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212화 (212/634)

212.

월요일의 버닝콩 습격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매체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나의 복귀를 축하하며 링 서바이벌에 대한 기대감을 토로했다.

그리고 링 서바이벌이 열리기 이틀 전, 랙다운이 개최되었다.

나와 똑같이 블루 팀의 파란 티셔츠를 입은 캡틴 로건이 먼저 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드디어 이틀 뒤! 랙다운의 전사들이 버닝콩에 맞서 싸우겠군!]

[Waaaaaaaaaaaagggghhhh!!]

[형제들이여! 랙다운 팀이 일요일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관객들의 대답에 링 아래에 서있던 랙다운 선수들도 동화되어 똑같이 Yes! 챈트를 이어나갔다.

완전히 하나로 똘똘 뭉친 랙다운은 지금 전의에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겠군! 버닝콩 놈들은 비겁하게 제거 매치의 일원이었던 하이든리히의 발목을 박살 내고 말았어!]

영상이 흘러나오며 빅 죠가 하이든리히의 발목을 문 사이에 끼우고 후려치는 장면이 나왔다.

[Boooooooooooooooooo-!]

야유를 보내는 관객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워줄 영웅이 한 명 랙다운으로 돌아왔지!]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다들 잘 알고 있군! 더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나와라! 신!]

고릴라 포지션에 서있던 나는 관객들의 환호에 씨익 웃어 보였다.

“신 선수, 음악 나갑니다!”

음향 팀장의 외침과 함께 경기장 전체에 내 테마가 울려 퍼졌다.

북과 나팔 소리가 교차되며 관객들의 환호가 거기에 섞여들었다.

일렉 기타의 연주가 이어질 때쯤 밖으로 나간 나는 그대로 큰 환호를 받으며 링 위로 올라갔다.

로건과 가볍게 악수를 쥔 나는 그대로 마이크를 쥐고 소리쳤다.

“블루 팀!”

[Yeeeeeeeeeeeeeaaaahhhhh!]

푸른 티셔츠를 입은 선수들과 관객들이 큰 소리로 호응을 보였다.

“좋아. 사실 난 작년까지는 레드 팀이었지만, 지금의 컬러가 중요한 법 아니겠어? 블루 컬러, 화이트 컬러…… 아, 이건 좀 아닌가.”

피식거리며 웃는 관객들.

“요는 간단해. 일요일 쇼에서 나는 여기 있는 최고들과 함께 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어!”

그런 내 외침을 들은 랙다운 선수들이 하나둘씩 위로 올라왔다.

링이 삽시간에 북적북적해졌다.

그 가운데, 내 옆으로 다가온 부커와 테이커가 허리를 숙였다.

“올라가라.”

나는 두 사람의 어깨에 앉은 채 위로 올라갔다. 관객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번 붙어보자고! 버닝콩!”

그렇게 결의를 다진 우리는 페이퍼뷰 직전의 위클리 쇼를 멋진 방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 * *

마지막 위클리 쇼는 링 서바이벌의 개최지인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의 바로 옆 도시에서 열렸다.

이틀 뒤 쇼를 개최해야 했기에 이동 시간을 계산한 선택이었다.

다크 매치까지 포함해 밤 열한 시쯤 쇼가 끝났고, 랙다운 크루는 그대로 디트로이트로 이동했다.

나 역시도 오튼과 함께 한 시간쯤 버스에 누워서 쉬다가 오랜만에 괜찮은 호텔 방에서 잠을 잤다.

링 서바이벌.

4대 페이퍼뷰 중 하나.

위상으로 따졌을 때, 레슬 임페리움, 킹스 럼블, 섬머 수플렉스의 뒤를 잇고 있는 거대한 쇼.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베스트 컨디션으로 쇼를 맞이해야만 했다.

캠핑 버스가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이기는 해도 역시 제대로 방 잡고 쉬는 것에는 미치지 못해서.

그렇게 호텔에서 푹 쉬며 시간이 지나가 일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굉장한 열기였다.

아침부터 집결한 WWF 팬들은 선수들의 흉내를 내거나 하면서 저마다 페이퍼뷰를 마음껏 즐겼다.

단순히 밤 8시부터 12시까지 네 시간 동안 이어지는 쇼가 아니었다.

페이퍼뷰, 특히나 4대 페이퍼뷰가 열리는 지역은 그 주간 내내 프로레슬링 관련 컨텐츠가 흥행했다.

그리고 당일에는 WWF에서 마련한 프로그램까지 더해져 아예 하루 전체가 프로레슬링 데이Day였다.

우리 선수들 역시도 엑스트라 티켓을 구매한 팬들과 사인&포토타임을 갖는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그 한 축을 맡은 나는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사인을 해야만 했다.

“신! 아! 정말 신이죠?!”

