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254화 (254/634)

254.

“증인, 지금 장난하십니까?”

감사관이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청문회장에서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게 장난으로 보여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레슬링이 전부 짜고 치는 각본이 있는 이야기라는 건 현재에 와서는 공공연한 사실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상대 선수였던 케인 맥센을 이기기 위해서 그랬다고요?

“맞습니다.”

“……설명해보시죠.”

“물론, 제가 한 말이 마치 연기처럼 들렸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나는 자리에 똑바로 앉은 채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프로레슬링은 결국 가짜다.

그럼에도 그 폭력성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척이나 우려된다.

이런 상반된 태도에 대해서 우리는 지금껏 참고 또 참아왔다.

거기에 내가 대표로 나서서 나름의 철학을 이야기해줄 때였다.

“하지만 실제로 저는 케인 맥센에게 이기기 위해서 그러한 범프를 수행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일단, 범프란 게 뭐죠?”

“프로레슬링 경기에 있어서 위험하거나 큰 동작을 말합니다.”

“……계속해주세요.”

“이미 결과가 다 나와 있는 경기에 왜 이기기 위해서라는 말을 썼는가.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팬들이 절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죠.”

드라마에서 개연성을 벗어난 각본은 욕을 먹듯이 프로레슬링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만큼 하지 않으면 팬들의 인정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저는 극한까지 끓어오른 두 남자의 대결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격한 장면을 연출해낸 것뿐입니다.”

“그게 결국…….”

“저희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그 부분을 이해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전 팬들도 분명히 그렇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들이 제 경기를 보면서 폭력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드라마에 더 열을 올린다고 말이죠.”

“증인, 제 질문을…….”

“예, 프로레슬링의 폭력성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난 단호하게 쳐냈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내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아니, 증인……!”

“그만, 그만.”

바로 그때, 위원장이 나섰다.

감사관이 돌아보자 그는 계속하라는 듯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군.’

그래도 위원장은 나름대로 공정하게 의견을 들어줄 모양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다시금 이 업계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나갔다.

“프로레슬링이 폭력적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그걸 의도하고서 경기를 제작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말인즉슨, 폭력은 대립의 격렬함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적인 장치에 불과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위원장님.”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카드가 넘어갔다.

위원장은 각 자료들을 한 번씩 뒤적거리더니 다음 질문을 해왔다.

“하지만 여기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건, 프로레슬링의 그런 경기 방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고관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프로레슬링을 따라하면서 나오는 사고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별생각 없습니다.”

“예?”

“그에 대한 책임을 저희는 충분히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Don’t Try This라고 매번 내보내고 있죠.”

“좀 문제되는 발언 같군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단련된 운동선수입니다. 저희가 하는 동작은 철저하게 안전을 추구하며 승리를 위해서 쓰이고 있죠.”

그 말에 순간적으로 청문회장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물들었다.

“지금 이건 총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영화나 게임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회적 상황 같은 데서 원인을 찾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소통의 부재라거나, 빈부격차 같은.”

지금 내 발언은 어떻게 보면 연방 의회의 압박에 저자세를 취하던 회사의 선택과 반대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해야 할 때였다.

나는 여기에 긍지를 느낀다고.

거기서 한마디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에 해석의 여지를 넣기 위한 한마디.

“물론, 제가 어린 친구들이 무분별하게 프로레슬링 동작을 따라하다가 다치는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러니 날 존경하고 우상으로 삼는 전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말하죠.”

나는 위원장 대신 우리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프로레슬링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학교에서 아마 레슬링부터 철저하게 시작해라……라고 말이죠.”

순간 경악에 빠진 장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지금 텔레비전으로 청문회를 보고 있는 소년들에게 확실히 말하기 위해.

“먼저 정상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마.”

“…….”

“…….”

“…….”

나는 차마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보고는 이어 바트 맥센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이 새빨갛게 분노로 달아올랐고, 옆에 앉은 케인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는 것이 보였다.

최고의 마이크 워크였지만.

청문회장에서 꺼내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되는 발언이었던 거겠지.

하지만 뭐.

속은 시원했다.

* * *

청문회는 그렇게 끝났다.

원래대로라면 끝나고 다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생각이었지만 바트는 화가 나서 곧장 돌아갔다.

존 로이타스도 한숨을 푹 내쉬었고, 버닝콩 프로듀서도 갑작스러운 폭로에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케인 맥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이거 참, 애초에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감당할 수 있겠어?”

“제 신념을 말한 것뿐이라.”

“푸하하! 그럴 줄 알았다.”

뜻밖에도 그는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나름대로 내가 한 말에 대해서 통쾌함을 느낀 것일까.

“밥이나 먹고 가자고. 로이타스 아저씨! 같이 가시죠?”

“크흠, 도련님. 그…….”

“아. 아버지 눈치가 보이나?”

예스맨에 Ball Leaking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로이타스인 만큼 분명 여기서 함께 밥을 먹기는 힘들겠지.

