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6번 선수로 등장한 것은 바로 버바 렉 더즐리였다.
[Yeah, WE Comin’ now!]
폭발하는 듯한 락 음악과 함께 그는 관객들의 열성적인 환호를 받으며 링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무자비하게 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크윽?!”
진짜로 때렸다.
버바 렉 더즐리.
태그 팀 전문 레슬러로, 디콘 더즐리와 함께 더즐리 보이즈라는 대大 가족 기믹으로 유명했다.
이 선수의 독특한 특징은 바로 무자비한 공격성이었다.
실제로 힘 조절을 하지 않아 자기와 동급이거나 아래 선수를 상대로 진짜로 때렸는데 그 충격이 가히 어마어마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그냥 때렸다.
쫘아악!!
찹을 엄청나게 세게 후려갈기고.
뻐억!
안면을 그대로 후려쳤다.
뒤뚱거리며 물러난 버바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즐겁다.
나는 씨익 웃으며 버바에게 공격을 요구했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웃은 버바가 내게 주먹을 날렸다.
해머링이 이어진 뒤, 버바는 날 힘껏 들어 올려 그대로 메쳤다.
보디 슬램.
콰앙!
쓰러진 나는 한동안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니 돌아선 버바가 J-트레인을 도와주었다.
러셀이 쓰러졌고, 버바는 임시 동료(?)가 된 J-트레인의 가슴을 후려치며 크게 소리쳤다.
“J-트레인!!”
더즐리 보이즈는 꾸준한 활동과 테이블에 대한 강한 집착, 3-D라는 강렬한 기술로 사람들의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이 3-D의 중요한 점은 바로 두 사람이 함께 쓰는 ‘합체 피니시 무브’라는 점이었다.
디콘이 달려드는 상대의 다리를 붙잡고 들어 올리며 동시에 버바가 뛰어올라 목을 잡고 둘이 함께 뒤로 쓰러진다.
3-D.
이 기술의 좋은 점은 굳이 디콘이나 버바가 없더라도 쓸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혹스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던 J-트레인. 상황을 알아차린 관객들이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때쯤 일어선 나는 버바를 공격하기 위해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거기에서 버바를 밀쳐낸 J-트레인이 바로 내 다리를 잡고 들었다.
이어지는 아찔한 공격.
버바가 큰 덩치에 맞지 않게 날아오르며 내 머리를 붙잡았다.
투콰앙-!
호쾌한 소리와 함께 시전된 3-D. 관객들은 미쳐 날뛰며 J-트레인과 버바를 연호했다.
문제는 그다음 순서가 디콘 더즐리라는 점이었다.
7번.
링 위로 올라온 디콘은 다짜고짜 버바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흑인인 디콘과 백인인 버바는 실제로 친형제는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날 빼놓고 3-D를 써?!”
“뭐, 뭐야?!”
분노한 디콘이 버바를 그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설마 하던 형제간의 싸움이 발발했고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J-트레인이 그걸 막으려고 했지만 분노한 디콘을 이길 순 없었다.
다시금 일어선 나는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그러자니 다가온 디콘이 자기 가슴을 후려치라고 요구했다!
“……?”
[3-D! 3-D! 3-D! 3-D! 3-D! 3-D! 3-D! 3-D! 3-D! 3-D!]
맹렬한 3-D 챈트.
놀라 돌아본 나는 이어 디콘의 가슴을 크게 후려치며 외쳤다.
“디코온-!!”
[3-D!!]
우레와 같은 외침.
“크아아아아악!!”
포효한 디콘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버바의 다리를 잡고 들었다.
멋지게 뛰어오른 나는 버바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떨어졌다.
콰앙!!
“예아!”
나는 환호를 내질렀다.
썼다!
이 멋진 기술을 내가 디콘을 도와서 링 위에서 사용해보다니!
나와라 8번!!
그런 마음으로 입장로를 돌아본 나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Can you Dig it! Sucka~~!!]
나온 것은 부커-리였다.
8번.
메인 이벤터인 그는 나와도 연결점이 있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나는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러셀을 돌아보았다.
전前 파트너.
그리고 그전의 파트너.
거기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사람들을 경기로 끌어당겼다.
