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화 커닝 페이퍼
그것이 이형에게는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다름 아닌 자신이 이 모든 변혁을 일으켰으며, 자신이 사라지는 순간, 이 변혁이 어떤 식으로건 쇠락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을 이어갈 수 있는 녀석들은 많고 많다. 지금 당장 내가 죽어도 원철이 녀석과 옥균, 홍집, 윤중 이 셋이라면 어떻게든 유지될 것이고, 정 최악의 사태가 와도 성근이가 어떻게든 해줄 거다. 그렇지만, 나를 대신할 수 있는 놈이 없어.'
이건 딱히 이형 스스로 자신을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하고 재능 넘치는 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4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이형은 여전히 기억 저편에서 지난 생에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생의 그는 그저 패배자에 불과했다. 타고난 재능은 있었으되 그 재능을 살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스스로 다른 이들을 이해해보려 하지도 의존하려고 하지도 않았기에 고립된 끝에 파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현생의 이형은 그야말로 역사를 통틀어도 그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자를 찾아보기 힘들 대륙의 패자였다. 이형은 그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노력 덕택이라고 과신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신의 재능이라고 우쭐대지도 않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의 이러한 판단은 더욱 굳어져 가고 있었다.
당장에 이하응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뭐라고 했던가?
「더 늦기 전에 이만 비결을 가르쳐주시겠소?」
이는 이형은 가능했으며, 이하응은 실패했던 이유를 가장 바로 보여주는 한마디였다. 또 본질적으로, 이형이 이하응과 비교하여 더 나을 것 없는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한마디야말로 이 무렵 이형이 품고 있었던 가장 큰 불안 그 자체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찾아온 누군가가 미래지식을 이용하여 그의 능력을 아득하니 벗어나는 위업을 달성해 그의 가족들과 대한제국을 파멸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말이다.
"내가 19세기라는 시대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천재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21세기의 인간이었기 때문이었지."
어느 서늘한 가을밤.
가볍게 펜촉으로 종이를 두드리며 이형을 중얼거렸다. 그의 눈가에는 그늘이 졌고, 펑퍼짐한 잠옷에는 드문드문 먹물이 묻어 있었다. 그가 온전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도 이형은 펜촉을 멈추지 않았다. 멈춰서는 곤란했다. 누군가에게 대필을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오로지 그만의 힘으로 끝마쳐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지금의 이 지구에는 찾아오지 않을, 그가 기억하던 21세기까지의 역사를 정리해두고 있었다.
"그럼 21세기의 내가 지식만 전해준다면 20세기의 인간이라고 21세기를 흉내 내지 못할 이유는 없어."
이형은 이를 악물었다. 언제나 즐기던 책임감과 사명의식이 지금은 무겁고 힘겹게만 느껴졌다. 물론, 이쪽이 일반적인 감각이었겠지만 말이다.
이 무렵, 이형은 자신이 정무를 돌보는 것과는 또 별개로 밤마다 자신이 아직 기억하고 있거나, 또 작금의 정세를 볼 때 가까운 미래에 찾아오게 될지도 모르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서책에 적어두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의 태자가, 태자가 죽고 난 다음에는 그의 손자가 이를 곁에 두고 참조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거기에는 그가 기억하고 있던 21세기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었고, 기술의 발전상이라던가 외교적 정세, 그 외 다양한 정보들이 적혀져 있었다. 국제사회라는 것이 각국이 모여 실시간으로 시험을 치르고 채점을 받는 식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하면, 이형은 그때 대한제국이 사용할 커닝 페이퍼를 작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관 놈들이 설마 이것까지 기록하지는 않겠지."
그리 말하며, 이형은 흘끗 고요한 방안을 재차 둘러보았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심야에 깨어있는 건 그 한 사람뿐이었다. 그 사실을 재차 확인한 이형은 나지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설령 그게 그의 착각이라고 해도 이제 와서 사관의 붓을 멈추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이 커닝 페이퍼의 진척도는 어느 정도나 되었는가 하면-솔직하게 말하여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이게 아니야."
이형은 그가 지금껏 적어두었던 글을 빗금을 쳐 지워버리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용이 잘못되었다거나, 혹은 오해를 낳을 수 있을 만한 구절이라서 지웠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글자 그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아니라고. 우라질, 너무 세세하게 적었어. 이러면 이것들이 응용은 개뿔이고 내가 적어놓은 대로만 따라서 하려고 할 텐데···!"
