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261화 (261/634)

261.

프로레슬링 경기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했다.

‘합’에 의해 시전되는 기술을 마치 실전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팬들의 호응이 가장 중요한 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합은 최악이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ECW 팬들은 말하자면 마니아 팬들 중에서 거의 최고인 자들이었다.

그들은 프로레슬링에 대한 조예도 깊어서 각본이 조금이라도 어설프다 싶으면 그야말로 엄청난 야유를 보냈다.

그리고 현재 시나는 그들에게 있어 최고의 먹잇감인 셈이었다.

뛰어난 마이크워크와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아직까지 무르익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바트가 그걸 커버할 수 있는 각본을 쥐어주지도 않았다.

2006년 6월.

현재 시점의 시나는 정의롭고 올곧은 군인 컨셉을 계속 밀고 있었다.

상대의 비겁한 행동에 당해주고 그럼에 경기에서는 끝끝내 승리를 따내는 그 모습은…… 솔직히 별로였다.

그렇다고 그런 재미없는 각본을 커버할 정도로 시나가 기가 막힌 경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링 위에 선 시나와 RVD가 서로를 마주보자 팬들의 반응이 나왔다.

[RVD! RVD! RVD! RVD! RVD! RVD! RVD! RVD! RVD! RVD! RVD!]

[Boooooooooooooooooooo-!!]

RVD에 대한 응원 챈트와 야유.

그것을 어떻게든 줄여보기 위해 시나가 자신의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관객석의 팬들에게 입고 나온 티셔츠를 주는 팬 서비스. 분명히 선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시나는 너무 순진했다.

던진 티셔츠가 링으로 돌아왔다.

팬들이 시나를 엿먹였다.

[Yeeeeeeeeeeeeaaaaahhhhh!!]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그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크게 환호했다.

“어이쿠, 저거.”

오튼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저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지 그 안색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확실히 최악이지.’

시나의 티셔츠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팬들이 돌려주었고, 오기가 생긴 시나가 티셔츠를 한 번 더 던졌다.

하지만 팬들은 그런 시나의 티셔츠를 받지 않고 다시 링으로 던졌다.

[Yeeeeeeeeeeaaaaaahhhhh!!]

그리고 엄청난 환호

회사에서 밀어주고 있는 간판 선역인 시나는 현재 이곳에서 그야말로 절대적인 야유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팬들의 반응은 최악이었다.

[You Can’t Wrestle!!]

[Fu-k you Cena!]

[Cena Swallow!]

시나에게 가해지는 욕설.

[Whole Fu-king Show!]

[Same Old Sh-t!]

회사에 대한 팬들의 야유.

이건 프로레슬링 경기가 아니었다.

팬들은 시나가 RVD를 공격할 때마다 각본을 거부했고 몰입은 깨져 완전히 최악의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오튼이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 개새끼들인데.”

“왜?”

“아니, 저건 트롤링이잖아. 그냥 경기를 망치고 싶어서 저러는 거지.”

“글쎄.”

오튼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녀석은 회사와 팬들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 시나에 대해 알았고.

단지 각본을 따를 뿐인 선수에게 가해지는 팬들의 야유가 불만이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회사가 팬들을 먼저 포기했기 때문에, 그들은 현재 시나라는 레슬러에게 몰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재미도 없고 개연성도 떨어지는 드라마로 시나를 계속 몰아붙였으니까.

그리고 시나 역시도 현재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 그래서 저렇게 큰 야유를 받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렇다.

[Yeeeeeeeeeeeeaaaahhhhh!!]

오히려 그들은 프로레슬링을 너무 사랑해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내는 거지.

RVD가 시나를 몰아붙일 때마다 팬들은 최대한의 환호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이 경기는 시나의 승리로 끝나겠지.

그런 탈력감에 팬들은 좀처럼 몰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경기 종반부.

러셀 하트가 링에 난입했다.

전생에는 내 캐나다 친구인 애덤이 맡았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반칙패가 없는 유니버스 챔피언전.

[Yeeeeeeeeeeaaaaaaahhhhh!!]

링 위에 쓰러진 시나의 몸 위로 러셀의 크레센도가 힙차게 작렬했다.

얼마 전 인터컨티넨탈 타이틀을 잃은 러셀은 시나와 대립각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메인 전선에 투입될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트 패밀리의 정통 후계자.

그럼에도 나와의 대립을 통해 악역으로 캐릭터를 굳힌 녀석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링 아래로 퇴장했다.

이어지는 RVD의 피니시 무브.

파이브 스타 프로그 스플래시.

팬들의 반응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기절한 심판 대신 폴 헤이건이 올라와 카운트를 세며 경기는 끝났다.

