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화 진솔한 부탁
그것은 한편으로는 이형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도 되었다.
더 이상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기책과 거리낌 없이 제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용맹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해결책과 누구도 목숨을 던질 필요 없는 안전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던 까닭이다.
여전히 아시아 바깥의 세계는 혼란스러웠고, 세계패권을 두고서 다투는 열강 간의 다툼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마침내, 아시아에서만큼은 한 세대 간의 평온이 찾아온 것이다.
"이제는 조금 쉴 수 있겠구먼."
경복궁, 향원정
누각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형은 낄낄거리고 웃었다. 어딘가 안심한 듯한, 그러나 씁쓸하게도 들리는 웃음소리였다. 평소와 달리, 그는 서역에서 들어온 육군 원수복은커녕 예복도 입고 있지 않았다. 방석 하나 없이 활짝 열린 누각에 주저앉아, 이형은 넥타이는커녕 윗단추조차 채우지 않은 양장을 입고서 한가로이 가을바람을 맞고 있었다.
물론 혼자서는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지난 수십 년간 그의 뒤를 쭐레쭐레 쫓았던 김가진과 전봉준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거기 그러고만 있지 말고 편히 앉아보는 건 어떤가? 그러고 있는 꼴을 보니 내가 다 다리가 저린 기분이구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걸 보다 못한 이형이 지나가듯이 툭 한마디 던지자, 그제야 두 사람은 제자리에 앉았다. 물론 여전히 양반다리는커녕 다리 한 짝을 나무 기둥에 걸치고서 턱을 괴고 있는 이형에 비하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모습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황제이며 그들은 신하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번에 이형이 그들을 부른 이유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였기 때문이다. 궁녀들은커녕 내관도, 위병 하나 없이 그들 두 사람만 따로 향원정에 부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일 터였다.
진정 중요한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하기보다는 제 믿을 수 있는 심복들을 불러 적으면 두 사람, 많아야 세 사람, 네 사람과 은밀히 의견을 주고받는 걸 더 선호하는 황제였기에 이러한 의심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의심은 현실로 드러났다.
"조만간에 태자에게 제위를 넘길 생각이네."
"그건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황상. 황상께서 옥좌에 앉으신 덕택에 대한 또한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 대한을 저버리려 하십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무거운 이야기였을 뿐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형이 툭 하니 던진 한마디에 전봉준은 순간 말을 잃었고, 김가진만이 간신히 반응하여 냉큼 제자리에 엎드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것이 정말로 제위를 물려주겠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충성심을 시험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충성심 시험 같은 걸 할 황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본디 조선의 사대부로서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는 없었다.
이형이라고 그 내막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이형은 고개를 조아린 김가진을 슬쩍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려다보고서는, 다시 호수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 이 나라는 내가 만든 나라지. 하지만 이제 내가 없다고 이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거야. 늦어도 내후년이면 녀석에게 제위를 넘길 생각이네. 다른 놈들은 몰라도, 경들에게는 미리 말해둬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네."
"황상, 아직도 이 나라 대한의 백성은 황상께서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 나라 대한을 이끌어 주시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간 그토록 민심을 외쳐오셨으면서, 어찌 민심을 져버리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누가 아주 죽겠다고 말했나? 그리고 정치야 녀석이나 의회에서 부탁할 때나 틈틈이 한마디씩 해줘도 충분할 테지. 난 이제 태상황으로 부양이나 받으면서 세월을 낚아볼까 하네."
"하오나···!"
"그만. 그쯤 해두게."
갈수록 목청을 높이던 김가진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서, 이형은 가만히 인공호수를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잔잔한 호수였다. 마침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평온한 날이라서 더욱 그러리라. 일부러 바람을 맞으러 온 이형의 꼴이 우스울 만큼 바람은 드문드문, 그리고 옅게만 불어오고 있었다.
이형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경들을 날 어떤 군주라 여기는가?"
"황상께서는 상제께서 우리 대한을 어여삐 여기시어 내리신 요순에 버금갈 성군이십니다."
"황상께서는 우리 대한민족의 백마 탄 초인이십니다."
먼저 답한 것은 전봉준이었고, 그 뒤에 답한 것은 김가진이었다. 그 대답을 듣고서 이형은 잠시 말없이 뒷목을 벅벅 긁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기도 했으나, 또 그걸 앞에서 듣게 되니 낯부끄러웠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형은 그렇다고 그들에게 말이 과하다고 지적하거나 반박하려 하지는 않았다. 내심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여긴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을 향한 자부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형이었다.
하지만 이형은 동시에 답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럼 내가 평화로운 시대에 보위에 올랐다면 어떤 왕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어찌 다름이 있겠습니까? 황상께서는 변함없이 우리 대한 만백성의 자랑이 되셨을 것입니다."
