군축조약을 제의하여 그것이 실제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당연히 우리 대한은 세계에서 최초로 군축조약을 제의한 나라로써 명망을 떨치게 될 것입니다. 본디 무기를 갖추어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것보다는, 먼저 무기를 손에서 놓고서 화해를 청하는 데에 더욱 많은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용기 있는 자를 숭상하는 것은 비단 우리 아주만이 아닌 천하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니, 어찌 천하만국민이 우리 대한을 칭송하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구나. 그럼 만일 우리 대한에서 군축조약을 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느냐?"
"참나무 몽둥이 하나로 안심하지 못하는 자는 설령 총포로 무장한다고 하여도 만족할 수 없는 법입니다. 우리 대한이 군축조약을 제의하여 필요 이상으로 무장하는 것이 얼마나 무익한지를 논하여도 듣지 않는다면 결국 저들은 필요 이상으로 무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무장하거든 이는 천하만국을 두렵게 하여 그들 모두가 이에 맞서 더욱 무장하고자 할 것입니다.
하오나 어찌 그 경쟁에 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적을 앞지르고자 한다면 적 또한 나를 앞지르고자 하니 당연히 더욱 무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적과 나란히 서고자 하여도 적이 나를 앞지르고자 할 테니 결국 더욱 무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경쟁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모든 나라가 필요 이상으로 무장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천하를 빈곤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고 나면 설령 제아무리 멍청한 자들이어도 뒤늦게 우리 대한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니, 그때에야 뒤늦게라도 모두가 필요 이상의 병장기를 손에서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 대한은 진정 덕 있고 지혜로운 나라라며 칭송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 잘 말해주었구나. 네 말이 옳다."
이형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의 생각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내심 안도가 되는 부분이었다. 설령 그가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원철이 100점 만점에 60, 70점 정도는 해줄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나머지 30, 40점을 만드는 게 나와 밑의 것들의 역할이지. 아랫것들은 아랫것들대로 그런대로 노력해주고 있으니까 넘어가고, 이제 나만 조금 더 분발하면 되겠군.'
"그럼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로 하자. 피곤하도다. 어서 손주 놈들이랑 놀고 싶구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원철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사뭇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이형은 담 너머로 비치는 한성의 야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성은 빛나고 있었다. 그가 처음 보위에 오를 적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자연 그대로의 빛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빛이었다.
궁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궁 또한 인공적인 빛에 가득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도성보다는 궁에 더욱 전등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던 만큼, 이제 이게 밤인지 낮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건 곧 도성에서라면 모를까, 궁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말 또한 되었다. 이형은 기지개를 켜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밤하늘의 달은 쨍쨍하게 빛나고 있었다.
"갑갑하구나, 갑갑해."
이형은 툭 하고 한마디 내뱉었다. 그건 회한이었으며, 추억이기도 했다. 이하응이 세상을 떠나고, 20세기에 접어들게 되면서 점점 이런 시간이 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10대의 소년왕은 어느새 50줄에 접어든 장년의 황제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이제 젊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학이 미발달한 전근대라면 슬슬 삶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물론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었다. 이형은 그 자신의 수명을 잘 알고 있었다. 1919년, 앞으로 15년하고 조금 더- 혹은 2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젊은 시절에 다리 한 짝을 망가트리고 술과 마약에 손을 대고 전장에서 총알에 맞으면서 생사의 경계를 오고 다녔으니 그보다 짧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강의 시간은 짐작 가능했다.
그러나 이형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서 죽으려면 앞으로 못해도 50년은 필요했다. 적어도, 핵무기의 발명까지는 봐야지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핵무기야말로 지금껏 이형이 이룩하였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연재해와도 같은 병기가 아니던가? 꼭 그것이 아니라도 20세기는 너무나 변수가 많은 시대였다.
이원철이 꿰뚫어 봤던 대로, 이형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미 세상은 내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완전히 뒤틀렸다. 문제는 내가 뒤틀어 놓은 이 역사가 어디까지로 이어질지 나조차도 이제 더는 알 수 없어졌다는 거지.'
"···? 아바마마?"