땡땡땡!

[놀라운 일입니다! RVD가 무적의 시나로부터 타이틀을 가져옵니다!]

[Waaaaaaaaaaaaaaggggghhhh!!]

[ECW 팬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냅니다! 그들을 위한 밤입니다!!]

카메라가 타이틀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나를 외롭게 비췄다.

그런 상황에서 혀를 쯧쯧 찬 오튼이 경기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회사가 이번 일로 완전히 시나를 묻어버리려는 모양인데. 안 그래?”

“글쎄…….”

“넌 어떻게 생각하냐.”

“선역은 신이 점지하는 거야. 그리고 아이콘도 신이 점지하는 거지.”

“무슨 말이야?”

나는 알고 있단 거다.

이 각본이 결국 시나를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 된다는 사실을.

Never Give Up.

시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좀 울었다고 하지만.

“야. 연락 좀 해주지.”

바로 그때, 오튼이 어울리지도 않게 시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왜.”

“아니, 그래도 네가 뭐 좋은 이야기라도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오히려 자존심 상해할걸.”

그걸 알고도 보낸 문자였지만.

“그래도…….”

오튼의 간절한 시선을 느낀 나는 생각이 조금 바뀌는 것을 느꼈다.

조금 간접적인 방식으로 조언을 건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어디 보자.”

버닝콩 쪽 각본팀장 번호가.

* * *

그렇게 페이퍼뷰가 끝났다.

고릴라 포지션의 분위기는 최악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싶을 정도였다.

모든 직원들이 먼저 안으로 들어온 시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았다.

“사람들 많으니까 한 구획씩 천천히 퇴장시켜. 사고 안 나게 조심하고.”

하지만 바트는 일을 끝내고 온 시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입장객들의 퇴장에 대한 지시를 내릴 뿐이었다.

“시나…….”

자신을 걱정하는 직원에게 수건을 건네받은 시나는 잠시 멍한 얼굴로 있다 도망치듯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벨트를 어깨에 걸친 RVD가 세리모니를 마치고는 돌아왔다.

“록! 축하하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회장의 축하를 직접 듣고도 길게 한숨을 내쉰 RVD는 자책을 시작했다.

“ECW라고 너무 신났어요. 중간부터는 팬들을 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나를 그런 반응 속에 두지 않고 제가 좀 도와줬어야 했는데.”

“괜찮아. 아주 잘해줬어. 결과적으로 좋은 결말로 끝이 났으니까.”

“좋은 결말이요……?”

RVD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그랬다.

이 모든 게 바트가 의도한 바였다.

아이콘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존재.

바트 맥센은 그걸 의도적으로 꺾어서 숀 시나라는 선수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선에 둘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관객들이 최악의 반응을 보여도 딱히 개의치 않는 것이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이 남자는 선수를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RVD는 당장 쌍욕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다.

시나는 락커룸에 틀어박혔다.

사과를 건네고 싶었던 RVD는 그가 우는 것 같다는 러셀 하트의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었다.

혼자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여기서는 일단 가만히 놔두는 수밖에.

“나중에 한 잔 산다고 전해줘.”

“아, 옙…….”

그렇게 RVD가 돌아가고.

각 선수들도 경기장의 우울한 공기로부터 도망치듯 서둘러 떠나갔다.

복도의 전기가 차단되었고, 이어 시설팀에서 링을 비롯한 시설을 해체하는 소리만이 천천히 울려 퍼졌다.

그동안 러셀은 딱히 재촉하지 않고 시나가 락커룸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오늘 일은 그동안 시나와 함께 일해온 락커룸 선수들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시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선수도 많았다. 특히나 트리플H는 처음에 그를 아주 묻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시나는 특유의 천진한 태도와 붙임성 좋은 성격, 이 일에 대한 진지함과 향상심으로 자신에게 탑 페이스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

거기에서 경쟁심과 협동심을 동시에 느끼고, 러셀은 근래 버닝콩에서 시나의 반대편에 선 최고의 악역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그게 버닝콩의 현 방향이었다.

선수들 모두가 시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자 무던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바트 맥센은 그동안 실컷 시나를 영웅으로 포장해놓고는 여기에 와서 그 날개에 불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또한 ‘회사’의 선택.

선수 하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여기에 신이 있었더라면.’

분명 뭔가를 해냈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비참했다.

지금 녀석은 랙다운 멤버들과 협력하면서 멋진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데.

그런 그의 도움을 바라는 건 똑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프로페셔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시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미안.”

눈이 새빨개진 채 락커룸에서 나온 그는 일단 러셀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걸 봤거든.”

