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화 호부견자
원세개가 한성으로 끌려가는 열차 안에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무렵, 전봉준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십 년 감수했구나."
괜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원세개가 한성으로 끌려가면서 사실상의 좌천을 당하기까지 도중에 원세개에게 발각될 위험이 두 번은 있었다. 워낙에 급하게 일이 진행된 까닭이다. 우선 첫째 위기는 전봉준과 원세개에게 각각 다르게 전달된 명령문을 도중에 가로채일 뻔했던 것이고, 두 번째 위기는 원세개의 장남 원극정이 러시아 전국철도 협동조합과 접촉하여 원세개의 정확한 부임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첫 번째 위기야 미리 준비되어있었던 가짜 명령서로 넘겼지만, 두 번째 위기는 전봉준의 손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원극정이 전국철도협동조합과 접촉한 것이 평소처럼 원세개의 지시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른 돌발적인 행동이었던 까닭이다. 그런데도 이 위기가 단순한 우발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원극정이 그들과 접촉한 것 자체가 한성으로 갈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던 덕택이었다.
때문에 원극정은 진실을 미리 알고 난 이후에도 제 아비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서 입을 다물었다. 원세개가 진실을 알게 되면 길길이 날뛰리라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던 탓이다. 되려 그는 미리 전국철도협동조합과 말을 맞추어 끝까지 제 아비를 속이는 데에 일조하기도 했다.
"호랑이 아비 밑에서는 호랑이만 난다고 하니, 이리 아비 밑에서는 이리만 나는 법인가 봅니다."
"참으로 그렇소."
'제 아비와 자식이 헐뜯는 꼴이라니, 참으로 말세로다.'
전봉준은 원극정이 그 뒤 은근히 저를 찾아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심 혀를 찼다. 원극정은 전봉준에게 제 아비를 구해달라고 탄원하지 않았다. 되려, 그는 원세개를 속이는 데에 도움을 줄 테니 한성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요직에 오를 수 있도록 황제에게 자신이 협조한 사실을 은근히 귀띔해달라며 청탁을 넣기까지 했다. 전봉준은 원극정의 그러한 모습에서 황제를 향한 알량한 충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극정에게 원세개의 야망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던 것이다. 결과적으로야 나라를 위해 큰 도움이 되었고, 재주가 부족하거나 배움에 뜻이 없는 것도 아니니 한성으로 가게 되면 제법 나라를 위해 크게 쓰이게 될 테지만- 전봉준으로서는 썩 원극정을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간교한 자에게 나랏일을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제 아들에 배신을 당한 원세개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한몫했다.
황제는 이전에 그에게 원세개는 사마중달 같은 작자라고 했지만, 전봉준은 그보다 능력은 더 못하고 야심은 더 심하다고 여겼다. 하다못해 사마중달은 해냈다는 승리감에 도취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아들에 속아 벽지(?)로 끌려가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장군께서는 내일 떠나시게 되는 겁니까?"
"어허, 뭘 그렇게 서두르고 그러시오. 앞으로 보름은 더 있을 거요. 전하께서 사람을 만나시는데 위병이 빠져서야 하겠소."
"아하, 그러고 보니 전하께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곳 노서아에 머무르신다고 하셨지요. 혹시 그간 전하를 곁에서 모신 경험에 빗대어 조언이라도 한마디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언이라. 글쎄, 그렇구려. 조언이라고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나 대신에 한 번쯤 호되게 혼이라도 내주시겠소? 내 한 번쯤 군인으로서 자각을 가져달라 주의를 드린다는 걸 여태 까먹고 말았소. 면목 없지만, 나 대신에 부탁하리다."
"장군. 농이 지나치십니다. 장군께서도 손도 못 대셨으면서 일개 서생 따위가 어찌 전하께 회초리를 든다는 말입니까?"