“아, 으……! 으으……!”

“당신은 제 영웅입니다!”

“사랑해요! 5년만 기다려줘요!”

남녀노소,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나에게 사인을 받으러 왔다.

그동안 해온 일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나는 미소와 함께 한 사람 한 사람 최선을 다해 대했다.

예전의 페이퍼뷰 때도 했던 일이지만, 오늘은 복귀한 뒤라서 더 많은 팬이 몰렸다는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예감이 좋았다.

그렇게 고양된 기분 속에 시간이 흘러, 링 서바이벌이 시작되었다.

16만의 관객.

[Waaaaaaaaaaaaaggggghhhh!!]

[2005년 11월의 페이퍼뷰! 링 서바이벌! 바로 지금 시작합니다!]

[버닝콩 대 랙다운! 랙다운 대 버닝콩의 브랜드 대전! 과연 오늘 승리할 브랜드는 어디가 될까!]

[저는 아무래도 버닝콩이 이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하하! 전통의 강호라고 할 수 있겠죠!]

[랙다운은 아무래도 버닝콩에 비하면 늦게 브랜드가 창설되어서 그런 인식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랙다운의 승리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그렇겠지.”

나는 싱긋 웃었다.

오늘 링 서바이벌의 결과를 미리 말해주자면 다음과 같았다.

메인이벤트인 남성 5대5 제거 매치 전까지 3대3으로 동률.

“그리고 메인이벤트에서 우리가 버닝콩 측을 꺾으면서 이긴다.”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락커룸에 있던 다른 선수들을 돌아보았다.

“맞죠?”

“그래, 맞다.”

고개를 끄덕이는 테이커.

레이나 젠코도 날 인정하듯 미소를 지었지만, 바티스타만큼은 그와 달리 삐딱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오늘 다 함께 로우라이더를 타고 입장한다고?”

“……그럴 생각인데.”

“재미있겠는데! 운전은 누가 해?”

“내가 할 생각이야.”

“내가 하면 안 될까?”

“안 돼.”

레이가 이야기했다.

“로우라이더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운전을 해야 돼. 거친 녀석이거든.”

“뭐, 그러면 별수 없고.”

순순히 물러나는 바티스타.

‘그래도 나름 눈치는 보는군.’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것이 랙다운의 고참 급 선수들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오늘은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어제 나오지 않아 경기 중에 활약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 * *

그렇게 여섯 경기가 끝났다.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멋진 시합들뿐이었다.

다섯 남자가 적당히 움직여 몸을 풀어둔 락커룸은 열기로 가득 찼다.

그런 가운데, 고릴라 포지션으로 향하는 길은 더없이 차가웠다.

나는 이걸 안다.

열기가 끓어 넘치는 쇼를 만들어내는 건 어디까지나 냉정함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서 몸이 식기 전에 나가자.

링 위의 열기는 분명 이 경기장 안에서 가장 뜨거울 테니까.

그렇게 다른 선수들과 함께 이동하던 나는 고릴라 포지션 앞에 모여 있는 다섯 남자를 발견했다.

버닝콩의 선수들.

오늘 우리의 적.

잠깐 서로를 노려보며 서있자니 내 뒤쪽의 테이커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오늘 이긴다.”

모두가 그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맞는 말이었다.

프로레슬링에서 이긴다는 말은 단순히 승패를 의미하지 않았다.

“준비한 걸 마음껏 보여주죠.”

기세를 타고.

관객들의 마음을 얻어.

승리를 인정받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이다.

버닝콩 선수들을 스치듯 지나가자 그 뒤에서 오늘 우리의 입장을 도와줄 시설 팀장이 나타났다.

“자자, 이쪽으로!”

신난 얼굴의 그를 따라 고릴라 포지션 옆으로 슥 돌아 들어갔다.

입장로 바로 옆의 통로.

평소 커튼을 쳐두는 이곳은 차가 드나들기에 충분한 너비를 가진 곳이었다.

그곳에 로우라이더가 서있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후에도 팬들의 기억에 항상 남아있는 선수.

에디 비테레로.

얼굴을 본 적은 없었지만 경기는 수십 번이 넘게 돌려보았고 그때마다 내게 항상 큰 감명을 주었다.

‘잘 부탁합니다.’

나는 에디에게 기도를 올렸다

프로레슬링의 신神과 함께 하고 있을 그의 가호가 이 로우라이더와 우리 모두에게 깃들기를.

그렇게 입장 전 의식(?)을 끝마친 우리는 각자의 좌석에 올라탔다.

내가 운전석.

조수석에 테이커.

뒷좌석에는 레이, 바티스타, 젠코 순으로 앉아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먼저, 버닝콩 팀이 각자의 테마곡에 맞춰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Yeeeeeeeeaaaaahhhhh!]

[Booooooooooooo-!]

