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화 이순신 내항
"···내 지금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 배가 섬과 나란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떤가? 내가 지금 노안이 온 거로군. 그렇지?"
"각하, 제게도 그와 같이 보입니다."
"허, 허허···!
첫 순간, 이토는 눈을 의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배가 굉장히, 그리고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이다. 그의 시각과 배가 수직으로 교차하여 그가 배의 측면을 보고 있다면 모를까, 그의 시각과 배의 행로가 정확히 정반대의 평행선을 그려 배의 정면을 보고 있었는데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의 눈이 거리를 착각하고서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배를 훨씬 멀리 있는 줄 알고서 그 덩치를 과대평가한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배와 나란하게 보이는 노코노시마 섬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배는 충분히 멀리 있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함대도 마찬가지였다. 어림잡아 세도 스무 척은 될 대함대가 후쿠오카 항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본래라면 손톱 크기도 안 되어야 할 수평선 근처에 어른거리는 배가 당구공만 하게 보였다. 그 이야기는,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로 산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저 산만한 배는 얼마나 큰 대포와 얼마나 두꺼운 장갑판을 두르고 있을까? 무엇보다, 저 거대한 배를 움직일 엔진은 또 얼마나 거대하고 강력할까.
또한, 저 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할 것인가?
'아니, 가라앉힐 수 있기는 한 건가?'
이토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해전에서 배의 성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수병들이 잘 훈련되어 있어도, 제아무리 장교들이 천재적인 전략 전술을 짜내고 용기를 쥐어짜 봐야, 적함이 이쪽에서 대포를 아무리 쏴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토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거함과의 전투를 과연 해전이라고 봐야 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배가 저렇게 거대하다면 그 시점에서 해전이 아니라 해안요새 공략전이다. 요새나 다름없는 크기에 요새나 다름없는 화력, 요새와 다를 바 없는 방호력을 지니고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요새를 상대로 한 해안요새 공략전이라니, 허세로도 웃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 요새를 가라앉힐 수 있을까? 대포?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튕겨 나갈 뿐이다. 충각? 접근하는 도중에 격파당할 것이다. 선상백병전? 저 거함의 숫자에 압도당할 것이다. 어뢰? 불량도 잦고 사거리도 짧고 느릴뿐더러 궤적을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어뢰가 효과를 보려면 일단 연안까지 끌어들여야 할 텐데, 과연 저런 거함이 일부러 어뢰에 당할 각오를 하고서 연안까지 오기나 할까?
'불가능하다. 맞설 방법이 없어. 괜히 맞서려 해봐야 희생만 늘어날 거 거야!'
이토는 무심코 옛 흑선 내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라고 해서 이 일본국의 전력을 상세히 아는 건 아니었지만, 직감적으로 대항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저런 거함은 수적으로 앞선다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저런 거함에 맞설 수 있는 건, 오로지 저 거함에 버금가는 동급의 거함뿐이리라. 그리고 그 거함은 지금 이 일본에 없다.
그렇다면 저 거함은 어느 나라의 해군일까? 이토는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한제국 해군이다. 대한제국의 신병기임이 틀림없었다.
"과연. 요행으로 대륙을 제패한 건 아니다, 이건가."
이토는 허탈하게 웃었다. 점차 거리가 좁혀지면서 그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태극기까지도 필요 없이, 선수에 장식된 오얏꽃 문장만으로 충분했다. 오얏꽃 문장으로 선수를 장식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은 전 세계 해군을 통틀어서도 대한제국 해군이 유일했으니까.
거리가 좁혀지고, 처음에는 당구공만 하던 전함이 배구공만큼 거대해졌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전함은 다소 낯선 모습이었다. 아마 주포로 보이는 2연장 포탑 2문이 모두 선체의 측면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선체의 정중앙을 지나고 있었다. 외눈 망원경을 꺼내어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측면에 달린 대포들은 하나같이 자그마한 단장포들 뿐이었다. 아무리 고평가해도 주포라기보다는 부포에 지나지 않을 약소한 대포들이었다.