그런 이유로 인해 식사는 단둘이서 먹게 되려나 싶던 순간이었다.

복도 반대편에서 누군가 성큼 걸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 얼굴을 본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로 트럼프였다.

“크하하하! 이거 물건인데!”

“아, 트럼프 아저씨.”

“케인~ 오랜만이군!”

“예, 잘 지내셨어요?”

“나야 그대로지! 하하하! 네 아버지가 화가 많이 난 것 같던데?”

“……어쩔 수 없죠.”

한숨을 내쉬는 케인.

그 말에 날 돌아본 트럼프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걸어왔다.

“이 친구야. 어쩌다 그런 사고를 친 건가. 연방 의회의 능구렁이들이 프로레슬링을 조지려고 들겠구먼!”

“회장님이 어떻게든 하시겠죠.”

“크하하하! 그렇군! 그래! 아, 혹시 괜찮다면 점심이라도 같이 먹지! 자네도 같이 어떤가! 로이타스!”

“아, 죄, 죄송합니다. 저는 일 때문에 바로 돌아가야 할 것 같네요.”

“그렇군! 하하하! 잘 가게나!”

……왠지 이쪽의 의도는 전혀 들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정하신다.

하지만 뒤를 이어 메뉴를 제안 받은 나는 흥미가 돋는 걸 느꼈다.

“피자나 먹지!”

“피자, 요?”

“그래! 이 근처에 맛있는 피자 가게가 있다고 하던데 같이 가지! ……하고 싶은 말도 좀 있고 말이야!”

거기에 순간 솔깃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트럼프가 허투루 이런 제안을 할 인간은 아닐 터였다.

나는 일부러 트럼프의 텐션에 맞춰서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피자 맛있겠는데요!”

“그래! 어디 가보자고!”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존재했다.

우리는 너무 유명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미친놈이었다.

* * *

죄송하지만 가게가 너무 번잡해질 것 같으니 다음에 방문해주십시오.

지오반니 피자의 사장은 우리가 끌고 온 거의 시위대급의 군중들을 보고는 정중하게 판매를 거절했다.

그런 그의 앞에서 호기롭게 웃은 트럼프가 백지 수표를 내밀었다.

“가게를 한 시간만 사지!”

이게 부자 특징인가.

어쨌든, 거절하기에는 너무도 큰 액수의 돈이라 지오반니 피자는 가게 손님들을 죄다 내보내고는 그대로 우리에게 특등석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가게 앞에는 점심 영업 종료라는 팻말이 서있게 되었다.

“…….”

이래도 괜찮은 걸까.

식당 전면의 유리창에 영화, 27일 후의 좀비들처럼 달라붙은 사람들.

그 앞에서 트럼프는 아무렇지도 않게 원하는 피자를 주문했고 나는 왠지 얹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슈퍼스타인가.’

나도 물론 그럭저럭 유명인의 반열에 들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트럼프는 그런 나보다도 훨씬 유명했다.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셀럽 중 셀럽.

그래서 연기자로 링에 오르는 바트와 죽이 잘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피자를 기다리고 있자니, 트럼프는 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콜라! 세계 최고의 발명품이지!”

“그, 그렇군요.”

성격 자체가 호쾌하구먼.

“자네는 어떤 콜라를 좋아하나? 고카? 아니면 펍시?”

“……펍시를 좋아합니다.”

“허어, 그런 구정물을.”

“그럴 수도 있죠.”

“어라, 화 안 내나?”

“고카를 좋아하는 사람과 펍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쎄, 뭐지?”

“고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펍시를 무시하며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거죠.”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사실 얼마 전부터는 체중 관리 때문에 고카콜라 제로만 마시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건 펍시다.

내 입맛에 더 맞거든.

그러자 약간 얼이 빠져 있던 트럼프가 이내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그 말이 맞구먼! 확실히 고카를 좋아하는 놈들은 지나치게 우쭐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직후, 불곰 같은 얼굴을 살기로 일그러뜨리며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승자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의 권리야. 펍시라는 약자를 조롱하고 짓밟을 수 있는 거지.”

“…….”

“그게 민주주의의 근본이지.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고 꼽을 주는 것.”

참으로 과격한 인간이다.

나는 그런 트럼프의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는 느꼈다.

이런 과격한 의견도 논의할 수 있는 게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였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 이야기를 하고자 온 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트럼프는 피자가 나온 뒤에도 케인이나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나갔다.

“그리고 위에 오르는 인간들은 민중의 의지를 자기 뜻대로 조종하지. 거기에서 평범한 인간이 살인조차 저지르도록 만들어 버리는 거야.”

“뭔가 더스틴 파워의 악당 같군요.”

“그 이상한 코미디 영화 말이냐? 하긴, 네가 닥터 데블쯤 되겠구먼.”

“제가요?”

“그래, 네가.”

트럼프가 설명을 시작했다.

