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화 밑준비
물론 이 점은 한국에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미국에서 치고 나왔군···. 이거 꽤 위협적인데."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탁상에는 불과 이틀 전 미 상원을 통과한 미 해군의 신규 건함계획안이 올려져 있었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자면, 미 해군은 1915년까지 주력 전함 18척, 해군배수량 150만 톤 선을 확보하여 안정적인 해군 1위를 차지한 다음 최종적으로는 1920년까지 주력 전함 31척, 해군배수량 200만 톤 선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 중 주력 전함 6척을 제외한 나머지 전함은 건조되는 대로 대서양 방면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며, 주력 전함 8척과 장갑 순양함 8척으로 구성된 별칭 「먼로 함대」가 신설되어 1910년까지 플로리다를 위시한 미국 남부 해안선에 상시 대기하게 될 예정이었다. 또 이와는 별개로 라이베리아에 「존 브라운 해군기지」를 신규 건설하여 1915년까지는 아프리카함대를 신규창설할 거라 했다.
이쯤 되면 직접 미국에서 발표하지 않아도 이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누구나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늦어도 1910년까지는 쿠바 문제를 해결할 작정이었다. 스페인이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여 순순히 쿠바를 매각이나 독립시키든, 아니면 끝내 전쟁을 통해 굴복시키든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되건 이즈음에서 대서양 패권은 확실하게 미국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그 뒤에 늦어도 1915년부터는 라이베리아를 기반으로 아프리카에서 본격적으로 미국의 몫을 주장하고, 겸사겸사 유럽에도 손을 뻗는다. 미국에서 계획한 바로는 1920년까지 해군배수량 200만 톤 선을 확보할 거라 했으니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때 즈음이면 유럽과 아프리카는 확실하게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터였다.
"아직 10년은 더 뒤의 이야기인걸요."
"그 10년 사이에 격차가 더욱 벌어질 테니 문제인 거요."
황후의 위로에 이형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유럽이라고 미국의 패권주의적 행보에 순순히 숙여줄 리는 없을 테고, 모든 일이 미국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않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튼, 대영제국의 몰락 이후 미국은 부정할 여지 없이 세계 최강의 열강이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열강이 되었으니까.
말할 것도 없지만, 이 경우 최선의 수는 공멸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적다. 유럽 대륙이 모두 힘을 합쳐야 미국의 팽창을 어떻게든 막아볼 텐데, 그 유럽은 여전히 제각각 놀고 있으니 적절하게 회유와 이간질을 섞어주기만 하면 미국은 그리 어렵지 않게 유럽을 각개격파하여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넣어둘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북남미 대륙과 유럽 대륙, 아프리카 대륙을 석권한 미국이 한국에 굴복을 요구한다면 마땅히 수가 없다. 미국이 한국에 굴복을 요구할 때 즈음이면 이미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 대륙과 미국 간의 세계대전이 한차례 일어난 뒤겠지만, 그 10년 사이에 한국과 미국 사이에 감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생기는 것이다.
'이거 프랑스는 그렇다 치고 유럽에서 어느 정도는 버텨줘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는데 말이야···.'
이형은 나지막이 혀를 찼다. 미국이 본격적인 세력확장에 나선 이상 어떻게든 유럽과 관계개선을 하기는 해야 할 텐데, 그게 영 막막했다. 아마 지금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한국에 먼저 숙이는 그림이 나온다면야 민심도 흐지부지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나날이 들끓고 있는 불매운동과 백인 혐오를 어떻게든 가라앉혀야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설령 한국에서 부추긴 것이라고 해도, 저들이 끝까지 한국에서 시키는 대로 따를 리는 없기에 더욱 그러했다. 자칫하면 배신이라며 야유를 당할 우려마저 있었다. 단지 정부를 힐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서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자 시도한다면 끝장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먼저 숙이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건 스페인과 프랑스 두 나라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점이다. 민심이 들끓고 있는 건 저들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최악에는 서로가 먼저 숙이기만 바라면서 우물쭈물하다가 끝날지도 몰랐다. 서로 적당히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최선일 테지만, 우선 그런 상황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막막한 판국이었다.
'일단 스페인 놈들. 그 녀석들은 우리랑 거래할 마음이 애당초 없어 보여. 백색 십자군 운운도 그렇고 저 녀석들이 기대하고 있는 건 유럽 국가 간의 공동전선이지 우리의 협조가 아니야. 아마 우리가 슬그머니 영향력을 침투시켜 필리핀에서 스페인 놈들을 몰아내려 들까 봐 그러는 거겠지만. 그리고 프랑스. 프랑스는 아마 우리가 먼저 숙이지 않는 이상 숙이지 않을 거다.