이토는 개발자의 설계 사상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저 전함의 핵심은 측면에 달린 자잘한 단장 포들이 아니라 전면의 2연장 포탑 2문이라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저 거함에 실린 포탑은 저 2문이 끝이 아니리라. 저 거함에 주포 포탑이 2문뿐이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공간 낭비니까.
"각하, 어서 자리를 피하시지요. 일전에는 천운이 따랐으나, 이번만큼은 어려워 보입니다. 서둘러 항구를 벗어나야 합니다!"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서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다급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일전에 대마도 도주가 그를 팔아치우려 들었을 때는 미리 낌새를 알아채고서 기녀를 산제물로 삼아 대만까지 피신한 덕택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한제국 해군이 직접 행차하고야 말았다. 물론 저들이 고작 이토 한 명을 붙잡기 위해서 저 대함대를 동원했을 리는 없겠으나, 겸사겸사 이토까지 잡으러 왔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다.
최대한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저들은 무력시위를 위해 왔을 테니 당분간 규슈 근해의 항행이 통제될 것이고, 최대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면 저들은 규슈 내전에 개입하러 왔을 테니 그는 대한제국군이 떠나기 전까지는 규슈에 갇혀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럼 후쿠오카 같은 대도시의 항구에 자리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더 늦기 전에 산속에라도 도망쳐야 옳다.
"그래, 그래 보이는군!"
이토는 비서관의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가 생각해도 이번만큼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는 게 제일 나은 선택인 듯했다. 그렇지만 그조차 뜻대로 되지 못했다.
"이토 히로부미, 맞나?"
챙!
검이 뽑히는 소리였다. 반사적으로 이토는 품 안에서 권총을 뽑아 들으려 했다. 그러나 이토는 품속에 손을 집어넣고서도, 권총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천천히 다시 손을 빼서 두 손을 하늘 위로 올려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포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원 십수 명이 모두 꼭 같은 최지용 병기창제 권총을 들고서 그들을 빙 에워싸고 있던 것이다. 이토를 지키고자 앞으로 나서려는 비서관을 손으로 제지하고서, 이토는 물었다.
"도쿠가와의 늑대냐, 조선의 사냥개냐?"
"둘 다다."
"제기랄, 그건 몰랐군. 조금 더 착하게 살 걸 그랬나."
쾅!
이토는 허탈하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폭음이 울려 퍼지고, 저 멀리에서 물기둥이 치솟았다. 최전면 주포의 오른쪽 포구에서 매연이 치솟고 있었다. 고작 그 한 사람을 잡으려고 민간 여객선을 향해 대포를 발사하지는 않았을 테니, 아마 저 거함에서 경고사격을 한 모양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니, 순시선이라는 이름의 지번 함대가 어떻게든 맞대응해보려 나섰다가 꽁무니 빠져라 도망치고 있었다.
100톤 남짓한 순시선 수척으로 한눈에 보아도 1만 톤은 훌쩍 넘어 보이는 거함에 맞서려 하다니 용감하다고 해줘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꽁지가 빠질 기세로 내빼는 저들을 비겁하다고 해야 할지 현명하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제 규슈의 다른 지번들 또한 그들과 같은 꼴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토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통자가 있었던 모양이군."
"아니, 시위대가 널 팔았다."
"시위대가 날 팔아?"
"그럼 제아무리 황상께서 지지해주셨다지만, 아주 전역에서 시위가 일고 있는 게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나?"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토는 멍하니 선원을 바라봤다. 설명을 요구하는 간절한 시선이었다. 그러나 선원은 답하지 않았다. 터벅터벅하고 투박한 걸음걸이로 그에게 다가와 호주머니에서 쇠고랑을 꺼내서는 보란 듯이 흔들 뿐이었다. 꼭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토는 그제야 허탈하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허허, 그랬군. 그랬어. 어쩐지 몇 놈이 이런 몽상 따위에 속아 넘어가기에는 너무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간다 싶었지. 내 그 대학생이라는 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
"이걸로 일단 하나 끝났군."