"그런가?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군. 내가 평화로운 시대에 보위에 올랐더라면, 보나 마나 연산군의 재림 소리나 듣고서 얼마 안 가서 내쫓겼을 거야."
"어찌 그런···!"
당혹한 김가진과 전봉준과는 다르게 이형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술 한 잔 걸치지 않았음에도 그는 꼭 취한 사람 같았다. 물론, 경치에 취한 것도 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취한 사람이 맞았다. 오래간만에 선선하고 힘찬 맞바람이 불어왔다.
앞머리가 바람에 날려 부드럽게 흩날렸다. 이제는 세월을 못 이기고서 조금씩 새하얗게 쉬고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수염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나마 숭숭 빠져 대머리가 되지 않은 것만은 몇 안 되는 위안거리였다.
이형은 수염을 비비 꼬며 말했다.
"돌이켜보면 난 참 운이 좋았어. 딱 나 같은 놈이 활약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 운 좋게도 그 요괴 놈이 제풀에 넘어준 덕택에 왕 다운 왕이 될 수 있었고, 전쟁에 연달아서 이긴 덕택에 황제가 되었지. 다시 황제가 되고서도 일들이 술술 풀려 마침내 내 나라가 다음 세대 즈음에는 세계패권을 노려봄 직한 지위에 올랐고-.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찌 그만한 위업이 단지 운만으로 이루어졌겠습니까? 황상, 천운이라는 것은 무릇 그것을 취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오롯이 취할 수 있는 것이라 했습니다. 모두 황상께서 하늘이 주신 기회를 살릴 준비와 재능을 갖추셨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도 그럴 거야. 내가 난 놈이었으니까 그 많은 천운을 살릴 수 있었던 거겠지. 그렇지만 생각해보게. 과연 내가 지금 보위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어땠겠는가? 경전을 성실히 익히고 조정의 고관대작들과 민생을 논하기는커녕 보위에 오르고서는 가장 먼저 민생을 고통스럽게 할 전쟁이나 일으키려 했으니 좋은 소리는 못 들었을 테지.
또 그 여러 차례의 전쟁에서 단 한 차례라도 패했다면 황제가 되기는커녕 나라를 망하게 한 폭군으로 사서에 기록되었을 것이고, 황제가 되고서도 일들이 꼬이기만 했다면 기껏해야 영길리의 사냥개로 끝났을 거야. 치세의 폭군, 난세의 성군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난세가 지나가 치세를 펼칠 날이 찾아왔으니 이만 제위에서 물러나고자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전봉준은 설마 하는 눈초리로 물었다. 그제야 이형은 흘끗 시선을 돌려 전봉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희미하게 웃으며, 이형은 얼떨떨한 얼굴을 하는 전봉준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며 웃었다.
"그래, 우리 호위대장이 그래도 나랑 붙어 다닌 세월이 있다 보니 내 마음을 잘 아는구먼. 바로 그거야. 지난 십여 년간 그래도 치세의 명군까지는 해보려고 노력해봤는데, 이거야 원. 정말이지 못 할 노릇이더구먼. 아무리 생각해도 내 천성은 이쪽이 아니야. 차라리 전쟁터에서 말이나 타고 총을 쏴대면서 전장을 누비는 게 더 천성에 알맞을 테지.
나 같은 놈이 계속 나라를 끌어나가다 보면 이 나라는 언제건 난세를 향해 내달리게 될지도 모르네. 그래서 내가 이만 물러나겠다는 게야. 어떻게 생각하나?"
"···잘은 모르겠으나, 황상께서 거짓을 고하고 계신다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이것 참. 전봉준이. 자네 이렇게 내 맘속 깊숙이 들여다보고 다녀도 되나? 응?"
전봉준의 등을 툭툭 두들기며 이형은 이죽거렸다. 차마 전봉준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서 고개를 돌리니, 이형은 전봉준의 시선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얼굴을 들이 밀어댔다. 마치 여기를 보라는 듯이 말이다. 전봉준이 끝내는 얼굴을 붉히고서 어쩔 줄 모르니 그제야 이형은 전봉준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서는 멀어졌다.
멀어지고서는, 팔짱을 낀 채로 창가를 등지고서 돌아서, 두 사람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내 솔직하게 말하겠네. 내가 너무 잘난 놈이라서 이만 제위에서 물러나려는 거야."
참으로 오만방자하고 어처구니없는 한마디였다. 그러나 동시에 더 없이 이형다운 말이기도 했다. 전봉준도 김가진도, 이제 와 이형의 이런 한 마디 한 마디에 놀랄 짬밥도 아니었던 만큼 놀란 기색도 없이 가만히 이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 덤덤한 반응이 이형에게는 퍽 재미없게 받아들여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 웃거나 당황하라고 한 말이었는데,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며 덤덤한 모습들을 하고 있으니 이형으로서는 헛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서, 이형은 말을 이어갔다.