꼭 저 개구리 놈들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도, 현 황제 나폴레옹 4세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놈이야. 그런 놈이 아무리 미국이 위협적이라지만 우리에게 선뜻 먼저 고개를 숙일 리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으신다면, 그만 잊고서 당장 눈앞에 일들부터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형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황후는 문득 한마디를 던졌다. 물론 이형으로서는 따르기 어려운 조언이었다. 이형은 곧장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소? 이건 내 일이요. 내가 끝마쳐야 할 내 일이란 말이오. 이 일을 가만히 방조하거든 훗날 어떤 재앙이 닥칠지 내 머릿속에 이리도 선명히 그려지는데 이 일을 미룰 수는 없소."
"물론 황상께서 하셔야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황상께서만 고심하시고 계셔야 할 일도 아닐 테지요. 조금은 태자를 믿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폐하."
그렇지만 이번에는 황후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형으로서는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을 만큼 황후의 태도는 단호했다. 이형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강한 어조로 되받아쳤다.
"지금 내 일을 그놈에게 떠넘기라는 말이요? 그것도 안 될 말이요. 그렇지 않아도 제 일에 적응하는 것만으로 벅찰 녀석이오. 그 녀석에게 또 새로운 소임을 떠넘길 수는 없소."
"황상, 태자도 어느새 이립이 되었답니다. 황상께서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보살펴야 할 갓난아이가 아니에요. 태자를 믿어보기로 하셨다면, 끝까지 태자를 믿어주시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이형도 선뜻 답하지 못하고서 입을 다물었다. 부왕의 개입과 세자를 향한 불신이 대부분의 대리청정이 흐지부지 마무리된 원흉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형이었다. 황후의 지적에 혹 자신이 그 길을 뒤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심코 스스로 행보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아니, 나 정도면 그래도 제대로 대리청정시켜주고 있지 않나? 괜히 불편해할까 봐 자리까지 비워줬는데.'
물론 그것도 잠시였다. 이형은 스스로 이원철을 위해 제대로 된 대리청정 환경을 조성해줬다고 자부했다. 자리를 비운 탓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려워진 점은 이형에게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 정도야 알아서 터득할 것이라고 여긴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이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잘 알겠소. 그러나 내게는 그 말이 꼭 나 하나 편해지자고 그놈을 괴롭히자고 꼬드기는 것처럼만 들리는구려."
"조금은 옥체를 돌보셔야지요."
그리고 곧장 다시 입이 막혔다. 마치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그제야 황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온 이유를 알아차린 이형은 목 관절이 톱니바퀴가 변하기라도 한 듯 덜컥덜컥하고 천천히 황후를 돌아봤다.
그런 이형을 잠시 말없이 응시하던 황후는, 작게 한숨을 토하면서 이형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너무 일에 매달리지는 말아주시어요. 그렇지 않아도 예전만 못하신데, 괜히 건강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크흠, 크흠."
이형은 실없이 헛기침해댔다. 뜻하지 않게 아픈 곳을 찔린 까닭이다. 안 그래도 요즈음 그토록 즐기던 술도 끊고 고기도 줄이고 하면서 건강을 의식하고 있던 차에 괜히 혼자 골 싸매다가 건강이나 망치지 말라는 지적을 앞에서 들으니 대꾸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이형 그 자신도 자신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렇게 되면 이형으로서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결국, 이형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며 항복을 선언했다.
"알겠소. 그렇게 하리다."
'그런데, 그놈이 잘 해내려나? 이거 영 불안한데···.'
마음속 한쪽으로는 여전히 일말의 불안과 의심을 품은 체 말이다.
자신이 직접 올바른 해답을 고심하는 대신에 다른 누군가가 올바른 해답을 내기를 기다리는 것이 어색하기만 한 이형이었다.
* * *
러시아 민주공화국, 모스크바.
"으으, 춥다 추워!"
이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후후 숨을 불어넣었다. 꽁꽁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위해서다. 아니, 위해서였다. 후후하고 몇 차례 입김을 불어 넣기를 잠시간, 희뿌연 김이 제 손아귀에서 잠시간 머물러 있는 걸 목격한 이휴는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우와 이거 멋진데."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드셨습니까, 전하."
"이것 좀 봐! 여기 입김이- 아. 흩어져 버렸네. 쳇."
이휴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서 투덜거렸다. 제 손아귀에 모인 희뿌연 입김을 전봉준에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침이 얼어붙어서 옅게 서리가 선다면 모를까 입김이 그리 오래 머물러 있을 리가 만무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뒤에도 이휴는 포기하지 못하고서 몇 차례 손을 모으고서 후후 입김을 불어 넣었다.
전봉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때마다 번번이 금세 흩어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게 왜 갑자기 안되지? 아까는 분명 잘 되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다시 보여줄게!"
"···입김을 말씀이십니까?"
"엉, 입김이 잠깐 내 손에 갇혀 있었거든. 엄청나게 예뻤어. 분명 장군도 좋아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그렇습니까? 그거 기대되는군요."
'이것 참, 전하께 화를 낼 수도 없고···. 장교라는 자각은 있으신 것인지, 원.'