“방금 청문회에서 자네, BadAss한 모습이었어. 미국인들은 그런 거에 환장하지. 개척 정신이 있으니까. 길을 개척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거야.”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자네는 이로서 대중을 선동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지. 바트가 골을 썩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군.”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건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피자를 보겠나.”

“예……?”

“이 피자가 뭐라고 생각하나?”

“음식이요.”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닐 테지만.

해석은 다양했으므로 일단은 적당히 멍청하게 받아주기로 했다.

“아니지, 이건 돈이야.”

트럼프가 피자를 들었다.

“자본이지. 사람들의 의견이 모인 거고 그건 민주주의와도 연결이 돼.”

그리고 뜨거운 눈으로 피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이건 미국 그 자체다.”

“…….”

“난 이 피자를 원해.”

트럼프가 어느덧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서 겨우, 난 깨달았다.

“제가 피자라는 거군요.”

“호오, 이해가 빠르군.”

트럼프가 씨익 웃어 보였다.

“사람들이 왜 널 좋아하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결과만이 중요해. 그리고 네가 낸 결과는 충분히 날 매혹하고도 남았지.”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영화를 찍는다고 했던가?”

“예, 멋진 로맨스 영화죠.”

곧 촬영이 끝날 예정이다.

“프로레슬링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도 네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군.”

“……세상은 넓으니까요.”

“그렇지. 멋진 선택이야. 역시 너는 이 피자 같은 놈이다.”

“아니, 사람을 음식으로 비유하지 말아주실래요. 기분이 좀 이상한데.”

나는 어이가 없어져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트럼프는 그런 내 태도에 더 흥미롭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만간, 괜찮은 피자 브랜드를 하나 인수해보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제 농담에 혹하셨군요.”

“농담? 아니야. 너는 그걸로 내 흥미를 끌었고, 국수 모델이 아닌 피자 모델로 TV에 나갈 거다.”

“…….”

또 기분 나쁜 소리를 하시는군.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다.

똑같이 스스로를 사업가이자 셀럽으로서 팔아먹는 입장에 있었지만.

트럼프는 바트와는 전혀 달랐다.

바트에게 있어 쇼는 비즈니스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꿈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반대였다.

그는 오직 성공만을 원한다.

그 차이를 깨달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억누르며 피자를 씹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군.

그래도 꾸역꾸역 먹으면서 이다음 흐름을 파악해보려고 하던 중이었다.

가만히 피자를 바라보고 있던 트럼프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금치 못했다.

“그래! 피자맨이야!”

광고의 아이디어였다.

“어, 뭔가 떠오르는데! 좋아! 광고도 그런 느낌으로 가는 거다! 네가 피자가 되는 거야!”

왜 부자는 미친놈들밖에 없지.

* * *

리무진 안.

바트 맥센이 던진 글래스 잔이 호쾌하게 벽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당장 방출 처리해!!”

[하, 하지만 회장님……!]

“닥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 개자식을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란 말이다!!”

[아니, 왜……!]

“자네도 청문회에서 하는 짓 봤잖나! 빌어먹을! 그딴 미친 짓을 하는 놈을 대체 어떻게 데리고 있어?!”

[아니, 좀 진정하세요!!]

상대방 역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현장팀의 2인자.

기본적으로 예스맨, 하지만 때로는 확실히 ‘No’라고 말할 수 있는 남자.

케빈 던컨이었다.

[지금 그 새끼 놔주면 바로 TMA에서 채갈 겁니다!]

TMA.

Total Mighty Action.

캐나다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북미 2위 규모의 프로레슬링 단체였다.

[지금 그쪽에서 우리 선수들 영입하려고 얼마나 기를 쓰고 있는지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그 새끼 하나 가봤자 아무것도 없어!”

[그렉 하트가 복귀하겠죠!]

“뭐……?”

[존 마이클스 역시 갈지도 모릅니다! 러셀도! 오튼 그 새끼는 돈 좀 주면 있겠지만!]

“시나만 있으면 돼! 테이커! 트리플H! 바티스타! 다 우리 회사에 남아서 미래를 만들어나갈 거다!”

[다른 회사는요?!]

“……!”

[바트, 정신 차리고 들어요. 지금 NWA가 움직인다는 정보가 있어요.]

NWA.

North-America Wrestling Association.

‘북미 레슬링 협회’의 준말이다.

WWF의 공격적인 확장에 의해서 현재는 거의 쇠퇴해버린 단체였다.

“주간 쇼는 꿈도 못 꾸고, 남부 지역 텔레비전에나 겨우 나오는 놈들이?”

[신의 영입으로 투자를 받게 되면 다시금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칠 겁니다. 그게 두렵지 않으십니까?]

“하! 그런 헛소리가……!”

그 순간이었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에서 느껴지는 진동. 누군가로부터의 메일이다.

뭔가 싶어 확인한 바트의 눈이 이윽고 경악에 물들었다.

트럼프로부터의 메일이었다.

[피자 모델 말인데. 신, 그 친구가 맡으면 참 좋을 것 같군.]

바트는 내장을 쥐어 짜인 사람처럼 괴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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