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242화 (242/634)

242.

맥센 가문의 사람들은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인 동시에, 쇼에 연기자로 출연하는 슈퍼스타들이기도 했다.

그들 대부분은 권력을 행사하는 악역으로서 회사의 슈퍼스타들에게 처절하게 깨지는 역할을 맡았다.

락콜드와 바트 맥센이 좋은 예시였다.

블루컬러 노동자 캐릭터였던 락콜드는 월드 챔피언이 된 이후 이런 세그먼트를 수행했었다.

월드 챔피언은 회사의 얼굴.

그렇기에 협력을 제안하는 바트 맥센. 그는 락콜드에게 거만하게 굴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만약 내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려운 길이 기다릴 걸세.]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락콜드는 팬들에게 마이크를 돌렸고. 그 자리에서 엄청난 대사를 말했다.

[락콜드가 어려운 길을 가길 원한다면 Hell Yeah라고 외쳐봐!]

거기에 관객들이 뭐라고 했겠는가.

‘Gimme a Hell Yeah!’라는 락콜드의 물음에 대체 무어라 대답했겠는가.

[Hell Yeah!]

그 대사는 락콜드와 팬들의 유대감을 상징하는 상징으로 남았다.

해석하자면, ‘존나 좋군.’

이후로 락콜드는 바트와 전설에 남을 라이벌리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열고 전설을 만들었다.

그 시대에서 가장 중요했던 게 또 바트 맥센이라는 명품 배우였다.

“그렇게 바트 맥센, 케인 맥센, 티파니 맥센, 모든 맥센이 점차 회사에 나오기 시작하지.”

“나는 아버지를 배신하는 악녀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었죠. 다들 창녀라면서 날 욕해대는 게 어찌나 즐거운 경험이었는지 몰라요.”

“…….”

“아니, 진짜로. 재밌었어.”

티파니가 환하게 웃었다.

위클리 쇼가 시작하기 전.

우리는 WWF에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인 ‘맥센 패밀리’에 대해 단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전 악역이었죠. 2002년에 러셀한테 깨지고 나서, 당신 도와줄 때만 잠깐 선역을 수행했었죠.”

“권력자의 숙명 같은 거지.”

나는 짧게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권력자에 공감하지 못한다. 막연하게 악으로서 치부한다.

그렇기에 그 기대감에 맞춰 악으로 존재하며, 선역 선수들을 띄워주는 게 맥센 패밀리의 역할.

“그래서 오빠는 프로레슬링이 싫어졌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자유롭지 못하니까.”

“예, 가장 좋아하고 즐거운 일에서 자신은 항상 똑같은 도련님 역할만 맡아야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

나는 쓰게 웃어 보였다.

“인간은 태어날 때 주사위를 굴리고 시작하는 거라고. 반드시 높은 눈이 좋다고 볼 수 없는 주사위를.”

“맥센의 자식이라는 높은 눈이, 오빠에게는 좋지 않았다는 거군요.”

“그래서 사실 같이 일하면서 그 한을 좀 풀어줘야겠다 싶은 거야.”

“가장 멋진 역할은 당신이 하고?”

“그건 어쩔 수 없잖아.”

난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가장 멋진데.”

“와~ 자기 입으로.”

“아니야?”

“부정할 수 없어서 슬프네.”

킥킥거리면서 웃는 티파니.

자신의 링 기어라고 할 수 있는 가슴을 노출한 바지 정장 차림.

그녀는 오늘 이례적으로 ‘선역 맥센’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얼마 기다리지 않아 모니터링TV로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신.”

“행운을 빌어.”

“저야말로요.”

싱긋 웃은 티파니가 또각또각 걸어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당당한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슬슬 위치로 향했다.

* * *

쇼의 오프닝 영상이 나간 뒤.

지난주 있었던 케인과 나의 대립 영상이 흑백으로 처리된 채 나왔다.

케인 맥센이 로건을 공격하는 순간, 화면이 검정색으로 칠해지며 그 위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폭군.]

그 뒤로 관객석에서 나타나 마이크를 쥔 내 멋진 모습이 나타났다.

[혁명가.]

폭군과 혁명가.

그 앞에서 분열된 선수들.

해설자들이 지난주에 떠들었던 코멘트가 그 설명을 도와주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신이 테이커의 도움을 받아 링으로 난입합니다! 스프링보드-! 와! 정말이지 환상적인 무브입니다!!]

[신이 링 위를 완전히 쓸어 담고 있습니다! 케인 맥센이 그 부하들과 함께 밀려나고 그에게 반발하는 선수들이 다들 올라와 링을 점거합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엄청난 챈트입니다!]

