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4화 (44/634)

44.

태그 팀이란 무엇인가.

두 명의 선수가 팀을 맺고 두 명의 선수를 상대하는 걸 말했다.

경기 방식은 어떠한가.

일대일로 붙으며 도중에 태그를 통해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그 외 나머지 룰은 싱글 매치와 거의 똑같았다.

사실 이 ‘태그 매치’라는 개념은 프로레슬링에만 있는 것이다.

어떤 스포츠도 프로레슬링처럼 실시간으로 선수를 교대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거니와, 상대방이 교대를 방해하는 스포츠는 더더욱 없었다.

왜냐고?

간단한 이야기였다.

‘위험’하니까.

스포츠는 몸을 한계까지 단련한 야만인들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정돈된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으로 묶어두지 않는다면 스포츠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야만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프로가 된 이상, 이기는 것이야말로 지상명제니까.

아무리 야구 선수 개리 본즈가 약물로 역사를 썼다고 해도, 그래서 지금껏 욕을 먹어도, 그가 승자였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설령 그가 공정한 승부를 망쳤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프로스포츠의 규칙은 ‘위험성을 배제한 공정함’을 목표로 삼고 계속해서 발전했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은 어디까지나 연출이자 쇼였다. 따라서 얼마든지 보여줄 수가 있었다.

인간의 야만성을.

승리를 향한 집착을.

프로스포츠가 억누르려고 애쓰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능했다.

‘가짜니까.’

결국 그런 슬픈 이야기였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좀 멀리 돌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태그 팀 매치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형식이 있지만, 물론 그게 있기 때문에 변주를 주는 것이 힘들어졌다.

“핫 태그라고 하는 기술이다.”

나는 지금껏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시나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핫 태그?”

“핫하다는 거겠지? 관객들이 제발 태그를 해주세요! 라고 생각했을 때 하는 태그.”

“그게 뭘까?”

“예를 들어보자 선역 태그 팀 중 하나가 악역 팀한테 비겁한 방식으로 당해. 태그를 하려고 해도 발을 질질 끌려가서 못하지.”

“비겁한 놈들!”

시나가 과하게 몰입했다.

“그렇지? 그렇다면 태그를 했을 때의 쾌감은 더 커질 거야. 체력을 온전히 보존해두었던 선수가 나와서 링을 쓸어버리는 거지.”

“속이 시원하겠는데!”

“맞아. 핫 태그는 태그 팀 매치에서 잘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식이야.”

“저, 그런데 신. 핫 태그를 모든 태그 팀이 사용한다면 사람들이 금방 지겨워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까지 이 모든 걸 설명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지.”

“그, 그래?”

“지겨운 이야기를 지겹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즉, 이런 이야기다.

태그 팀 매치를 뛸 때 어떤 식으로 상대를 조지고 볶느냐. 반격할 때는 어떻게 공격하는가.

“우리는 선역 태그 팀이니까 최대한 화려하고 멋진 무브를 보여줘야겠지.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바로 그런 무브를 말이야.”

“태그 팀이란 게 어렵구나.”

“너도 태그 팀을 하잖아?”

“그거야 그런데…… 사실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만 해서 말이야.”

“그러면 안 되지. 시나.”

나는 쓰게 웃었다.

“너도 에디하고 이야기를 해두는 게 좋을 거야. 두 사람이 파트너니까 서로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경기를 만들어가야지.”

……왠지 좀 프로듀서가 되어 조언하는 기분이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뒤쪽에 서있던 러셀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우리 스타일에 맞춰야지.”

“그야 당연한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러셀은 테크니션 계열 레슬러고 나는 브롤러 계열 레슬러였다.

그런 차이점도 세세하게 감안해서 기술을 만들어야만 했다.

“일단 크게 네 개 정도만 만들면 어떨까 하는데.”

“네 개?”

“테크니션 기술, 브롤러 기술, 양쪽을 섞은 기술, 그리고 우리의 태그 팀 피니시 무브까지.”

적어도 그 정도는 있어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했다.

“일단 피니시 무브부터 만들어보자고. 그게 제일 우선이니까.”

러셀과 신은 이제부터 챔피언십을 통한 여정을 밟게 된다.