뒤에서 이원철이 부르는 것도 듣지 못하고서, 이형은 가만히 밤하늘을 노려다 보았다. 전등이 내뿜는 인공적인 빛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는 여전히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로 가득했다. 이형은 그 별들에 물었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가령, 철혈독재. 모든 것이 이형의 뜻대로 이루어지던 이형의 1인 독재는 분명 조선의 근대화를 앞당기는 데에 지대한 공로를 해주었지만, 또 동시에 근대적 국민국가가 되어야 할 대한제국에 이형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남겼다. 국민은 앞으로도 이 짜릿한 성공의 기억을 잊지 못할 공산이 컸고, 이런 1인 독재의 짜릿한 성공을 기억하는 국민은 앞으로도 의회 민주주의를 멀리하고 새로운 독재자의 등장을 갈망할지도 몰랐다.
가령, 핵전쟁. 이 가정은 조금 더 끔찍했다. 인류가 냉전기를 단 한 번의 우발적 핵전쟁도 없이 무사히 통과하여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세계선은 어떨까? 이 세계선도 그 기적과도 같은 단 한 줄기의 희망을 통과하여 무사히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이형은 본래의 역사를 기억했고, 그 기억을 기반으로 하여 최대한 조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했다. 그리하여 역사는 본래의 궤도에서 벗어나, 이형에게도 미지의 영역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 길이 인류를 더욱 나쁜 미래로 끌고 갈 지옥으로 향하는 길인지, 인류를 더욱 나은 미래로 끌고 갈 천국으로 향하는 길인지는 이형조차 알 수 없었다.
역사는 너무나 간단하고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뒤바뀔 수 있기에, 너무나 먼 곳까지 와버린 지금은 이형조차 더는 미래인이 아닌 시대의 방랑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원."
이형은 무심코 툭 한마디 내뱉었다. 이형이 불현듯 머릿속으로 떠올린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하응의 얼굴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이하응의 목소리와 마지막 모습은 이형의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이형은 이하응에게 묻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그리고 자신이 이 표류하는 시대 속에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하응이라면 그의 의문에 답해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야 물론이지요. 아바마마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문득, 뒤에서 들려온 대답에 이형은 흘끗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의 장남 이원철이 있었다. 장차 황제 자리를 이어받을 태자가 있었다. 희미하게 웃고 있는 태자를 이형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또한 영원할 수 없으리라. 이 표류하는 시대 속에서 그들은 계속하여 허우적거려야 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그렇다면 그 끝은 과연 천국일 것인가, 지옥일 것인가? 그가 바꾸어 놓은 세상은, 그가 사라지고 난 다음 그가 기억하던 세상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더욱 나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래. 너도 최선을 다할 거라 믿고 있으마."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다만, 남겨진 이들이 역사가 보다 나쁜 길로 나아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믿을 뿐.
이형은 그의 태자를 마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직은 미혹을 떨쳐내지 못한, 어딘가 어색한 웃음이었다.
* * *
이렇게 이형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 무렵 동아시아 일대는 전례 없는 안정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단 중국이나 조선, 일본 등 어느 한 나라 혹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동아시아 전역이 말이다. 그리고 이를 이룩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물론 범 아주 조약기구와 이에 속한 아주합종군였다.
범 아주 조약기구라는 합법적이고 평등한 국제기구와 합종군이라는 압도적 무력은 적어도 반백 년 안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무력충돌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 그 자체를 뿌리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합종군은 공동개발 된 하나의 무기체계를 공유했으며,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 통일되어있었고, 기회가 날 때마다 함께 훈련하며 통일성을 강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합종군의 통일성을 강화하는 것은, 모든 장교는 아니더라도 이미 각 군의 최고 수뇌부는 같은 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동문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제군들에게 묻건대, 우리 제국은 어떤 나라인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대한제국은 아주의 가장과도 같은 나라이다. 가장은 어찌하여 가장인가? 가정을 지키고자 하고, 가정을 먹여 살리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기에 비로소 가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는 이를 두어 금과 붓과 방패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금과 붓은 우리 군관들의 업이 아니며, 오로지 방패만이 우리의 업이다.
일찍이 우리 대한이 처음으로 이 제국 육군사관학교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던 적에, 황제 폐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제국의 방패로서 제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싸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군은 아주를 지키는 방패로써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 있노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우리 대한인이 아닌 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제군은 장차 제국의 방패가 될 것이고, 제국의 역할은 아주의 방패이니, 결국 제국을 위하는 것이 아주를 위하는 길이기도 한 까닭이다. 제군들이 어떤 나라에서 찾아왔건, 어떤 나라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건 이러한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명을 다하라. 내가 제군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이 무렵 대한제국 육군사관학교는 줄여서 짧게 제국 육군사관학교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특이한 점은, 황제가 있는 나라라는 뜻의 제국(帝國)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뜻하는 제국(諸國)이었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와 같은 별칭을 가지게 되었는가 하면, 그리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매해 졸업생의 3~4할가량이 대한제국 출신이 아니라 가맹국 출신이었던 것이다.
