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264화 (264/634)

264.

5만 이상의 팬이 운집한 경기장.

아무래도 리벤지는 랙다운에서 단독 개최하는 페이퍼뷰인 만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 측에서 아끼지 않고 최고의 카드를 꺼낸 만큼, 그에 걸맞은 시청률이 나와 주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1,200만 가구 이상이 유료 구매.

북미 내로만 따졌을 때 적어도 수천만 이상의 팬이 실시간으로 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었다.

프로레슬링이라는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칼럼이 어쩐지 와 닿기 시작했다.

거기에 고무된 각 선수들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킹-부커.

바비.

오튼.

레이.

와이엇까지.

세미 메인이벤트까지 페이퍼뷰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지만, 결정적으로 하나가 빠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채우기 위해.

나는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허벅지 양쪽에 흰색 십자가가 새겨진 검은색 롱 팬츠.

상반신은 다 드러낸 상태에서 가죽 재킷을 입었다.

정강이 패드를 덧댄 레슬링 부츠는 얼마 전에 주문제작을 한 물건이었다.

거기에 조종사용 선글라스.

머리는 포마드를 발라서 넘겼다.

나는 그런 모습으로 고릴라 포지션에 도착했다.

방금 경기에서 타이틀을 따낸 와이엇 패밀리가 축하를 받고 있었다.

나 역시도 한마디 거들었다.

“선배,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메인도 잘 부탁해.”

신뢰의 눈빛.

현장의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여기에서 방점만 잘 찍는다면 최고의 페이퍼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방점이란 물론.

나와 테이커의 경기였다.

광고 시간 동안 축하를 받은 와이엇 패밀리가 락커룸으로 돌아가자 링 아나운서가 메인이벤트를 소개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다음에 이어질 경기는 리벤지의 메인이벤트입니다!!]

[Waaaaaaaaaaaaaagggghhhh!!]

환호에 몸이 찌릿찌릿할 정도였다.

음향팀장이 신호를 보냈다.

“신! 갑니다!!”

그리고 그 음악이 나왔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음악.

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나를 상징하는 음악.

혁명의 행진가.

빠밤-빠밤-빠밤-빠밤-빠밤-빠밤-!!

“후…….”

알고 있다.

경기에서 진다는 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싸워서’ 이길 각오를 다진 채 커튼을 걷고 나섰다.

푸화아아아악-!

양옆에서 흰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순간적으로 시야를 방해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그걸 뚫고 나아갔다.

[Yeeeeeeeeeeeeeeeeaaahhhh!!]

쏟아지는 환호.

수많은 팬들이 별처럼 보였다.

‘이긴다.’

이기고 만다.

경기에서는 지더라도, 팬들의 반응만큼은 반드시 내가 더 크게 받는다.

나는 경기 전부터 생각했던 결심을 다시금 가슴에 새긴 채 천천히 링에 올랐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내 이름을 드높여 외쳤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다.

이제는 아주 당연한.

팬들이 나에 대해 노래하는 순간.

서사시의 주인공이 되어, 역사에 남을 업적을 새겨나가는 바로 그 순간.

여기에서 나는 영웅담 속의 기사가 될 수도, 반대로 그 영웅을 막아내는 드래곤과 같은 존재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지금은 모르겠는데.’

약간 혼란스러운 걸 느꼈다.

평소와 같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내 감정도.

상대도.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내가 나왔던 입장로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 순간.

번개가 쳤다.

꽈광-!

[Waaaaaaaaaaaaaaaggggghhhh!!]

경기장이 반으로 갈라질 듯했다.

이게 테이커였다.

[Dead man Walking.]

[Keep Rollin’ Baby.]

화끈한 메탈 음악과 함께 캐스켓-테이커가 바이크를 몰고 링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Waaaaaaaaaaaggggggghhhhh!!]

나는 웃음이 나오는 걸 느꼈다.

제기랄. 이러면 안 되는데.

다른 선수들처럼 이 남자와 링에서 싸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지리겠는데.’

아까 오줌 싸고 나올걸.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테이커가 바이크를 세우고 올라오는 걸 보았다.

205cm의 거한.

나와는 대략 15cm 정도의 키 차이.

내 앞에 선 테이커가 선글라스를 벗고는 이어 천천히 오픈 핑거 글러브를 낀 손을 뻗어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 머리를 만지작.

테이커는 포마드를 바른 내 머리를 칭찬이라도 하듯 툭툭 두드리고 이어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Yeeeeeeeeeeeeeeaaaahhhhh!!]

각본에 없는 행동.

나는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그에 반응했다.

주먹을 날렸다.

진짜로 때렸다.

뻐억-!

턱을 맞은 테이커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거기에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모욕이다.

일대일로 싸우는 상대를 조롱하고 완전히 자기 아래 취급하는 짓이었다.

나는 분명 테이커보다 위상이 아래다.

경력으로도 격차가 큰 후배다.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그래서 그를 존경했고, 함께 싸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열 받았다.

링 위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3초를 빼앗으려고 발버둥 친다.

3초.