이토는 마지막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서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선원, 안중근은 그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한편, 이 무렵 후쿠오카는 그야말로 대혼란 상태였다.
"저건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함대냐! 마, 막아라! 저놈들이 상륙하지 못하도록 막아!"
"오얏꽃 문장? 조선군이라고? 조선군이 도대체 왜 이곳 규슈까지···!"
"치, 침략이다! 조선이 규슈를 침략하러 왔다! 어서 이 사실을 지번사 나리께 알려라!"
우선 아무런 징조나 소식도 없이 저런 대함대를 맞다 드려야 했다는 점도 그랬지만, 이들로서는 과연 저 한국군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짐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순한 무력시위인지, 상륙을 동반한 실력행사인지, 아니면 전면적인 침공인지, 어느 쪽인지도 짐작이 가지를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곤혹스럽게 한 일은 그들에게 협상 권한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들은 지번 정부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외교는 중앙정부의 소관이었지 각 지번 정부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보통 국가에서라면 당연했고 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각 지번이 제각각 독립된 국가나 다름없었다는 점과 할 수 있다면 중앙정부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문제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또한 사실상 반역을 시도하고 있는 지번 정부들에게 어떠한 정보도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양자 간에 어떠한 대화가 오고 갔으며, 대한제국 해군이 어째서 후쿠오카에 출동했는지조차 짐작하지 못했다.
이 경우, 방법은 두 가지였다. 중앙정부에 도대체 이게 어떤 일이냐고 전화선을 통해 확인해보는 방법과 부둣가에 모습을 드러낸 대한제국 해군에 직접 질문해보는 것.
"돌아가십시오! 이곳 규슈는 대일본국의 주권이 미치는 국토입니다. 하물며 귀함대는 우리 일본국의 영해를 허락 없이 침범하고 있으니 이는 곧 국제법에서 정의하는 침략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만일 48시간 이내에 귀함대가 철수하지 않는다면, 우리 일본국 또한 그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치쿠슈 지번의 선택은 후자였다. 이들에게는 중앙정부에 고개를 숙이면서 체면을 구길 바에야 대한제국에 직접 부딪히는 쪽이 낫다고 여긴 것이다. 이들은 연안에서 1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진을 친 대한제국 함대에 협상단을 파견하여 일본국 외교사절을 스스로 칭했다. 말할 것도 없이 월권행위였다.
무엇보다 48시간의 여유를 둔 것과 그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겠다는 위협에 가까운 언사를 덧붙인 점이 특히나 그러했다. 직접 선전포고를 언급한 것은 아니라도, 어떻게 해석해도 개전까지 48시간의 유예를 두겠다고밖에는 해석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한국군이 정말로 아무런 언질도 없이 영해를 침범해 온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중앙정부와 언질을 주고받은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한제국 해군의 소감은 황당 그 자체였다.
"규슈에 갇힌 우리 국민을 구출하기 위하여 함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분명 출항 전에 귀국 정부에 알렸고, 귀국 정부 또한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소만. 이거 이상하군. 서로 뭔가 오해가 있던 것 같은데, 혹시 짐작 가는 바가 있소?"
그도 그럴 것이, 이 무렵 대한제국은 이미 에도의 중앙정부와 교섭이 끝난 다음이었다. 이 함대는 지번사들을 위협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토벌하기 위해 동원된 함대였고, 개입 명분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안전확보와 태극기 소각 등의 모욕적인 행위 때문이었다. 물론 전투가 아니라 무력시위가 우선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해군 내부에서도 실제로 전투까지 하는 않을 거라 낙관하고 있었다.