"허허허, 농담이요. 저분도 내 탓에 풀어지신 것뿐일 테니 괜찮을 거요. 다만, 원체 낯선 사람들에게도 살갑게 굴고 또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니, 그 점만 주의해주시면 아무 문제 없을 거요."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한다라···. 알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 속마음이야 어쨌건, 전봉준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홍종우와 담소를 나눴다. 본격적인 철군이 시작되면서 함께 한성으로 돌아가게 된 전봉준과 다르게 그는 주러 한국대사인 동시에 앞으로 러시아 내 친한 세력들을 관리하게 될 원세개의 후임자였다. 부임 자체는 몇 달 전에 했지만, 그간 원세개에 밀려 실상 허수아비 신세였다가 원세개가 사실상 숙청을 당하면서 다시 러시아 방면의 총책임자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홍종우가 뜻하지 않게 원세개의 빈자리를 공으로 주워 먹은 풍운아에 불과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당장 황제의 밀서를 전봉준에게 전달해준 것도, 전봉준이 모르는 곳에서 원극정이 전국철도협동조합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도 모두 홍종우였으니까.
그러나, 그 모든 나날에도 전봉준은 홍종우를 썩 내켜 하지 않았다.
'이 자도 원세개 그자가 이리라 남발할 처지는 아닌 듯한데. 그러고 보면, 듣자 하니 본디 국정원에서 일하던 적이 있다고 했었지.'
전봉준은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는 눈앞에 홍종우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디 국정원에서 일하다 외교부로 넘어왔다는 경력을 생각해보면 실력은 확실하고, 아마 의심할 여지 없이 황제가 외교부에 심어둔 황제의 눈이나 손일 테지만- 그는 애당초 국정원이건 경찰청 공안부건 국가헌병대건 특무대건 썩 마음에 내켜 하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종자들일뿐더러, 그가 모르는 곳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족속들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까닭이다.
물론 그런 호불호와는 별개로 그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않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휴가 원세개가 남기고 간 인맥들을 수습하는 동안 적어도 한 달간은 계속 러시아에 머물며 홍종우가 무슨 수작을 부리나 직접 감시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대사께서는 앞으로 제법 바빠지시겠구려."
"뭐, 당분간은 소란스럽긴 할 겁니다. 그렇지만 오래가지는 않겠지요. 저들도 원수보다는 황자가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구명줄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
홍종우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리고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원세개의 주요 인맥들은 대개 그를 진심으로 따라서 모인 것이 아니라 그의 권세를 보고서 몰려든 것뿐이었으니, 보다 알기 쉬운 권세인 황자가 등장한 이상 언젠가 빛이 바랠 수밖에는 없는 운명이었다. 애당초, 같은 러시아인도 사회주의자도 아닌 원세개를 저들이 무슨 이유로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황자를 인맥확보를 위한 도구로 밖에는 안 보는 언사이기도 했다. 물론, 황자를 내세워 러시아 내에 한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라는 것이 황제에게서 홍종우가 내려받은 밀명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전봉준은 바로 그 점을 꼬집었다.
"그럼 아무래도 표현을 고쳐야겠소. 앞으로 전하께서 제법 바빠지시겠구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전하께서도 즐거워하실 겁니다. 인맥 관리라고 해봐야 어차피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것뿐이니까요."
"허허허···."
전봉준은 쓰게 웃었다. 말한 대로 고스란히 돌려받은 것이다. 당했다고 자책할 것도 없었다. 홍종우는 전봉준 본인이 말해준 그대로 가볍게 받아쳐 준 것뿐이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전봉준은 그의 착각을 정정해주었다.
"그렇다면 역시나 대사께서 앞으로 제법 바빠지시겠구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곧 알게 되실 거요."
그 뒤로도 전봉준은 떠나는 그 날까지 홍종우가 바빠질 거라고 했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홍종우는 그가 어째서 조만간 바빠질 거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전봉준이 떠나고서 처음 며칠 간은 이휴도 조용조용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홍종우가 뒤늦게 전봉준의 말뜻을 알게 된 것은 하루 평균 10시간, 주 7일간 단 하루의 예외도 없이 이휴의 손에 끌려다니며 온갖 소소하고 자잘한 잔치들에까지 불려 가게 된 다음이었다.
