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
[신과 테이커라고?!]
렐처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뉴스레터의 기자이자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한 그는 방송을 듣고 있는 수많은 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밸런스 파괴지.]
[그래!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거 아냐!]
하지만 6월 절반이 지나간 현재.
리그전에서 신-테이커의 팀은 무려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다.
태그 리그는 다양한 경기 방식을 위클리 쇼에서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계 흥미를 갖도록 유도했는데.
매주 경기마다 신-테이커 듀오는 왠지 묘하게 합이 안 맞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패배를 거듭했다.
[하지만 흥미롭지.]
두 사람은 각자 있을 때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결정적인 순간 상대방의 팀워크에 밀려 패했다.
예를 들자면 이랬다.
테이블 매치.
상대 선수를 테이블에 떨어뜨려서 박살 내면 승리하는 경기로서.
[신과 테이커가 계속 밀어붙이다가 마지막에 와이엇&하퍼의 공격에 테이커가 테이블을 부수면서 패.]
[MNM과는 래더 매치로 붙어서.]
래더 매치는 링 중앙의 높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먼저 탈취하면 이기는 경기였다.
[이 경우에는 태그 리그의 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가 들어 있는 상자를 탈취하면 이기는 거였는데.]
[신이 잘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테이커와 부딪혀 링 바깥으로 위험천만하게 떨어지면서 패배했지.]
[이게 뭐냐고!]
[아니, 근데 재미있잖아?]
[……그건 그래.]
렐처가 어렵사리 인정했다.
확실히,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태그 리그 각본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였지만 기대감 있게 흘러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드라마가 좋지.]
현실적이고.
동시에 랙다운 선수들의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려주는 느낌이었다.
그 누가 ‘MNM’ 같은 허접한 수준의 태그 팀이 신-테이커 팀과 맞붙어서 이긴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 한들 승리는 승리. 그 경기 하나가 두 선수에 대한 팬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프로레슬링은 결국 위상의 스포츠지. 그 선수가 어떤 부킹을 받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팬들의 반응을 모으고 있는지로 승패가 정해져.]
[여기에서 ‘태그 팀은 좀 다르다.’는 식으로 부킹을 한 랙다운의 선택이 무척 빛나는 것 같아.]
[맞아. MNM, 와이엇 패밀리, 투 쿨 같은 태그 팀이 강세를 보이는 그림이 무척이나 흥미롭단 말이야.]
[확실히 그래. 거기다 지금 급조된 팀에서 어떻게든 팀워크를 맞춰보려고 하는 드라마도 재미있고.]
[두 팀은 잘 못하고 있지만.]
[레이&랜스 팀과 신-테이커 팀을 말하는 거군. 참 흥미로운 조합이야. 강팀으로 여겨졌던 두 그룹이 지금 최하위권에서 머무르고 있다니.]
[각자 개성도 있지. 레이&랜스 팀은 사이가 안 좋고, 반대로 신-테이커 팀은 손발이 안 맞는 거고.]
[이번에 팀워크 훈련 시작한다는 세그먼트도 꽤나 흥미로웠어.]
[그동안 방치되었던 태그 팀 전선이 주목을 받는 동시에 제각기 선수들이 관계를 쌓아 나가고 있다니 아주 멋진 상반기가 될 것 같아.]
[그런 랙다운에 반해, 버닝콩은 최근에 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
[아, 이런. 벌써 버닝콩 이야기로 넘어가야 하다니. 랙다운 이야기 좀 더 하고 넘어가면 안 될까?]
[어차피 똑같은 소리만 할 거잖아. 신 겁나 멋져. 신은 최고의 선수야. 이런 신 빠돌이 같으니라고.]
[실제로 그런 걸 어떻게 해?]
[그래, 그래. 다들 잘 알고 있으니까 버닝콩 이야기로 넘어가자고.]
[제기랄. 싫은데.]
[우리 의견과는 달리 라이트 팬들은 지금 버닝콩에 굉장한 환호를 보내준다는 걸 알고 하는 소리지?]
[버닝콩은 정말 멋진 쇼야.]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기계적으로 대답하지도 말고.]
[하아, 요즘 버닝콩 이야기만 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니까.]
[관객 반응이 영 아니지.]
[아니, 분명히 좋긴 한데. 뭔가 계속 ‘역반응’이 나오는데, 그러고 있으면 몰입이 깨진다 이 말이지.]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시나는 회사의 차기 탑 페이스니까.]
[그리고 지금 회사는 그런 선수의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
[이번 ECW 원 데이 스탠스에서 팬들이 벼르고 있단 말이 있던데.]
버닝콩은 지금 당장 회사의 미래를 위해 재능 있는 선수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그런 두 사람의 의견은 안타깝게도 회사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정확히는 시나를 탑 페이스로 밀고 있는 바트 맥센의 생각이었지만.
