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오늘도 모두가 종교의 성인聖人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이름을 외쳤다.
인간에게 부여된 원죄.
SIN.
그런 나의 성공은 원죄의 희석……이라고 한다면 크나큰 오만인 것일까.
적어도 이 업계에 국한해서만큼은 그리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이곳에서 그런 남자였다.
승리와 명예, 영광에 집착하는 남자. 그 방식과 상대에 따라서 다르지만 언제나 큰 반응을 얻는 선수. 그건 굳이 상대 선수가 없더라도 성립했다.
하지만 지금의 러셀은 날 빼놓고는 성립되기 힘들었다.
그건 녀석이 날 증오한다고 말하기만 할 뿐, 실제로는 그 감정과 거리를 두기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나는 아니었다.
난 러셀과 대립할 때만큼은 정말로 금수저 애송이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회귀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구르면서 온갖 험한 꼴은 다 봐온 베테랑이니까.
하지만 러셀은 뭐지?
왜 킹 오브 하트인 거지?
내가 없었다면 놈은 뭐가 되지?
전생의 러셀은 분명 크게 대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인재였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녀석은 아직 하트 패밀리라는 이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었다.
그런 러셀의 앞에서 나는 과시하듯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꿈을 가졌던 나를 쳐내고 바트의 왕국에 십일조를 바쳤던 자들이 이제는 나라는 남자에게 주목했다.
비주류 중의 비주류인 동양인.
그 모든 건 내가 지난 삶을 후회하며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각오를 끝마쳤기에 나온 결과였다.
링으로 입장.
미들 로프를 밟고 올라간 나는 그대로 벨트를 번쩍 위로 치켜들었다.
새하얀 벨트 중앙의 각진 플레이트가 조명과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아 번쩍거리며 빛났다.
가죽 재킷 안의 물을 묻혀둔 내 멋진 몸매도 자연히 부각되었다.
그리고 보잉 선글라스를 썼기에 눈이 따갑지도 않아서 딱 좋았다.
[Yeeeeeeeeaaaaaaahhhhhh!!]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
나는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러셀을 도발하듯 각 코너를 돌면서 사람들이 날 찍을 수 있도록 어필했다.
녀석과 나에겐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나는 챔피언이고 녀석은 아직 증명해내지 못한 비겁한 악당이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이크를 쥐고 섰을 때도 나는 러셀이 말을 하려고 들 때 일부러 좀 도발을 했다.
그리고 이건 실제의 도발이었다.
“그래, 신…….”
[Booooooooooooo-!]
러셀이 말을 하려고 할 때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야유를 쏟아냈다.
원래는 여기에서 선역이 먼저 말해보라며 받아줘서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나는 일부러 마이크를 새침하게 관객 쪽으로 건네며 야유를 유도했다.
‘날 좀 미워해달라고. 러셀.’
의아해하는 러셀.
그 앞에서 어깨를 으쓱하면서 도발한 나는 잠시 사람들의 야유가 오디오에 담기는 것을 듣고 있었다.
[Boooooooooooooooo-!]
그리고 더 유도했다.
“이 새끼한테 말하고 싶은 게 그거밖에 없어! 디트로이트?!”
[Yeeeeeeeaaaaaahhhhhh!]
“나 좀 그만 사랑하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오늘 WWF가 심의위원회에 욕 좀 먹게 말이야!”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환상적인 호흡으로.
[Fu-k you Russell!]
그렇게 한 번.
[We hate you!]
다시 한 번.
보통 두 선수를 향해 한 번씩 보내는 각기 다른 챈트가 한 선수를 야유하는데 쓰이기 시작했다.
[Fu-k you Russell!]
[You Fu-ked up!]
[Fu-k you Russell!]
[You Fu-ked up!]
[Fu-k you Russell!]
[You Fu-ked up!]
나는 러셀을 돌아보았다.
“…….”
저 애송이의 뺨이 파르르 떨렸다.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렇게 정해진 시간을 마음껏 쓰면서 러셀을 계속해서 도발했다.
WWF의 수많은 팬들과 함께.