* * *
한편 그 무렵.
"한국이 러시아에서 물러났다더군."
"그렇다더군요."
루이는 간만에 그의 황제와 썩 내키지 않는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썩 내키지 않는 만남이었는가 하면 첫째로 상대가 다름 아닌 그 나폴레옹 4세였기 때문이며, 둘째로 이번 만남은 나폴레옹 4세의 일방적인 요구로 이루어진 만남이었으며, 셋째로 그가 어쩐 이유로 루이를 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화두부터가 그랬다. 한국이 러시아에서 물러났다. 그거야 물론 괄목할만한 대사건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와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루이가 친한파라는 이유로 부른 것이라면 그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장기간 체류한 것도 벌써 10년도 더 전이라고 되받아치고 싶었다. 일생에 걸쳐 지구 반대편 한국에 다녀온 일이 벌써 두 번째라는 건 분명 주목할만한 사항일지도 모르겠으나-.
"잠깐. 설마 제게 또 한국에 다녀오라고 이렇게 부르신 겁니까?"
"···눈치가 늘었구먼. 아무튼, 이야기가 빨라졌으니 잘된 일이지. 위대한 프랑스 제국과 영광스러운 프랑스 국민을 위하여 한국에 다녀와 줄 수 있겠나?"
"삼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나이라서 말입니다. 이제 정말 아침마다 삭신 중 안 쑤시는 관절이 없더군요."
"그렇게 삭신이 쑤시거든 이제 그만 영지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자네가 사임하겠다고 하면 내 얼마든지 인가해주지. 이만 영지로 내려가 편히 쉬어보는 건 어떤가?"
"이 이야기는 이쯤 해두지요. 만일 하실 말씀이 이것뿐이라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루이는 매섭게 나폴레옹 4세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아직 정치인으로서 완전히 여문 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아직도 나폴레옹 4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질질 끌려다닐 만한 단계는 진즉 지나쳐진 지 오래였다.
"쯧. 매정하기도 하군."
나폴레옹 4세도 그걸 알아차렸는지 더 뭔가 루이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팔을 괴고서 가만히 루이를 노려다 볼 뿐이었다. 노려보다가, 대뜸 말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아무리 노력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걸 점점 알아가게 되니 말이네."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도 이제 어느새 50이 넘었고, 자네는 70을 넘어 80을 내다봐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은퇴하라는 말을 하려고 하시는 거라면, 재차 사양하겠습니다."
"좀 진득하니 경청하는 버릇을 가져보게. 하여튼,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나폴레옹 4세는 말을 마저 잇지 못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게 뭘까, 루이가 깊이 생각해보기도 전에 나폴레옹 4세는 제 안에서 무언가 결론을 내렸는지 대뜸 말했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국민투표를 개최하고자 하네. 이 말을 자네 부하들에게 전해줄 수 있겠나?"
"굉장히 갑작스러운 말씀이시군요. 국민투표라니, 무엇에 관한 국민투표 말입니까?"
"정말로 모르는 건가, 아니면 모른 척하면서 약을 올리려는 건가? 그야 물론 내 아들, 그러니까 샤를의 제위 계승을 위한 국민투표 말이네."
나폴레옹 4세는 벌컥 성을 냈다. 루이가 자신을 약 올리고 있는 거라고 여긴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루이는 턱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되물었다.
"어지간히도 조제프를 두려워하시는 것 같군요."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그럼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지. 이런 결단을 내리게 한 장본인이 그런 말을 하니 더욱 당혹스럽군."