* * *
6월 3주차의 랙다운.
그 주 주말에 버닝콩 단독 개최인 ‘ECW 원 나잇 스탠스’가 예정된 가운데,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대로 예정된 스토리를 전개해나갔다.
쇼의 오프닝 영상이 끝난 이후, 태그 리그의 순위표가 나오며 해설자들의 코멘터리가 시작되었다.
[태그 리그도 슬슬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예상과는 꽤 다른 순위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강팀으로 예상되었던 레이&랜스 팀과 신-테이커 팀이 각 블록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레이는 현직 월드 챔피언으로서 방어전도 준비해야 하니 태그 리그까지 신경 쓰는 건 어려움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죠! 마이티 아메리칸 배시에서의 월드 챔피언 도전자인 킹 부커와 U.S. 챔피언인 바비 애슐리의 팀도 3위를 유지하고 있잖습니까?]
[거기에 더해 기존에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전문 태그 팀의 능력 또한 출중하기 때문이겠죠!]
[아, 놀라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MNM이 신-테이커 팀을 이길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요.]
[물론 테이커가 유일하게 버거워하는 매치가 래더 매치이지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MNM이 신-테이커 팀을 이기다뇨! 거기다 오늘 빌어먹게도 또 경기가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MNM이 승리를 하게 되면 와이엇 패밀리를 제치고 B블록의 단독 1위로 올라섭니다! 거기에 오늘 경기도 래더 매치군요!]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놀랍게도 신-테이커 팀에서 직접 래더 매치로 붙자고 제안을 했다는군요!]
[자존심인 걸까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패배하면 아마 상위권 도약은 꿈꿀 수 없을 겁니다!]
[뭔가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 우려의 말을 끝으로 화면은 광고 타임으로 잠깐 전환이 되었다.
락커룸에 앉아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나와 테이커는 조금 전 해설자들이 한 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약자처럼 그려지는군.”
“실제로 그렇죠?”
“내가 약자라고…….”
“설마, 싫으셨다거나?”
“아니, 오히려 좀 재미있군.”
쓰게 웃는 테이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현재 이 부킹은 실제로 신선했고 테이커와 나의 태그 팀에 대한 기대감을 훨씬 더 높여주고 있었다.
신-테이커 팀은 B블록의 네 팀 중 최하위. 다른 팀에게 적어도 한 번씩은 패배해본, 분명한 약팀이었다.
물론 실력에서 차이가 나서 패배한 경기는 한 번도 없었고 전부 다 상대의 요행에 의한 패배였지만.
그래도 진 건 진 거다.
젠코&리걸 팀에게는 내가 브레스 너클 펀치를 맞으며 핀을 따였고.
나머지 경기에서도 한 번의 작은 실수가 곧장 패배로 연결되었다.
그러니 더 미치겠는 거다.
그 원인은 하나.
팀워크.
우리는 각자가 싱글로서 훌륭한 선수였지만 그런 만큼 태그로 뛴 경험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다.
물론, 테이커나 내가 태그 팀 활동을 아예 안 해본 것은 또 아니었다.
나는 러셀과 GCW에서.
테이커는 태도 불량 시대에 꾸준히 설정 상 동생인 카인과 함께 싸웠다.
‘둘 다 2미터 이상의 거구라서 태그 팀 이름도 파괴의 형제단이었지.’
하지만 그건 먼 과거의 일.
거기다 그때의 성과는 서로 잘 맞는 파트너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현재의 부진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렇게 태그 리그는 팬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지면서 각 팀을 하나하나 다 조명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각 팀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나름대로 더 큰 반응이 나왔다.
MNM, 투 쿨, 와이엇 패밀리까지.
그것이 우리가 노린 바였다.
A블록의 레이&랜스도 제대로 팀으로서 협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A블록에 소속된 다른 팀들의 위상을 충분히 띄워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간 끝에, 결국 신-테이커가 태그 팀 타이틀을 따낸다는 하나의 멋진 드라마.
그걸로 상반기를 보내고 하반기에는 태그 팀 챔피언으로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면…… 분명 멋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광고가 끝났고 백스테이지가 화면에 나왔다.
며칠 전 미리 촬영을 해두었던 신-테이커 팀의 백스테이지 세그먼트.
몸을 풀고 있는 테이커가 나타나자 팬들이 큰 환호를 보내주었다.
[Waaaaaaaaaaaaaagggghhhh!!]
그리고 내가 나타났다.
지난주 코미디가 가미된 트레이닝 세그먼트가 나가고 나서, 팬들은 그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분명 오늘은 이기리라고.
그리고 화면 속의 나도 거기에 맞춰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테이커, 몸은 좀 어때요?]
[컨디션? 나쁘지는 않군. ……아니, 오히려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어.]
[멋진데요.]
[넌 좀 어떻지. 지난주 완성시킨 ‘그 기술’은 쓸 수 있을 것 같나?]