[신이 지금 민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자신을 해고한 케인에게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가르쳐줍니다!]

영상은 거기에서 종료되었다.

자연스럽게 입장로 구조물로 화면이 전환되며 폭죽이 터져 올랐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Waaaaaaaaaaaaagggghhhhh!!]

환호하는 관객들.

오늘도 경기장은 팬들로 가득했다.

[금요일 밤의 랙다운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난주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죠! 신과 케인의 대립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신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해고 상태는 계속해서 유지 중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순간.

[Here Comes The Money~!!]

케인 맥센의 음악이 경기장 안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화면이 전환되며 입장로 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B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야유 속에서 자신의 두 떡대들과 함께 등장하는 케인 맥센.

링에 오른 그는 내가 주문했던 대로 일단 하이든리히와 마크 진랙에게 다가가 무언가 한마디씩 말을 건넸다.

카메라가 고개를 끄덕이는 두 떡대의 모습을 비췄다.

이로써 팬들도 조금은 기억하게 되겠지.

케인 맥센의 부하 두 사람.

엄청난 덩치와 근육질의 소유자인 하이든리히와 마크 진랙을.

그 후, 케인은 거드름을 떨며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오늘 그의 역할은 간단했다.

또 다시 나를 억압하면서 랙다운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여러분께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전해드려야겠군요. 바로 지난주, 두 사람을 해고하게 되었습니다.]

케스켓-테이커.

캡틴 로건.

두 전설의 이름이 언급되자 팬들은 어마어마한 야유로 화답했다.

[Booooooooooooooooooo-!]

말도 안 되는 처사였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랙다운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유일한 길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You Su-k! You Su-k! You Su-k! You Su-k! You Su-k!]

[지금부터 브랜드는 변화할 겁니다. 더 이상 신과 그에 동조하는 반란분자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모두 안심하고 랙다운을……!]

바로 그때였다.

케인의 얼굴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갑작스레 전환되며 경기장 바깥의 풍경이 드러났다.

어둠에 휩싸인 도로.

검은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내린 것은 바로 정장 차림의 티파니 맥센이었다.

[Uooooooooooooooohhhhhh!!]

충격에 빠진 관객들.

재킷을 가볍게 털어낸 티파니는 당당히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그 목적지는 물론, 링 위였다.

카메라가 다시 전환되며 링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 케인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뭐야?! 저게 뭐냐고!!”

마이크를 내린 그가 주변에 서있던 하이든리히와 마크의 멱살을 붙잡으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Welcome To The Queendom.

그 노래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환영했다.

이 왕국을 잠시 떠나있던 여왕.

티파니 맥센.

[Tiffany! Tiffany! Tiffany! Tiffany! Tiffany! Tiffany! Tiffany!]

정장 차림의 그녀가 환호 속에 링 위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케인에게서 곧바로 마이크를 빼앗았다.

[이거,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그녀.

[나처럼 나쁜 여자가 돌아오는 건데도 이렇게 다들 환영을 해주다니. 아무래도 다들 내가 뭔가를 해주길 바라는 모양이야.]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이 남자가 못살게 구는 거야?]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

그 모습을 다소 황당해 지켜보고 있자니 내 옆에 있던 지난번 그 영상팀 막내의 얼굴이 좀 빨개졌다.

“와, 정말 멋지신데요.”

“……그래?”

확실히 나도 좀 놀랐다.

마이크워크가 훨씬 더 좋아진데다가 관객과 소통 역시도 멋졌다.

……원래 정해진 대사는 저게 아니었지만, 프로레슬링은 이래야지.

그리고 남매는 링 위에서 환상적인 티키타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티파니, 분명히 사업체 하나 굴리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쪽은 신경 끄고 그거나 잘하지 그래?]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네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어서 말이야.]

[Uooooooooooooohhhhh!!]

충격에 빠진 관객들.

[너 제정신이야? 로건과 테이커, 신에 젠코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선수를 잘라대야 만족하겠어?]

[회사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야.]

[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겠지.]

티파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잘 들어. 케인. 네가 이 랙다운을 총괄하고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게 자기 멋대로 회사를 망하게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

[그래서 뭐 어쩌자고?]

[나는 주주들의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온 거야. 케인. 그러므로 나에게도 권한은 있는 셈이지.]

[Yeeeeeeeeeeeeeeaaaahhhh!!]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얼굴은 케인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티파니는 팬들에게 손을 살짝 흔들어 자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나는 네가 해고한 선수들을 복직시키겠어. 그리고 다시는 네가 가진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전달되지 않은 모양인데. 티파니.]

