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105화 (105/634)

105.

마음을 정했다.

아직도 세상에는 나를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 속에 가두어두려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해는 한다.

인간은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감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동양인이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주연으로 나오는 경우……. 물론 있다. 아주 극소수였지만.

하지만 그조차도 뭐, 한인 슈퍼를 운영하는 부부나 동양인 닌자, 이런 걸로 나오는 게 전부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쿵푸를 잘하는 닌자라고?

그딴 게 있을 것 같냐?

아니, 설령 있다고 쳐도 대부분의 사람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왜냐면 난 미국인이거든.’

물론 내 안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는 한다. 부모님도 아직 한국의 정서에 더 가까우시지.

하지만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토종(?) 미국인이었다.

쿵푸 펀치보다 차라리 스미스&웨슨의 리볼버가 더 익숙했다.

쿵푸는 진짜 한 번도 안 배워봤는데 총은 몇 번인가 쏴봤거든.

집 안에서는 김치를 먹어도 나가면 친구인 레오나 샘슨의 집에서 피자를 시켜먹고는 했다.

어머니의 김치찌개는 내게 있어서 추억의 음식이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였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피자라면 뭐든지.

‘지금은 못 먹지만.’

슬픈 사실은 제쳐두고.

나는 그렇기에 사람들의 편견을 부수고 기준을 제시하고 싶었다.

지금 나아가고 있는 프로레슬링의 길뿐만 아니라, 영화계 역시도.

내가 한 일들로 인해 세상이 아주 조금씩 바뀌는 게 보였고, 그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거든.

내가 살던 동네의 애들은 게임 대신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고.

얼마 전에 만났던 미셸 리도 나를 보고 싸울 마음을 되찾았다.

그러니까 어디 한번 해보자.

‘가능할 때의 이야기겠지만.’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사실, 프로레슬링은 내가 잘 아는 만큼 어찌어찌 해보겠으나.

영화는 잘 모르겠다.

레슬러들 역시 연기를 배우고 스크린 앞에 서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한 일면이 있긴 하지만.

팍이 말했듯 그 미묘한 차이가 큰 간극을 만들어낼 터였다.

나 같은 경우에도 영화를 보는 건 좋아했지만, 그와 별개로 레슬러로서의 경험이 과연 일을 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고…….

바로 그때였다.

“신, 여기 있었군.”

오늘 같이 일하기로 되어 있는 가면 레슬러, 카인이 찾아왔다.

가면을 썼지만 멕시코의 루차도르 계열은 아니고 기믹의 일부.

어렸을 적에 얼굴에 화상을 입고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2미터가 넘는 키에 위압감과 카리스마가 상당한 빅맨이었다.

그럼에도 성격은 젠틀하고 머리도 좋아, 은퇴한 뒤로는 지역 시장이 될 정도로 크게 출세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잘 부탁합니다.”

“나야말로. 경기는 자네가 이기는 걸로 되어 있는데, 일단 어떻게 할지 좀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그렇게 카인과 경기를 짜며 락커룸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니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스쳐지나갔다.

‘이 양반, 얼마 전에 찍었지.’

영화 말이다.

얼마 전에 살인마 역할로 영화에 출연했었다.

그리고 쪽박을 쳤지.

한번 물어볼까.

대충 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 뭐 좀 여쭤도 될까요.”

“그래, 뭐든지.”

“영화 쪽 출연하셨을 때 어땠나요. 뭐…… 아쉬웠던 점이나 좋았던 점이라던가.”

“글쎄, 좀 어려운 이야기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깨달았지. 나는 영화판이랑 전혀 맞지 않는다는걸.”

“어째서?”

“……그렇게 구린 영화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거든.”

“예?”

“그게 중요하더군. 다른 문제는 일단 부차적이었고 말이야.”

“…….”

“좀 도움이 되었나?”

“음, 으음.”

미묘한데.

“왜 그렇죠? 다음 영화가 잘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야. 신. 이 나라의 영화란 결국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지.”