그리고 다음 페이퍼뷰에서 챔피언을 먹고, 반응과 경험, 경력을 점점 키워나가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위대한 선수들이 월드 챔피언에 이를 때까지 밟는 첫 번째 걸음이기도 했다.

교보재인 시나를 사이에 두고 링 위에 선 러셀과 나는 기술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첫 번째 아이디어는 우리 기술이 서로의 개성이 합쳐진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러셀이 입을 열었다.

“일단 말해두는데, 난 내 캐릭터를 좀 더 발전시키고 싶어.”

“어떤 식으로?”

“좀 더 비겁한 수나 화려한 무브를 좋아하는 쪽으로 말이야. 그게 아무래도 더 낫겠지.”

“네가 좋다면야 러셀이 그러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군.”

기믹인 러셀 하트는 현실의 러셀 하트에게서 따온 캐릭터였다.

현실에서도 러셀은 가문과 위대한 삼촌을 등에 짊어지고 그걸 뛰어넘고자 하는 남자였다.

내 농담에 웃은 러셀은 이내 속내를 털어놓듯 말했다.

“사실 나는 빅 무브 중에서는 슈팅스타 프레스를 가장 좋아해.”

“호오 쓸 수 있어?”

“물론이지.”

“해봐. 시나, 매트 가져오자.”

우리는 링 바닥에 두터운 매트를 몇 장 깔아서 준비를 했다.

‘슈팅스타 프레스라.’

탄력과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고난도의 무브였다.

탑 턴버클에 올라간 러셀은 링 바닥을 정면으로 보고 섰다.

그 상태에서 앞으로 돌아 등으로 떨어지는 것이 ‘센톤’. 비교적 간단한 방식에 축하는 무브였다.

슈팅스타는 정반대였다.

머리를 치켜들고 등 쪽으로 돌며 270도를 회전해 몸의 앞쪽으로 상대와 추돌하는 기술.

‘쓰기도 어렵지만 예쁘게 쓰는 게 극히 어렵기도 하지.’

간단하게 말해 앞구르기가 쉽냐, 뒤구르기가 쉽냐 묻는다면 모두가 전자를 택할 터였다.

그리고 슈팅스타 프레스는 후자를 공중에서 쓰는 기술이었다.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몸이 움츠러들어 소위 말하는 ‘개구리’ 포즈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크게 뛰어 초승달처럼 몸을 편 상태에서 회전해 상대방을 덮치는 것. 그것이 제일 좋은 자세.

‘과연 어떨까.’

제일 꼴불견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면서 그대로 떨어지는 건데.

러셀은 테크니션 계통이지 하이플라잉 무브와는 연 관련이 없었다. 과연 그가 잘 해낼 수…….

쿵!

기우였군.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완벽한 초승달을 그리며 떨어졌다.

그러더니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애처럼 웃으며 일어섰다.

“어땠어?”

“크레센트.”

“뭐?”

“너의 새로운 피니시 무브야. 크레센트. 아주 멋진 동작이었어.”

“던전에서 사부님이 안 보실 때마다 계속해서 연습했거든.”

“멋진데 러셀! 와, 근데 되게 정확하게 떨어진다! 앞을 못 보고 떨어지는 건데도 말이야!”

그리고 이어진 시나의 천진난만한 말을 통해서 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러셀, 좋은 생각이 났어.”

“뭔데?”

“일단……. 시나, 도와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시나와 함께 링 위로 올라간 나는 매트의 바로 앞에 그를 서게 만들었다.

“앞을 보지 못해 명중률이 낮은 슈팅스타 프레스의 단점을 보강하는 거지.”

“어떻게?”

“내가 니킥을 날려 쓰러뜨린 다음에 목을 밟고 있는 거야. 그리고 명중하기 직전에 떼는 거지.”

“괜찮을 것 같은데.”

“한번 맞춰보자고. 아, 시나. 슈팅스타까지는 안 맞아줘도 돼.”

“그럼 밟히는 기술까지 맞은 다음에 바로 옆으로 구를게.”

협의를 마친 우리는 다시금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절대 없었던 멋진 기술을 보여주고 말리라.

* * *

그리고 일주일 뒤의 쇼.