케인이 위협적으로 다가섰다.

그와 동시에 그 옆에 서있던 두 떡대가 나서 티파니를 포위했다.

당황해 뒤로 물러나는 티파니.

[Boooooooooooooooooo-!]

역겨운 짓을 저지르려는 케인에게 힘껏 야유를 보내는 관객들.

바로 지금이었다.

철컹-!

커다란 소리와 함께 경기장 전체의 조명이 동시에 꺼졌다.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일단 링 바닥에 터둔 공간을 밟고 올라가, 바닥을 기어 링 아래에 쳐진 커튼을 걷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감각으로 로프를 잡고 링으로 올라가 티파니의 옆에 섰다.

그녀가 살짝 내 손을 잡았다.

내가 퍼포먼스를 제대로 수행한 걸 확인하고는 안심한 모양이었다.

암전 후의 깜짝 등장.

테이커나 브로큰 와이엇 같은 선수들이 세그먼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출이지만, 나라고 못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불이 켜졌다.

관객들은 링 위에 서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Uooooooooooooooohhhhhh!!]

거대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들이 보기에는 한순간 암전이 일어나고 내가 갑자기 나타난 상황이었다.

이 연출을 위해 온갖 프로들이 합을 맞추며 연습을 했지만.

그런 복잡한 사실은 다 차치하고서, 그냥 슈퍼 멋진 장면이었다.

티파니를 보호한 나에게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환호를 보내주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

티파니가 입을 열었다.

“이 소리가 들려?”

그녀는 관객들의 반응을 무기로 삼아 케인을 설득하고자 했다.

“WWF 유니버스는 지금 신을 원하고 있어! 케인! 너는 지금 괜한 아집을 부리는 것에 불과해!”

“나는 랙다운의 총책임자야! 나는 팬들이 올바른 선수를 응원할 수 있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네 눈은 틀렸어!”

“아니! 틀리지 않았어!”

혼란스러운 상황.

두 사람이 으르렁대는 가운데, 그 사이에 가만히 서있던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마이크를 빼앗아왔다.

양쪽 모두에게서.

순간 놀라는 티파니.

불쾌감을 드러내는 케인.

이게 포인트였다.

두 사람이 제각기 늘어놓는 궤변 같은 논리의 충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결론을 내면 나에 대한 주목도는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일단 마이크를 쥐었다.

“물론, 내가 좀 개자식이긴 하지.”

[Yeeeeeeeeeeeeeeaaaaahhhh!!]

“그래도 그 정도면 충분해. 오늘 너희들이 잘 때 꿈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남자 정도면 만족한다고.”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결국 그거야. 내가 저쪽 동네의 시나처럼 올바른 선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널 까버려서 관객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순 있다는 거지.”

[Yeeeeeeeeeeeeeaaahhhh!!]

“하지만 그랬다간 기껏 찾아와준 우리 아가씨의 호의를 그대로 걷어차 버리는 짓이 될 테고. ……그래서 멋진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여긴 프로레슬러 단체니까 말 대신 주먹으로 결정하는 건 어때?”

[Yeeeeeeeeeeeeeaaaaaahhhh!]

자연스러운 경기 제안.

거기에 환호하는 팬들.

나는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음을 느끼고는 그대로 마이크를 던졌다.

“3월에 개최될 원 데이 스탠드에서.”

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마이크. 케인이 그것을 집어들자 나에 대한 환호가 쏟아졌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나를 원하고 있다.

더욱이 티파니가 나타나 케인에 제멋대로 저지른 행동에 대한 주주들의 뜻까지 저지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케인 맥센이 가진 나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좋아, 해보자고.”

그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는 팬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아, 경기를 치르는 건 내가 아니야. 여기에 있는 두 사람이지.”

“그럼 나도 빠지나?”

“……정확하게 말해주지.”

케인이 하이든리히와 마크 진랙을 앞으로 내세우며 크게 소리쳤다.

“3월의 랙다운 페이퍼뷰인 원 데이 스탠드에서, 신은 하이든리히&마크 진랙의 팀을 상대하게 된다.”

[Booooooooooooooooooo-!]

“신, 네 커리어를 건 경기야.”

개의치 않고 이야기하는 케인.

핸디캡 매치였다.

거기에서 잠시 서있던 나는 계속해서 야유를 보내는 팬들의 목소리를 의식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뭐……?”

“내가 핸디캡 매치에서 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케인!”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난 언제나 그런 놈들을 박살 내주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거든!”

[Yeeeeeeeeeeeeeeeaaaahhhh!!]

날 믿고 있는 팬들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환호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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