카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각본, 돈, 인력, 모든 게 정해진 소수만을 위해 돌아가. 거기에 나 같은 남자가 끼는 건 불가능하지. 왜냐고? 그런 특급 영화에 출연할 만한 레벨이 되지 못하니까.”

티켓 파워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고 WWF에서 꽤나 오래 활동한 내가 신인부터 시작할 수도 없고. ……팍도 영화에 전념하고 있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

맞는 말이었다.

팍은 처음에 프로레슬러로서의 유명세를 타고 액션영화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현재의 팍은 과도기.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영화계에서 ‘재미없는 배우’로 낙인 찍혀서 사라지는 듯했다.

‘슈워제네거가 그랬듯이, 가족 영화로 노선을 틀어 이미지를 바꾸고 크게 성공하기는 하지만.’

카인의 말이 좀 납득이 갔다.

하지만 나에게는 틀린 조언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대박을 칠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가.

헐리우드의 자본이 들어간 건 결국 그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뿐.

하지만 나는 실제로 성공한 영화들 역시 많이 알고 있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바로 그때였다.

티파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카인에게 슬쩍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신, 전화 괜찮아요?]

락커룸에 앉아있던 나는 전화를 들고 일단 자리를 빠져나왔다.

저쪽에서 플레어가 음흉하게 웃는 게 신경이 쓰였지만 대충 무시하자.

“응, 무슨 일이에요?”

[대충 이쪽이랑 일하는 사람들한테 전화 돌려서 결과 내봤어요. 일단 키무라는 변태라고 하고.]

“……변태?”

[몸이 좋은 남성 등장인물을 등장시켜서 벗겨놓고 채찍으로 맞는 걸 클리셰로 즐긴다던데요.]

“설마 그게 저는 아니겠죠?”

[하하-.]

“왜 불길하게 웃어.”

[그리고 유진은 미국인이 나와서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작품을 주로 만든다고 하네요. 이번 작품은 그 상대방이 북한이래요.]

“……패스.”

[예, 80년대에는 잘 나갔는데 이제는 퇴물이라더군요.]

우리 회장님 같네.

[마지막으로 안토니오는 이탈리아계 감독인데 헐리우드와 지극히 사이가 안 좋은데다가 예술영화를 주로 찍는다고 들었어요.]

“왜 유럽에 안 가고…….”

[능력이 안 되서? 그보다 이번 작품 투자회가 열렸는데 뭔 해괴한 게 나왔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구체적으로는?”

[남자가 나와서 알몸으로 3시간동안 춤만 추는 거래요. 드와이트 존슨은 거절했다고 하네.]

“그 남자가 저는 아니겠죠.”

[하하-.]

“왜 소름 돋게 웃어.”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뭐, 이건 딱히 더 생각해보지 않아도 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팍은 여기에서 기회를 잡아 위로 올라가라는 의미로 나를 꽂아준 것이겠만, 의미는 전혀 없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요.]

“마지막?”

[예, 여기 이 제임스 관이라는 감독이요.]

“제임스…… 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감독 자료 보낸 거 총 네 명 아니었어요? 여기는 무슨 아예 편지까지 왔는데? 제발 저희 영화에 출연해 주십사 하고 말이죠.]

“자, 잠깐만요.”

나는 곧바로 락커룸으로 다시 돌아가 가방에서 티파니에게 보낸 자료뭉치를 꺼내 살펴보았다.

확실히 편지가 있었다.

……그냥 대충 보내서 아무래도 있는지조차 몰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름을 듣자 지금까지와 달리 머릿속에 희미한 기억이 떠오르는 걸 느꼈다.

제임스 관.

제임스…… 관.

분명 어디서 들어봤다.

[일단 이 사람에 관해서도 조사를 해봤는데요. 음, 이제 갓 영화 학교를 졸업한 신인이라는데?]

“그리고요?”

[아니, 그냥 알게 된 정보는 사실 그게 다에요. 헐리우드 사람들도 모르는 완전 신인 느낌.]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제임스 관 감독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친애하는 드와이트 존슨 씨께.’