녀석에게 야유를 처박고 나 자신을 끌어올리며 대립을 계속 진행했다.
야유가 이어지자 러셀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어서 옆에 있던 플레어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속삭였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녀석의 제안을 들었다.
“내가 너에게 하트 슈터로 이기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중요하잖아.”
“그렇지?”
야유가 워낙 거셌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몸싸움 진행하고 샤프 슈터 걸고 내가 링 아래에서 말하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말해봤자 설득력이 떨어지지. 다른 방법은 어때?”
“…….”
녀석은 ‘어떻게?’라고 묻지 않았다.
고민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다.
광고 타임이라는 시한폭탄이 우리의 앞에서 째깍거리며 울어댔다.
러셀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고,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난 아무것도 안할 거야. 러셀.”
“…….”
“뭐라도 해봐.”
러셀이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야유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잠시 안색이 창백해져 있던 녀석이 갑작스레 내 벨트를 빼앗아 가지고 갔다.
“…….”
일단 놔두었다.
[Booooooooooooooooooo-!]
야유는 더 심해졌고 러셀은 벨트를 양손으로 들고 자신의 얼굴을 비쳐 보았다.
뭘 하나 싶었더니.
그 직후, 나는 벨트를 쥔 녀석의 손가락 사이에 작은 커터칼날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행동에 흥미를 느낀 나는 옆으로 물러서 카메라의 시야를 가렸다.
한숨을 푹 내쉰 녀석이 손에 든 벨트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다.
쿵-쿠웅!
그걸 몇 번 하고는 정확한 타이밍에 칼날로 이마를 찢어냈다.
결국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야유가 잦아들었다.
녀석의 광기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벨트가 피로 범벅이 되었고 러셀은 고요 속에 마이크를 들었다.
분위기가 넘어갔다.
나는 씨익 웃었다.
“왜 너냐고……. 왜 지금 이 벨트를 가지고 있는 게 너냐고!!”
“글쎄, 누가 더 어울리겠어?”
“나지!!”
러셀이 버럭 소리쳤다.
“그런 재수 없는 눈깔로 사람 쳐다보지 마! 뭐든 다 안다는 얼굴로 그렇게 내려다보지 말라고!!”
“네가 그럴 가치가 있는 남자란 걸 증명한다면 그래주겠어.”
“주둥아리 닥쳐! 그걸 정하는 건 네가 아니니까!”
“그럼 여기 이 사람들인가?”
“아니! 이 벨트다!”
러셀이 이를 빠드득 깨물었다.
“네 얼굴에서 그 여유로운 웃음이 사라지는 걸 보기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하고 말겠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녀석은 이어 벨트를 거의 던지듯이 도로 넘겨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어깨에 걸쳤다.
흘러내린 피가 재킷에 묻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과연 될 것 같아?”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어.”
“네가 자신 있는 걸로 가지.”
“라스트 맨 스탠딩으로 가자고. 신. 그 정도는 되어야 링 위에서 널 충분히 박살 낼 수 있지.”
그렇게 경기 방식을 말한 뒤.
곧바로 공격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를 이용한 러셀의 비겁한 공격. 녀석이 미처 버리지 못한 칼날이 내 이마를 살짝 스쳤다.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멋진 우연이군.’
나는 씨익 웃으며 녀석에게 반격했다. 우리는 서로 피투성이가 된 채 연달아 주먹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플레어가 끼어들었다.
등 뒤에서 이어진 일격.
한 바퀴 구르며 충격을 흡수한 나는 그대로 벨트를 들고 러셀의 얼굴을 힘차게 후려쳤다.
쿠웅-!
이걸로 2대1이 되었으니 벨트를 사용할 근거는 내게 충분했다.
러셀은 충격에 쓰러져 링 밖으로 굴러나갔다. 나는 그 틈을 타 머뭇거리는 플레어를 제압했다.
[Yeeeeeeaaaahhhhh!]
다시금 이어진 시원시원한 벨트 공격에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
나는 곧바로 쓰러진 플레어의 다리를 붙잡고 샤프 슈터를 걸었다.
“끄하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플레어.
