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화 웃으며 가는 길
열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이형은 언제 나와 같은 군중의 함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폐하! 청컨대 저 파렴치한 만주족속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있도록 허하여주소서!"
"만주족속들에게는 돌아갈 만주가 있사오나, 소인들에게는 오직 이 황하강 이북 땅뿐입니다! 부디 소인들의 청에 귀 기울여 주소서!"
"""대한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그동안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만세 삼창이 덤으로 들릴 만큼 이형에게 무언가를 간곡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는 점이리라. 이는 작금의 청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요컨대, 아주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기득권층에 대한 공격으로 발현된 혁명운동이 청에서는 민족갈등으로 발현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청에서 만주족이 차지하는 지위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혁흔의 무수한 양보에도, 여전히 만주족은 청에서 특권계층에 해당했다. 이런 소소한 특권조차 없다면 그들 족속이 소멸할 만큼 극단적으로 인구비례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만주족은 화북의 토착 주민은 물론이고, 지난 강남 대기근 당시 황하강를 건너온 난민 출신 주민보다도 그 숫자가 적었다.
문제는 그렇다고 만주족의 특권을 용인하자면, 청은 어떻게 포장해도 국민국가일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아무리 좋게좋게 가려고 해봐야 1% 남짓한 소수가 나머지 99%의 목소리와 맞먹거나 이들을 압도하는 형국이 되어야 만주족이라는 민족이 유지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보다 중요시되는 정치체제를 민주정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대중주의에 기초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는 학생운동 세력이 청에서도 목소리를 드높이는 까닭이었다.
"결국에 이렇게 되었구먼."
그리고 그를 향해 목청을 높이는 군중을 이형은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에 이형이 수십 년 전 혁흔과 만났을 적에 이미 만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라고 권했다. 이제 만주의 칸 지위는 자신이 가져갔으니 청은 한족들을 위한 한족 왕조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혁흔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최대한 양보하는 길을 택했다. 점진적으로 만주족들의 특권을 줄여가면서 완전한 국민국가가 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몸짓을 보인 것이다. 그 덕택에 청은 이날 이때까지 살아남았다. 만주족도 한족도 모두가 지금의 어중간한 타협점에 내심 불만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일부러 파괴할 필요는 없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어중간한 타협점은 결국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자신의 생전에 그의 사후 일어날 공산이 컸던 학생혁명을 미리 터뜨리려 한 이형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결국,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형은 장인어른인 혁흔의 계획을 망가트리고 또 망가트린 것이다.
"누구 덕분이지요."
황후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는 바로 그 점을 비꼬고 있었다. 황후에게 혁흔은 친부였으니 혁흔이 하는 일마다 망쳐놓은 이형의 소행이 썩 마음에 들 수는 없을 수밖에 없었다. 고의로 혁흔을 괴롭히려고 이런 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의도한 것도 아니면서 사사건건 혁흔을 괴롭히고 있는 게 더 괘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형도 할 말이 있었다.
"나는 경고했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줬고. 결국,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서 멋대로 파국에 신음하고 있는 진짜 원흉은 그 사람의 고집이오."
"고집을 부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으니까요."
"···뭐, 그건 부정하지 않겠소만."
"예?"
황후는 놀랐다는 듯이 눈을 깜빡거렸다. 진심으로 생각지도 못한 걸 봤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형 또한 스스로 답하고서도 놀라서는 문득 제자리에 멈춰 섰다. 평소 같았으면 제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어리석음을 비웃거나 불평이라도 한마디 붙이거나 했을 텐데, 제법 순순히 혁흔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수긍했다. 젊은 시절 그토록 타인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하던 이형이 말이다.
요컨대, 일부러 의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타인의 심경을 이해하고 공감한 것이다. 그 스스로 생각해도 크나큰 발전이었다. 이형은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가, 이내 뻔뻔하게 되받아쳤다.
"아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소."
그걸로 끝이었다. 이형은 더 말하지 않고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군중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마차에 올라서는 혁흔이 거하고 있는 자금성으로 향했다. 황후는 그런 이형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뒤쫓았을 뿐, 이후에는 무언가 참견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금성에 도착하자 이형은 이번에는 역에서 마주친 군중과는 또 다른 목소리를 접하게 되었다.
"저 간악한 도적 무리가 대한의 황상께서 책봉하셨던 이 땅의 적법한 왕을 몰아내고자 역모를 꾀하고 있나이다! 청컨대, 금군을 보내어 저 도적 무리를 토멸하여 주소서!"
"한인들은 저 산둥으로 가도 되옵고, 호남과 사천도 있사오나 북경에서 나고 자란 소신들에는 오로지 이 북경 땅밖에는 없사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만주라고 하나, 소신들은 만주어는 잊은 지 오래요, 만주에 가족·친지들을 둔 바도 없으니 소신들에게 남은 곳은 오로지 이 북경 땅뿐입니다!"