이형은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이는 이 커닝 페이퍼를 처음 적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가 고뇌하기 시작한 가장 큰 난점이었다. 바로 이렇게 그가 커닝 페이퍼를 적어두면, 후대가 그걸 참조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나온 대로만 따라서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경우에는 차라리 아예 이런 커닝 페이퍼를 적어두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되어버린다. 국제사회라고 하는 시험장이 객관식 절대평가라면 이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국제사회라고 하는 시험장은 언제나 서술형 상대평가다. 그것도 순간순간마다 행운이라는 이름의 시험관이 제멋대로 문제를 바꾸고 채점방식을 바꿔버리는 엉터리 시험장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커닝 페이퍼에 적혀진 대로만 쉽게 가려는 나라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맹목적으로 맹신하다가 어느 순간 예언서(?)에 나온 내용이 틀리게 된다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서 발이나 동동 구르다가 낙제할 것이고, 운 좋게 그런 사태를 피하더라도 더는 커닝 페이퍼에 나와 있지 않은 시대에 진입한 뒤에도 여전히 적혀져 있는 대로 따라가려는 타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면 그 장래는 어둡다.
그것이 남의 나라 일이라면 웃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게 다름 아닌 한국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이형으로서는 골치일 수밖에 없었다.
"아예 내가 미래인이라고 공표해버려?"
이형은 문득 펜촉을 멈추었다. 차라리 이렇게 일일이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서 줄 게 아니라, 이형이라고 하는 인간이 미래에서 온 미래인이고 지금껏 이런 눈부신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자신과 같은 사례가 또 있을지도 모르니 예의주시하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형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건 진짜로 믿어서도 곤란하고 아무도 믿지 않아도 곤란해···. 우라질, 하다못해 내가 어쩌다가 이 시대에 떨어지게 되었는지만 알았어도 어떻게든 해명해 놓는 건데."
이형은 짤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믿어도 곤란하고 믿지 않아도 곤란한 일이었다. 일단 그가 미래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게 된다면, 그건 높은 확률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고찰 끝에 나온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숭상 끝에 나온 종교적 신념에 기반을 둔 것이 될 가능성이 너무나 컸다.
그럼 그 순간부터 합리주의의 시대는 끝장이 날 것이다. 모두가 어떻게 하면 이 나라를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언제쯤 우리 민족을 구원해줄 구원자가 도래할 것인가만 맹목적으로 매달릴 게 뻔했다. 이형 자신도 그가 어쩌다가 19세기 말에 조선의 왕 노릇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과학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그건 결국 오컬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나중에 가면 아예 자신이 미래인인척 사람들을 속이고서 왕 노릇을 하려고 드는 사기꾼들이 나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었다. 과학과 합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겨우 끝나는 듯했던 종교와 감성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또 반대로 이형이 미래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전혀 믿지 않는다고 해도 곤란했다. 아무튼, 이형이라고 하는 선례가 존재하는 이상, 두 번이라고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즉, 실재하는 위협을 양치기 소년의 거짓부렁으로 가볍게 웃어넘기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만 알았어도 좋았으련만."
이형은 한탄하면서도 다시 펜촉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20세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건 바로 이 점과 무관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하여,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그와 같은 권력을 가진 미래인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짐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세기 이전이라면 오히려 예상하기 쉽다. 일단 미래인에게 권력이 부재한 경우는 그저 일개 개인이 역사의 흐름에 묻힐 뿐이니 고려해볼 필요도 없고, 선사시대라면 우선 문명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고대 시대에는 국가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그 이후라면 국가가 부강해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실패할 때도 예상하기 쉽다. 문명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국가를 이루지 못할 것이고 국가가 부강해지지 못할 것이다.
이형 또한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미래인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고작 국가 하나와 그 국가를 둘러싼 지역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미래인이 혹여나 성공한다면 세계의 발전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테지만, 그 미래인이 실패한다면 세계도 함께 파멸한다. 글자 그대로, 세계가 핵의 잿더미에 파묻히는 수가 있다. 그리고 그 미래인이 애당초 전체주의자였거나 하다면 당연히 그 미래인의 성공은 곧 전체주의의 승리를 뜻한다. 이 또한, 핵의 잿더미에 파묻힌 세상과 비교하여 크게 더 나은 점이 없다.
"어떻게 내가 과거에 빙의하게 된 건지, 앞으로 나 같은 놈이 또 나오기는 할지, 아니면 하다못해 어떤 놈이 찾아오게 될지도 알 수가 없으니 원."
이형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다. 언제나 미래의 지식으로 앞서나가고 더욱 유리한 태도를 보이던 그가 나이를 먹고서 가장 두려워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의 무지였다. 지금 이렇게 후세를 위한 커닝 페이퍼를 적어두는 것도 실제로 효과를 보기를 기대했다기보다는 이런 그 자신의 불안감을 어떻게든 달래보려는 성격이 더욱 컸다.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설령 이렇게 커닝 페이퍼를 남긴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예 적지 않는 것만 못하며, 무엇보다 워낙에 그가 제멋대로 역사를 뒤틀어놓은 까닭에 이렇게 커닝 페이퍼를 적어둬도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가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면 만일 이제 또 머나먼 미래에서 미래인이 찾아온다면, 그건 최소로 잡아도 20세기 중후반이고 최대로 잡으면 22세기 이후의 미래일 텐데···."