"제가 뭘 그리도 폐하를 두렵게 하였습니까?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 같은 건 없다고 저번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젠장, 됐으니까 내 말이나 경청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지. 샤를, 그 아이는 자네 부하들을 감당 못 해. 그렇지만 난 내가 죽고 난 다음 그 아이가 자네 부하들 손에 죽거나 쫓겨나는 꼴을 보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하다못해 설령 국민투표에서 패하더라도 이 프랑스에서 발을 붙이고 살 수 있게 자네들과 미리 교섭을 해두려는 거야. 내 말뜻을 알겠나?"
나폴레옹 4세는 답답한 듯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제야 루이는 회심의 미소를 띄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제의 진짜 속마음이 나온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조만간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던 교섭이었다.
그리고 루이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그는 쿠데타를 내켜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쿠데타가 아닌 정당한 선거를 통한 혁명이라면- 그거라면, 고려해봄 직했다.
루이는 가슴을 쭉 폈다. 펴고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런데, 왜 구태여 제가 조제프에게 전해야 하는 겁니까? 꼭 제가 아니라도 폐하께서 직접 말씀하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놈이 잘도 내 말을 믿어주겠군. 빌어먹을, 그놈이 차라리 이번 성탄절에 주께서 재림하신다는 말을 믿지 내 말을 믿겠나? 말 같은 소리를 하게."
"정말로 샤를 전하께서 못 미더우신 모양이시군요."
"그놈이 그제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아나? 「한국이 러시아에서 철병한 지금이야말로 러시아를 무너트릴 최적의 기회가 아니겠습니까?」라더군. 병사가 부족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독일과 동맹하여 반공 십자군을 결성하면 됩니다」라더구먼. 빌어먹을. 그 뒤에 독일 놈들이 우릴 가만히 둘 것 같으냐고 했는데도 쥐뿔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어."
"오, 이런."
"그놈이 내후년이면 서른이야, 서른. 제기랄, 이제 와 내가 직접 교편을 든다고 한들 그놈이 뭐가 그리 달라지겠나?"
나폴레옹 4세는 그리 한탄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직접 말하지는 않았어도, 은근히 샤를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차라리 다른 후보가 있었으면 그를 골랐을 만큼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폴레옹 4세에게 남아있는 사내자식은 샤를 황태자 한 사람뿐이었다.
루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정은 대강 알았습니다. 그럼 샤를 전하께서 국민투표에서 패한다면 저희가 알아서 이 프랑스를 접수하면 되는 겁니까?"
"꼭 내가 경보다 먼저 죽을 거라고 단정하는 것 같은 어투로군. 자네가 나보다 스무 살은 더 많은데 말이야."
"아무렴 폐하께서 이렇게 앞으로 살아갈 의욕을 충천해주셨는데 단명할 수야 있겠습니까? 어디 더 살 수 없을 때까지는 꿋꿋이 살아봐야지요."
"정말이지 웃기고 있구먼. 뭐, 좋을 대로 하게. 오를레앙을 데려오건 부르봉을 데려오건 공화국을 세우건 자네가 황제가 되건 마음대로 해. 다만, 저 아이가 앞으로도 이 프랑스에서 살아갈 수만 있게 해주게. 내 이렇게 부탁하겠네."
"알겠습니다. 대신에-."
그러고서 루이는 잠시 말을 끊었다. 끊었다가, 이죽거리면서 뒷말을 덧붙였다.
"한국에는 폐하께서 직접 다녀와 주십시오. 이게 속임수인지, 아니면 정말로 급하셔서 그런 건지를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자네, 정말로 이래야겠나?"
"어차피 누군가는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되도록 잘 알려지고 직위도 높은 사람이 다녀올수록 효과도 좋겠지요."
"내가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경도 알고 있을 텐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음모를 꾸밀 만큼 음흉한 놈이 아니라는 걸 폐하께서도 잘 알지 않습니까?"
꼬아서 생각하면, 일전에 루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음모를 꾸민 나폴레옹 4세는 음흉한 놈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한마디였다. 그제야 나폴레옹 4세는 입을 다물었다.
며칠 후,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통해 나폴레옹 4세의 공식 방한 요청이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