럼블은 그런 구성이었다.
사람에게 걸어온 인생이 있듯이 선수에게는 커리어가 있다.
그 커리어에서 가장 빛났던 부분을 가져와서 보여준다.
그것이 럼블 매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멋진 부분이었다.
그렇게 경기가 이어지며 선수들이 나오고 탈락하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탈락한 이들 모두가 한 번씩은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다들 목이 쉬지도 않는 건지 반응은 그야말로 최고조였다.
그리고 경기는 하나의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전진했다.
12번으로 나온 잭 하디.
15번으로 나온 숀 시나.
18번으로 나온 랜스 오튼.
우리는 협력하고 대적하며 우리보다 위에 있는 메인 이벤터들을 차례차례 탈락시켰다.
8번 부커-리.
13번 거트 엔젤.
16번 카인.
하지만 23번이라는 순서에서 젊은 선수들의 기세는 다소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Dead man, Walking.]
더 캐스켓-테이커.
모든 선수들의 꿈이자 악몽.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나타난 그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우리들을 모두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어마어마한 환호였다.
뒤쪽에 있던 나는 테이커의 공격에 속절없이 쓰러지는 러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다음은 내 차례였다.
호기롭게 테이커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갈기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을 붙잡혔고, 테이커의 힘에 의해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려졌다.
투쾅!
초크 슬램.
강한 기술에 맞은 나는 그대로 나가떨어져 링 바닥을 굴렀다.
구석으로 피신해 쓰러진 척하며 그대로 경기를 계속 보았다.
리드 보이로서 나는 이런 식으로 경기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테이커는 자신에게 달려든 잭 하디를 무자비하게 두들겨 팼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카운트가 끝나고 맥 하디가 등장했다.
24번.
동생의 존재로 인해 큰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맥은 그대로 테이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둘은 의외로 테이커를 몰아붙이며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에 불과했다.
잭과 맥은 테이커의 손에 붙잡혀 그대로 링에서 탈락했다.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테이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주변을 카리스마 있게 돌아본 테이커는 이내 오튼을 타깃으로 잡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누워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나는 바로 옆에 누워 있던 러셀에게 지시를 내렸다.
“러셀, 네 차례야.”
그 말을 들은 러셀이 낑낑 대며 일어나 테이커에게 달려들었다.
테이커는 러셀을 코너 쪽으로 그대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했고, 이내 러셀은 코너에 양팔을 벌린 채 그대로 추욱 늘어졌다.
테이커는 링을 완전히 정리했다.
돌아선 그는 자신이 이곳의 왕임을 자처하듯 팔을 들었다.
평소 없던 행동에 쏟아지는 테이커 콜. 아무리 우리들이 잘해도 테이커를 이길 수는 없는가!
……그런 조금 오그라드는 설명에 나는 대답할 준비를 했다.
링 중앙에 서있던 테이커는 그대로 러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함께 한쪽 다리를 크게 들었다. 그대로 안면에 발자국을 남기는 빅 붓이라는 무브였다.
하지만 러셀은 정확한 타이밍에 그 공격에서 빠져나왔다.
“큭?!”
테이커의 발이 그대로 탑 턴버클 위로 넘어가며 몸이 끼었다.
그 틈을 타 돌진한 나는 그대로 테이커의 다리를 잡고 들었다.
그대로 넘어가는 테이커.
[Ooooooooooooohhhhhhh!!]
관객들이 충격에 빠졌다.
테이커가 럼블 매치에서 우승권에 근접하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일!
사람들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환호를 보내주었다. 루키들의 캐릭터가 먹히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하, 테이커! 어때?!”
나는 로프 앞에서 몸을 내밀고 테이커를 신나게 조롱했다.
툭툭 털고 일어난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40분이 흘렀고, 나는 호흡을 정돈하며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링 위의 선수는 총 여덟.
파이널 포로 남을 우리 넷에 미드 카더, 로우 카더가 네 명.
비교적 후반 대에 나온 시나와 오튼이 계속 경기를 이끌어갔다.
환호는 거기에서 좀 죽었다.
오튼과 시나는 아직 나처럼 경기력이 무르익을 때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서 24번, 25번이 나오고.
26번이 되어 계속해서 매치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절정은 28번.