링 밖으로 빠져나간 러셀은 이를 꽉 다물고 그런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가 샤프 슈터와 함께 손에 쥐고 있는 벨트를 보고는 쉽사리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그렇게 마이티 아메리칸 배시 이전의 대립이 완성되었다.
* * *
버닝콩이 끝난 이후.
곧바로 퇴근해 근처의 체육관에 도착한 러셀은 일단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훈련 준비를 시작했다.
신은 외부 스케줄 소화, 오튼은 데이트를 위해 각자 흩어진 상태.
러셀은 페이퍼뷰가 개최되는 이번 주말까지 이 도시에서 머무르며 기술을 더 갈고 닦을 생각이었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다.
러셀은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언제나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게 그가 링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이었다.
하지만 러셀은 이상하게도 오늘은 의욕이 나지 않는 걸 느꼈다.
바로 그 순간, 거즈를 붙여둔 이마에서 찌릿한 감각이 스쳤다.
“음…….”
스트레칭을 마치고 일어선 러셀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관객들의 야유가 아직도 들려왔다. 그와 함께 이어진 신에 대한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를 미워하진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러셀은, 오늘 만난 이후 처음으로 신에게 분노를 느꼈다.
그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신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고, 엉엉 우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기고 싶다.
정말로 이기고 싶다.
세간의 반응, 평가, 레슬링 실력.
모든 부분에서 신이 자신에게 뒤쳐지는 꼴이 정말로 보고 싶었다.
그게 도무지 불가능해서, 화가 났다.
그에 대한 증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통제가 불가능했다.
그걸 어떻게든 치워버리고자 러셀은 곧바로 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미련하게도 그런 감정을 들어내기 위해 기본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건 일이다.
그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어디까지나 그렇게 해소를 해야만 한다.
왜냐면 그게 아니라면 프로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실격이니까.
친구에게 화가 나고 열등감을 느낀다고 그걸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 끝은 당연했다.
관계의 파탄.
거기까지 가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신은 오늘 러셀에게 확실히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에게 모욕을 주었다.
협력자가 아닌 대립자로서 나쁜 방법을 써 그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가장 분한 건, 자신이 피라도 내지 않는 이상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신이 너무 대단하기 때문인가?
그에게 맞서기에는 자신의 위상이 낮아 사람들이 대립의 상대로조차 인정해주지 않는 말인가?
‘빌어먹을.’
러셀은 분함 속에서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계속 몸을 움직였다.
그렉의 소개를 받고 방문한 범프 링이 있는 체육관. 새벽이라 사람은 없었고 시간은 지나갔다.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상대가 없어서 본격적인 훈련은 어려웠으나 기초를 연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았다.
쿵! 쿠웅!
연달아 낙법을 치던 러셀은 이내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는 부족했다.
러셀은 공중기를 연습하기 위해 링 아래에서 매트를 가져왔다.
두 겹, 세 겹.
피폭자를 상정하고 매트를 쌓던 러셀은 이내 그 위에 주저앉았다.
시간은 벌써 새벽.
숨을 몰아쉬던 러셀은 누군가 링 아래에 서있는 걸 알아차렸다.
그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삼, 촌……?”
“네 앞에 벽이 있구나.”
그렉 하트가 서있었다.
러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분명 캐나다에 있어야 할 삼촌이 대체 왜 여기에 와있는 거지?’
그런 의문을 느끼고 있자니 그렉이 천천히 링 위로 올라왔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예?”
“신에게 이기고 싶겠지.”
“…….”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불가능한 일이다. 넌 아직 신보다 부족해. 모든 부분에서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러셀은 이를 빠득 깨물었다.
그렉은 프로레슬링에 관해서는 냉정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러니 그 말이 맞겠지.
러셀 하트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게 반응하고 마는 러셀을 본 그렉 하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결국 뭐가 되고 싶은 거냐?”
“……예?”
“지금 거기에서 구겨져 있을 거라면 킹 오브 하트라는 이름은 대체 왜 스스로 말한 거냐?”
“…….”
“할 생각이 없다면 난 간다.”