물론 전체 아시아인의 인구비를 생각하면 전체 졸업생의 3~4할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러한 비율이 한국에서 처음 범 아주 조약기구를 완성한 이래로 쭉 이어져 왔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렇게 제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소위들은 그대로 대한제국군에서 복무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들의 조국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조국을 위해 복무할 수도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대한제국군에서 복무하기를 선택했다. 우선 월급이나 대우도 대한제국군 쪽이 확연하게 나았을뿐더러, 이 경우 대한제국군 복무를 택한 본인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대한제국 시민권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조국에 의리를 지켰고, 조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당연하게도 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우선 제국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무사히 졸업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인재임을 증명했으며, 더욱 좋은 조건으로 대한제국에 남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본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그들의 충성심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단지 한국에서 군사학적 성취가 뒤떨어지는 나라들을 성심성의껏 도운 것뿐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러한 유학생 유치가 30여 년째 누적되니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흐흐흐! 이거 딱 반년만인가? 각오하는 게 좋을걸세. 여름 훈련 때는 우리가 골탕을 먹었었지만, 겨울 훈련은 대대로 시비론에서 근무하는 우리 부대의 압승이었으니까!"
"으아, 또 인가? 정말이지 자네는 대항 훈련 때마다 눈이 돌아간다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소식이 늦은 모양인데, 승패는 다음 여름 훈련으로 미뤄야 할 모양이야. 우리 부대랑 그쪽 부대는 이번에 청군이라더군. 그러니까 같은 편이라는 말이지."
"뭣, 이런 젠장! ···아니지, 아니야. 흐흐흐, 실망할 것 없지. 그렇다면 군공으로 찍어눌러 주면 그만이니까! 나중에 울며불며 비결을 알려달라고 매달리게 해주지!"
"그러던가, 말던가···. 후유, 정말이지 못 당하겠군. 아니, 몽골인은 나인데 왜 나보다 매번 자네가 더 무공에 목말라 안달이란 말인가?"
글자 그대로, 아시아 전군의 장성진이 대부분 대한제국 육군사관학교 출신 동문으로 가득 차버리게 된 것이다. 초기에 합종군의 대항 훈련이 중원분열책을 위한 민족주의 유발정책으로 이용되었다면, 이 무렵에는 대한제국 육군사관학교 졸업생 간 친목회에 가깝게 변한 지 오래였다. 서로 학창시절 때부터 알고 지내던 얼굴들끼리 구태여 얼굴을 붉힐 필요가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 이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애당초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퍼센트로 나타내자면 60%가량이었으니, 나머지 40%는 각국의 육군사관학교나 기타 등등 다양한 경로로 장성진까지 올라온 이들이었다. 이들은 동문이라는 공통점도 없었던 만큼, 서로 마주하면 으르렁대거나 대항 훈련 자체를 거의 실전에 따르는 수준으로 다소 과격하게 끌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미 60%만으로 과반수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어린 시절 같은 학교에서 배우고 훈련받으며 군인으로서 자라났고, 다시 동문과 함께 장교 생활을 이겨내고 또 그 지긋지긋한 동문의 얼굴을 보면서 장성이 되었다.
그렇다면 동문과 30여 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장성으로 거듭난 이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모두 조국을 지키는 방패들이고, 제국은 아주 모두를 위한 방패이다. 그렇다면 조국을 위한 헌신과 제국을 위한 헌신은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 아닌가?"
이는 결국 제국을 자신의 조국을 포함하는 대분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주 조약기구에 가맹된 모든 나라는 평등하다고 명시되어있고, 또 그렇게 선전되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 장성진의 머릿속에서 대한제국은 아주 대륙과 자주 동일시되는 상위개념에 가까운 존재였던 것이다.
이미 현실적으로 범 아주 조약기구에 가맹한 가맹국 간의 전쟁은 상정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시암이나 월남처럼 불과 몇 년 전에 새로이 가맹한 신규 가입국들은 사정이 나을지 몰라도, 당장 이 무렵의 합종군은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대한제국군과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군부의 인식은, 자연히 민간에도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