환호와 야유가 반반씩.

나는 모니터링 TV를 통해 버닝콩의 붉은 티셔츠를 입은 선수들이 링 위로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건, 이겼군.’

그런 판단이 섰다.

버닝콩 멤버들과는 달리, 우리는 오늘 에디를 기리기 위해 다 함께 로우라이더를 타고 입장했다.

랙다운이 변화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버닝콩과 달리 한 팀이 되어서 싸우겠다는 표현.

그것이 목전에 찾아왔다.

“신 선수, 시동!”

상황을 전두 지휘하고 있는 시설 팀장의 오더에 나는 곧바로 키를 돌려 로우라이더에 시동을 걸었다.

크르르……!

분명 그런 소리가 들린 듯했다.

이 녀석도 주인을 기리기 위해 함께 링에 오르고 싶다는 것일까.

“좋아.”

고개를 끄덕인 직후, 경기장 전체에 하나의 테마곡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밖에 없었다.

[Viva La Laza!]

에디 비테레로의 생전 마지막 테마곡. 멕시코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그의 인생을 함축한 듯한 노래.

Viva La Laza.

그 뜻은, (라틴) 혈통 만세.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소수 인종으로 대부분 어려운 삶을 이어가던 멕시코인들에게 큰 힘이 된 존재.

에디 비테레로.

우리는 그와 함께 나간다.

“고고고고!!”

시설 팀장의 말과 함께 경기장과 우리를 가르고 있던 천막이 열렸다.

관객들은 너무도 그리운 그 테마곡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상태였다.

나는 차를 몰았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클러치를 조작해 1단 기어를 놓으며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16만의 관객들이 바라보고 있는 와중, 에디가 생전 사용했던 흥겨운 라틴계 테마곡이 울려 퍼졌다.

쇼를, 그리고 승리를 훔치겠다는 그의 캐릭터가 녹아든 테마곡.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 로우라이더의 모습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Waaaaaaaaaaaaaaaaghhhh!!]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

사람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로우라이더와 에디의 테마곡.

또한 에디는 테이커와 함께 랙다운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지금 랙다운은 그의 이름을 함부로 쇼에서 사용한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였다.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너무 일찍 떠난 전설을 추모해주었다.

[Eddie! Eddie! Eddie! Eddie! Eddie! Eddie! Eddie! Eddie!]

수많은 팬들이 외치는 소리가 경기장을 넘어 하늘에 닿을 듯했다.

버닝콩 선수들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렇게 바리게이트를 지나쳐 링 바로 앞에 차를 댄 나는 다른 선수들을 돌아보고 조작을 시작했다.

유압 장치와 서스펜션이 움직이며 차체가 힘차게 위로 튕겨졌다.

[Yeeeeeeeeeaaaaaaaahhhhh!!]

환호하는 사람들.

우리도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로우라이더가 에디의 테마에 맞춰 힘차게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라이딩을 즐긴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차체를 원래대로 되돌린 뒤 시동을 껐다.

문을 여는 대신 훌쩍 뛰어내린 나는 그대로 다른 선수들을 재촉하며 링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자니 다가온 테이커가 내 어깨에 손을 두르고 말을 걸어왔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나는 그의 눈이 글썽거리는 것을 보았다.

“고맙다. 멋진 아이디어였군.”

“……설마 우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아무래도 레이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만.”

쓰게 웃은 그가 돌아보았고 뒤를 따라 돌아본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걷고 있는 레이를 발견했다.

바티스타와 젠코가 어떻게든 가려주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나, 난 괜찮아.”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고맙다. 신…….”

“별말씀을.”

칭찬을 받을 만한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랙다운은 지금 에디의 도움을 크게 받은 셈이었다.

나는 이 일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좋은 선수라는 이미지를 쌓았고, 랙다운도 확실히 실수를 만회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링 위로 올라간 우리는 버닝콩 측의 다섯 명과 대치했다.

테이커의 양보로 랙다운 측의 중심에 서게 된 나는 반대편의 트리플H와 잠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Waaaaaaaaaaaagggghhhhh!!]

거의 드림 매치 수준이었다.

이곳의 선수 모두가 당장 허리에 월드 챔피언 벨트를 감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위상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게 나라니,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거대한 환호 속에서 페이스 투 페이스를 진행하고 있자니 불현듯 트리플H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네?”

“제기랄, 이런 걸 준비해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한숨을 푹 내쉬는 그.

그 말처럼 쏟아지는 반응의 거의 대부분은 우리를 향한 것이었다.

나와 랙다운 선수들.

그리고 에디에게.

버닝콩 선수들은 벌써부터 그런 우리에게 압도당한 모습이었다.

쓰게 웃은 내가 대답했다.

“거하게 잡Job 한번 해주시죠.”

오늘은 우리의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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