그 뒤를 이어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인사말이 쭈욱 써졌다.

내가 관심 있는 건 그 아래.

‘이번에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조연으로 참여해주실 수는 없을까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남깁니다.’

기억이 떠올랐다.

슬래셔 무비.

2004년 작.

신인 감독의 메가 히트작.

수많은 퍼즐 조각이 하나로 끼워 맞춰지며 한 기억이 떠올랐다.

“헬 쏘우…….”

[여보세요?]

“티파니, 당신 덕분이에요.”

[제, 제가 뭘요. 그보다 누구 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 설마 이 제임스 관은 아니겠죠?]

“하하-.”

[아니, 왜 불길하게 웃어요?]

“하하하하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행운이 있을 수가!

* * *

‘헬 쏘우’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전생을 겪었던 나만이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세계적인 히트작이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그게 맞는 의견이었다.

호러 영화는 호불호를 명확하게 타는 그 특성상 초대박을 노리는 건 어려운 장르라고 여겨졌다.

그렇기에 헬 쏘우가 거둔 성공은 정말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100만 달러 저예산으로 제작해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으니까.

‘특히나 영화 처음부터 등장했던 시체가 사실은 위장한 살인마였다는 반전이 크게 유명했지.’

그 영화 하나로 신인이었던 감독, 제임스 관은 순식간에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헬 쏘우는 그런 영화였다.

현재는 그 누구도 진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히 초대박을 거둬들일 영화.

잘만 이용한다면 확실하게 꿀을 빨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역할을 잘만 따내면 프로레슬링 스케줄과도 충분히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말이다.

‘살인마 캐릭터라면.’

영화에 나오는 직쏘 킬러는 플롯의 중심인물이었지만 직접 영화에 나오는 시간은 무척 짧았다.

대부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목소리로 나왔고 직접 출연은 중반부에 돼지 가면을 쓰고서 한 번, 그리고 최후반부 반전 때 한 번.

마지막으로 지나가듯이 침대에 누워서 등장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즉, 중심인물로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동시에 촬영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반드시 역할을 따겠다는 각오로 내 프로필과 정보를 전달 받은 경위, 그리고 영화 참여에 대한 의사를 팩스로 전송했다.

……그리하여 정확히 2분 30초 정도가 지난 뒤 전화가 걸려왔다.

무척이나 격양된 목소리로.

사실 내가 유명하긴 해도 프로레슬러라는 직업 때문에 혹여나 무시를 당하진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도리어 반대로, 내가 프로레슬러라서 다행인 일이 벌어졌다.

[시, 시시시시시시시시, 신!!]

제임스 관은 날 아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팬입니다!!]

티셔츠도 여럿 산 것 같은데.

“어, 음. 제임스 관 감독님?”

[제이지라고 불러주십쇼!]

“네, 제이지. 일단 팩스에도 썼듯이 팍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겨서 연락을 드린 건데요.”

[영광입니다!]

“시놉시스가 아주 멋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살인마의 행동 원리가 정말 흥미롭던데요. 피해자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가르쳐준다고요.”

[예, 나름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살인마에 불과하다는 걸 중점적으로 묘사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하! 이해가 빠르시네요.]

“하지만 전 반대로 살인마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호오, 어떻게요?]

제임스 관이 흥미를 보였다.

거기에서 나는 전생에 미리 보아두었던 영화 내용을 마치 예상한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왠지 제가 그렇게 삶의 소중함에 집착하는 살인마였다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희생자들을 지켜보고 싶은 충동에 빠질 것 같았어요.”

제임스 관은 침묵했다.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

내가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을 시놉시스만 보고 곧장 파악했으니까.

물론 전생의 영화를 기억하고 있다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었지만.

그로 인한 아주 약간의 죄책감을 대가로, 나는 확실히 제임스 관의 눈에 각인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대단하신데요.]

“왜요?”

싱긋 미소를 지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그리고 관의 칭찬이 이어졌다.