전봉준은 쓰게 웃었다. 보면 볼수록 어떻게 군사학교를 졸업한 것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자유분방한 황자였다. 하는 행동만 보면 여전히 한창 뛰놀 나이대의 소년 같았다. 분명 황자라는 점 때문에 열외를 받거나 이래저래 본래라면 질책당해야 할 상황에서도 선뜻 용서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놀라울 만큼 순수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일전에 확인한 육군사관학교 시절의 기록을 보면 딱히 그런 언급은 없었다. 얼차려를 열외 받았다 같은 편애 사항이 기록되어있을 리는 없을 테니 그 점은 빼고서라도, 졸업성적부터가 대체로 평균보다 조금 위로 기록되어 특별히 편애를 받거나 한 흔적은 없었으며 황자의 성격이나 군기를 문제 삼는 구절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장장 4년에 걸쳐 모든 교관이 황자에게 조금도 불리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거나, 아니면 소위로 임관한 이후에 이렇게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거나. 그리고 전봉준은 아마 이중 후자일 거라고 추측했다. 원인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거 괜히 호위하기 편하라고 내 곁에 두었다가 전하께서 풀어진 게 아닌가 싶구먼.'
"응? 장군,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지금으로서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예. 지금으로서는 말이지요."
무슨 일 있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휴의 모습에 전봉준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다. 그들은 이휴가 소위로 임관하여 러시아에 들어서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황제의 자식 중 대부분이 전봉준과 아는 사이였지만 말이다. 어렸을 적에 잘 놀아주던 아저씨 즈음이었던 사람이 상관 노릇을 하다 보니 이휴도 한껏 풀어진 것임이 분명했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직속 상관이 전봉준이 아니었다면 이휴가 이렇게 풀어질 일도 없었다는 이야기도 되었다. 물론, 그 경우 이휴를 호위하기란 한결 까다로워졌겠지만 말이다. 그가 러시아에 파견된 건 이휴를 호위하기 위함이 아니었지만, 일단 이휴가 파견된 이상 이휴의 호위를 빼놓을 수도 없었으니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전하, 사석에서는 앞으로도 이처럼 편히 대하시더라도 앞으로는 공적인 자리에서만이라도 격식을 갖추어 주십시오. 사회에서의 신분이 군 계급에 우선 되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습니다."
"응, 알겠어···가 아니지. 시정하겠습니다."
골머리를 싸매며 건넨 잔소리가 다소는 효과를 본 것일까. 그제야 이휴는 정자세를 취하며 사뭇 진지하게 전봉준에게 경례를 올렸다. 물론 이 진지한 모습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주의를 시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쩌면, 이러한 경례도 장난에 가까운 행동일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전봉준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휴가 임관한 이래로 한숨이 떨어지지를 않던 전봉준이었다.
"그러고 보면 난 노서아에서 뭘 해야 하는 거야?"
'역시나···.'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언제나 대로의 편한 어조로 전봉준을 대하는 이휴의 모습에 전봉준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답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 부분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또 무슨 사고를 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전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하께서는 제 일을 도와주시는 게 곧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제 부관이시니까요."
덧붙여 이는 전봉준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원세개가 이휴에 접근하는 걸 사전에 저지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총독이나 다름없이 월권행위를 일삼고 있는 원세개에게 이휴가 회유당한다면 그때는 정말 원세개는 러시아의 왕처럼 생활할 수 있을 터였다.
이 때문에 사실 전봉준으로서는 이휴가 러시아로 온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웠던 정국에 이휴라는 와일드카드가 등판하면서 러시아 국내의 모든 정치세력이 눈이 돌아간 것이다. 이휴를 회유하여 그를 든든한 뒷배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당장 정권을 뒤집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전봉준으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막막하던 차에 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격이었다. 이휴 본인은 나라에 이바지하기 위해 러시아행을 결단했는지 몰라도, 전봉준으로서는 차라리 다른 곳을 지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가시지를 않았다.
"그럼 장군의 일은 뭔데?"
"···원세개 장군이 독단을 펼치지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지요."
"그럼 나도 원세개를 괴롭히고 오면 되는 거야?"
"전하, 부디 고정하여 주십시오. 아직 이곳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눈감아 드리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멋대로 구신다면 곤란합니다."
"쳇-. 삭막하게 굴기는. ···어라?"
투덜거리며 자리를 나서려던 이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되돌아왔다. 전보지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꼴에 부관이라고 전보지를 받아 챙기고서는, 이휴는 전보지를 전봉준에게 이를 건네주었다.
"장군, 전보 왔어."
"전보? 노국 참모본부에서 말씀이십니까?"
"아니, 북경에서 왔던데."
"북경이요?"
전봉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보지를 건네받았다. 내용은 짧고 간단했다.
조만간 러시아에서 철군하게 될 테니, 이에 앞서 밑준비를 해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