생사여탈권.

테이커는 방금 그걸 모욕했다.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서 같은 전사로 보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온갖 욕설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가운데, 나는 분노하며 일갈했다.

“뭐하는 짓이야!! 새끼야!!”

* * *

‘이게 무슨 상황이지?’

존 루스는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누구인가.

베테랑 심판이었다.

WWF에서 근속한지 어언 10년.

이제는 락커룸 내의 이야기도 많이 알고, 나름 주변에서 인정도 받았다.

데뷔 초에는 실수도 많이 저질렀지만 이제는 심판으로서 정말 흠 잡을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가 있었다.

선수들과 함께 링에 오르는 사람으로서, 심판 역시도 한 명의 연기자로 제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선수들의 큰 공격을 보고 펄쩍 뛰면서 리액션을 한다던가. 경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눈치껏 움직인다던가.

판정은 당연한 거고.

하지만 오늘.

수 년 만에 최초로.

루스는 리액션을 하지 못했다.

“…….”

[……………….]

그건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금 신이 테이커의 안면을 후려친 행동은 그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Boooooo……!]

순간 야유가 터져 나올 정도.

이 대립이 도전자와 제왕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들 테이커의 행동을 웃으면서 받아들였지만.

도전자는 그걸 용납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진짜 주먹을 날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직까지 수많은 팬들이 제왕의 편에 서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부분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도전.

패배는 당연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은 거기에 일격을 가했다.

‘난 놈은 난 놈이군.’

테이커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알싸한 통증이 뺨을 타고 흘렀다.

신은 팬들의 기류를 알고 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링 위에 그와 자신만이 있다는 것처럼 분노를 집어삼키며 링을 크게 돌기 시작했다.

한번 시험을 해본 것이었다.

스스로가 가장 압도적이다.

그것은 테이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같은 행동을 하면 슬쩍 뒤로 물러난다.

테이커라는 거물의 포스에 밀려 순간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먹을 휘둘러 진짜로 얼굴을 후려치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테이커는 특유의 복싱 스타일 자세를 취하며 신과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음……?’

그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절대로 겪을 수 없는, 수천만 명의 시선과 기대를 받고 있는 초일류나 느낄 수 있는 감각.

신의 다음 행동이 눈에 보였다.

아주 희미하지만.

그걸 믿고 움직이자 눈앞에 그려진 행동이 슬로우 모션처럼 따라붙었다.

쿵-!

두 선수가 맞부딪혔다.

락 업.

서로 팔을 얽고 몸을 맞대어 힘을 겨루며 체인 레슬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경기의 신호탄과도 같은 기술.

‘역시 시작은 이거로군.’

신기하게 마음이 잘 맞았다.

얼마 전까지 함께 일을 해오면서 상대방의 스타일에 대해서 잘 알았기 때문이다.

신은 감정을 근거로 움직인다.

철저하게 자신의 캐릭터가 그 순간에 할 법한 행동을 취하는 게 특징.

그렇기에 락 업은 사실 페이크.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테이커와 관객들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

그 생각을 따라 신의 잔영이 나왔다.

팔을 풀고 물러서 날아드는 슈퍼 킥.

턱!

그걸 막아내자 신이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서 테이커를 올려다보았다.

각본 상의 연출이 아니었다.

극한까지 프로레슬러로서 단련된 두 사람이 일으키는 하모니가 자연스럽게 최고의 경기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가슴 언저리에서 붙잡은 신의 발을 내던진 테이커가 그대로 돌진했다.

“큭?!”

목을 붙잡힌 신이 신음했고, 그는 봐주지 않고 반대편으로 내던졌다.

쿠당탕!

링을 몇 바퀴 구르며 나가떨어진 신.

그가 자연스럽게 코너에 팔을 걸치고 일어나 테이커를 노려보았다.

그럴 거라고 믿었다.

그게 보였다.

그렇기에 테이커는 신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반대편 코너에서 내달렸다.

투콰앙-!

키 205cm, 체중 130kg에 달하는 거한의 몸이 날아 그대로 신을 정면에서 덮쳤다.

스플래시.

단순하지만 위력 있는 기술.

초장부터 화끈하게 치고받는 두 사람을 향해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Waaaaaaaaaaaaaaaggghhhhhh!]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연이어 울려 퍼지는 챈트.

그 엄청난 반응 속에서 신은 불쾌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반격을 시작했다.

그는 스플래시를 마치고 뒤로 물러서는 테이커의 복부를 걷어차고 그대로 재빨리 미들 로프로 올라섰다.

이어지는 미사일 드롭 킥.

콰앙-!

테이커의 몸이 나가떨어졌다.

아까와 똑같은 상황.

코너를 잡고 일어난 테이커를 향해 내달린 신이 그 무릎을 밟고 뛰었다.

쩌억-!

그 관자놀이에 킥이 박혔다.

샤이닝 위저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온 테이커.

뒤로 물러서는 신.

그렇게 공방이 한 번씩 이어졌다.

똑같이.

상대를 링 바닥에 처박고 일어나는 걸 추격해 후속타를 가했다.