신과 러셀, 두 사람이 제대로 힘을 합치기 시작한 이후 처음 벌어진 태그 팀 경기는 엄청난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 상대는 베테랑 태그 팀인 루차 킹즈.

처음에는 두 사람의 협동 능력에 러셀이 당했지만 핫 태그 직후 나온 신이 링 위를 정리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관객들의 환호를 최대로 끌어올리며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뒷골목 출신 양아치인 신과 명문가 도련님 러셀 하트의 태그.

그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기술을 본 해설들은 창의적인 무브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러셀, 저먼을 시도합니다!]

러셀은 루차 킹즈에서 덩치가 큰 쪽인 안드라데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뒤로 넘겼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안드라데의 어깨가 바닥에 떨어졌다.

브리지 자세를 취한 러셀은 그대로 동작을 핀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심판이 커버를 세기 위해 어깨 쪽으로 오던 중, 그 앞으로 나선 신이 뛰어올랐다.

점핑 엘보 드랍.

신의 팔꿈치는 교묘하게 목을 타격하는 척 빗겨지나갔다.

하지만 안드라데는 순간 몸을 튕겨 올리며 멋진 셀링을 했다.

동시에 일어선 신과 러셀은 쉬지 않고 적들을 공격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혐오하던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더 강해졌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아, 이럴 줄 알았어.’ 하면서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자신의 예상대로인 두 사람에게 호감을 품는다.

관객과 시청자들이 키워낸(것처럼 느껴지는) 두 선수는 멘투스와 고카콜라의 조합처럼 폭발적인 위력을 선보였다.

나름대로 GCW에서 인기가 많은 태그 팀인 루차 킹즈를 완전히 압도해버릴 정도였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서 부르는 챈트가 간단히 등장할 정도.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반응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안드라데를 바깥으로 몰아낸 두 사람은 이제 남은 한 선수, 칼리스타에게 자신들의 합체 피니시 무브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좀 더 외쳐보라고!”

링 위에 서있던 신이 팔을 펼치며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다. 관객들이 외치는 챈트에 해설자들마저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그사이, 러셀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위해 턴버클의 위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해설자, 릭 로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그건 모두 연기였다.

[이상하군요! 러셀이 탑 턴버클에 올라갔습니다!]

[공중기를 쓰려는 걸까요?]

[하지만 러셀은 지금까지 공중기를 쓰지 않았는데요? 과연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걱정이군요!]

[걱정 말아요! 릭! 저 남자는 러셀 하트입니다! 그에게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게 해설한 두 사람은 턴버클 위의 러셀의 성공을 기원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위로 올라가던 러셀은 이내 턴버클에 발을 걸치고 그 위에서 가만히 자세를 잡았다.

뛰기 위한 자세가 아니었다. 환호하며 지켜보던 관객들도 저게 대체 뭔가 싶던 찰나였다.

신의 무릎이 자리에서 일어선 칼리스타의 안면을 찍었다.

쩌억!

환호가 이어졌고, 칼리스타는 마치 줄이 끊긴 인형처럼 뒤로 넘어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때를 기점으로 해서 러셀이 턴버클 위로 완전히 올라갔다.

무릎차기를 쓰는 순간에 링이 흔들려 떨어질 위험이 있다. 거기에 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몰아주기 위해 택한 방식이었다.

니 킥을 먹이는 순간 러셀은 신을 가리키며 환호를 유도한다.

그리고 신이 쓰러진 상대방의 목(의 옆에 있는 미묘한 어깨 부분)을 짓밟고 손짓한다.

카메라가 돌고, 링 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러셀은 힘차게 위로 뛰어올랐다.

슈팅스타 프레스.

아니, 크레센트.

강렬한 궤적을 그린 초승달이 몸의 전면부를 힘차게 펼치며 쓰러진 칼리스타를 향해 낙하했다.

그 순간 신은 다리를 떼고 물러났다.

콰앙!

어마어마한 환호가 이어졌고, 물러나는 신 옆으로 달려간 심판이 어깨를 보고 커버를 쳤다.

1!

2!

3!

땡땡땡!

어마어마한 환호 속에 두 남자의 태그 팀 매치는 승리로 끝났다.

여유롭게 링 포스트에 기대어 서있던 신은 선수로서 연기하며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젠장, 이거 개 멋있네.’

확실히 멋진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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