[물론이죠!]
[좋아, 오늘 밤, 건방진 MNM 놈들에게 쓴맛을 한 번 보여주자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대화와 함께 화면이 검게 물들면서 우리 두 사람의 백스테이지 세그먼트가 끝났다.
[Waaaaaaaaaaaaaaaagggghhh!!]
벽을 꿰뚫고 들어오는 환호.
그런 상황에 대해 테이커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한마디를 남겼다.
“내 커리어에서 이런 일도 있군.”
“선배는 커리어 내내 강자였죠.“
”그래. 내 WWF 데뷔전이 당시 탑급 악역이었던 밀리언 달러 가이의 파트너로 등장한 거였으니까.“
이후로 줄곧 메인 이벤터.
커리어 내내 그런 강자의 입장을 견지해온 테이커는 아무래도 지금 상황 자체가 즐거운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어깨에 힘을 쫙 뺀 상태에서 일할 수 있어서겠지.
팬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는 만큼, 테이커의 어깨에 지워진 부담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자면, 그로 인해서 나는 이번 각본을 수행하면서 약간 열이 받아 있는 상태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테이커가 쌓아온 시간을 어찌할 순 없으니까.
나는 테이커라는 거대한 벽에 대해 나름의 도전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빼고 일을 한 테이커와는 달리, 나는 경기마다 필사적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왔다.
그를 한번 뛰어넘어보기 위해.
그리고 아마 오늘 있을 경기에서도 그런 내 노력은 계속 될 터였다.
동시에, 눈치가 빠른 팬들은 그런 내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겠지.
내년 레슬 임페리움에 있을 우리의 대립에 대한 복선은 이 지점부터 서서히 쌓여가고 있는 것이었다.
* * *
이제는 팬들의 눈에도 더없이 익숙해진 테이커와 나의 바이크 입장 씬.
처음과 달리 테이커의 메탈 테마와 함께 이루어지는 인In 링Ring 퍼포먼스는 아직까지 내가 그보다 훨씬 더 아래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날카롭고 배드애스한 메탈에 팬들이 환호를 미친 듯이 보내주었다.
[Waaaaaaaaaaaaggggghhhhh!!]
그런 상황에서 로프를 밟고 뛰어넘어 올라간 나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팬들의 환호를 더 끌어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나에 대한 챈트는 그대로였지만.
바이커 조끼를 입고 설렁설렁 위로 올라온 테이커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환호를 끌어내는 동작조차 없는데.
그게 오히려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건가?
‘테이커라면 그럴 만하군.’
그렇게 생각하며 반대편 코너를 돌아보자 MNM의 멤버 두 사람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더없이 진지한 표정의 두 사람은 이제는 우리를 한번 도전해볼 만한 상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내가 그렇게 주문했다.
조 머큐리와 쟈니 에이스.
두 사람 다 훌륭한 선수다.
단지 약점을 커버할 만한 각본을 받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이 회사에서는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누가 터질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되도록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를 통해 나아지는 선수도 분명 있을 테니까 말이다.
뭐 물론, 그 대부분은 나보다 훨씬 윗선의 선택으로 이루어졌지만.
지금 랙다운에 한해서는 내가 꽉 잡고 있어서 이런 결정이 가능했다.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다.
실제로 버닝콩은 몇 년 전에 ‘유징’이라는 레슬러가 반짝 떴었다.
그 선수의 컨셉은 놀랍게도 8세 소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어른이었다.
하지만 적절한 선악에 의거한 각본이 양념을 쳐주자 놀랍게도 멋진 반응을 이끌어 내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이후로 후속 각본이 제대로 안 나와서 망했다는 거지만.
적어도 내가 발언권이 강력한 랙다운에서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거기다 실제로, 나는 각 선수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에 맞는 부킹을 통해 반응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예를 들자면, 그래.’
땡땡땡!
링 벨이 울리고 나와 테이커, 그리고 MNM의 두 사람은 각자 상대할 선수들을 노려보면서 흩어졌다.
래더 매치는 일반적인 태그 팀 매치와는 다르게 태그가 없고 네 명의 선수가 다 함께 링에서 싸웠다.
MNM.
헐리우드 스타 기믹의 태그 팀으로 언제나 여성 매니저인 말레나를 대동하고 다니는 거만한 기믹이 특징.
조 머큐리와 쟈니 에이스.
개중에 내가 오늘 가장 많이 상대하게 될 것은 바로 쟈니 에이스였다.
한때 GCW의 탑 페이스.
하지만 급한 콜 업 이후로 딱히 기회를 받지 못하고 지금은 그저 그런 로우 카더로 소비되고 있었다.
물론, 그 능력이 정말로 뛰어난 선수인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상황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현재 시점의 쟈니는 좀 다양한 방면의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개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압도적인 상대와의 경기.
나는 곧장 쟈니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