그렉이 그대로 돌아섰다.
러셀은 멍한 채 그런 삼촌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킹 오브 하트.
왜 그걸 말했던 거지?
잊고 지냈던 기억이 되돌아오며 러셀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외쳤다.
“당신을 밀어낼 겁니다!”
“…….”
“당신을 이 업계의 역사에서 2등으로 밀어내겠습니다! 아니…… 신 역시도 밀어내고 말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러셀.
하지만 그 말은 그렉을 우뚝 멈춰 세우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렉은 웃고 있었다.
언제나 차고 넘칠 정도로 노력하는 조카였지만, 역시 어설펐다.
아직 신인인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잘해주고 있는 편이었지만.
목표로 삼고 있는 게 역대급의 괴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신은 전성기의 그렉 하트와 비교해 보더라도 크게 부족한 부분이 없는 선수였다.
마이크워크는 확실히 그가 더 나았고, 기술 구사력은 아무래도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그 능력치조차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신의 레슬링은 정말로 멋졌다.
진짜로 싸우는 것 같았으니까.
그를 위한 빌드도 잘하고.
그런 남자였다.
러셀이 지금 맞서 이겨내려고 하는 남자는 그런 괴물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언제나 유리한 입장에서 싸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언제나 아래에서 도전한다.
그럼에도 역경을 피해서 도망치면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마냥 달려들면 안 된다.
신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언제나 생각하고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러셀 역시도 그래야만 했다.
‘어려운 싸움이겠지만.’
그렉은 쓰게 웃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러셀은 모두 신의 예상대로 행동했으니까.
지금 이 자리에 그렉 하트가 있는 이유. 그건 바로 신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좋은 친구이자 최악의 적.
그렉은 자신이 현역이었던 시절에도 이런 선수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렉은 짐짓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조카를 돌아보았다.
“한판 붙어보자고.”
그리고 재킷을 벗은 그는 조카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나섰다.
* * *
펑-퍼펑-퍼퍼퍼퍼펑!
화려한 폭죽이 입장로 위로 터져 오르며 7월 페이퍼뷰인 마이티 아메리칸 배시가 시작되었다.
[마이티 아메리칸 배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도 정말이지 엄청난 열기입니다!]
[그렇습니다! 기대되는 매치 업이 정말이지 많은데요! 트리플H와 실버백의 WWF 월드 챔피언십!]
[그리고 신과 러셀 하트의 WWF 인터컨티넨탈 챔피언십! 이 두 개의 빅 매치 이외에도 다양한 경기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아~ 저는 신과 러셀의 라스트 맨 스탠딩 매치가 기대되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핀 폴은 없고 10 카운트! 다시 말해 K.O.로만 경기가 끝납니다!]
[그 어디에서도 싸울 수 있고 반칙도 없습니다! 증오로 얼룩진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경기입니다!]
[마지막에 서있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정말로 기대가 되는군요.]
‘너무 띄워주는데.’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러자니 옆에서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던 오튼이 다가왔다.
“너희 왜 그래?”
“뭐?”
“아니, 정확히는 러셀 녀석만 그러는 것 같지만. 버스에서도 너무 대화도 않고 그러지 않아?”
“아…….”
이 녀석은 모르겠군.
“둘이서 오늘 같이 경기하는 거잖아. 잘 풀고 나가란 말이야.”
그렇게 말한 녀석은 경기장 자판기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타민 음료를 슬쩍 내게 건네주었다.
“바로 옆 락커룸에 있으니까.”
“…….”
이걸 어쩐다.
러셀과는 녀석이 없는 사이에 경기에 관해서 모두 짜두었고.
그렉의 조언으로 바뀐 녀석과의 경기가 기대돼서 일부러 서로 좀 거리를 두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 그러면 재미없잖아.
“됐어.”
“야, 야!”
“경기는 경기일 뿐이야.”
내가 차갑게 말하자 듣고 있는 오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오늘 경기에서 무슨 사고라도 터지는 거 아니야?’라면서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물론, 그러기는 할 터였다.
오늘 우리는 이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 많은 것을 준비해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