신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이걸 봤더니, 락커룸에 처박혀있는 게 멍청한 짓 같다고 느꼈지 뭐야.”

“……노린 건 아니겠지?”

“신이라면 그럴 법해.”

시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퍼뷰가 시작하기 직전에 온 메시지야. 이번 사태를 예상하고 보낸 거란 말이지.”

“……자기 브랜드 일도 아닌데.”

“이 정도는 예상해야 바트 맥센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럴지도.”

러셀이 동의했다.

시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알고 있었다.

자신을 미워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쯤은. 그래도 꾸준함을 보여준다면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결과적으로 안일한 생각이었다.

오늘 모인 팬들은 시나를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증오했으며 온갖 욕설을 쏟아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전 세계로 나갔다.

한 번 그렇게 된 이상,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역반응이 터져 나올 것이다.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귓가에 그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틀거리던 시나는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벽에 기댔다.

그리고 그 앞에서.

러셀은 다소 냉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뭐?”

“신. 연락해볼 건가 싶어서.”

“…….”

“아마 우리가 연락한다면 그 녀석은 우리가 생각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내놓겠지. 그리고 그게 분명…….”

“그래서, 안 할래.”

“역시.”

자신의 말을 잘라내며 이어진 시나의 대답에 러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와야지.

현재 랙다운의 라이징 스타가 신이라면, 버닝콩의 라이징 스타는 시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러셀도 딱히 그 도움은 얻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료인 동시에 라이벌이니까.

시나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신은 콜 업 되고 난 이후로 시나와 제대로 대립하거나 같은 브랜드에 있어 본 적조차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시나는 언제나 자신과 반대되는 위치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신의 존재감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경외감을 느꼈다.

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막연히 최고의 자리에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상대.

가장 의식하고 있는 존재로부터 도움을 받아 커리어의 가장 힘든 부분을 헤쳐 나간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로레슬러에게는 제각기 자기 캐릭터의 창조자로서 책임이 있으니까.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는 일.

분명히 답은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아직 남아있었군.”

주차장에서 시나가 나오길 기다리던 각본팀장이 참지 못하고 찾아왔다.

신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들은 그는 그것을 이야기해서 시나를 위로해줄 생각이었다.

“응……?”

하지만 생각보다.

아니, 평소처럼.

시나는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 * *

그리고 다음 날.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어제 연락했던 버닝콩 측의 각본팀장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어제 전화로 했던 조언의 내용을 떠올렸다.

별건 아니었다.

나는 단지 지금 야유를 보내는 팬들의 반응 역시 무시하지 말고 각본으로 사용해보라는 조언을 했을 뿐이다.

거기에 맞서는 숀 시나라는 남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라고.

전생에 그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해서 그 조언은 시나에게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안 해도 될 정도였던가요?”

[예, 갑자기 상태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무슨 일인가 물어봤는데. 갑자기 신 선수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요?”

[예, 신 선수의 존재를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던데요.]

Never Give Up.

시나의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래서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어쨌든 잘된 일이었다.

나는 시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심장이 두근거렸다.

녀석은 자신의 시대를 만든다.

아니,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압도적이었던 그 시대에, 내가 반대자로 끼어드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고작 이 정도에서 시나가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녀석과 나는 언젠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분명히.

One On One.

In Wrestle Imperium.

Main Event.

그 무대에서 싸우게 될 테니까.

[어쨌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뭐라도 좀 해봐야겠어요.]

“잘 해내실 겁니다.”

그렇게 대충 인사를 주고받은 나는 전화를 끊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그렇게 내 커리어를 완벽하게 성립시키기 위한 팀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테이커의 옆에 있던 부커가 질린다는 듯 내 얼굴을 보며 이야기했다.

“뭐냐, 신. 다들 기다리잖아.”

“죄송합니다. 시작해볼까요?”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케인의 말에 싱긋 웃은 나는 그대로 그 옆에 서서 입을 열었다.

앞서 말했듯, 시나는 레슬러로서 한 시대를 만들어낸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시대는 분명히 하나의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동시에 시나라는 한 인간 역시도 그러했다.

위시메이커 재단 활동 650회로 기네스북에 오르고, 세상의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시나와 싸울 수밖에 없다.

그 시대에 먹히지 않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제 페이퍼뷰는 다들 보셨죠?”

“……최악이더군.”

테이커의 말에 선수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프로레슬러로서 동료가 그런 취급을 당하는 건 안 좋은 일이다.

심지어 남의 사정에 무감각한 오튼조차도 나를 부추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랙다운.

그리고 나로서는.

“그걸 이용해보죠.”

여기에서 더 치고 나갈 여지가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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