키이이이이이잉-!!
오늘 매치의 마지막 메인 이벤터. 그렉 하트의 등장과 함께 분위기가 다시금 달아올랐다.
[Yeeeeeaaaaahhhhhh!!]
관객들은 그의 등장을 아주 격렬하게 환영했다.
힘차게 달려 링 위로 올라온 그렉은 그대로 나를 공격했다.
“크윽?!”
거기에 당해주며 나는 다시 한 번 분위기를 크게 끌어올렸다.
러셀까지 삼촌의 링 정리에 가세해 하트 패밀리 간의 갑작스러운 태그가 결성되었다.
두 사람은 시나와 오튼을 잡고 동시에 샤프 슈터를 걸었다.
그렉은 순식간에 링 안을 자신의 카리스마로 점령해나갔다.
파이널 포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정리한 그는 이어서 나를 자신의 타깃으로 지정했다.
“끄흑?!”
뒷목을 붙잡힌 채 쌩쌩한 그렉의 힘에 제대로 당해주었다.
수플렉스를 맞고, 슬램에 나가떨어지고, 완전히 체력이 방전된 나는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
그리고 3단 로프 너머로 던져져 탈락하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끄으윽……!”
로프를 잡고 버티는 나를 어떻게든 밀어내고자 하는 그렉.
29번 선수의 출전을 알리는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10! 9! 8! 7! 6! 5! 4! 3! 2! 1……!]
빼애애애애애앰-!
버저가 울리고 이어진 것은 전혀 생각도 못한 음악이었다.
스테이시 치글러.
[Waaaaaaaaaaaagghhhh!!]
남자들의 로망.
180의 키에 길게 뻗은 다리가 매력적인 WWF의 디바.
그녀의 등장에 한순간 놀란 선수들이 모든 동작을 멈췄다.
짧은 원피스 차림으로 나온 그녀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한순간 모든 분위기를 모았다.
‘참 대단하단 말이야.’
나는 쇼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쓰게 웃었다.
우리가 그렇게 몸을 써도 그녀는 이 모든 관심을 단 한 번에 가져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대체 왜 스테이시가 남성 럼블에 나왔는가가 궁금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녀의 목적은 나였다.
링 위로 올라온 스테이시를 제지하기 위해 그렉이 움직였다.
“내려가, 스테이시. 남성 럼블이 진행 중이니까 말이야.”
“뭐야. 누가 남자만의 럼블이라고 했어요? 나도 참가해서 레슬 임페리움을 노리면 안 되나?”
그 틈을 타 링으로 들어온 나는 그렉을 향해 살금살금 접근해, 이어 뒷목을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그를 로프 바깥으로 힘차게 내던졌다.
완벽한 낙법과 함께 3단 로프를 넘어 밑으로 떨어지는 그렉.
탈락이었다.
[Uuuuoooooooooooohh!!]
그렉의 황당한 탈락에 다시금 소리를 내지르는 관객들.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잠시 링 아래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그렉과 눈을 마주쳤다.
“…….”
고개를 내저은 그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경기장에서 퇴장했다.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뒤로 돌아섰다.
“스테이시…….”
“어땠어, 잘했죠?”
그런 질문에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은 나는 이어 스테이시를 번쩍 안아들었다.
“꺅♡”
……연기 너무 잘한다.
섹시하고 귀여운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뽐내며 내가 안아들 때 힘차게 자신의 매력 포인트인 다리를 치켜세우는 스테이시.
나는 그런 그녀를 삼단 로프 위로 넘겨 내려놓았고.
“우승해야 해요!”
나에게 손 키스를 날린 스테이시는 환호 속에서 퇴장했다.
“제기랄.”
고개를 내저은 나는 이내 눈앞에 서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숀 시나.
러셀 하트.
랜스 오튼.
내가 스테이시와 그렉과의 스팟을 수행하는 동안 녀석들 역시 나름대로 경기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우리 넷은 서로 한쪽 코너에 선 채 분위기를 살폈다.
사람들이 제각기 우리들의 이름을 크게 챈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크게 들리는 건 두 가지였다.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하지만 아직, 마지막 선수가 입장하기 전이었다.
전광판이 10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