이들의 실제 출동 목표는 한국의 힘을 실감하지 못하는 일본의 지번사들에게 한국의 힘을 과시하는 데에 있었다. 지번사들이 회맹의 간섭을 거북하게 여기고 여차하면 회맹을 탈퇴하려는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니 이를 사전에 저지할 겸 한국의 힘을 과시하려 한 것이다. 요컨대 힘을 실감하게 할 수만 있다면 구태여 피를 흘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일본 영해로 진입하고 나니 일본국 외교사절단이라는 작자들이 대뜸 환영은커녕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전쟁이라는 말부터 꺼내고 있던 것이다. 한국 해군에 의한 무력시위 자체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정부에서 먼저 꺼낸 이야기였던 걸 떠올리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짐작 가는 바가 있을 리가 있겠소? 본국은 그와 같은 언질을 전해 들은 바가 없소!"
뒤늦게 지번 정부의 사절단 또한 사건의 내막을 알아챘으나, 그들은 오히려 떼를 쓰는 길을 택했다. 한국 해군이 이대로 일본 영해를 항해하면서 무력시위를 계속하면 군위군만으로 버거운 상황에서 추가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여 버리는 까닭이다. 거기에 이들에게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어쨌건 명목상 일본과 조선은 동맹이고, 일본 영내에서 실제로 양국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이건 말할 것도 없이 조선에 의한 일본 침략이며 곧 동맹에 대한 배신이다. 조선이 그와 같은 우행을 저리를 리가 없다!'
물론 이는 한국에서 언제까지고 그들을 지번 정부가 아닌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대표단이라 생각했을 때나 성립할 수 있는 배 째라 전략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한국에서 이를 사전에 눈치채거나 에도 중앙정부에서 이 일을 눈치챈다면 폐번처럼 가벼운 처벌로 끝날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일본 국내 사안이라면 모를까 국가 간 외교적 문제로 커질 게 분명한 와중에 언제까지고 진실이 감추어질 리도 만무했다.
그러나 이들은 꿋꿋이 버티는 길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와 사실은 자신들이 일본 정부 대표가 아니라 지번 대표이며, 48시간 운운도 순 허세였다는 걸 들키면 그들의 체면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에게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익보다도, 백성과 병사들의 안위보다도, 그들 자신의 체면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거 이상하군. 그럼 실례지만, 전화를 빌릴 수 있겠소? 물론 상륙 시에는 전원 비무장 상태일 거라 약속하오. 또한, 확인이 끝나고 나면 민가에 잘못하는 일 없이 즉시 귀함할 거라 약속하리다."
"말이 통하지 않는군! 우리는 분명 경고했소. 만일 48시간 안에 철수하지 않는다면, 우리 일본국은 주권국가로서 이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지금 우리를 협박하려는 건가? ···아니, 내가 보기에는 애초에 귀하가 일본국의 외교관이 아닌 것 같군. 다시 말해주게. 당신네가 어느 부서에서 일한다고 했었지?"
"무엄하오! 우리 일본은 신이 지켜주시는 나라요! 이미 몽골의 침공도 물리친 대일본국이 이제 와 귀국 조선을 두려워할 거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요!"
"제정신이 아니군! 당장 이 작자들을 쫓아내게!"
결국, 협상은 파투나고야 말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48시간 동안 한국 해군은 일본 영해에서 철수하는 대신에 항만에 사전에 잠입하고 있던 한국 요원들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았다.
모든 사태파악이 완료된 다음, 대한제국 해군 제1함대의 소감은 다음과 같았다.
"머저리들."
제1함대는 영해 바깥으로 철수하는 대신 후쿠오카 연안에서 가만히 버티는 길을 택했다. 어디 쏴볼 테면 쏴보라는 으름장이었다. 애초에 이들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한국의 힘을 과시해 일본에서 회맹을 탈퇴하지 못하도록 일본 내 회맹 탈퇴파를 꺾어두는 것이었던 마당에 일개 지번 정부의 협박에 물러난다면 그거야말로 참패라는 말로도 부족한 참사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정말로 48시간 후 후쿠오카의 해안 요새들이 일제히 한국 제1함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