"나는 물론 잘난 놈이지. 그러나 내 아들놈이 이만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 역시,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는지요."
김가진은 무심코 국정 회의에서 이원철이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렸다. 썩 미덥지 않고, 이형에 비하면 우유부단한 성정의 태자였다. 그런 태자가, 당장 망해가고 있던 나라를 아주 대륙의 패자로 우뚝 서게 만들고 고관대작들을 한 손에 휘어잡았던 황제를 따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였다.
이형 또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가진의 대답을 긍정했다. 물론, 은근히 비꼬면서 말이다.
"그렇지. 간만에 우리 김 차관이 솔직하게 말해줘서 좋구먼. 아무튼, 그러네. 누구나 나처럼 천운을 타고 태어나 하늘에서 주는 천운을 주는 대로 족족 살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던가? 하늘에서 천운을 내려주는 것조차 공평하지 않거늘, 하물며 타고난 재능이야. 하지만 우리 국민과 관료들은 그 아이에게 내가 보여줬던 모습을 기대할걸세.
어쩌면 뭐, 최전선에서 고량주나 마시면서 냅다 적병에 들이박으라고 할지도 모르지. 물론 어지간하면 그렇게까지야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네. 그렇지만 그 아이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그간 국민에게 보여줬던 일들과는 다르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나?"
"수성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래, 수성이야.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기책 같은 게 아니라 꿋꿋이 버티고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들을 끈기 있게 이어나가는 일이지. 그래서 지금 미리 제위에서 물러나려는 게야. 지금부터 미리 물러나서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이고, 앞으로 어떤 치세를 펼칠지 국민에게 알려줘야 국민이 그 아이의 시대에 지금부터 익숙해질 수 있지 않겠나?
내 생전이라면 그 아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건, 제아무리 국민을 실망하게 하건 내 후광으로 보듬어줄 수 있어. 그 아이가 실패한 책임까지 내가 나누어 가질 수는 없더라도, 국민에게 그 아이를 다시 한 번만 믿어달라고 호소할 수는 있을 테지. 그렇게 실망하고, 다시 믿음을 가지고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마침내 우리 국민도 그 아이의 치세에 적응할 수 있을 테고 말이야.
그래서, 내 자네들에게 부탁하겠네."
그리 말하면서, 이형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고작해야 고개를 잠깐 까딱거리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전봉준과 김가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한의, 아니 아주 대륙의 황제가 일개 신하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질겁한 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형을 만류했다.
"화, 황상!"
"이만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어찌 이런···!"
"말 안 해도 그럴 작정이었네."
그러나 막상 신하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초유의 기행을 저지른 이형은 덤덤하게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이다. 그제야 안도한 두 사람이 가슴을 쓸어내릴 틈도 없이, 이형은 말을 계속하여 이어갔다.
"내 이렇게 부탁하겠네. 그 아이의 편이 되어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황상!"
"물론입니다. 결코,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듬직하구먼. 고맙네. 내 그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거나 그런 거창한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그 아이의 말에 잘 따라주기만 해주게. 나야 끝까지 그 아이를 믿어줄 작정이네만, 관료 중 몇이나 그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겠나? 부탁이니 자네들만큼은 그 아이를 믿어주고, 몇 번이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탱해주게. 내가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것도 잊지 말고."
"예, 폐하!"
이형의 당부에 전봉준은 그저 가슴 벅차하며 고개를 푹 숙였을 뿐이었지만, 김가진은 내심 뜨끔했다. 이형의 당부가 꼭 자신을 향해서 하는 말인 것처럼 들린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럴 터였다. 이형이야 김가진이 멋대로 움직여도 괜찮을 만큼 권위도 권력도 굳건했지만, 이원철은 그렇지 않으니 주의하라는 경고임에 의심할 여지 없었다.
'황상께서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계시는구나.'
김가진은 내심 쓴웃음을 삼켰다. 그렇지 않아도 이원철의 방침에 거스르려던 차에 앞에서 이런 경고를 들었으니 그야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결국, 김가진은 그간의 계획을 마음속에 고이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한 심경변화를 읽었는지, 이형은 희미하게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렇다면 일자는 언제 즈음으로 하시겠습니까?"
"경술년 8월 29일로 하지."
전봉준의 물음에 대한 이형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듯한 대답이었다. 그것이 의아했던 전봉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혹, 그날을 일부러 고르신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날이라서 그러네."
"아니, 그렇다면 어찌 그런···."
전봉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황제가 뒤바뀌는 중요한 날을 일부러 마음에 들지 않는 날로 고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형은 고집불통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라서, 내 색깔로 덧칠해버리려고 그러네."
감히 누구의 말이라고 거역할까.
그렇게 경술년 8월 29일은 이형이 태상황이 되는 날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