이형은 눈살을 찌푸리고서 펜촉을 멈추었다. 그 순간 이형은 더는 펜촉을 놀릴 의욕도 사라져버리는 걸 느꼈다. 만일 그와 비등하거나 더욱 우월한 미래지식을 축적한 미래인이 등장한다면? 그 경우에는 당연히 대항할 방도가 없다. 일단 이형이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미래에서는 틀린 것이라고 부정될 수도 있다.
간단한 예시로, 1980년대에 죽어서 과거로 돌아간 인물은 당연히 그가 죽은 이후에도 소련과 미국의 냉전체제가 계속 이어졌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명이 다한 인물은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안다. 마찬가지로, 2010년대에 죽어서 과거로 돌아간 이형이 생각하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은 그보다 미래에서 온 인물에 의해 얼마든지 부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형은 애당초 잘못된 지식은 적어놓은 꼴이 되고 만다. 당연히 그 미래인이 이끄는 나라는 낡고 잘못된 미래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대한제국을 간단하게 농락해버릴 것이다.
"···아예 발상을 고치자. 컨닝 페이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내 망상 노트 같은 거로 위장해 버리는 게 낫겠어. 한 번 폭발하면 도시 하나를 지워버리는 초강력 폭탄이라던가, 어린애들이나 좋아할 망상처럼 들리겠지. 그렇지만 아예 개념조차 없는 것보다는 개념이라도 알고 있는 게 낫다."
결국, 머리를 벅벅 긁던 이형은 방침을 아예 고쳐버리기로 했다. 역사라던가 미래 정세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쏙 빼놓고서, 미래에 어떤 기술들이 발명될 것이고 또 어떤 기술들이 흥하게 될 것인지를 적어놓기로 한 것이다. 가령, 핵폭탄, 항모 전단, 인공위성, GPS, 우주왕복선,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개념들 말이다.
당연히 이런 것들은 후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가볍게 읽고서 넘겨도 상관없고, 아니면 진지하게 이 개념에 관하여 탐구해도 상관없다. 아무튼, 위대한 황제가 적어놓은 글귀이니만큼 누군가 한 사람 즈음은 계속 기억할 것이고, 그렇게 기억하다 보면 여기에 적혀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
그 뒤에 또 시대를 넘어서는 선구안이었노라고 바라지도 않은 칭송을 듣게 될 걸 생각하면 속이 메스꺼워지는 듯했지만, 어차피 미래지침이라는 명분으로 커닝 페이퍼를 남겼다면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터였다.
"하여간 그동안에 저질러 놓은 게 있어서 아무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한참을 펜을 놀리다가, 이형은 지쳐 뒤로 널브러졌다. 어느새 방안 가득히 종이가 아무렇게나 흩뿌려져서, 본래 이곳이 침실이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잠들기 전에 이를 하나하나 다 치우는 것도 일이겠다는 생각에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뒤늦게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회중시계가 오전 5시를 가리키고 있던 것이다. 한숨 자기는커녕, 우선 종이들을 치워 없애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방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면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런 우라질."
이형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웃지 않고서는 견딜 도리가 없었다.
이형은 눈은 질끈 감았다. 자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을 뿐이었다.
"나는 나라고 하는 인간 개인의 역량 안에서, 그리고 이 시대가 허용하는 선 안에서, 가능한 한 제일 나은 선택만을 취해왔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이형은 중얼거렸다. 이는 그가 생각하는 그의 인생에 대한 촌평이라고 해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후회가 남는 선택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당연히 실수가 없었던 것도 아니며 기껏 예측하였거나 계획하였던 것 중에서도 들어맞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했다. 제아무리 미래지식이 있다고 해도 그는 고작 해봐야 인간이다. 실수하는 것도 당연하고, 실패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니까, 이형은 그가 인간 개인의 역량 안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취하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뒤를 이어 대한제국이라고 하는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들은 있되, 진정한 의미에서 이형이라고 하는 개인을 대체할 인물이 없었다. 그 권위도, 그 권력도, 그 영향력도, 그 미래지식도. 모든 면에서 말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단했다.
그 모든 걸 지니고 있는 인물이 지금 이상으로 땀 흘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서늘한 새벽공기에, 이형은 콜록콜록하고 기침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한 비린내가 코끝을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