하지만 사용한 기술은 달랐다.

그것을 통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를 각인시켰다.

테이커는 상대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과 덩치를 가지고 주도권을 잡았다.

그런 거물에 맞서고 있는 신은 평소와는 달리 정신을 극한까지 집중했다.

경기 도중 언제나 팬들의 이목을 이끌던 평소 스타일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테이커는 그런 신의 태도가 도리어 현재 팬들을 몰입시킨다고 느꼈다.

팬들은 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이 테이커에게 도전하지만 끝내 패배하는 그림을 기대했다.

그게 개연성 있는 전개였다.

그러므로 딱히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보려고 했다.

테이커가 신의 머리를 쓰다듬은 즉흥적인 행동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나올지를 보고 싶어서였다.

모두가 테이커라는 거물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 속에서.

신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팬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팬들은 처음에는 그런 신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야유를 보냈지만.

이렇게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투지를 드러냈다.

그는 절대 질 생각이 없었다.

“후우.”

심호흡.

테이커와 신.

두 선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신은 그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진지하게 자신이 승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SIN……! SIN……! SIN……!]

테이커는 팬들이 그에게 보내기 시작한 응원의 목소리를 분명 들었다.

* * *

몸이 짓눌릴 것 같았다.

[Casket-Taker!]

짝! 짝! 짝짝짝!

[Casket-Taker!]

짝! 짝! 짝짝짝!

[Casket-Taker!]

짝! 짝! 짝짝짝!

박수와 함께 챈트가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테이커와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상태였다.

분명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다.

압도적으로 수세에 몰리며 어떻게든 반격의 순간을 찾으려고 했던 이전의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

그럼에도 나는 당장 쓰러져서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까지 내몰렸다.

테이커의 한 방, 한 방은 내가 필사적으로 몸을 내던지며 하는 공격에 비하자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한 대씩 맞고 한 대씩 피하더라도 나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체력을 더 소모하는 것이었다.

그게 쌓이고 쌓인 끝에.

“허억, 허억…….”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진짜로 빡센 경기였다.

테이커를 따라가기 위한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기존보다 더 몸을 던질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했고, 테이커는 아직까지도 쌩쌩한 상황이었다.

슈퍼 킥.

문 설트.

온갖 기술들이 작렬했지만 나는 테이커의 몸에 생채기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절망 속에서.

물론.

내가 아무런 기술도 준비해오지 않았을 리는 절대 없었다.

아침에 이야기를 했다.

나는 테이커와 마주보고 앉아서 순수하게 내 주관적으로 느끼고 있는 위상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해도 당신은 결코 쓰러지지 않겠죠.]

[그러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한 선수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되어 있을지언정, 팬들과 보낸 시간은 당신보다 훨씬 더 짧죠.]

[……기술적으로는?]

[네. 완벽합니다.]

그러니 믿고 맡겨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어떤 한 가지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확실한 허락을 받았다.

GCW 시절.

입사도 하기 전에.

바쿠는 나와 러셀의 대립이 어느 정도 감정적이라고 착각해 우리를 데리고 윌-마트에 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자였던 로빈 코너와 그 가족을 습격하는 갱들을 다 함께 쓰러뜨렸고.

바쿠가 모두를 죽이고.

러셀이 기술을 거는 사이.

나는 저도 모르게 기술 하나를 썼다.

노던 라이츠 밤.

일본 여성 프로레슬링의 전설, ‘카타스트로피 퀸’ 호쿠토 아키나의 무브.

하지만 나는 그때보다 더 성장했고.

나의 성장한 기술과 대담함.

[수직으로 떨어뜨려라. 네가 내 영향을 받아서 그 기술을 개발했다는 설정을 넣으면 멋질 것 같구나.]

그리고 테이커의 말을 듣고는.

나만의 기술로 창조해냈다.

로프 반동 후, 나를 굳게 신뢰하며 전력을 향해 달려오는 테이커.

나는 그의 다리 사이와 어깨에 손을 휘감은 채 힘차게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반대로 돌며 자연스럽게 테이커의 머리에 어깨를 넘겨서 붙잡고 있던 팔을 당겨 휘감았다.

각도가 조금 더 높았고.

나는 우뚝 멈췄다.

[Uooooo─-hhhhhhhh──.]

팬들이 경악하는 목소리가 천천히 길게 이어진다고 느끼며 나는 허리에 힘을 준 채 테이커의 체중을 버텼다.

수직으로 올라선 테이커의 몸.

나는 다리를 미끄러뜨리며 그대로 후방 낙법 자세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한순간.

테이커가 수직으로 서고 내가 그 머리를 붙잡고 수평으로 눕는 포지션.

그 모양은 확실하게 역십자를 닮았다. 그래서 나는 이 기술에 자연스럽게 나의 상징과 같은 이름을 담았다.

안티 크라이스트.

스쿱 캐리 포지션 파일 드라이버.

투-콰앙-!

수직으로 떨어진 테이커의 머리가 힘차게 범프 링 바닥과 충돌했다.

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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