듣는 이쪽이 수치심에 뺨이 붉어질 정도로 맹렬한 칭찬이었다.

[역시 제가 생각하던 그대로에요! 당신은 링 위에서뿐만 아니라 링 아래에서도 천재적이군요!]

“어, 일단 확실히 하고자 여쭙는데 WWF의 팬이신 건가요?”

[아니요!]

단호히 말한 제임스 관은 더욱 더 견고한 대답을 내뱉었다.

[당신의 팬입니다! 제기랄, 우리 사이에서 당신은 영웅이에요!]

“가,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선수를 쳐서 일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래서 사실, 감독님만 괜찮으시다면 한번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영광이죠! ……솔직히 말해서 개런티는 원하시는 만큼 맞춰드릴지 못할 것 같지만요.]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하여 나는 쉽사리 제임스 관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개런티 문제는 그렇다 쳐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영화팀에서 촬영과 프로레슬링 스케줄을 맞춰줄 수 있는가.

내가 현재 가장 얻고 싶은 것은 바로 그쪽이었다.

* * *

다행히 제임스가 있는 곳은 내 다음 이동 경로에 포함되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피츠버그.

여기에서 제임스와 만난 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현장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약속 장소인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정확한 시간에 맞춰 그가 나타났다.

제임스 관.

170cm 정도의, 미국에서는 다소 작다란 키. 하지만 그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신, 만나서 영광입니다.”

“제이지, 맞죠?”

“예, 흐흐, 이, 이거 아시죠?”

“……제 GCW 시절 티셔츠네요.”

“제일 처음에 발매했던 거죠! 이제는 다 낡아서 프린팅이 많이 지워졌지만, 그래도 자주 입어요.”

“…….”

나중에 하나 보내줘야겠군.

미리 알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솔직히 반쯤 노숙자라고 생각할 법한 차림이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동양인을 만난 건 또 오랜만이라 그런 점은 솔직히 반갑기도 했고.

또한 미래에 엄청난 감독이 될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니 저것조차 천재의 감성으로 보였다.

나란 인간이 참 간사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제임스가 등에 멘 백팩에서 두꺼운 각본과 정리된 문서를 하나씩 꺼내들고 내 앞에 앉았다.

“하하, 아직도 좀 꿈만 같네요. 신 선수가 제 영화에 출연해주실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 못해서.”

나도 당신의 영화에 출연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

그렇기에 기대가 됐다.

나는 웃으며 말을 꺼냈다.

“일단 역할 이야기부터 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 그러시죠.”

제임스 관이 눈을 빛내 나는 조금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직쏘 살인마 역할을 해주십쇼.”

“……제가요?”

“예! 신 선수라면 분명히 잘 살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인마의 심리를 그대로 꿰뚫었어요!”

“가, 감사합니다?”

그럴 만한 일인가.

뭐, 내가 자초하긴 했지만.

“자신의 철학에 빠져 사람을 죽이는 그 심리를 곧바로 이해하시다니! 분명 잘 해내실 겁니다!”

“그전에 하나, 괜찮을까요?”

“예, 무엇이든 말씀해주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관.

그 앞에서 나는 프로레슬링 활동과 촬영 스케줄을 긴밀하게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해드려야죠!”

“하, 하하.”

너무 일이 잘 풀리는데.

그렇게 생각하자니 제임스 관은 또 표정이 순간 진지해져 내게 계약서를 하나 내밀었다.

“이제 계약 조건만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군요. 저희로서는 최대한 준비하긴 했지만, 과연 마음에 드실 런지 모르겠네요.”

대체 얼마를 준다는 걸까.

뭐, 나로서는 돈이 아니라 영화의 파급력을 노리고 있는 거라 많이 요구할 마음은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계약서를 확인한 나는 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너, 너무 적은가요?”

“어, 아뇨.”

오히려, 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영화 전체 수익의 5퍼센트.

바로 그것이 제임스 관이 내게 출연료로 제시한 금액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헬 쏘우는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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