"""부디 소신들의 청에 귀 기울여 주소서!"""
북경역에서는 학생들이 가는 곳마다 이형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면, 자금성에서는 만주 귀족들이 가는 곳마다 이형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말하는 것만 들으면 이들은 저들을 만주족이 아니라 북경족이라고 여기기라도 하는 듯싶었다. 그리고 사실 그리 틀리지도 않으리라. 만주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만주어도 모르고, 만주에 가족·친지들도 없는 이들이 어떻게 만주족이랴.
이형이 보기에는 이들이나 학생들이나 다 똑같은 족속이었다. 이들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저 특권을 지니고 있는가 아닌가 뿐일 터였다. 만주에 남은 만주족들이라면 모를까, 북경의 만주족들을 만주족으로 만들어주는 건 혈통이나 문화가 아닌 신분적 지위일 뿐이던 것이다. 제 뿌리를 찾아보려 하지도, 아니면 융화를 택하지도 않고서 그저 혁흔에게 어깃장만 놓다가 인제 와서는 이형에게 어떻게든 해결해달라며 징징거리고 있었다.
물론 이는 이형 또한 모르는 바도 아니었고, 예상하지 못한 바도 아니었으나- 여전히 이형에게 썩 내키지 않는 경험이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음이라.
"···이것들은 제 왕이 몸져누웠다는 데도 그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저 역도 무리를 어떻게든 해달라면서 야단법석이군."
이형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마디 내뱉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어떻게든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쳐도, 이것만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야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건 제 밥그릇이라지만, 그래도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선 이형이 북경에 온 것부터가 대외적으로는 혁흔을 떠나보내기 위해서지 이 학생운동을 해결하기 위해서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이형은 군중들에게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고서 그냥 지나쳤듯이 만주 귀족들 또한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고서 그냥 지나쳤다. 다만 그 이유는 서로 달랐다. 군중을 상대하지 않았던 것은 섣부른 발언으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지만, 만주 귀족들을 상대하지 않았던 것은 그저 이들이 꼴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순순히 포기하지 않았다. 이형이 그들을 무시하고서 걸음을 서둘러도, 만주 귀족들은 종종걸음으로 그를 뒤쫓아왔다. 헌병들이 접근을 막을 수 있던 군중들과 달리, 이들은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병사들이 섣불리 손대기에도 곤란했다.
결국, 폭발한 이형은 한마디 쏘아붙였다.
"조용히 좀 하시오! 조잘조잘 쉴 새도 없이 떠드는 게 병아리 떼를 보는 것 같군! 그리고 만주족이라 자칭하고 싶거든 하다못해 만주어로 말씀하시오! 북경 방언으로 땍땍거리고 있는 주제에 만주족은 얼어 죽을!"
그리고 그제야 만주 귀족들은 조용해졌다. 이형의 고함에 겁에 질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 중 누구도 만주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스스로 자백한 대로, 이들 대부분은 만주족이라기보다는 한족도 만주족도 아닌 북경족에 가까운 정체성을 지니고 있던 까닭이다. 그렇게 그들은 이형을 종종걸음으로 뒤쫓으며 잘하지도 못하는 만주어로 더듬거리기만 할 뿐 이형에게 무언가 더 소리치거나 하지는 못했다.
"···저런 것들을 그래도 동족이랍시고 반평생을 어르고 달래야 하셨을 테니, 장인어른께서 고생이 많으셨겠어."
이형은 나지막이 한마디 내뱉었다. 황후는 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침내 혁흔이 몸져누워 있다는 침실에 도착했다.
침상에 누운 혁흔은 이형을 돌아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연왕이라는 놈이 황상께서 몸소 찾아오셨는데 몸져누워만 있으니, 송구하기 그지없나이다."
"신경 쓰지 마시오. 어차피, 이놈이 그런 걸 신경 쓰는 놈도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 않소."
"참, 그랬었지요. 이렇게 사석에서 뵙는 건 워낙에 오래간만이라, 깜빡 잊고야 말았습니다."
혁흔은 끌끌하며 웃었다. 얼굴 근육의 반은 웃고 있으나 나머지 반은 발작이라도 하듯이 움찔거리기만 할 뿐 꿈쩍도 하지 않으니 참으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어느 곳 하나 팽팽한 곳 없이 메마르고 갈라진 살결에 쇠를 긁는 듯한 숨소리를 내며 가래를 통하듯 웃고 있는 혁흔의 모습은 누가 봐도 다 죽어가는 산송장이 억지로 숨이 붙어 있는체하는 듯 보였다.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비단옷만 없었더라면 어디 저잣거리의 부랑자라고 해도 믿을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세상을 등지던 어느 여름날의 이하응보다도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 낯설디낯선 모습에 이형이 입을 다물고 있자니, 황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안녕이라. 그거야 답하기에 따라 다르겠지요. 목숨만 부지하는 것을 안녕이라 부른다면 안녕하였고, 일이 뜻한 대로 잘되어가고 있는가를 두고서 안녕이라 한다면···."
혁흔은 답을 끌었다. 그러나 답하지 않아도 뒷말의 내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황후의 낯에서 핏기가 가시고, 이형 또한 침묵을 지키는 와중, 혁흔은 한탄하듯 한마디 내뱉었다.
"어쩜 하늘은 이리도 무엇 하나 제 뜻대로 이루지 못하게 하시는지요."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러나 상관없었으리라. 어차피 그 또한 누군가가 답하기를 기대하여 던진 말도 아니었을 테니까.
혁흔은 이형을 문득 돌아보면서 물었다.
"제가 죽거든 이만 이 나라를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그건 곧 청을 이만 병합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가 청왕에 봉해지던 적에 이형과 약속한 바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형은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만주인들이라면 거두어 드리겠소."
다른 말로 하자면, 한족들은 거두기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들을 흡수하는 순간 대한제국은 주류 민족이 한순간에 바뀌게 될 테니까. 이는 곧 청을 합병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대답이기도 했다. 그 땅에 거하는 백성은 취하지 않고서 그 땅만 취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거기에, 범 아주 조약기구에 속한 이상 어차피 국경이 허물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니 일부러 무리한 영토확장으로 유권자를 늘릴 필요도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주인들을 거두어 주겠다는 것일까? 혁흔은 너무나 쉽게 그 속뜻을 헤아렸다. 저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걸 돕거나, 아니면 한국 국적을 부여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미 대다수 만주인이 한국에 거주하는 마당에, 이제 와 화북의 만주족들을 마저 받아들인다고 한들 티도 나지 않을 테니까. 거둘 수 있는 이들만 거두어 가겠다는 대답이었다.
모질다면 모질고,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인 대답에 혁흔은 희미하게 웃었다.
"충분합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 한족도 만주족도 모두 평등한 그의 백성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어 왔거늘, 최후의 순간 우열을 가리려 하니 결국에는 만주족을 편애할 수밖에 없는 저 자신의 이기적인 속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던 까닭이다. 이형이 왕실을 계속하여 이어갈 방법을 일러주었음에도 차마 그럴 수 없었던 그의 진심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만주족이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동족이라는 족속들은 그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저 한 몸 살아보려고 몸을 비틀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것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형은 물었다.
"정말 그걸로 충분하오?"
많은 의미가 내포된 되물음이었다. 정말 그걸로 만족하느냐는 질문이 될 수도 있었고,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는가 하는 질문이 될 수도 있었다. 혁흔은 답하지 않고서,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살다 보니 무엇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더이다. 온 세상이 내게 이만 모두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결국 많은 것을 포기했지. 처음에는 제국을 포기했고, 그다음에는 제위를 포기하고, 마지막에는 나라마저 포기했지. 이제 정말 내게 남은 게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혁흔은 말을 멈추고서 황후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 뒤에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틀어 이형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빙긋이 웃더니, 다시 천장을- 아니, 그 너머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런 내게도 피붙이는 남았더이다. 충분하오. 충분하고말고. 제아무리 원망한들 내 속만 상할 뿐인데, 내 세상을 원망하면서 가고 싶지는 않소."
"아바마마."
"아버지라고 불러다오. 그럼 여한은 없을 테니."
"···아버지."
"그래, 그렇지. 그래, 네 아버지란다···."
혁흔은 오른손을 늘어트렸다. 황후는 그 손을 마주 잡았다. 혁흔은 그제야 만족한 듯 희미하게 미소를 띠더니,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숨소리는 멈추었고, 경련하듯 떨리던 안면근육도 더는 떨리지 않았다. 얼굴 한쪽은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얼굴 한쪽은 자연스레 미소 짓고 있으니 참으로 기괴한 모습이었다.
"허."
이형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혁흔을 떠나보내기 위해 북경에 찾아온 것은 맞았으나, 설마하니 짐을 풀기도 전에 첫 만남으로 혁흔을 떠나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까닭이다. 꼭 그게 아니라도, 혁흔의 마지막 모습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리라.
무언가 추모사를 건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맥을 짚거나 해보지도 못하고서 이형이 멀뚱멀뚱 서있자니, 무릎을 꿇고서 혁흔의 손을 꼭 쥐고 있던 황후가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자리에서 일어나, 혁흔에게 다가가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는 혁흔의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 한쪽을 손으로 있는 힘껏 펴서 온전하게 편안히 미소 짓고 있는 낯을 만들었다.
그제야 황후는 혁흔의 손을 천천히 놓고서 이형을 돌아보며 말했다.
"편안히 웃으면서 가셨어요."
이형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되받아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형은 차마 그렇게는 말하지 못하고서, 조용히 답했다.
"···그래. 그리 보이는구려."
이형의 대답에, 황후는 쓸쓸히 미소 지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시대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